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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홍의 '제주바둑의 향기' ①...소탐대실, 자충수, 그리고 포석

 창간 2주년을 맞은 <제이누리>가 또 새로운 연재물을 시작합니다. 흑돌과 백돌의 만들어낸 제주의 역사입니다. [제주바둑의 향기]는 바둑돌을 놓고 명멸한 인생사와 제주인들의 삶의 애환을 담아냅니다. 30여년 언론계에 몸을 담으며 그들의 인생사를 추적했던 장승홍 조선일보 전 사회부 차장이 제주바둑협회의 도움을 얻어 그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고수(高手)의 세계와 더불어 바둑판 세상에서 만나는 인간사 진리를 엿볼 수 있습니다. 많은 애독바랍니다/ 편집자 주

사람의 삶인 인생을 바둑과 같다고 한다.

 

바둑판은 가로, 세로 19줄, 흑과 백돌을 모두 놓을 곳은 361곳에 불과하다. 그러나 바둑의 수(手)는 지구상의 인간의 수(數)보다 훨씬 많아 항하의 모래수 같이 많다고 한다. 서양의 장기인 체스의 경우 컴퓨터가 체스 세계 챔피언을 눌러 이겼다는 세계 토픽을 본적이 있다. 허나 바둑은 컴퓨터가 인간을 이기지 못한다. 컴퓨터의 바둑 실력은 아마의 고수는 꺾을 수 있지만 프로 기사(棋士)는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바둑의 수(手)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컴퓨터 과학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 넘을 만큼 빠르게 진보하지만 바둑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이기는 일은 없을 거라고 단정할 정도다.

 

바둑 초보자가 흔히 가장 많이 듣고 일깨우는 말이 있다. 그 말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바둑에서 당장의 집을 얻으려고 상대방의 적은 돌을 잡으려고 욕심을 내다가 상대방에게 큰 집을 내주어 끝내는 지고 만다는 바둑의 교훈이다. 바둑을 두는 사람의 기본 마음이어야 한다고 상수(上手)가 들려주는 말이다.

 

인생사(人生事)에 있어서도 이 ‘소탐대실’은 다반사(茶飯事)이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 쫓다가 일생을 패가망신하는 모습을 우리는 너무도 자주 본다. 2013년의 여름은 너무도 길고 무더웠다. 이 무더위 속에서 한국 국민들은 ‘전력난’이라는 국가 위기 속에 무더위를 땀으로 견뎌내야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원자력발전소가 ‘부품 납품의 비리’로 원자력발전소가 멈춰 섰기 때문이다. 뇌물의 고리가 실타래처럼 엉켜 불량 부품의 납품을 아무렇지도 않게 일삼다 들키면서 드러났다. 뇌물은 소탐이며 손에 쇠고랑은 대실이다. 뇌물은 단것처럼 여기다 쓰디쓴 결과를 낳는 것이다. 또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국민이 우러러 보는 권력의 정상의 자리에 섰었다. 처자를 두고서도 한 여자를 사귀고 사랑하는 것은 로맨스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달콤함은 결국 독으로 돌아오고 말았지 않은가.

 

 

 

 

바둑에 있어 ‘한 수가 대세(大勢)를 판가름 한다’고 말한다. 한 수가 비뚤어지면 대세가 기울어져 벼랑길에 들어서고 결국 패배하고 만다고 한다. 바둑처럼 한 수를 귀중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게임은 없다. 그 한 수가 호수(好手)이고 계속 호착(好着)이면 승착(勝着)이 된다. 허나 그 수가 악수(惡手)이면 끝내 패착(敗着)으로 이어져 지고 만다. 물론 악수가 때론 호수로 변하여 이기기도 하지만 그 악수를 호수로 바꾸기 위해서는 온갖 고난이 반상(盤床)에 놓여진다. 악수 가운데는 자충수(自充手)도 있다. 무조건 이기려 들다 덜컥 두어지는 실수(失手)가 이어져 상대방을 죽이기는커녕 자기가 수부족으로 결국 죽고 마는 경우도 있다. 인생사에 있어서도 상대방을 헐뜯다 자기 잘못을 돌아보지 않은 자충수로 상대방의 허물을 모두 뒤집어쓰는 경우이다. 또한 승부수(勝負手)가 있기도 하다. 모험으로 역전을 노리는 한 수이다. 상대방의 혼란을 일으키는 한 수이나 그 한 수는 호수이고 호착이어야 승부를 바꿀 수 있다.

 

바둑의 한 수는 인생사의 오늘, 지금과도 같다. 무궁무진한 수가 있음에도 수읽기에 게을러 덜컥 수를 둔다면 바둑 승부를 이길 수 없다. 바둑에 있어 훗날을 기약하고 대비하는 포석(布石) 단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포석이 제대로 되면 손쉽게 지지 않는다. 인생사도 마찬가지이다. 원대한 이상, 큰 꿈을 제대로 세워야 목표에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오늘, 지금을 게을리 하면 앞날이 튼실하지 않을 것이다.

