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성철/ 발행.편집인 이 정도면 자부심을 가져도 될 듯하다. 조마조마한 눈으로 지켜봤지만 기우였다는 생각도 들었다. 언제나 늘상 그렇듯 세련됨이 부족하고 2%는 커녕 10%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그 의혹이 눈길도 이번엔 거둬들여야 겠다. 이달 28일 중국 하이난(海南)섬 하이커우(海口)시 컨벤션센터. 3일간의 일정으로 개막한 해양관광박람회 현장은 903만 하이난 인구를 실감케 했다. 드넓은 전시공간을 둘러보며 밀려든 인파에 시달렸다. 하지만 제주관광홍보관에 다다르기 전까지 가설은 ‘그래 봤자’였다. 한 마디로 아니었다. 우리 홍보관은 아시아권 어느 지역이 설치한, 더 솔직히 말하면 단연 그 현장에서 최고였다. 최고의 ‘목’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고, 규모는 가장 컸으며 색채는 녹색과 청색으로 제주를 상징, 가장 세련된 느낌으로 눈 앞에 다가왔다. 제주관광공사가 중심을 잡고 제주테크노파크(TP)와 민간기업이 각을 잡은 우리 홍보관은 분명 흥행돌풍이었다. 솔직히 자부심이 들었다. 인파는 넘쳤고, K-POP 공연까지 곁들이며 관람객의 혼을 쏙 빼놓는 ‘질주’의 현장을 가만히 지켜봤다. 말로 형언하
제주도에 제주의 제2공항은 '화이트홀'이다. 블랙홀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모든 요소를 빨아들인다. 중력이 너무 강해 빛조차 밖으로 새지 않는다. 제2공항이 발표된 지 며칠만에 제2공항은 제주도의 '블랙홀'이 되어가고 있다. 현존하는 제주도의 모든 현안들이 제2공항과 연결되는 모양새다. 25년간 끌어왔던 이슈이기도 하지만 제주가 섬 이외의 지역과 소통하는 가장 중요한 통로를 확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주도가 채 준비를 마치기도 전에 외부의 자본과 개발이슈 등이 무분별하게 밀려들어 기존 제주와 새로운 제주의 혼재시대를 겪어 왔다면 제주 제2공항은 외부 세계와의 접촉창구를 본격적으로 오픈하겠다는 점에서 제주에게는 큰 도전이자 시련이 될 수도 있다. 올들어 원 지사는 제주항 개발과 제주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인 제2공항이라는 커다란 포석을 뒀다. 그 결과에 대한 평가를 지금 내릴 때는 아니지만 크루즈 등 뱃길 손님을 적극적으로 맞아들이겠다는 입장과 함께 25년간 떠돌던 지역 최대 현안을 일단 땅으로 내려 앉혔다는 점에서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 문제는 제주 제2공항과 더불어 만나게 될 다양한 이슈들이다. 그동안 제주가 받아들였던 개발과는 전혀 다른 결과
▲ 서귀포 예술섬 대학 수강생 모집 포스터. 문화와 행정은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한쪽이 기울어지는 시소와 비슷하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그 경향성이 두드러져 보인다. 상호 균형을 잡기가 무엇보다 어려운 영역이다. 일반적인 사업이야 명확히 잘 짜여진 기획을 따라 하면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업무의 연속성과 경험이 중요하다. 문화와 예술은 정해진 방법이 늘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지 않는다. 그 이유는 관성과 기존의 틀을 따르다 보면 문화의 가장 중요한 힘인 '창조성' 혹은 '창의력'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게 문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수 많은 예술 영역이 갖는 묘미이자 모호함이다. 다분히 개인적인 능력에 많이 의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특이성과 다름이 결국 경쟁력이 되는 영역인지라 한 부분에서는 독보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일반적인 행정이나 업무로 경계를 넘어 버리면 약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띤다. 얼마전 정명훈 서울시향 상임지휘자를 둘러싼 서울시향 사장과의 내부 갈등의 예를 보더라도 그렇다. 정명훈 지휘자의 음악적 재능과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터지만 전국민적
▲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무협영화 '동방불패'의 한 장면. 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휘몰아치고 있다. 정치적 갈등을 넘어 전국의 모든 단체나 개인들이 입장을 밝히면서 국민적 이슈가 됐다. 소용돌이다. 그러나 혼란이 아니다. 명확한 전선이 형성되어 가고 있다. 좌우의 논리가 아닌 국가 대 시민사회의 전선이다. 또 하나의 역사적 결절점을 보는 듯 하다. 뜬금 없지만 무협지 이야기다. 무협지를 읽었던 사람들이라면 소림파나 무당파 등 수많은 당파들과 '비급'에 대한 이야기를 잘 알고 있을 게다. 중요한 비급을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는 이야기와 정파와 사파를 나누며 싸우는 이야기, 정의를 지키기 위해 무림맹을 결성하는 이야기 등 대체로 이야기의 구조는 비슷하다. 이 무림의 이야기에는 각종 분파와 함께 표국이라는 조직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들은 돈을 받고 물건을 어느 곳이든 배달해주는 서비스 업체다. 육로든 수로든 상관없이 안전하게 운반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이고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호위를 위해 신출내기 무사의 등용문이나 첫 직장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오늘날로 이야기하면 택배서비스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무림의 각 분파와 표국 등 이들
