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근/ 제이누리 논설위원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관점의 차이와 함께 자기 중심적인 세태를 잘 표현하는 말이다. 세상을 자기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바라보기란 굉장히 힘들다. 오죽 했으면 우리가 사는 지구가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엄청난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겠는가. 사실에 대한 시각 차이를 대중 문화적 관점에서 잘 보여준 작품 중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羅生門)’이 생각난다. 한 사무라이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 사건에 관여한 도적과 사무라이의 아내, 그리고 죽은 사무라이가 각각 자신의 입장과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르게 사건을 설명하고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는 모습을 그린 내용이다. 인간의 이기심, 자기합리화 등을 통해 사실이 자신의 입장에 따라 왜곡되고 재가공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았고 감독을 세계적 명감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영화가 아니더라도 객관적인 상황을 입장에 따라 다르게 바라 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성추행의 경우 이를 판단하기란 매우 어렵다. 엇비슷한 행
▲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사진제공=뉴시스> 미국 공화당의 예비 대선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처럼 국제사회에서 막말 논란을 일으키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최근에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트럼프의 막말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막말을 하는 것은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간주하여 일부 언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와 관련한 기사를 정치면에서 다루지 않고 연예면에서 다루는 곳도 있다. 이는 지성적인 관점에서 도널드 트럼프같은 사람이 정권을 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항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인종 차별적이고 성 차별적이며, 종교 차별적이기도 한 그의 막말은 이외로 일부 공화당원들의 관심을 끌며 공감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세력을 결집시키는 방법 중에서 한 가지는 차별과 분파를 만드는 것으로 매우 효과적이다. 외부의 적을 만들면서 내부적인 불만을 잠재우고 통합시키는 방식은 독재자들이 자주 선호하는 방법이다. 지난 7일 트럼프는 성명을 발표하여 이슬람을 비판하면서 “타
▲ 동지 팥죽 문뜩 아침에 달력을 보니 오늘이 동짓날임을 알았다. 1년 중 밤이 가장 긴 날. 과학적으로야 태양이 적도 이남의 남회귀선 23.5도까지 내려가 북반구에서 태양이 비추는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시간이다. 그런 시간이 동양의 세시풍속에는 동지라는 22번째 절기로 남았다. 다들 아다시피 이날 팥죽을 쑤어 먹는다. 팥의 붉은 색이 악귀를 쫒는다하여 팥죽을 먹는다. 동짓날 죽어 역질 귀신이 된 누군가가 팥을 무서워한다 하여 팥죽을 쑤어 사람이 드나드는 대문이나 문 근처의 벽에 묻혀 두고 역신을 쫒으려는 의미도 있다. 붉은 팥은 사악한 것을 막아주는 ‘벽사(辟邪)’의 힘이 있다고 하여 다양하게 사용됐다. 아직도 개업식이나 공사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고사에 팥떡을 놓고 사업 번성과 안전을 기원하는 것을 보며 그 영향력의 깊이를 되새긴다. 밤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것은 어둡고 무서운 시간일테지만 반대로 낮이 점점 길어진다는 의미로 희망의 시간이기도 하다. 몇일이 지나면 기독교에서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날이다. 어릴 적부터 동방박사와 아기 예수의 탄생 이야기는 너무 자주 듣고 보는 TV프로그램
