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 여부만 말해요!” 라는 세 번의 거친 요구 ―. “퇴장 시킬 수도 있어요!”라는 경고 ―. “마이크 꺼!”라는 신경질적인 명령 ―. 그리고 어디에서 발언할 줄 몰라 어정쩡한 몸짓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그 ―. 엊그제였던가, 내년도 예산안을 다루는 제주도의회 정례회 실황을 중계한 TV의 비디오와 오디오다. 어디에서 발언할 줄 몰라 어정쩡한 몸짓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그는 다름 아닌 제주도지사다. 그는 그렇게 수모를 당하고 SNS를 통하여 ‘참담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정작 참담함을 느꼈을 사람들은 따로 있다. 회의를 TV로 지켜본 ‘제주도민’인 바로 우리들이다. 회의주재자가 아니라 회의지배자로 변신한 제주도의회 의장이 열연하는 품위 낮은 드라마를 보아버렸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내용을 시시콜콜하게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협치예산’과 ‘재량사업비’의 동질성 여부로 빚어진 이 극의 도입부는 저급했다. 그리고 너도 했으니 나도 한다는 식의 선심성 예산 경쟁을 벌리는 중간부분은 유치했다. 또한
본지 강민수 논설위원이 그동안 연재해온 ‘강민수의 영어진단’을 당분간 쉰다. 새로운 연재에 천착하기 위해서다. 20여회 예정으로 원도심 활성화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해법을 모색한다. 애독을 권한다./ 편집자 주 충청남도 홍성에 전해오는 이야기야. 마침내 최영 장군이 탐라국을 정벌하게 됐어. 당시 탐라국의 왕은 중국여자로 키가 팔 척이요, 힘이 장사인데다 탱자성을 갖고 있어서 누구도 그 곳에 쳐들어가기가 곤란했대. 최영 장군이 도착해보니 과연 듣던 바와 같이 탱자나무 숲이 성처럼 둘러싸고 있어서 뚫고 들어갈래야 들어갈 수가 없더래. ▲ 최영 장군<두산백과> 어떻게 해야 이 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고심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꿈에 신령이 나타나서 “내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내일부터 억새풀의 씨를 따다가 연에 매달아서 탱자성에 뿌리도록 하여라. 그리하면 내년에는 그 곳에 억새풀이 무성할 것이니 가을에 억새풀이 말라 불이 붙기 쉽게 될 때에 불을 지르고 성을 공격하라.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몸에 구리판을 두르고 쳐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명심하도록 하라”라고 말하고는 최영 장군이 말할 새도 없이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일찍이 간파하였듯이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인간이 정치적인 존재라는 것을 설명하면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본성적으로 국가 공동체를 구성하는 동물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어떤 사고가 아니라 본성으로 인하여 국가가 없는 자는 인간 이하거나 인간 이상이다”고 언급하였다. 이 말은 인간들이 공통의 목표와 과업, 문제에 대하여 논의의 장을 만들고 함께 논쟁하고 토론하여 합리적이고 공감하는 정책을 실행하는 정치적 삶을 사는 것이 인간적인 삶으로 본 것이리라. 정당한 개인의 권리를 침해받지 않도록 하는 것은 이러한 정치적 활동의 결과다. 정치가들은 경제적 성과가 있을 때 이러한 정치적 삶을 사는 유권자들에게 정치적 정당성을 획득하기가 쉽다. 그래서 전 세계의 모든 독재자들조차도 경제적 성과를 내기 위하여 동분서주하는 것이리라.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는 일본의 경기회복을 위해 공공부문 투자를 늘리고 일본의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확대를 모색하는 아베노믹스(Abenomics)를 과감하게 실행하였다. 시중에 돈이 마구 풀리면서 일본경기는 잠시나마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정책
민선 6기 제주도정 출범에 맞춰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제주 경제와 사회의 내일을 위한 설계”를 화두로 던집니다. 제주 혁신을 위한 전략을 제시합니다. 기고는 “제주 혁신하여 재창조의 길을 가자”를 시작으로 “제주 혁신하려면 지사부터 변해야” “관료 개혁” “제주 경제의 선진화 전략“ 등의 주제로 제주가 가야 할 길을 담론의 소재로 삼습니다. / 편집자 주 언론의 보도는 ‘기대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자기실현성(self-fulfilling prophecy)을 지니고 있어 언론매체가 어떻게 보도하느냐에 따라 제주사회 통합의 상황도 달라질 수 있다. 제주 언론이 어려운 언론 환경 속에서도, 도민의 슬픔과 고통을 공유하며 어떤 폭압적 권력 앞에서도 불의에 불굴하고 권력의 남용을 외면하지 않는 정론직필을 지키는 강직한 기개를 보여줄 때, 제주 사회는 도민 통합 속에서 미래의 희망을 맞게 될 것이다. 혁신에서 제주 사회 균열을 아물게 할 처방 찾아내자 사회 양극화에 더하여 "다 같이 못 사는" 포괄적 하향화(ra
