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으로 공유경제에서 가장 활발한 분야는 모빌리티다. 모빌리티 업계와 택시업계의 상생안은 혁신산업의 모델을 제시하는 시금석이다. 이런 면에서 이번 정부 정책에선 혁신 의지가 읽히지 않는다. [사진=연합뉴스] 모빌리티(이동) 플랫폼 사업을 허용하는 택시제도 개편 방안이 나왔다. 정부가 플랫폼 사업자에게 운송면허를 내주고, 해당 사업자는 운행차량 대수를 할당받는 대가로 사회적 기여금을 내야 한다. 정부는 이 기여금을 택시감차 비용으로 활용하며, 택시 총량을 관리한다. 사업자는 운행차량을 모두 직접 소유해야 하고(‘타다’처럼 렌터카는 안 된다), 기사는 택시기사 자격증 보유자만 가능하다. 이쯤 되면 택시회사를 새로 설립하라는 얘기다.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이란 명칭과 달리 기존 택시업계 보호대책에 가깝지 혁신성장 방안으로 보기 어렵다. 규제를 풀기는커녕 진입장벽을 더 쌓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신산업 육성이나 소비자 편익 증진보다 내년 총선거를 의식해 택시업계 표를 더 고려한 것 같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논란의 한 축이었던 타다 입장에선 운행 중인 1000여대
▲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 [사진=뉴시스] 막심 볼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 대리는 24일 "한국의 영공침범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절대 고의적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과 전통적 우호관계를 귀중히 여기며, 양국관계가 훼손돼선 안된다"고 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윤상현 외교통일위원장를 만난 주한 러시아 대사 대리의 발언은 꼭 남의 나라 이야기를 대신 하는 것 같은 표현이다. 이같은 변명은 ‘러시아는 여자의 눈물을 믿지 않는다’는 영화제목과도 같은 거짓말이다.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가 23일 오전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하였고, 이 과정에 러시아 폭격기는 독도 인근 우리 영공을 두차례나 침범했다. 우리 군은 F-15K와 KF-16 등 전투기를 출격시켜 러시아 폭격기 쪽으로 360발의 경고사격을 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러시아 대사 대리에게 "국회 외통위원장으로서 러시아 군용기의 대한민국 영공침범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행위고 용납할 수 없는 주권침해 행위“라고 항의했고 "특히 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동북아시아 평
미국에서는 남북전쟁 이후 흑인 노예들이 공식적·법적으로는 해방됐지만 실질적인 해방과 평등이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해방은 곧 평등’이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1945년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해방됐다고 해서 일본과 평등해진 게 아닌 것처럼, 흑인들이 노예로부터 해방됐다고 즉시 백인과 평등해진 것은 아니다. ▲ 21세기 한국에선 많은 재벌이 자신이 성취한 자격보다 거저 얻은 자격으로 군림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1960년대까지 미국의 남부 일부 주에서는 학교와 극장과 같은 공공시설, 화장실은 물론 대중교통수단까지 흑인이 백인과 평등하게 사용할 수 없었다. 일부 주에서는 영화 속에서도 보여주는 것처럼 흑인은 일몰 후엔 외출조차 금지됐다. 심야에 백인 운전사가 운전하는 캐딜락 뒷자리에 점잖게 앉아 국도를 달리던 돈 셜리는 흑인이 밤중에 돌아다녔다는 이유로 경찰서로 연행된다. 백인들의 호텔 파티에 피아노 연주자로 초청된 돈 셜리지만, 화장실은 호텔 밖 ‘뒷간’을 이용해야만 한다. 노예에서 해방은 됐지만 흑인들은 인도의 악명 높은 카스트 제도에조차 포함되지 못하
▲ 한국은 정량적인 기준으로 연구성과를 평가한다. 시간이 걸리는 기초연구는 홀대받을 수밖에 없다. 국가 R&D 투자 우선순위를 재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대다수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우리 과학기술계의 민낯이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세계 1위다. 정부와 민간을 합친 R&D 비용 총액은 세계 5위, 인구 1만명당 연구원 수도 세계 3위권이다. 그렇다면 연구개발의 질적 성과 및 혁신가치 창출 성과는? 부끄럽게도 하위권이다. SCI(국제과학논문인용색인)급 논문 게재와 특허등록 건수가 각각 10위, 4위인 반면 연구원 1인당 논문 인용 수는 35위, R&D 투자 대비 기술수출액 비중은 30위에 머물렀다. 투입은 많은데 질적 성과는 별로인 이른바 ‘코리안 패러독스’의 대표적 사례다. R&D 비용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많은데, 왜 일본이 수출규제에 돌입한 반도체 소재ㆍ부품의 국산화는 진전이 없는가. 이 사례를 놓고 국가 R&D 사업 전반을 실증 분석해보자. 학계는 관료주도형 연구통제의 한계를