▲ 고태민 도의원 제주는 지리적 특성으로 월동채소 재배의 최적지로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재배특성은 곧 농가의 소득으로 이어져 지난해 월동무 1360억원, 양배추 538억원, 브로콜리 208억원의 조수입을 올리는 등 제주 농가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잦은 비 날씨와 이상기온으로 월동채소 가격이 폭락하는 가운데 이러한 십자화과(꽃이 열십(+)자 모양으로 피는 식물)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큰 시련이 닥치고 있다. 뿌리혹병 또는 무사마귀병이라 불리는 병원균이 서부지역 월동채소 주산지에 폭발적인 속도로 번지고 있다. 뿌리혹병은 뿌리에 혹이 난 것처럼 증상이 나타나는데, 영양분의 흡수를 방해해서 고사시키는 병으로 십자화과 작물에 발병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뿌리혹병의 전파력은 물에 의한 전염과 농기계나 농기구에 묻은 흙을 통해서도 옮겨질 만큼 강할 뿐만 아니라, 6~7년 동안 토양 속에서 생존할 수 있어서 완전 방제가 어려운 병원균 중 하나이다. 제주농업기술원에 따르면, 2013년 9.8ha 발병했던 뿌리혹병 발생 면적이 2015년 103.4ha로 10배 이상 증가 했다. 더욱 큰 문제는 방제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한
▲ 제주도의회는 14일 오후 제335회 제2차 정례회 제6차 본회의를 열어 4조1000억원대 내년도 제주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학습효과가 나타났다고 봐야 하나? 기대치를 벗어나지 않았다. 목표가 기선제압이나 기싸움이 아니라 협상을 통한 타결이었던 이유로 지난해와 달리 2016년 제주도 예산안의 처리가 다르게 나타났다. 그 와중에서 도와 의회가 예산편성의 원칙에 대해 상호 역할과 영향력의 경계선을 획정지은 듯 하다. 일부 국지전으로 경계선을 미확정시키기는 했지만 상징적인 의미는 커 보인다. 내년부터는 예산안을 둘러싼 관전 포인트가 달라질 것이다. 2016년도 제주도 예산안이 14일 제주도의회에서 의결됐다. 지난 연말 도와 의회의 예산전쟁에 비하면 꽤나 일찍 조용히 끝난 셈이다. '예산전쟁'이라는 말처럼 하반기 내내 핑퐁게임 하듯 상호대립하던 예산문제가 올해도 초미의 관심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통상적으로 지루하기 그지없는 본회의의 의결과정이 기다려 진 것도 그 때문이다. 원희룡 지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지난해처럼 전체 부동의를 하고 의회가 예산안을 부결시키는 사태가 다시 일어날까? 아니면 대타협의 결과 아무 일 없이 지나가지는 않을까? 제주도와 의회는 일단
▲ 장진호 전투 중 중공군 저지선을 뚫고 이동하는 미 해병대. “추위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 동료들. 그들을 그저 바라봐야만 했던 일. 피가 나오자마자 곧 얼어붙어 버리는 지독한 맹추위. 눈 덮인 벌판에 끝도 없이 널려 있던 중공군의 시체. 차라리 죽어 버리면 이 고통을 잊을까 했던 추위 속에서의 중공군과의 혈투.” 직접 보고 체험한 전투 경험과 수집한 이야기들을 소설 형식으로 기록한 ‘브레이크 아웃(Breakout)’의 일부다. 저자인 마틴 러스(Martin Russ)는 해병대원으로 장진호 전투에 참가했던 가운데 이 책은 1950년 말 함경남도 장진호 부근에서 미 해병 제1사단 병력이 5배 이상 되는 중공군의 포위망을 돌파해 후퇴에 성공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진호 전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까 한다. 1950년 겨울, 북한의 임시수도인 강계를 점령하려 한 미국 해병 제1사단이 장진호 근처의 산 속 곳곳에 숨어있는 중국군 제9병단(7개 사단 병력·12만명 규모)에 포위되어 전멸 위기에 처했다가 간신히 후퇴에 성공한다. 1950년 11월 26일부터 12월 13일까지 진행된 이 전투를 당시 미국의
