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상표권을 둘러싼 (주)한라산과 (주)제주소주 간 법정소송 공방전 1차전에서 (주)한라산이 먼저 웃었다.
제주지방법원 민사부는 지난 10일 (주)한라산(한라산 올래)이 (주)제주소주(제주올레소주)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사용금지 청구 소송에 따른 가처분 신청에 대해 원고인 한라산의 주장을 받아들여 제주소주가 '올레' 상표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결정문을 통해 제주소주의 제주올레소주 제품명에서 ‘제주’, ‘소주’라는 명칭은 일반적인 보통명칭으로 식별력이 없고, 올레가 상표권 판단의 가장 중요한 부분(요부)"이라며 "채무자(제주소주)의 올레는 채권자(한라산)의 상표인 올래와 첫음절이 ‘올’로 동일하고, 둘째 음절의 초성인 ‘ㄹ’이 동일하며 모음만이 ‘ㅔ’와 ‘ㅐ’로 미세한 차이가 있을 뿐 그 청감이 전체적으로 매우 유사하다”고 밝혔다.
여기에 “함께 사용될 경우 일반 수요자들로 하여금 상품 출처에 관해 오인·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있다고 할 수 있어, 채무자의 표장과 채권자 상표는 유사한 표장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재판부는 또 주류에 한해 ‘올레’라는 상표가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되지 않아, 상표법상 등록취소사유가 있다는 제주소주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적법하게 출원·등록된 상표인 이상 비록 등록취소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그 등록취소심결 등에 의해 취소가 확정될 때까지는 여전히 유효한 권리로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주)한라산 측은 "당연한 것"이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주)제주소주 측은 "가처분만 결정된 것이고 아직 (가처분에 대한) 통보서류가 우리 측에 오지 않았으므로 나오는대로 대처할 것"이라며 "아직 본안(상표법위반 형사고발과 등록취소심판 청구) 소송은 진행 중"이라고 맞섰다.
(주)한라산과 (주)제주소주 간 '제주판 소주전쟁'은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전국 주류산업계와 애주가들의 관심사다.
1950년 11월 막걸리 생산업체인 호남양조장으로 창업, 64년 간 제주도내 소주업계 독점체제를 이어온 (주)한라산은 '한라산 순한소주' 등을 생산 및 판해해오면서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향토기업이다.
그러나 혜성처럼 등장한 (주)제주소주가 지난 8월 자사의 제품출시에 돌입하면서 60여년 간 이어져온 한라산 소주의 독점체제에 제동이 걸렸다.
(주)제주소주는 원래 (주)제주천수라는 이름으로 지난 2011년 법인을 설립, 국세청으로부터 조건부 주류제조면허를 받았다. 지난 6월 (주)제주천수는 (주)제주소주로 법인명을 교체했다.
(주)제주소주의 등장과 함께 양사 간 난타전은 예견된 일이었다. '올레' 상표권이 문제의 발단이다.
(주)제주소주가 '올레(올레, olle)'라는 이름의 '올레소주 곱들락'과 '올레소주 산도롱'을 연거푸 시장에 출시함으로서 상표권 분쟁이 초반 기선제안 전투로 비화됐다.
'올래'와 '올레'는 '이웃과 마주한 집으로 들어가는 좁은 길'이라는 의미의 사실상 동의어다. 제주어 표기법 상으론 '올레'가 맞지만 사실상 제주에선 두 단어가 공히 쓰인다.
문제는 (주)제주소주가 이를 신제품에 사용하면서 이미 비슷한 이름의 신제품을 준비해 온 (주)한라산이 발끈한 것이다. "애주가, 소비자, 판매자들 사이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주)한라산 현우경 상무는 "'올레'와 '올래'는 사실상 동의어"라며 "소비자들이 상품을 호명할 때도 상당한 혼동과 오해의 우려가 있는 만큼 이는 우리 한라산소주에 대한 지적재산 침해"라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주)제주소주는 "'올레'와 '올래'는 엄연히 다른 것"이라며 맞섰다.
(주)한라산은 2008년 '올래'라는 상표명을 특허청에 등록했다. 2009년에는 ‘길’이라는 테마로 상표명을 출원해 2011년 상표권 등록을 마친 뒤 지난 9월 '한라산 올레' 제품을 출시했다. 상표등록은 빠르지만 제품출시는 제주소주에 뒤진 셈이다.
하지만 (주)한라산측은 "'올래'라는 기(旣) 등록상표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제주소주측에서) 상표권 없이 제품을 출시한다는 점 등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이에 대해 (주)제주소주측은 지난달 (주)한라산의 'OLLE(올래)' 상표권 등록을 무효화하기 위해 특허청에 등록취소심판을 청구하면서 "상도덕을 내팽개친 선발 기업의 어이 없는 횡포"라고 반격에 나섰다.
(주)제주소주는 또 "(주)한라산이 지난 7월2일 취득한 'OLLE(올래)' 상표권이 3년 이상 사용되지 않았던 상표이므로 등록이 취소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주)제주소주 문홍익 대표는 "'올레소주'를 우리가 출시하는 것을 (한라산 측에서) 잘 알면서도 상품명 변경을 주문하는 것은 상도(商道)에 어긋난다"며 "경쟁업체의 제품출시를 배제시키고 독점체제를 유지하려는 의도"라고 날을 세웠다.
비록 가처분신청이라는 1차전에서 (주)한라산이 먼저 미소를 지었으나 형사고발과 특허청 심판청구 등이 남아있어 최종 결론은 아직 미지수다.
주류업계에 여전히 긴장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제이누리=강남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