1960년대로선 흔치 않게 고등교육을 받은 흑인 돈 셜리는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이라는 ‘야만성’을 체감하고 고민할 법한 인물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흑인 인권운동에 나서긴커녕 눈길조차 안 준다. 차별과 탄압에 대책 없이 울부짖는 흑인들도 꼴 보기 싫고, 거칠고 폭력적인 저항도 ‘인텔리’ 흑인이 보기엔 가당찮을 뿐이다. ▲ 모두가 평등을 말하지만 사실은 모두가 상대의 위에 서고자 하는 욕망일 뿐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인종차별의 모순과 그에 대한 문제 제기가 최고조였던 1960년대, 미국의 ‘이슬람 국가(Nations of Islam)’ 운동도 절정기를 맞는다. 아무리 기도하고 매달려도 자신들을 구원해줄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백인들의 신’인 예수를 포기하고 예수와 별로 사이가 안 좋은 듯한 마호메트에게 달려가 하소연해 보기로 한다. ‘적의 적’은 나의 친구가 될 수 있는 법이다. 적의 적을 만나면 터무니없는 동지애가 불끈거리고 엔도르핀도 솟구친다. 말콤 X(Malcolm X)로 대표되는 이슬람 국가의 전
▲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을 사실상 금수(禁輸) 조치한 것은 한일 양국 기업들을 어려움에 빠뜨릴 것이다. 한일 정부가 대화의 물꾜를 하루빨리 터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일본이 4일부터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동했다. 대상은 우리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제조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ㆍ부품이다. 청와대 정책실장 설명대로 ‘일본에서만 수입하는, 우리가 가장 아프다고 느낄 1~3번을 짚었다’고 하니 일본이 마음먹고 한국의 급소를 찌른 셈이다. 한국으로선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지난해 일본에서 들여온 규제 대상 3개 품목 수입액은 4500억원 정도이지만, 이로 인해 발목이 잡히는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수출액만 176조원이 넘는다. 일본의 이들 소재 세계시장 점유율이 70~90%여서 대체 수입처 찾기도 쉽지 않다. 경제보복 조치까지 동원하며 한일 양국이 정면충돌한 것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 벌어진 비상상황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수출규제에 나선 것은 치졸한 행위다. 그렇더라도 우리 정부의 대응 자세는 무책임하고
돈 셜리 박사는 흑인과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고 백인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길 갈망한다. 명문 시카고 대학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을 만큼 지적이며, 백인들만의 배타적 영역인 클래식 피아노에도 발군의 역량을 지녔다. 객관적으로 백인보다 뒤처지는 구석이 없다. 백인 중에서도 능히 상위 1%에 들 만한 자격을 갖췄다. ▲ 어느 편에 설지 눈치 보느라 정신없는 박쥐 같은 사람들이 넘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이란 나라는 ‘시민 민족주의(civil na tionalism)’ 국가가 아니라 불행하게도 ‘인종 민족주의(racial nationalism)’ 국가다. ‘시민 민족주의’는 시민권을 부여받으면 누구든 같은 국민으로 받아들이지만, ‘인종 민족주의’ 사회에서는 시민권을 부여받아도 피부색이 다르면 그 시민권을 100% 인정해주지 않는다. 한마디로 주민등록증이라고 다 같은 주민등록증이 아닌 셈이다. 지금도 그러할진대, 인종차별이 극성을 부리던 1960년대 미국이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겠다. 돈 셜리는 인종차별의 모든 불합리한 억압
▲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 공약'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474 경제비전'도 실현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344비전'이 성과를 내려면 과거 정부와 달라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6월 19일 ‘2030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식을 했다. 2030년까지 산업구조의 스마트화, 친환경화, 융ㆍ복합화 혁신을 통해 세계 4대 제조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포식에서 “제조업 4강과 함께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한국 경제는 전통적으로 수출 제조업이 이끌어왔다. 양질의 노동력과 기업의 도전을 바탕으로 섬유ㆍ신발(1970년대), 철강ㆍ기계ㆍ조선(1980년대), 전자ㆍ자동차(1990년대), 반도체ㆍ휴대전화(2000년대) 등 주력산업을 개척했다. 그러나 제조원가 상승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속 전통 주력산업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신산업이 뿌리내리지 못해 경제 전반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제조업 비전을 논의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은 지난해 말 문 대통
