경마장에서 말 사육을 전담하는 제주의 마필관리사들이 길거리로 나섰다.
전국경마장 마필관리사 노동조합 제주지부는 2일 오전 제주시청 앞에서 '생존권 사수!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 분쇄! 노동조합운동 말살음모 분쇄!를 위한 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어 조교사의 개별고용 철폐와 한국마사회의 직접고용을 촉구했다.
또한 100여명에 이르는 제주경마장 마필관리사들의 높은 산재율(전국평균 0.7%, 제주지역 27.9%)도 폭로했다.
마사회로부터 고용승인을 받는 마필관리사는 각 경마장 조교사에 고용돼 말에 대한 조교(훈련과정)와 사양(사료관리), 보건 등에 관한 업무에 종사한다.
한편 조교사는 마주로부터 말을 위탁받은 뒤 고용계약에 따라 마필관리사의 업무를 총괄감독한다.
노조는 "조교사들이 마사회가 책정해 분배해오던 급여(상금)체계와 단체협약을 통한 임금조정 방식을 파기하고 개별고용방식을 강화시키려 한다"며 "이에 따라 우리는 산재부담과 불안정한 고용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마필관리사들의 일터인 마방은 마사회에서 조교사에게 무상대여하고 있으므로 한국마사회가 마필관리사의 고용문제를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마필관리사와 조교사 간 갈등의 발단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교사들은 1993년까지 공기업인 한국마사회 소속 기능직 직원이었으나 1993년 민영화됐다. 아울러 한국마사회는 조교사 개별고용제를 제주경마공원에 적용시켰다.
이에 따라 조교사들의 수익중시 성향이 노골화돼 마필관리사들의 고용환경이 열약해졌다는 게 마필관리사들의 설명이다.
특히 조교사 개별고용 방식은 마주가 조교사와 위탁계약을 해지할 시 말을 관리하는 마필관리사는 자동적으로 직장을 잃는다.
노조에 따르면 제주지역 마필관리사들은 1993년 조교사 개별고용제 적용 이후 2002년부터 2년씩 조교사 대표와 단체협약을 통한 임금단체교섭을 체결해왔다.
그러나 지난 5월 조교사들이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해 갈등이 불거졌다. 단체협약 갱신을 한달 앞두고서다.
마필관리사노조는 "제주지방노동위와 마사회를 통해 4차례에 걸쳐 조정을 시도했으나 진전이 전혀 없는 상태"라며 "조교사의 개별고용 방식이 강행된다면 우리는 언제 직장을 잃게 될지도 모르는 불안한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노조는 지난달 3일 조합원 103명 중 96명의 찬성으로 쟁의를 결의, 같은 달 7일 제주경마장 앞에서 첫 총파업 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제이누리=강남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