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주택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주택경기 침체로 인해 속칭 ‘하우스푸어’가 속출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9일 발표한 ‘제주지역 동향 및 평가’에 따르면 제주지역 주택매매 가격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지난해 3월부터 상승세가 크게 둔화되고 올해 2월부터 하락세로 전환됐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은 0.6% 떨어졌다. 반면 전세가격은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주택거래량도 감소했는데 지난해 신구간 이후 계속해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주택수요가 둔화된 것은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매입부담 증대로 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연평균 소득을 고려해 평균수준의 주택을 구입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나타내는 ‘주택가격비율(PIR)은 2009년 3.3 이후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4.4까지 올랐다.
하지만 주택대출은 주택시장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증가세가 지속됐다. 지난해 주택대출은 2895억 원 증가했지만 올해 1~2월에도 증가세가 계속돼 662억 원이 더 늘었다.
이는 아파트 중도금 대출이 늘어난 데다 주택구입 목적이 아닌 주택대출 이용자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주택금융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주택대출 중 주택구입 목적 외 비중은 2011년 35.8%였지만 지난해 41.8% 늘어났고, 올해 1월에는 70.7%에 이르고 있다.
그러면 앞으로 주택가격 전망은 어떨까? 한마디로 밝지 않다.
제주지역 주택가격전망 CSI(조사시점 당시와 비교한 6개월~1년 뒤 주택가격 전망)는 지난해 1/4분기 100.3이었지만 올해 1/4분기는 96으로 뚝 떨어졌다. 100이하는 하락 전망이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택대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채무상환부담이 높아지고 가계의 주택매입을 위한 자금여력도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구나 중간소득가구의 중가가격 주택구입시 상환부담을 나타내는 주택구입부담지수도 지난해 말 54.4로 200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결국 주택가격은 당분간 계속해서 떨어지고, 주택구입도 망설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런 추세에도 불구하고 주택공급은 확대돼 주택보급률 100%를 상회, 지난해 제주지역보급률은 102.4%로 한은은 추정했다.
더욱이 최근 아파트를 중심으로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주택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주택공급이 크게 확대되면서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월 71호였다. 하지만 12월에는 954호, 올해 3월 현재는 996호에 이른다. 아파트의 경우 지난달 말 현재 모두 488세대가 미분양 중이다.
특히 제주시 삼화지구의 부영 아파트의 경우 524세대 중 235세대가, 2-3BL도 411세대 중 102세대가 미 분양됐다. 서귀포시 동홍동 인터불고 코아루 아파트도 263세대 중 78세대가 분양되지 않았다.
이런 추세에 비춰 최근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공급 물량이 조정되는 모양새다.
제주지역 주택 인허가 실적은 지난해 4/4분기부터 줄고 있다. 특히 올해 1/4분기 주택인허가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2% 감소했다.
한은 제주본부 조병수 조사역은 “정부의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제주지역은 당분간 주택경기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주택가격이 하락될 경우 주택대출 부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주택경기가 상당기간 살아나지 않을 경우 건설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주 경제에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택시장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 실시, 무주택 서민과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인허가 등 제도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