돈 셜리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에 재능을 발휘해 18세에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정도로 인정받지만 ‘흑인은 피아니스트로 대성할 수 없다’는 1940년대 현실적 장벽에 좌절한다. 시카고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해 박사가 된 그는 음악의 꿈을 접을 수 없어 피아니스트의 삶에 재도전한다. ▲ 짝퉁은 항상 진짜보다 더 진짜 같아야 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영화 속에 그려지는 흑인 클래식 재즈 피아니스트 돈 셜리는 대단히 흥미로운 인물이다.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정체성의 혼란, 그리고 저항과 타협의 모든 모습을 종합선물세트처럼 보여준다. 제아무리 재능이 뛰어난들 흑인이 뛰어넘을 수 없는 장벽이 있다는 걸 절감한 돈 셜리는 피아니스트 자리로 돌아오면서 전략적 타협을 선택한다. 백인들의 배타적 영역인 클래식 피아노를 포기하고 대신 흑인들에게도 허용되는 재즈 피아노로 방향을 수정한다. 그러나 클래식 피아노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는 없어서 ‘클래식 재즈 피아노’라는 묘한 포지셔닝을 택한다. 좋게 보자면 새로운 영역의 개척이라고 할
▲ 새로운 경제 투톱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과 이호승 신임 경제수석은 현장의 소리를 경청해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분명하게 구분해줘야 한다. 그래야 불확실성이 줄어 기업들이 투자에 나선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경제라인 투톱을 전격 교체했다. 현 정부의 핵심 정책기조인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정책을 주도해온 김수현 정책실장, 윤종원 경제수석을 경질한 것이다. 경제실적 부진에 대한 문책 성격이 짙다. 김수현 정책실장은 임명된 지 7개월 만에 물러났다. 윤종원 경제수석도 1년을 채우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아 정책 성과를 강조하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작금의 경제 상황은 자못 심각하다.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7개월 연속 감소세다. 1분기 해외직접투자액이 38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국내 제조업 투자는 10년 만의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각종 규제와 높은 인건비 등으로 투자 매력이 떨어진 한국을 떠나는 제조업체가 늘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미미했던 월별 취업자 증가수가 올 들어 확
▲ 젊은이들이 문화.스포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 중심으로 작동하는 경제나 정치외교 활동의 성과는 형편 없다. 젊은이들에게 부끄러워할 일이다. [사진=연합뉴스] 역사는 계속 새로 쓰인다. 냉철한 현실 분석을 바탕으로 미래를 내다보며 준비하고 도전하는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서. 그 일을 이번에 우리 한국인이 해냈다. 나이 스물 이하 젊은이들 21명이 하나로 뭉쳐서. 축구사를 새로 쓴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은 탄탄하고 끈끈한 ‘원팀(One Team)’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7위 팀이 결승에서 10계단 위 우크라이나와 당당히 맞섰다. 슛돌이 이강인이나 ‘빛광연’으로 불리는 골키퍼 이광연이나 인터뷰할 때마다 경기를 뛴 선수들이나 뛰지 않은 선수들이나 한마음으로 뛴 성과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그랬다. 코리아 원팀은 스타플레이어 한둘의 팀이 아니었다. 정정용 감독은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고 벤치에 있던 선수들을 승부처에 과감히 투입했다. 에콰도르와의 4강전에서 후반, 체력이 떨어진 이강인을 주저하지 않고 교체했다. 사실 이번 대표팀은 ‘
미국도 우리네처럼 알게 모르게 ‘족보’를 따진다. 미국 시민권이 있다고 모두 똑같은 미국인이 아니다. 미국을 움직이는 주류 사회는 흔히 와스프(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로 통칭된다. 백인이라고 다 같은 백인이 아니다. 백인이되 영국 앵글로색슨 혈통이어야 하며, 남유럽계 가톨릭이 아닌 개신교여야 한다. ▲ 모두가 갑질의 가해자이자 동시에 모두가 갑질의 피해자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이란 나라의 인종차별 문제는 워낙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문제여서 어지간해서는 심드렁해지기도 하고 따분해지기 쉬운 주제다. 그러나 영화 ‘그린 북’은 토니 발레롱가라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을 등장시켜 미국의 인종문제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라틴계이며 가톨릭 전통을 지닌 이탈리계 미국인은 ‘진골’이나 ‘육두품’ 어디쯤일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와스프의 ‘성골’ 신분은 아니다. 토니는 클럽에서 ‘성골’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살아간다. 어느날 클럽이 내부수리를 위해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