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연일 시끌벅적한 게 정신이 하나도 없다. 대통령이 탄핵으로 파면돼 급작스레 후임을 뽑는 선거판이 벌어진 판에 북쪽 '석동(石童ᆞ돌아이)'은 미사일 장난을 계속하고, 이에 경쟁이라도 하듯 바다 건너 큰 석동 역시 느닷없이 돈타령으로 겁박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정이 이런 데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자들은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해 서로 네 탓에 핏대를 올리느라 여념이 없으니 도대체 이게 나라인지, 나라라면 누구의 나라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시절은 곡우(穀雨)가 지나 본격적인 농사철인데 전국이 유세밭으로 변해버린 마당에 농심(農心)마저 흩어놓고 있지나 않은 지 저으기 걱정된다. 하긴 대통령을 뽑는 일도 나라살림을 농사로 치면 농삿일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도 큰 일이니 이해는 한다. 앞으로 5년 동안 먹고 살 농사의 씨앗을 고르고 뿌리는 일이니까. 국회의원 선거가 밭농사라면 모름지기 대선은 우리의 주식(主食)인 쌀을 마련하는 논농사라 할 수 있다. 논농사건 밭농사건 가장 먼저 하는 일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 좋은 종자(種子)를 고르는 것인 만큼 나라 농사에도 지도자를 뽑는 일이야말로 같은 맥락에서 엄청난 대사임에 틀림없다. 종자가 '후지면' 아
▲ 유진의 제주도의원. 지난 4월 20일은 제37회 장애인의 날이었다. 일부에서는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라고도 한다. 아직도 장애인의 차별이 곳곳에 존재하기 때문에 차별적 요소를 없애야 한다는 의지의 표명일 것이다.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 10년,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 2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에게 불편하고, 차별적인 요소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물론, 과거에 비해 장애인 등의 편의시설 설치율도 높아지고 사회적 인식도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많은 장애인이 자유로운 사회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가는 곳곳 마다 휠체어, 유모차를 방해하는 턱과 계단, 좁은 인도폭, 시각장애인을 위험한 차도로 안내하거나, 설치가 중단된 유도블럭, 승강기가 없어 접근할 수 없는 건물 등 셀수도 없는 위험요인, 접근불가능 요소들이 우리 사회에 넘쳐난다. 장애인 등의 편의시설과 관련해서 법률로 도로, 공원,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에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으며,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시설주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시정명령을 받고도 이행하
‘서구의 텔레비전은 문 밑으로 스며드는 하수구와 같다.’ 전에 <무한도전> <1박2일> <런닝맨> <나가수> 등이 하도 유명하다하여 일부러 시간 내서 봤는데(집에 TV수상기를 없앤 지 약 20년은 됐다), 보면서 바로 떠오른 건 솔제니친이 한 위의 말이었다. 공감하며 동감하며, 동시에 절감하며 통감한다. 하기야 모든 프로그램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TV수신료를 매달 내놓고 이것 아까워 보다보면 이것저것 보게 되는데, 위의 그런 프로로 우리는 그 소중한 나의 시간을 빼앗기고 남 놀고 남 돈 벌고 남 인기 올리는 데에 기여해줄 뿐이다. 이윤추구가 최대의 목적인 기업들처럼, 현대 미디어의 최고 목표는 시청률이다. 열심히 봐줬더니 광고가 많이 붙고 천정부지의 연예인 몸값이 이 시청률로 지급되니 소비자인 시청자가 이 모든 비용을 몽땅 지불하는 꼴이다. 이러니 미디어회사들은 순간적으로 입맛을 맞춰야하는 인스턴트식품이 되어야하고, 자극적인 조미료나 향료, 향미증진제를 만들어내야하고, 시청을 오래 끌어야하니 방부제도 첨가해야할 거다. 모두 우리 몸을 썩게 하는 것들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인스턴트와 같
경사(慶事)가 났다. 아기손바닥만한 내 정원에 살구꽃이 피었다. 그것도 한두 송이가 아니라 무려 스물대여섯 송이나 말이다. 이로써 비로소 나에게도 봄이 완성됐다. 내게 살구꽃은 망향(望鄕)의 꽃이다. 내 고향은 시방 내가 사는 곳에서 엎어지면 코닿을 듯 그리 멀지 않은 동네지만 그 품을 떠난 지 어언 30여년, 이제나 저제나 늘 꿈에서도 그립기만한 것은 매한가지다. 그래서 몸뚱어리는 회색빛 찬 도시에 박고 있을망정 고향을 못잊어, 고향을 그리며 주로 그녘 풀이며 나무를 돌보는 게 취미이자 중요한 일과(*차라리 의무라는 게 맞다!) 가 돼버린지 오래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게 바로 저놈 살구나무인데 이름부터 익숙하게 정겨운데다 인연도 남다르기 때문이다. 20년도 더 전 어느 여름날, 하릴없이 동네를 어정거리다 아파트 옆 아스팔트 길가에 싹이 튼지 달포나 됐을까, 반뼘이 될듯말듯한 살구나무가 자라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여느 눈엔 아예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테고, 설사 보였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그냥 지나쳤겠지만 눈밝은 촌놈에겐 정말 어쩔 수없을 정도로 애처롭기 짝이 없었다. 흙이라곤 쥐눈꼽만큼 있는 곳에 뿌리를 내린 탓에 한여름 땡볕으로 달궈진
