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중학생들이 기말시험 기간 동안 에어컨도 없는 교실 밖으로 쫓겨나고 있다. 학교당국은 "컨닝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혀 논란을 키우고 있다.
11일 한 교육 관계자의 제보에 따르면 제주 시내 일부 중학교에서 시험기간이 되면 학생들이 돌아가며 교실 밖 복도로 나와 시험을 친다. 기말시험 기간인 요즘도 마찬가지다.
최근 중학생들이 복도에 한줄로 책상을 세워놓고 교실 밖에서 시험을 치는 이상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문제는 교실은 에어컨 등이 있어 공부하기에 쾌적한 환경이지만, 복도는 그 반대다. 찜통 그 자체다.
학생들은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어떤 전자제품도 없이 1시간 동안 무더위에 그대로 방치된 채 복도에서 시험을 치루고 있다.
최근 시내 중학교 기말시험 기간인 7월초의 평균 낮기온을 살펴보면 27~30도다. 특히 여름철 체감기온을 나타내는 불쾌지수가 '높음(75~80미만)' 단계 이상으로 치솟아 이른바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이러한 환경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학생들을 '푹푹 찌는' 복도로 내몰고 있다.
제주 시내 J중학교 모 교장은 "컨닝 등의 부정행위를 방지하지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교실이 매우 좁다. 40명의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시험을 보려면 책상 사이가 좁아져 부정행위가 발생하곤 한다"며 "내신은 고등학교 입학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투명하고 공평하게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또 "복도에 나가서 시험을 치는 일은 모든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하고 있다. 한 학생당 단 2시간 밖에 안된다"며 "이 정도 일로 항의하는 부모가 있다면 우리학교에 학생을 보낼 자격이 없는 학부모"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학생들이 평소 환경과 다른 곳에서 시험을 치루게 되면 성적에 영향을 주지 않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어짜피 수능 등의 중요한 시험은 낯선 환경에서 치루지 않느냐. 특훈 등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답했다.
교육당국도 한통속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실상 묵인한 것이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이와같은 일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학교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한 조치일 것이다. 하지만 학년별로 시험을 본다던지 하는 방법이 있었을 텐데. 아쉽다"라며 "사실 이 문제는 시교육청 관할이다"며 떠넘겼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가장 큰 희생양인 학생들은 "너무 덥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생님의 지시대로 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중학교 3학년인 한 학생은 "너무 더워서 시험을 볼 때 신경이 쓰인다. 어제 (복도에 나가서 시험을 봤는데) 망쳤다"면서 "1학년 때부터 이렇게 시험을 봐 왔다. 어차피 이래야 한다면 복도에도 에어컨이 달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교육당국의 무관심으로 결국 중학생들은 여름에는 무더위에, 겨울에는 추위에 그대로 노출된 채 복도에서 시험을 치룰 수 밖에 없다. 학생의 정서와 인권이 중요한지, 부정행위를 막아내는 게 먼저인지 반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박범이 회장은 "(학교와 교육당국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이는 정당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의 권리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맹비난했다.
박 회장은 "행정적으로 따지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 같다"며 "공정한 시험도 좋지만, 컨닝 방지가 교육적 최대의 가치인지 따지고 싶다. 이런 행위가 아이들에게 더 안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제이누리=이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