1980년대 이야기다. 대입시험을 준비하느라 여느 고3생 처럼 여념이 없었다. 공부해야 할 과목이 많았지만 그 시절 국사과목이 유독 재미가 있었다. TV드라마에 나오던 사극을 떠올리며 정말 흥미진진하게 국사책을 탐독했다. 나름 성적도 좋았다. 그리고 대학에 진학했다. 서슬 퍼런 공안정권이 집권할 때였다. 대학가는 연일 집회·시위로 시끄러웠다. 하지만 솔직히 내 관심사는 아니었다. 그보단 태어나 처음으로 밟은 서울 땅이 나에게 던져준 충격이 더 관심사였다. 지금 세대들은 우스운 얘기지만 정말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 ‘강’(江)을 처음 만났다. 나고 자란 제주섬에선 강을 볼 일이 없었다. 물론 기차가 그리 길고 큰 지 처음 알았다. 더욱이 서울역 앞에 우뚝 선 초고층 빌딩들을 올려보며 초라한 스스로를 알았다. 모든 게 어리둥절하고 어색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래도 대학생 아닌가? 대학 동기들은 물론 함께 서울로 진학한 ‘제주촌놈’들과 어울릴라 치면 단연 그 시절 정국(政局)이 화제가 됐다. 함께 눈물을 흘리며 “민주주의여 만세~”란 노래도 불렀다. 하지만 감성만으로 그칠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명색이 대학생인데 ‘지적 수준’을 높여야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우위를 뽐
우도 항구에 도착, 도항선에서 내리고 있는 관광객들. 제주를 창조한 설문대할망의 오줌 줄기 힘이 그리 셌던가? 그 힘으로 제주본섬에서 떨어져 나갔다는 소 형상의 우도(牛島). 설문대할망의 빨래판 역할을 했다는 우도는 이야기 만큼이나 신비한 느낌과 기대를 갖게 한다. 지금 그 섬에 가면 소가 물위에 떠서 허우적 대는 느낌을 받는다. 우도 관광객의 폭발적 증가세는 제주 관광객 증가세와 많이 닮았다. 공항 터미널의 분주함 만큼 성산항 터미널도 시장처럼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줄서기가 무섭게 도항선이 관광객과 차량을 우도로 실어 나른다. 제주시는 연초 올해 우도 방문객을 150만명으로 예상했다. 지난해는 132만명이었다. 하지만 시는 최근 예측치를 연말 200만명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미 150만명이 넘어버린 것이다. 이대로면 지난해 방문객의 2배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폭발적이다. 이를 반영하듯 우도는 도착 순간부터 다르다. 흡사 유원지를 떠올리게 된다. 곳곳에 4륜오토바이(ATV), 스쿠터, 3륜전기차, 자전거에 도항선을 타고 끊임없이 내리는 렌트카가 온 섬을 뒤덮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섬 구석구석을 누빈다. '낭만과 힐링'의 이미지는 애시당초 없다.
17일 열린 제주도와 시민단체 대표들과의 2차 정책간담회는 몇 가지 점에서 흥미롭다. 도정 국장들이 토론회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오히려 화이팅이 넘치리라 예상된 시민단체에는 냉온의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번 토론회는 '열전'으로 갈 것이란 예측이 대세였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최근 주간정책회의에서 시민단체를 언급하며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 토론회가 시작되자 원 지사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번 토론회는 대립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의견의 가치와 조화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한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열띤 논쟁을 전제로 한 인사말이다. 그리고는 "나는 당신의 견해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그러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목숨을 걸고 지키겠다"는 한 철학자의 말을 인용하며 심사숙고의 흔적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이후 원 지사는 2시간의 갑론을박 과정 내내 입을 닫았다. 1차 토론회 당시 모든 견해 노출과 공박이 시민단체와 원 지사 간 '주고 받기'였다는 점에 비하면 뜻밖이다. 도정 실.국장이 모두 나섰다. 토론주제였던 외국의료기관과 유원지개발 문제의 담당국장이었던
▲ 제주지역 주민들이 천연비누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뉴시스 마을만들기 사업은 근래 몇 년 사이에 전국적으로 대세다. 서울은 물론 주요 대도시와 지방행정 단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마을사업들이 진행중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중간조직 형태인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설립이 유행이다. 바야흐로 마을공동체 사업이 자치행정 분야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사업 중 하나가 됐다. 그 흐름이 제주도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분위기다. 이전의 마을만들기 사업과 다른 변화와 도약의 시기다. 새마을운동으로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마을사업 역사는 한 때 무분별한 근대화의 대명사였다. 의혹의 눈길을 받기도 했으나 마을사업은 최근 다양한 형태로 도시와 농촌마을 모두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의 지원과 보조금을 전제로 마을의 인프라를 바꾸거나 마을단위에서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는 주요 채널이 됐다. 제주도 마을들이 지원받는 마을사업만 봐도 그 종류는 산만할 정도로 다양하다. 예를 들어보자. 권역별 종합개발사업으로 지원을 받는 마을을 비롯, 베스트 특화마을, 행복마을 플랫폼, 창의아이디어사업, 창조적 마을만들기, 체험휴양마을 만들기, 제주형커뮤니티비즈니스마을, 마을기업까지 제주의 모