오늘 아침 무심히 달력을 보다 깜짝 놀랐다. 삼월삼짇날이 지난 지 어느덧 엿새째라는 사실 때문이다. 삼짇날하면 제비인데, 제비는커녕 텅 빈 하늘엔 비 머금은 희뿌연 먼지만 가득한 '슬픈 봄'이 거기 있었다. 지난 한 달 가까이 봄맞이 타령으로 들뜬 채 그렇게 맞은 봄이 사실은 반쪽짜리라는 슬픈 현실과 그것을 자각(自覺)조차 하지 못한 미욱함이 한없는 부끄럼으로 가슴을 때린다. 봄은 본디 빛으로 오고, 소리로 오는 법이다. 새로이 움트는 잎의 푸르름과 울긋불긋 피어나는 꽃들의 잔치는 봄의 화사한 얼굴이요, 겨우내 깊게 가라앉혔던 목청을 틔운 새들의 지저귐은 봄의 생동(生動)하는 리듬이다. 봄빛은 정태적(靜態的)이지만 연한 듯 강하게 마음을 물들이고, 봄의 소리는 기운을 솟구치게 해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게 한다. 굳이 한 편을 들라면 후자가 동적(動的)이라 더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듯하지만 실제론 함께라야 온전하고 그것이 바로 자연스러운 봄맞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봄이 그저 화선지에 물감 번지듯 다가와 소리 없이 휑한데도 그것이 당연한 일인 양 돼버린 게 이 땅의 현실이니 참담할 따름이다. 활기찬 비상(飛上), 상쾌한 지저귐으로 봄을 몰고 오는 제비가
▲ 허창옥 제주도의원. 지난주 한 중앙언론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자료를 근거로 “한미 FTA 발효 5년이 지난 지금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이 확대되면 국내 농가들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요지는 한·미 FTA 발효 이후, 국내 농가의 소득이 증가했다는 것으로 전체 농가의 평균소득이 2015년 3722만원으로 FTA 발효전인 2011년(3015만원)보다 23.4% 증가했고, 특히 미국산 쇠고기와 경쟁한 축산농가의 소득은 4년 사이에 66.1%나 상승했다는 하였다. 이 기사를 접한 필자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 간과되는 것 같아 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국 평균 농가부채는 지난 2015년 2722만원으로 FTA 발효전인 2011년(2604만원)보다 4.5%만 상승하여 소폭 증가했으나, 제주지역의 경우 2011년 3104만원에서 2015년 6185만원으로 99%나 증가했다. 이것은 농업의 특성에 따른 자본적·생산적 부채 증가로 특히 투자비용이 높은 축산업의 경우, 조류독감과 구제역, 돼지열병 등 여러 요인에 의한 피해 발생을 감안해 볼 때, 축산농가의 소득
▲ 김태석 도의원. 지난 1월 감사위원회는 동아시아문화도시 사업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 했다. 감사결과의 주요 성과로는 우선 동아시아문화도시 교류사업이 행사운영비 또는 민간위탁금으로 편성하여 사업추진하는 것이 타당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두 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된 민간경상보조 사업의 사업자인 H문화재단 제주지부는 별도의 법인격이 없이 법률행위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점과 이런 사업자를 대상으로 법률행위를 한 것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세 번째는 사업선정 심사에 중요사안이었던 자부담 3억7천여 만원에 대한 자부담 이행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을 들어 약속한 자부담금을 회수하라는 조치를 내리고 있다. 감사위원회의 해당 조사결과는 지난 의회 행정사무감사의 지적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내용이라 볼 수 있다. 다만 감사위원회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부 이해하기 어려운 감사결과 내용을 몇 가지 적고자 한다. 첫 번째는 동아시아문화도시 문화교류사업 보조사업자로 “(재)H문화재단으로 보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지금 것 논란이 되어온 “(재)H문화재단제주지부”와는 다른 결론이고 집행부는 이미 모든 공문과 절차를 통
▲ 허창옥 제주도의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행정명령에 전격 서명했다. 미국 주도로 12개국이 높은 수준의 포괄적 협상을 맺었던 대규모 무역협정으로 우리나라도 가입의사를 밝히고, 조율하고 있었던 협정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 1차 산업 입장에서는 수출을 위해서 대한민국의 식탁을 더 내주는 협상으로 밖에 인식할 수 없었기에 반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의 신임 대통령의 행보를 자세히 살펴보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개정하기 위한 정상회담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등 미국에 유리한 통상만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다음 순서가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할 것은 자명한 일로 결코 다행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협상을 통해 우리나라의 자동차나 전기제품을 더 잘 팔겠다고 농축산물 시장을 내어주었는데, 이제는 농축산물 시장을 더 개방하지 않으면, 자동차나 전기제품을 못 팔게 하겠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신임 미국 대통령의 행보로 인해 중국과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강하게 나타나서 통상이 어려워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 고용호 도의원. 제주에서 1차 산업은 기간산업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다. 