카지노가 또 이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카지노 산업이지만 폐해 역시 만만찮은 게 현실-.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에 이르러 중국자본의 진출과 맞물려 카지노는 다시 새로운 정책의 시험무대에 섰다. 백승주 박사가 이 문제에 대한 해법찾기를 모색한다. 10여회로 나눠 싣는다. / 편집자 주 최근 세계의 많은 나라 정부 또는 기업들이 국부창출에 일조할 목적으로 자국시장으로 중국인들을 유인하거나 중국시장에서 중국인을 위한 사업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이들 대다수가 하는 족족이 다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상당수는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실패하여 크게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극히 일부만이 중국인의 마음을 사서 소위‘대박’을 터뜨리는 성공을 거두고 있을 뿐이다. 중국인들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한 사례들에서 주로 발견되는 하나의 공통점은 중국인을 자국으로 끌어들이거나 중국 현지에 진출하는 경우 주관적 판단 하에서 대개는 ‘안이하게 접근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를‘열심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 여기서 ‘안이함&
▲ 원 지사는 지난 3일 한국홍보관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한국의 대표사례인 '카본프리 아일랜드 제주2030' 비전을 소개했다. 원희룡 지사의 출장이 길다. 11월말 중국 하이난을 다녀오기 무섭게 다시 유럽 출장을 나섰다. 대단한 활동량이다. 이번 유럽 출장 중 원 지사는 UN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카본프리 아일랜드 제주2030 비전’을 발표하고 ‘그린빅뱅 전략’을 소개했다. 이후 다양한 국제회의에 참석하며 국제교육지원센터 개설 등 다양한 성과를 쏟아내고 있다. 살인적인 일정과 성과에도 이 같은 소식을 듣는데 감흥이 크게 없다. 오히려 고개가 갸우뚱해지기까지 한다. 솔직히 현실감이 떨어진다. ‘그린빅뱅 전략...이건 또 뭐지?’ 들어보기는 했지만 정확히 모르는 개념이자 용어가 또 나왔다. 도가 내놓은 자료에는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에너지저장시스템(ESS)등 상호 연관된 친환경 산업의 기술융합으로 혁신적인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이라고 되어 있다. 이미 3월에 소개됐고 6월에는 제주그린빅뱅추진위원회가 발족까지 했다. 물론 서울에서다. 그러나 이들
▲ 이집트의 투탕카멘 무덤. 이집트의 투탕카멘 무덤이 유명한 이유는 거기서 나온 황금마스크보다 ‘투탕카멘의 저주’ 때문일 것이다. 영생을 믿었던 이집트 왕들은 다시 태어날 걸 생각해 무덤을 또 다른 삶의 공간처럼 화려하게 꾸몄다. 그런 영적 공간을 침범한 사람에게 무덤 주인이 재앙으로 복수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이집트 정부는 투탕카멘왕 묘실 뒤에 또다른 묘실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3개월 전 한 고고학자가 기원전 14세기의 미녀 왕비 네페르티티의 묘실이라고 주장한 곳이다. 그녀는 투탕카멘 아버지의 부인이었지만 친모는 아니었다. 이집트 측은 레이더 탐사 등의 간접적 방법으로 그녀의 묘실 존재를 확인했다. 그렇지만 더 정확한 확인을 위해선 투탕카멘 묘실의 벽을 허물고 발굴을 해야만 한다. 고고학자들도 투탕카멘의 저주를 우스개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오싹하지 않을 수 없다. 1922년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가 투탕카멘을 발굴하고 몇 달 후 발굴을 후원한 카나본경(卿)이 면도 중에 생긴 상처를 모기에 물려 폐혈증으로 사망했다. 투탕카멘 미라 얼굴에 난 상처와 똑같은 부위였다고 한다. 어떻든 10년간 발굴 관련자 20여 명이 사고