▲ 동양에서 가장 긴 목조건축물로 '동양의 파르테논 신전'으로 불리는 세계문화유산 죵묘. 종묘(宗廟)는 조선시대 임금과 왕비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추존된 왕과 왕비도 모셔져 있는데 정작 왕위에 오르고도 죽어선 종묘에 못 오른 왕이 있다. 연산군과 광해군. 왕이 됐으나 묘호(廟號)를 받지 못한, 즉 왕이 되지 못한 왕이다. 방탕하고 패륜적 행위를 일삼은 연산군은 그렇다 치고 광해군(1575~1641)은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광해군은 임진왜란 때 불탄 종묘를 복원한 이가 아닌가. 자신을 왕에서 물러나게 한 이유 중 하나가 무리한 공사로 국가 재정을 축낸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그 혜택을 보지 못했다. ▲ TV 드라마 '왕의 얼굴' 최근 친지 결혼식 때문에 서울에 갔다가 종묘를 들렀다. 문화해설사가 “외국인들도 종묘를 재건한 왕이 정작 종묘에 모셔지지 않은 이유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1698년 음력 11월 6일 노산군(단종, 1441~1457)이 숨진 지 241년이 지난 때였다. 숙종은 중신들을 모이게 한 후 노산군의 묘호를 단종(端宗)이라고 정했다. 전 현감 신규가 노산군의 복위와 묘호 추증을 상소한 지
▲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전경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의 대표이사·사장(CEO)은 어떤 자리인가? 3년간의 컨벤션 생활을 통해 고백컨대 ‘주주의 눈물을 가슴으로 담는 자리’가 아닌가 싶다. 통상적으로 CEO는 대외적으로 기업을 대표하고 대내적으로는 경영 전반에 관한 결정과 실행을 담당하는 최고책임자다. 이 점에서 보면 ICC JEJU의 CEO는 유달리 주주에 집중하는 특성이 있다. 물론 주주에 대한 책임이 주식회사의 본래적 기능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제주국제컨벤션센터는 외부적으론 주식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가 지분의 과반수를 소유하고 있어 내부적으론 공기업이다. 게다가 개인 주주의 대부분이 제주도민들이니 실상은 도민기업인 셈이다. 정서적으로는 제주도정뿐만 아니라 도민 전체가 ICC JEJU를 출생시킨 부모와 같다. 이 독특한 태생적 정체성(identity)이 ICC JEJU의 임직원들을 항상 애끓게 만든다. 부모로서의 애정과 기대가 많은 만큼 범도민적인 질책과 실망도 크기 때문이다. 참고로 ICC JEJU의 자본금 1666억100만원에 대한 지분구성은 제주도가 57.02%(950억원), 한국관광공사(KTO)가 17
하늘에서나 바다에서나 혹은 땅에서나, 중문관광단지를 바라보면 가장 시선을 끄는 건물이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다. 그래서 사람들은 ICC JEJU를 일컬어 중문관광단지의 랜드마크라 부른다. 파리의 에펠탑,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이탈리아의 콜로세움처럼 말이다. ICC JEJU에 아침 해가 떠오르면 건물은 온통 은빛으로 눈부시고, 저녁 빛이 스며들면 금빛으로 찬란해진다. 특히 이곳은 제주에서도 석양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화가들의 스케치 장소다. 저녁 해가 송악산으로 기울면서 황혼이 오션뷰(드라마 '올인'의 이병헌 사무실로 유명해 결혼식장으로도 사랑받는 명소)에 스며들면 이곳의 모든 것들은 한꺼번에 황홀해진다. 마치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나오는 광경처럼 석양으로 오렌지 빛을 띤 구름이 모든 것을 향수의 매력으로 빛나게 하는 것이다. ▲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야경 하지만 이 시간에 ICC JEJU의 빛을 등지고 있는 주상절리 주차장에 가보면 하루 장사를 마친 사람들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서려있다. 팔다 남은 물건들 위로 스산함이 얼룩지고 구부러진 등 위에 삶의 무게가 고단하다. ‘늙기도
모처럼 서귀포 중문을 둘러싼 현안들에서 희망 섞인 얘기들이 새어 나온다. 우선, 주기적으로 ‘매각설’이 흘러나와 주민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던 중문관광단지가 이번에는 해결의 전조를 보이는 듯하다. 사실 중문은 그 요란한 태몽만큼이나 진통이 커서 태어날 때부터 온전치가 않았다. 1973년 ‘제주도관광종합개발계획(1972~1981)에 따라 1977년 ‘제주 중문지구 종합개발기본계획’이 수립되고 1978년 토지매입에 들어간 후 1982년에야 단지개발이 시작되었다. 10년 동안 잉태의 꿈만을 꿔 온 셈이다. 그로부터 20여년이 더 흘러 2014년이 저물어가는 지금 강산은 두 번이나 변해 가는데 이곳의 모습은 별반 달라 보이지가 않는다. 1975년 나는 중문중학교 3학년 학생이었다. 어느 사회 시간, ‘부모님들이 땀 흘려 농사하는 일터가 사라지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되나?’ 라는 질문이 촉발되었다. 변화의 물결, 개발의 이익, 새로운 일자리보다는 ‘어떻게 살아가나?’ 하는 본능적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우선은 부모님들께 ‘땅을 팔지 마시라’ 하자고 우
