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들이 즐겨먹는 한라산 소주에서 이물질(침전물)이 나왔다. 그런데 업체인 (주)한라산 소주는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 소비자의 화만 돋궜다.
하지만 한라산 소주 측은 “인체에 무해하며 문제를 소극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제주시 용담2동에 사는 이모(43)씨는 지난 5월 중순쯤 약술을 담그다가 2.7ℓ짜리 한라산 과실주용 소주(알콜 농도 30%)에서 검은색의 먼지 같은 것을 발견했다.
이씨는 이 소주의 약 4분의 3을 비우다가 검은색의 먼지 띠를 보고 붓기를 멈췄다.
그는 혹시나 하고 흔들어보니 그 검은색의 먼지가 사라졌다. 녹은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2~3일 뒤에 보니 페트병 바닥에 검은색 침전물이 확연히 보였다.
그는 앞서 버린 나머지 2개의 병을 확인해 보니 마찬가지로 검은색 침전물이 있었다.
그는 혹시나 하고 다른 병을 확인해 봤다. 그는 발효된 술을 보관하려고 빈병을 재활용하기 위해 모아두고 있었다. 그런데 나머지 병에도 하얀색의 침전물이 있었다. 그렇게 보인 것이 약 3병 정도다.
그가 동네 마트에서 구입한 한라산 과실용 소주는 모두 18병. 제조일은 올해 1월부터 5월 초순까지였다. 이중 15병이 하얀색 침전물이, 나머지 3병에는 검은색 침전물이 발견됐다.
이씨는 며칠 뒤 한라산 소주에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다. 이씨에 따르면 직원이 바로 찾아와 “침전물이 나온 병을 달라”고 했다. 그러자 이씨는 “병을 줄 수는 없고 샘플만 주겠다”며 남은 소주를 흔들어 소주잔 5잔 분량을 지퍼팩에 담아 건넸다. 그는 샘플을 주면서 “검사 여부 및 몸에 해로운지 여부에 대한 답을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한라산 측은 샘플을 수거한 뒤 3일이 지나도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다.
화가 난 이씨는 며칠 뒤 아침에 전화를 하고 낮 12시까지 답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한라산 측은 이씨를 몇 차례 더 찾아와 “술을 보여달라. 검사결과는 1주일 뒤에나 나온다. 샘플이 적어서 잘 안 나온다. 병을 달라”는 등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확답을 회피했다.
그러기를 몇 차례. 이번에는 한라산의 한 임원이 이씨를 직접 찾아왔다. 그는 “제주도에 있는 정부기관에 맡겼는데 규칙상 ‘개봉된 제품은 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었다는 서류를 받았다”며 자체 연구실에서 조사한 결과를 갖고 왔다.
그러나 그 결과도 엉성했다. ‘활성탄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씨는 그 동안 “신뢰할 수 있는 결과(공신력 있는 곳에서의 결과)를 갖고 오면 된다”고 요구했지만 추정만 갖고 온 것이다.
그는 “어떻게 연구실이라는 곳에서 이런 추정결과를 갖고 올 수 있느냐. 회사 자체 내에서 활성탄 데이터도 있을 것이고 공정에 따른 여러 데이터도 있을 것인데 추정결과가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라산 측은 이후에는 계속해서 협의를 요구했다. 한라산 측은 수차례 이씨를 찾아 계속해서 요구사항을 말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내가 담은 술을 어떻게 보상할 것이냐? 불특정다수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모 회사는 반도체를 잘못 만들어 전 임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모두 태워버렸다. 이후 세계 일류회사가 됐다. 그런 것을 아는 분이 왜 이렇게(협의를 요구) 하느냐”고 쏘아붙였다.
이씨는 금전적인 보상보다는 자발적인 리콜 등 실질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한라산 측은 “우리 회사는 작은 회사다. 새 정부에서 먹거리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어 우리 회사가 본보기가 될 수 있다”며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필터도 교체했다. 공장 모든 곳을 다 점검했다”며 재차 협의를 요청했다.
한라산 측은 이씨에게 보상금으로 50만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씨는 지난 2월부터 술을 담가왔다. 지금까지 약술을 담그면서 소비한 한라산 소주만 해도 수십 병에 달한다. 50만원이라는 보상금도 터무니없지만 실질적인 조치가 없자 이씨는 더 화가 났다.
이씨는 “이런 일이 발생하면 우선 식약청으로 보고를 해야 하지만 최근에야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늘(1일) 아침에 식약청에 전화해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씨의 이러한 문제제기에 한라산 측은 “이씨가 ‘한라산 소주 연구소에서 한 것은 정확한 소견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해서 지난주에 식약청에 의뢰한 상황”이라며 “금전적으로 보상을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식약청에 즉시 보고하는 부분에 대해 “주류는 올해 상순까지는 국세청에서 관할했다. 식양청쪽으로 바뀐 것은 올해 7월부터”라며 “이런 경우는 잘 나오는 상황이 아닌데 우리도 조금 당황스럽다. 인체에 해롭거나 하는 성분으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것도 설명 드렸다”고 해명했다.
- 그는 리콜과 관련해서는 “과실주는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의 1%도 안 된다. (이씨에게) ‘회수하려고 한다는 말도 했다. 회수하려고 하니 구입한 날짜의 것을 전체적으로 알아봤더니 재고가 없었다”며 “필터를 교체한 후에는 그런 부분(침전물 발생)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식약청에서 문제가 있다고 제기하면 제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씨는 이 사건이 있은 직후 과실주용 소주를 다른 제품의 것으로 바꾼 상태며 한라산 소주도 마시지 않는다. 게다가 주변의 약술을 담는 지인들도 다른 소주로 바꿨다고 이씨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