 

'바둑의 바이블'로 불리는 ‘위기십결(圍棋十訣)’이 있다. ‘바둑 둘 때 마음에 새겨야 할 10가지 교훈’이다. 이 위기십결을 텍스트로 시인 장석주(59)가 삶과 지혜를 담은 ‘인생의 한 수를 두다’라는 바둑책을 냈다는 신문기사(2013. 9. 2. 조선일보)를 보았다. 십결 중 하나인 ‘봉위수기(逢危須棄)’는 위험을 만나면 버리라는 뜻이다. 장석주 시인은 이 봉위수기 편을 다음과 같이도 해설하고 있다.

 

“눈이 쌓이면 대나무 잎은 그 무게 때문에 땅으로 고개를 숙인다. 어느 순간 대나무 잎이 흔들리지 않았는데도 눈은 미끄러져 땅에 떨어진다. 무심은 욕심에서 벗어나 완전한 자유에 이르는 길이다. 바람 한 점 없는데도 대나무 잎에 쌓인 눈이 저절로 땅에 떨어져 푸르르 날린다. 이렇듯 완전한 자유는 무위 속에서 작용한다…”

 

바둑의 재미는 속세를 초탈한 신선(神仙)도 바둑 재미에 빠지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는 옛 속담으로 대변된다. 곧 ‘신선놀음(바둑)에 빠지면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다. 바둑은 무한한 수 속에 묘수(妙手)가 있고 묘수가 있기에 오묘하고 재미있으며, 묘수를 연달아 둔다고 하여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 바둑이다.

 

바둑에는 10가지 가르침 10훈(訓)이 있다. 이를 옮긴다.

 

1.燥以求勝者 多敗(조이구승자 다패); 조급하게 이기려 하다가 오히려 지는 경우가 많다.

 

2.不爭以者保者 多勝(부쟁이자보자 다승); 다투려고만 하지 않고 스스로 조심하다 보면 이기는 경우가 많다.

 

3.戰多勝以驕者 其勢退(전다승이교자 기세퇴); 싸움에 이겼다고 교만을 부리는 자는 곧 그 세가 퇴색하고 약하게 된다.

 

4.一攻一守 虛虛實實(일공일수 허허실실); 병법에서 공격은 최대의 수비, 수비는 최대의 공격이란 가르침이 있듯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말 것이며, 또한 허술한 가운데 실익이 있고 실익이 있는 가운데 허술한 법이 있는 법이기도 한 즉 중용의 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5.有先以後 有後以先(유선이후 유후이선); 선수인 줄 알았던 것이 후수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후수로 보였던 수가 선수가 되기도 하는 것이니 그때 그때 선수, 후수의 의미를 잘 살펴야 한다.

 

6.兩生勿斷 皆活勿連(양생물단 개활물연); 상대의 돌이 양쪽 모두 살아있는 경우에는 끊어봤자 득이 없으므로 굳이 끊으려 하지 말 것이며, 내 돌이 양쪽 모두 살아 있는 경우에는 연결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7.不以小利以 妨遠略(불이소리이 방원략); 작은 이익 때문에 원대한 계략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된다.

 

8.勝固欣然 敗亦可喜(승고흔연 패역가희); 승부란 모름지기 이겨야 좋은 것. 그러나 이기는 것이 진실로 즐거운 일이지만, 훌륭한 벗을 만나 수담을 나눌 경우라면 설령 진다해도 그 또한 기쁜 일이 아니겠나. 그런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군자가 아니겠는가!

 

9.知彼知己 萬古不易(지피지기 만고불역);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상대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백전백패. 그러므로 지피지기는 만고불변의 법칙이며 인생을 살아가는데 꼭 새겨 둘 말이다.

 

10.勤修精進 無限不定(근수정진 무한부정); 부지런히 갈고 닦는 데는 끝도 없고 정해진 바도 없으니 쉬지 말고 정진하라는 뜻이다.

 

이 바둑 10훈은 바둑뿐만 아니라 삶의 지혜이고 인생의 훌륭한 길잡이요 지침이 될 것이다.

 

앞으로 바둑의 기원과 간추린 ‘제주 바둑사(史)’를 둔필(鈍筆)로 살펴보고자 한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장승홍은?

 

= 연합뉴스 기자를 거쳐 조선일보 사회부 차장을 끝으로 은퇴한 원로 언론인이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제주지부장, 제주불교법우회 회장, 제주도불교청소년연합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불교와 청소년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제주청교련 회장도 지냈다. 청년시절부터 다져온 바둑실력은 수준급이다. 제주바둑계의 원로와 청년을 두루 아우른 친교의 폭이 넓다. 최근 본인이 직접 취재현장에 나서 제주바둑계의 역사를 정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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