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산하 각종 위원회가 유명무실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관피아의 소굴'이나 다름 없다는 우려 속에 전면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소리다.
제주참여환경연대 홍영철 공동대표와 안현준 사무처장은 15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내 170여개 각종 위원회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제주도 산하 위원회수는 지난 2011년 151개, 2012년 156개, 2013년 166개, 2014년 171개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171개 위원회 중에서 의결위원회는 53개, 심의·자문위원회는 118개다.
이는 2013년 기준 전국 자치단체에 설치된 광역 1930개, 기초 1만6841개 등 총 1만8771개 중 제주도 산하 위원회는 166개로 광역기준 8.6%를 차지하고 있으며, 서울시 136개와 비교해도 많다.
의결·심의 위원회 내 전·현직 공무원과 교수 위촉 비율이 공무원 30%, 전직 공무원 4%, 교수 22%로 민간 참여비율을 높여가는 추세를 비춰 볼 때 공무원과 교수 참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과 함께 위원회 중복 위촉 인사가 많아 이른바 '관피아', '학피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욱이 1년에 3차례 이상 열리는 위원회가 전체의 40%밖에 안됐다. 뿐만 아니라 전.현직 공무원과 고위관료, 대학 교수들의 참가 비율이 높아 인사위원회나 조례규칙심의회, 규제개혁위원회 등 중요한 핵심의결을 하는 위원회(54개) 위원장직은 전.현직 공무원, 고위 관료 80여명(50%)의 독무대였다. 뿐만 아니라 구성위원도 전체의 250여명(60%)이 전직공무원, 도의원, 대학교수가 태반이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위원회 실태 조사결과 유명무실한 위원회가 많다"며 "대의민주제의 흠결을 보완하면서도 주민의 직접적 참여 확대 필요성에 의해 구성된 만큼 이러한 취지를 살리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각 위원회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와 실태에 대한 점검이 우선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홍 대표는 "유명무실한 위원회 등 문제투성이 위원회에 대한 통폐합 작업 등이 선행돼야 한다"며 "위원회 설치시 존치기간 동안 명시했다가 기한이 지나면 자동폐기하는 '일몰제' 도입 또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특히 도내 몇몇 위원회는 (원희룡 도정이 내세우는) '협치'와는 거리가 먼 형식적인 위원회가 많다"며 "조례를 통해 위원회에 대한 통제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원회 운영에 있어서 행정기관 주도의 관행에서 탈피해 위원회의 자율성, 독자성을 강화시켜야 한다"며 "민간인 참여 비율 또한 높여야 한다. 전.현직 공무원과 지방의원들이 위원회를 차지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민간인 참여도 중복 참여라든지 행정편의적 인사 참여 등의 관행에서 벗어나 위원회 특성에 맞는 다양한 인사 참여가 선행돼야 한다"며 "위원장 선임도 호선이나 공동위원장제를 도입하는 게 옳고, 위원참여 방식도 위원공모제를 확대·시행해 관주도 혹은 명문가 관련 인사위촉 관행에 따른 중복위촉 등의 문제를 타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신의 경험도 예를 들었다. "제 동의없이 멋대로 모 위원회에 위원으로 위촉돼있더라. 그런데 제가 위원으로 위촉된 위원회는 1년에 1번 이상 열릴까말까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위원회 수가 올해기준 171개다"며 "서울특별시(136개)보다 월등히 많은 숫자고 핵심 의결적인 성격의 위원회같은 경우에는 전현직 공무원이 꽤 포진하고 있으니 '관피아소굴' 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안현준 사무처장은 "각종 위원회의 위원들의 참여확대 방식은 공모방식인데도 위원회에서 무슨 일이 이뤄지고 있는지 공개도 하지 않는데다가 주민생활과 직결된 결정에 대한 정보가 사실상 차단되고 있으니 투명성 도모가 시급하다"며 "위원회의 문제점을 개선키 위해서는 위원회 활동 및 회의록 등의 공개가 상시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사무처장은 "서울특별시 같은 경우에는 위원회에 대해 1년에 2번 즉 상반기·하반기에 걸쳐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위원회의 문제점에 대해 파악하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에서도 위원회에 대해서 도 차원에서의 면밀한 검토라든지 위원회의 구성에 대한 전수조사나 필요성, 현황에 대한 실질적 연구가 없다"며 "조례, 법률에 따라 위원회가 구성되면 이에 따라 피동적으로 움직이기만 했고, 도의 필요에 따라서 위원회가 오히려 우후죽순처럼 불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유령위원회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제주도에는 제1인사위원회, 제2인사위원회 명단을 살펴보면 전현직 공무원등이 대거 포진해있다"며 "전현직 공무원들이나 대학교 교수들의 구성비율은 늘어나는데 비해 민간인 구성원 비율은 줄어들고 있으므로 위원회 중요결정사항에 대해 민간인이나 도민들이 들여다 볼 수 없는 구조가 부지기수다"고 재차 지적했다.
홍영철 공동대표는 "지방선거 전 도지사 후보들한테 여러 차례 각종 위원회에 대한 내실있는 관리를 제시했다. 도지사 후보들도 이러한 점에 공감했고, 이 후에 위원회를 혁신하는 계획을 수립한 적이 있다"면서도 "아직 계획이 구체적·실질적 단계까지 이르진 못했다"고 지적했다. [제이누리=강남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