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많은 ‘동화 같은 이야기’와 ‘다큐멘터리’의 혼재 속에서 살아간다.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처럼 신봉하기도 하고, 그것이 다큐멘터리이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수많은 위인전은 대개는 파이의 표류기 같은 동화인 경우가 많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다큐멘터리처럼 믿고 싶어 한다. ▲ 우리는 '동화 같은 이야기'와 '다큐멘터리'의 혼재 속에서 살아간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라이프 오브 파이’는 인도 소년 파이가 망망대해에서 무려 227일간 겪는 표류기다. 보통 표류기도 아니고 구명보트에 무시무시한 벵갈 호랑이와 동승한 표류기다. 사나운 호랑이를 길들이기도 하고, 어부처럼 낚시를 해서 호랑이와 사이좋게 나눠 먹기도 한다. 어떤 날은 갑자기 날치들이 하늘을 뒤덮을 듯 날면서 구명보트 가득 쌓이기도 한다. 표류 중 무인도를 만나 벵갈 호랑이 리차드 파커는 숲속으로 돌아가고, 파이는 항해를 계속해 결국 구조된다. 참으로 기적 같고 동화 같은 표류기지만 관객들은 ‘그럴 수도 있겠다’
▲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의 크레이드마크이자 딜레마다. 지난 2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시장과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각적으로 살펴야 할 때다. [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가 새로 구성돼 내년 최저임금 심의에 들어갔다. 법상 최저임금 고시 기한이 8월 5일이라서 7월 중순까진 결론을 내야 한다. 그런데 첫 회의부터 경영계는 경제적 어려움을 내세우고,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등 기싸움이 팽팽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의 트레이드마크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경제정책의 뼈대로 삼았고,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성장을 이끄는 견인차였다. 최저임금위도 이에 보조를 맞춰 2017〜2018년 2년 사이 최저임금을 29% 올렸다. 그런데 최저임금은 받는 쪽에서는 소득이지만 주는 쪽에서는 비용이다. 이런 두 얼굴의 속성 때문에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은 고용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줄이고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부담을 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고용시장 안의 상시 임금근로자 소득은 개선된 반면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는 비정규직 알바 등의 소득은 줄면서 가계소득의 양극화도 심화
스페인 부부 사이서 태어나 캐나다에 정착한 작가가 자신과 관계가 ‘1’도 없는 인도 소년을 주인공으로 작품을 쓸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듯하다. 아마도 기독교를 비롯한 배타적 ‘유일신 체계’가 아닌 힌두교라는 ‘물렁한’ 종교의 미덕을 생각해보고자 한 것인지 모르겠다. ▲ 아무리 '신념'이 짓밟혀도 그 '신념'때문에 죽지는 않는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파이의 가족이 신봉하는 ‘채식주의’라는 가치관은 캐나다로 향하는 이주선에서 난관에 봉착한다. 요즘은 비행기 기내식단도 채식주의자와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메뉴가 따로 마련되지만, 당시 호화유람선도 아닌 화물선 주방장에게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고민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파이의 아버지는 ‘자신의 가족은 모두 채식주의자이니 고기는 빼달라’며 요청하고 채식요리를 원한다. 주방장의 적대적인 반응이 이어진다. 영화에서 이 한 장면 등장하는 화물선의 너절한 주방장 역을 무려 프랑스 국민배우로 유명한 제라르 드파르디외(Gerard Depardieu
▲ 갈등의 해법을 찾기 위한 공개토론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다는 증거다. '타다 설전'을 계기로 신산업 태동의 길을 활짝 열어젖혀야 한다. [사진=뉴시스]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재웅 쏘카 대표가 설전을 벌여 주목을 받았다. 최 위원장은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로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는 이 대표를 향해 “이기적이고 무례하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 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라고 맞받아쳤다. 설전의 당사자와 주제, 발언내용 모두 세간의 관심을 끌 만했다. 정부의 장관급 인사와 기업 대표가 맞붙는 모습은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다. 인허가 등 권한을 쥔 정부가 갑(甲)이라면 그 눈치를 봐야 하는 기업인은 을(乙)이기에. 과거 권위정부 시절에 이랬다간 괘씸죄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거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서는 등 손보기 대상에 올랐을 게다. 설전의 주제도 핫(hot)했다. 택시기사가 목숨을 끊으며 제기한 이슈인데다 이재웅 대표는 관련 승차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대표다. ‘무례하다&
