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출신 비행사이자 항일운동가인 임도현의 기구한 운명이 한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항일운동가 임도현의 조카인 임정범(58)씨는 큰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해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가족들이 겪은 아픔은 담은 보고서 형식의 책 ‘나에게는 개구리가 없다’를 출간했다.
제주시 조천읍 출신 항일운동가 임도현은 조천공립소학교와 만주 봉천 신민 소만중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1931년 일본 도쿄 다치카와비행학교에 입학했다. 비행훈련을 받던 중 동료 7명과 비행기를 몰고 중국 상하이로 탈출했다. 전쟁 상황에 일본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일본을 탈출한 그는 중국 육군항공학교 창설요원으로 1941년 진주만 공격을 앞두고 일본 경찰에게 잡혀 제주로 끌려왔다. 해방 전까지 창살 없는 감옥살이가 이어졌다.
임도현은 일본 경찰과 군인들의 눈을 피해 여러번 탈출을 시도하다 체포돼 고문도 받았다. 후유증으로 1952년 42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2005년 조카인 임정범씨는 우연히 큰아버지가 작성한 글을 접하고 2년 뒤 공적을 모아 국가보훈처에 독립유공 공훈 심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매번 거절을 당했다. 불가 사유도 매해 달라졌다.
조카인 임씨는 사실내용확인 증명서까지 보내 해명을 요구했다. 국가보훈처는 ‘적절하지 못한 응대로 불쾌감을 드려 죄송하다’며 사과만 반복할 뿐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조카 임씨는 “유족들은 고인의 역사적 진실을 알리기 위해 돈을 내 항일자료기념관까지 만들었지만 보훈처는 납득할 이유를 대지 못하고 있다”며 “최후의 마지노선으로 책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석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