기자의 공무원 폭행사건이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와 해당 언론사의 사과문 발표로 잠잠해 지는가 싶었다. 그런데 지난 주말 해당기자의 명예훼손 고소 소식이 전해졌다. 다시한번 이 사건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기자의 소양에 대한 부분은 물론이거니와 기업체의 무분별한 이윤추구가 빚어낼 수 있는 결과, 그리고 언론사의 제 역할, 사건에 대한 물타기와 염치 등 많은 단어를 떠올리며 제주 사회의 현 주소에 대해 되새기게 한다. 무지에도 불구하고 성경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기독교인들에게는 너무나 흔한 구절이겠지만 굳이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자주 듣는 구절이 있다. 마태복음 7장 3절부터 5절.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보라! 네 눈 속에 들보가 있는데 어찌하여 형제에게 말하기를 나로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 하겠느냐. 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서 티를 빼리라" 그리고는 12절에 이르러 결론을 낸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아주 당연한 구절이지만 언론이라는
▲ 양성철/ 발행.편집인 시절은 1990년대 초반. 서울의 한 경찰서 골방이다. 시험을 치르고 어렵사리 한 언론사에 입사, ‘수습기자’ 신분으로 사건·사고현장을 누비고 다니던 때였다. 지금 청년세대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휴대폰은 없었다. ‘삐삐’로 불리는 무선호출기가 유일한 긴급 통신수단이었다. 선배 기자의 수시 호출에 즉각 즉각 응답을 해야 하니 취재현장에서도, 잠을 잘 때도, 식사 중에도 언제나 전화기 주변이 선택장소다. 목욕탕에 가서도 카운터에 삐삐를 맡겨두고 가슴 졸이며 시간을 때웠다. 그런데 사고를 쳤다. 그 시절 석간이던 그 신문의 편집시스템에 맞춰 새벽 5시부터 움직이다보니 어느 날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5개월여 수습기자 생활을 하다보니 지칠 대로 지쳐버린 것이다. ‘20 CALL'이란 메시지가 호출기에 떴다. 선배가 스무 번이나 날 찾았던 것이다. 민망하기 보단 오히려 절망이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다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기를 들었다. 수화기에선 분노한 선배의 목소리에 이어 그 나이 무렵 들어본 적이 없는 질책과 타박을 받았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전 로고 1990년대 후반 '다음'이 전 일간지에 전면광고를 냈다. 흑백도 아닌 컬러였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이끌어 가겠노라는 야심찬 포부를 담은 광고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일간지 맨 뒷면의 전면 칼라 광고는 공식 광고단가로만 수천만이다. 그래서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 그룹사의 이미지 광고로만 활용됐다. 언감생심 잘 알지도 못하는 IT 신생기업이 전면광고를 낸다는 것은 상상이 어려운 시절이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비즈니스 시작 당시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지금이야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메일 계정을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그 새로운 플랫폼으로 인터넷 사용자들을 끌어 모았다. 그 시절 인터넷 관심층은 @hanmail.net으로 끝나는 무료이메일 계정 보유가 대세였다. 안 그러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을 정도였다. 그런 일이 카카오가 '카톡'이라는 무료 문자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다시 한번 일어났다. 매체는 다르지만 소비자들이 절실히 원했던 서비스다. 그것도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전 국민적인 기업으로 우뚝 선 같은 경험을 가지게 됐다. 현재까지 무료 이메일로 시작된 다음은 포털사이트
고위직 공무원이 투신했다. 억울함을 호소했다. "기자에게 폭행을 당했는데 권력이 돼 버린 언론에 의해 사실이 왜곡되고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며 몸을 던졌다. 다행히 생명은 건졌다. 이 내용대로라면 언론이 공무원을 밀어 떨어뜨린 셈이다. 많은 언론사들이 이 사실을 보도하며 19일 밤 발생한 폭행논란 사건의 진실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폭행을 당했다는 공무원과 폭행의 가해자라는 기자의 상황 설명이 너무나 다르다. 그러다보니 마치 진실게임을 하는 듯하다. 사건 당일 밤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일은 중요하고 당연하다. 문제는 그날의 사건만으로 투신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사실 확인을 위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도 되기 전에 피해 당사자가 투신을 시도했다는 사실과 그가 남기려 했던 메시지가 더 관심이 간다. 사건은 사건대로 수사를 통해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투신사건의 주요 쟁점은 과연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얼마 만큼의 외압이 가해졌으며, 백 국장이 동료나 관계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나타난 언론매체가 얼마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는가 하는 점이다. 백 국장은 우선 메시지 곳곳에서 외압의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