▲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는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나 무역전쟁이 초래할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해 대비해야 한다. 홍남기 경제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지난 8~9일 무역협상 결렬 뒤 보복과 재보복의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관세를 인상하자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 부과를 선언했다. 미국은 또 다른 추가 고율관세 부과 제품 리스트 공개로 맞섰다. 관세전쟁만으론 부족했는지 미국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기업이 만든 통신장비를 쓰지 못하도록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명분은 국가안보이지만 중국의 기술굴기(堀起)에 대한 태클이자 세계적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를 정조준한 것이다. 문제는 미중의 패권 다툼이나 정치지도자간 자존심 대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G2(미중)간 분쟁은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 증시는 물론 유럽과 아시아 증시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경기 부진에 기진맥진하던 한국 경제는 금융시장 혼란이 가세하며 내우외환에 빠져들었다.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했다. 지난 4월 초 1130원
‘라이프 오브 파이’의 주인공 소년 파이의 종교는 힌두교다. 파이는 어린 시절 친구와 동네 성당 입구의 성수(聖水)를 훔쳐 마시자는 내기를 한다. 감히 ‘성수’에 손대는 소년을 발견한 성당 신부는 ‘목이 마른 모양이구나’ 라며 성수 대신 생수를 주는 관용을 베푼다. 이후 파이는 ‘왠지 예수라는 사람이 좋아졌다’고 술회한다. ▲ 이념도 단일신관이어서는 안 되는 걸까.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도 모두 좋은 이념들일 뿐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파이가 보여주는 신앙관은 흥미롭다. 인도 타밀족 가정에서 태어나 성장하는 파이의 종교는 자연스럽게 힌두교일 수밖에 없다. 힌두교는 문자 그대로는 ‘인도의 종교’를 뜻한다. 인도에서 기원된 모든 종교를 포함하는 말이 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베다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불교와 자이나교를 배제한 의미로 사용된다. 특정한 교조나 교리, 중앙집권적 권위나 위계조직이 없이 다양한 신앙 형태가 융합된 종교인 힌두교 안에는 거의 모든 형태의 종교가 발견된다. 융합적 태생 덕분에 다른
▲ 수도권에 베드타운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재고할 시점이다. 수도권 신도시보다 서울 강북 인프라 확충과 도심 내 '스마트 미니타운'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또 신도시 건설이다. 경기도 고양시 창릉지구와 부천시 대장지구가 7일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됐다. 이로써 중소 규모 택지 개발지구를 제외한 면적 330만㎡(약 100만평) 이상 3기 신도시만 5개다. 여기에 2기 신도시 10개, 1기 신도시 5개를 더하면 수도권 신도시는 20개에 이른다. 이쯤되면 대한민국은 이제 ‘서울 공화국’을 넘어 ‘수도권 공화국’이자 ‘신도시 공화국’ ‘아파트 공화국’으로 불릴 만하다. 역대 정부의 수도권 신도시 건설 목적은 서울 아파트값 가라앉히기다. 시작은 1988년 노태우 정부의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이었다. 당시 3저(저금리ㆍ저물가ㆍ원화약세) 호황과 서울올림픽 특수, 베이비부머 세대 결혼이 맞물리면서 서울 집값이 치솟았다. 서울 반경 20㎞ 안팎 분당ㆍ일산ㆍ평촌ㆍ중동ㆍ산본 등 5개 신도시에 주택 28만여채가 건설됐고, 입주
이름이란 그 사람의 존재와 불가분의 관계를 이룬다. 이름이 남아있는 한 사후(死後)에도 그 사람은 존재한다. 당연히 이름이 없어지면 그 사람도 없어지는 것이다. 옥스퍼드 언어학파는 “이름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그런 면에서 이름은 생명이며 존재 자체다. ▲ 다른 사람이 나와 나의 이름을 존중해 줄 때 자신도 자신의 이름에 책임을 질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는 우리가 대개는 아무 생각 없이 부르고, 또는 불리는 ‘이름’을 생각하게 한다. 인도 타밀족인 주인공 소년 파이(Pi)의 정식 이름은 ‘피신 몰리토어 파텔(Piscine Molitor Patel)’이다. ‘몰리토어(Molitor)’라는 인도에서 다소 생소한 이름이 들어간 이유는 그의 삼촌이 프랑스 파리 여행 중 묵었던 호텔의 수영장 물의 깨끗함에 감동해서 갓 태어난 조카의 이름에 생뚱맞게도 파리 호텔 이름을 넣은 것이다. 그 물처럼 맑고 깨끗하게 살라는 삼촌의 축복이었는지 모르겠다. 파리