민선 6기 제주도정 출범에 맞춰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제주 경제와 사회의 내일을 위한 설계”를 화두로 던집니다. 제주 혁신을 위한 전략을 제시합니다. 기고는 “제주 혁신하여 재창조의 길을 가자”를 시작으로 “제주 혁신하려면 지사부터 변해야” “관료 개혁” “제주 경제의 선진화 전략“ 등의 주제로 제주가 가야 할 길을 담론의 소재로 삼습니다. / 편집자 주 노력과 근면이 인정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불공정한 편파 판정을 극복하고 승리하는 스포츠 경기나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합격하는 무명가수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큰 감동을 받는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꿈꾸는 공정한 사회에 대한 갈망을 대리 만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오로지 노력한 만큼 보상받고 실력을 가진 사람이 승리할 수 있도록 공정한 규칙을 확보해주는 사회가 선진국이며 통합된 사회다. 이런 공정한 시스템 아래에서 성공한 사람과 기업은 비로소 진정한 사회적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는 한이 많은 민족이다. 더 이상 억울한 일로 가슴에 한이 맺혀서는 안 된다. 수익성이 높은 주민참여
제주엔 정당(政黨)이 없다 ―. 이 말에 제주의 여당과 거대 야당은 발끈할 것이다. 자신들의 존재감을 깡그리 무시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끈하기에 앞서, 그들은 “우리 도당(道黨)에 정강(政綱)은 있는가?”라는 원초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볼 것을 권유한다. 필자의 이런 권유에, 그들은 어쩌면 “도당에 무슨 정강이야!”라고 더욱 발끈할지도 모른다. “도당에 무슨 놈의 정강이야!” ―. 이 말은 필자가 어느 정당에 몸 담고 있었던 십 수 년 전에도 들었던 말이다. ‘도지부(道支部)’가 ‘도당(道黨)’으로 바뀌고 얼마 있지 않아 개편대회가 열리도록 되어있었는데, 당시 대변인 노릇을 하면서 정책까지도 맡을 수밖에 없었던 필자가 대회에서 낭독될 결의문 초안을 작성했었다. 이 과정에서 도당위원장에 내정(?)된 인사와 실랑이가 있었다. 그 실랑이를 요약해서 옮기면 다음과 같다. 도당위원장 : 맨 마지막 항(項)에 이게 뭐예요? 필자 : 예, 도당에 독립적인 정강을 수립하겠다는 말입니다. 도당위원장 : 독립적인 정강? 그게 말이나 되는 얘긴가요. 필자 : 왜
민선 6기 제주도정 출범에 맞춰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제주 경제와 사회의 내일을 위한 설계”를 화두로 던집니다. 제주 혁신을 위한 전략을 제시합니다. 기고는 “제주 혁신하여 재창조의 길을 가자”를 시작으로 “제주 혁신하려면 지사부터 변해야” “관료 개혁” “제주 경제의 선진화 전략“ 등의 주제로 제주가 가야 할 길을 담론의 소재로 삼습니다. / 편집자 주 제주 사회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더불어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맞고 있다. 제도적인 토양은 마련되었으나, 제주도 스스로 성장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라는 새로운 실험은 도내 지역간·세대간·업종간 갈등을 대승적 차원에서 극복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전 도민이 매진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이러한 점에서 원 도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정책 추진에 있어 새로운 시대 변화에 맞는 리더십을 발휘하여 지역민의 노력을 결집할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하여야 한다. 새로운 사고로의 전환을 통해 제주의 경쟁력을 제고시켜 도민 삶의 질
민선 6기 제주도정 출범에 맞춰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이 “제주 경제와 사회의 내일을 위한 설계”를 화두로 던집니다. 제주 혁신을 위한 전략을 제시합니다. 기고는 “제주 혁신하여 재창조의 길을 가자”를 시작으로 “제주 혁신하려면 지사부터 변해야” “관료 개혁” “제주 경제의 선진화 전략“ 등의 주제로 제주가 가야 할 길을 담론의 소재로 삼습니다. / 편집자 주 사회 통합을 하려면 각자 자기 이익과 주장을 내세우기보다 자신이 먼저 마음을 열어 불신의 벽을 허물고 인내하면서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 이해 당사자들이 소통하고 양보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공동체의 미덕을 살려내는 것이 사회 통합의 핵심이다. 사회 통합은 가진 자의 포용과 포옹에서 출발해야 한다. 가진 자는 가진 것을 내놓으면 양보가 되지만, 반대자 입장에서는 패배가 되기 때문이다. 사회 통합을 위해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현재의 소득수준에서도 보다 행복하고 평안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문화·제도·관행을 바꿔 나가는 것이다. 질서와 예절, 정직과 투명, 상호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