춤 공연을 본다는 게 흔한 일이 아니다. 그렇거니와 감상평을 쓴다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이 때문인지 관람평을 쓰는 일로 하루 이틀 머뭇거리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부끄러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아트센터에서 열린 제48회 도립무용단 정기공연 '춤, 홍랑'. 조선후기 제주에서 실제로 벌어진 역사적 사실을 테마로 한 창작 무용 작품이다.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사랑하는 이를 지켜낸 제주여인 홍윤애의 아름다운 감동의 러브스토리를 '춤'으로 풀어냈다는 공연에 슬쩍 발길을 옮겼다. 오랫만에 객석에 앉아 춤사위를 보면서 내내 선입견으로 인한 내 무지와 잊혀졌던 시각에 대한 생각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은 어쩌면 또 다른 설레임의 결과와도 같다. '춤 홍랑'이 주는 100분의 시간은 통상적인 전통무용의 춤사위가 주는 짧은 집중시간이나 순수 창작무용이 만들어 내는 깊은 성찰의 난해함과는 다른 분위기여서 즐거움을 준다. '춤, 홍랑'은 뮤지컬에 가까운 종합 무용극을 쉼없이 보여준다. 순간적으로 딴청을 피울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인가? 굳이 다른 표현을 쓰자면 '만수대 공연단'의 제주판을 보는 듯 한시도 쉼없이 다양한 색감과 춤을 제공한다. 결코 비판적인 의미가 아니
▲ 총선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양치석 전 제주도 농축식품국장. 제주 제2공항은 1주일이 넘도록 제주의 이슈를 선도 중이다. 그만큼 중요한 이슈이기도 하지만 향후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모든 관심이 제2공항에 쏠리는 와중에 제주 갑 지역구가 갑작스레 총선무대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3선 현역의원에 맞선 새누리당 주자행렬이다. 당사자들의 복잡한 속내가 사슬처럼 얽혀가며 흥미를 더해간다. 점입가경이다. 제주 갑 지역구를 두고 2명의 예비후보자가 연이어 출사표를 던졌다. 양치석 제주도 농림축산 국장의 17일 총선출마 기자회견은 깜짝 놀랄 이벤트다. 현직 제주도 국장이 주간회의 자리에서 사직을 표명하고 다음날 바로 총선 출사표를 던졌으니 말이다. 기선을 빼앗길까 그 다음날 이번에는 양창윤 전 JDC 기획본부장이 다시 총선 출마를 선언하며 기자회견을 했다. 이미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로 해 JDC에 사표까지 낸 상태라 예정된 수순이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에 서두른 느낌이다. ▲ 출마회견하는 양창윤 전 JDC 본부장 (사)청년제주 강창수 이사장 역시 14일 저서 ‘아껴놓은 제주,아껴놓을 제주’ 출판기념회를 통해 총선행보를 시작했다.
1979년 개봉된 미국 영화 ‘디어헌터’의 무대는 펜실베이니아의 조그만 한 도시였다. 마이클과 닉, 스티븐은 러시아계 이민가정출신 절친으로 제철소에 다니면서 사슴사냥을 즐겼다. 60년대 말의 거대한 제철소 배경이 인상적이었다. 아마 번성했던 제철도시의 마지막 모습이었던 듯 하다. 지난 16일 천안시와 LH가 공동으로 개최한 도시재생 국제심포지엄에서 펜실베이니아주 철강도시 피츠버그의 톰 머피(Tom Murphy) 전 시장이 특강을 했다. 그는 1994년부터 2005년까지 12년간 세 번 시장을 역임하면서 피츠버그의 도시 재생을 적극적으로 이끈 사람이다. 사실 피츠버그 도시살리기 사업은 70년대부터 시작됐다. 피츠버그시는 제철산업으로 강·대기 모두 심하게 오염됐던 공해도시였다. 제철소 옆으로 앨러게니강이 흐른다. 70대 초반인 톰 머피 전 시장이 어렸을 때 어머니는 항상 “악취 나는 강에 가지마라”고 말했다. 이런 강가의 제철소를 허물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컨벤션센터를 2003년 완공시켰다. 그가 시장으로 있을 때다. ‘데이비드 로렌스 컨벤션센터’는 세계 최초의 완벽한 녹색 빌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