▲ 여야 정당과 청와대 등 정치권은 남 탓을 하기 전에 내 허물을 먼저 봐야 한다. 진보.보수 프레임과 이분법을 낡은 사고방식으로 규정한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필요한 자세다. [사진=연합뉴스] 생일이라고 마냥 즐거워하며, 주변 모든 이들에게 축하와 박수를 기대할 수는 없다. 때론 내가 어떻게 살았고, 살아갈 것인지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제대로 성장하고 더 발전할 수 있다.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태어난 사람이 이럴진데, 나름 목표와 사명을 지니고 탄생한 조직이나 이익집단은 더하다. 출범 기념일에 축하와 박수를 받기보다 구성원과 주변의 냉정한 평가와 요구에 직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존재 이유를 망각한 채 샴페인만 터트렸다간 웃음거리가 됨은 물론 지속가능성도 위협받는다. 문재인 정부가 9일 출범 두돌을 맞는다. 국민이 투표를 통해 선택한 정부에 대한 각계의 평가와 요구가 잇따른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나 전문가 의견을 보면 대체적으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웃돈다. 촛불 민의를 바탕으로 출범한 정부가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갤럽의 국민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정부가 취해온 복지ㆍ대북ㆍ외교정책은 긍정 평가가 50%
▲ 경제가 최악의 역성장을 했는데도 정치권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선거법.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 문제를 놓고 막장 드라마만 연출했다. 이래서야 나라 경제가 살아나겠는가. [사진=연합뉴스] 충격적인 역(逆)성장이었다. 한국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뒷걸음쳤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정부도 미처 몰랐다고 한다.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0%대 초반으로 예측했는데 -0.3%로 발표되자 주가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1분기 성적표로 본 한국 경제는 총체적 난국이다. 투자와 수출, 소비 어디 하나 믿을 데가 없다. 설비투자는 10.8%나 쪼그라들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분기 이후 21년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건설투자(-0.1%)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성장엔진 수출까지 식었다. 1분기 수출은 전 분기보다 2.6% 감소했다. 민간소비(0.1%)나 정부소비(0.3%)가 무너지는 투자와 수출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동안 반도체 호황과 정부 재정지출에 기대온 경제성장의 한계를 노출했다. 반도체 호황은 중국의 경
리안(李安) 감독에게 2번째 아카데미 감독상을 안겨준 작품 ‘라이프 오브 파이(2012년)’는 스페인 태생 캐나다 작가인 얀 마르텔(Yaan Martel)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2001년 출판돼 전세계 50여 개국에서 1200만부 이상 판매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대만의 거장 리안 감독이 유려한 솜씨로 스크린에 풀어냈다. ▲ 인행의 고생길에서 한탄만 한다면 길가에 핀 꽃의 아름다움은 느낄 수 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와호장룡’ ‘색ㆍ계’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리안 감독은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2006년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거장이다. ‘라이프 오브 파이’ 역시 관객과 평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호평을 받으며 2012년도 아카데미 감독상을 차지했다. 얀 마르텔의 원작소설 「라이프 오브 파이」는 굳이 분류하자면 ‘어른들을 위한 동화’쯤 될 것 같다. 수많은 고정 관념들로 가득 차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된 ‘어른’들의 머리에 신선한 충격과 자극을 선사한다. 인
관타나모 해병대 기지 사령관인 제섭(Jessup) 대령은 부대의 치부를 외부에 폭로하겠다고 위협하는 산티아고 일병을 향해 ‘코드 레드(Code Red)’를 발령한다. 합의되고 위임받은 공권력에 의한 처벌이 아닌 비합법적이고 은밀한 사형(私刑)이다. 문서에 기록된 공식적인 지시일 리 없다. 피라미드 조직처럼 입에서 귀로 전 부대원들에게 전파된다. ▲ 성역은 신계(神界)를 동경한 인간들의 상상에서 시작돼 권력장치로 변질됐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은밀한 명령인 ‘코드 레드’가 발동된 후 산티아고 일병은 같은 부대원들에게 살해된다. 흔한 군부대 사고사로 묻힐 뻔했던 이 사건은 의기충천한 조앤 갤러웨이(데미 무어) 소령과 재기발랄한 군법무관 캐피(톰 크루즈) 중위에 의해 점차 윤곽이 드러난다. 결국 ‘코드 레드’ 발동의 수괴인 제섭 사령관이 군법정에 소환된다. 하지만 제섭 사령관이 누구인가. 전쟁의 신이고, 무수한 훈장을 모두 주렁주렁 매달면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 인물이며, ‘무려’ 백악관 안보회의 참석 멤버다. 한마디로 감히 건드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