실제 산업비율도 12.7%로 전국평균 2.3%의 5배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 그 어느 지역보다 경제와 상당한 연관관계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차 산업이라고 하면 과수, 식량작물, 채소, 특용작물, 화훼, 축산업, 수산업 등 매우 다양하겠지만, 기후변화가 심화되고 소비자 식생활의 변화가 큰 요즘에는 밭작물에 관심을 기우릴 필요가 높다고 본다. 밭작물의 사전적 정의는 ‘밭에서 나는 곡식 작물’이다. 과거 보리·메밀과 같은 단순한 품목에서 벗어나 현재에는 브로콜리를 비롯한 다양한 품목이 재배되고 있고 시도되고 있다. 특히 제주지역은 대한민국 최남단이라는 지리적 이점이 도드라지면서 도서지역 물류비 부담이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월동채소의 주산지로 자리 잡고 있다. 올 겨울 제주지역 월동채소 작황부재가 고스란히 육지부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어서 제주지역 밭농업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과수의 경우, 한번 식재하면 최소 수 십년 동안 생산이 되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품목변경을 하지 못하는데 반해, 밭작물의 경우 품목의 변
▲ 프랑스 종군기자 캐더린 르로이의 1967년 안개와 케산전투 미해병 사진. 베트남 전쟁에서 안개가 승패에 큰 영향을 줬던 전투가 바로 ‘케산 전투’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미국 대장 크레이턴 에이브럼스는 “역사상 그 어떤 전투에서도 베트남의 케산에서처럼 날씨가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 적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은 그만큼 이 전투에서 안개와 낮은 구름으로 인해 큰 곤욕을 치러야했다. 베트남 전쟁에 미국 해병대까지 투입됐는데 강력한 전투력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숨어있었다. 교착(交着)되어 있는 전황(戰況)을 단숨에 역전시켜 주도권을 잡아보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병대의 무력시위에도 불구하고 변화될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애초 다낭 기지의 방어를 위해 파견된 해병대는 적의 로켓포 사정거리 안에서는 방어가 무리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다낭 기지에서 60㎞ 지점까지 전진했다. 미 해병대는 이윽고 국도 9호선을 따라 라오스 국경 근처까지 이동해 ‘케산’ 기지를 만들었다. 이곳은 북베트남에서 남베트남으로의 침투, 적 병참선 차단 및 미군의 초계활동을 위한 전진기지로 사용됐다. 남베트남으로
▲ 현정화 의원. 지난 9월1일 필자는 의회 의장님과 동료의원, 도지사님과 공무원 그리고 도민들께 5분발언을 통해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담아 중문 주상절리에 계획되고 있는 호텔신축 재검토를 요청했습니다. 필자에게 호텔신축은 사실 그렇게 큰일은 아닙니다. 개별 사업자가 호텔을 짓고 그것을 통해 이익을 내겠다는 것에 특별히 반대할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기에는 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이미 여러 시민단체에서도 지적했듯이 행정적인 절차 문제가 있었으며, 제가 더 걱정하게 된 것은 호텔신축이 주민과 우리아이들에게서 주상절리를 분리시켜 호텔업자의 정원으로 사유화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제주민들은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듯이 자연이 재산이고 자연이 숙명인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즉, 자연을 통해서 생계를 유지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부모님을 봉양하며,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환의 과정을 지난 천년간 해왔고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주요한 자연중 하나인 주상절리가 특정사업자의 개별정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현실에 답답함이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이를 막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사방팔방 방법을 찾았습니다.
▲ 탄핵정국의 소회... 역사와 미래 [제이누리 그래픽] 극악한 세상이 갑자기 정의로운 세상으로 방향을 바꾼 듯하다. 어제까지 불의에 가득차 있던 세상이 오늘은 정의의 가능성을 조금씩 엿보이게 한다.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는 순간, 촛불집회를 생각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변화의 욕구가 임계점에 닿았음을 느낀다. 무엇이 바뀔 것인가. 2년이 넘도록 세월호 7시간 동안 지도자의 행적은 오리무중이고 마치 주류인 듯 행세하던 어버이연합이나 박사모 등이 홍위병처럼 온 사회를 뒤덮었다. 시간을 되돌리려는 시도가 정당한 듯 억지가 자연스러웠던 시간들이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통해 이뤄낸 성과가 하루 아침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가고 그 시절 인물들이 기득권의 첨병이 되어 권력과 재벌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자리를 자처했다. 이뿐 아니다. 급기야는 국민의 삶을 70년대 유신시대로 회귀시키려는 시도가 사회 전 분야에서 추진됐다. 기득권에 반대하는 모든 것을 종북좌파의 틀로 몰아 극단화하려는 시도, 독재를 찬양하고 역사를 획일화하려는 국정교과서,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건국절이라며 일제강점에 대해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