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산업정책이 마침내 윤곽을 드러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8일 국회에 보고한 ‘새 정부 산업정책 방향’이 그것이다. 기존의 특정 산업, 대기업, 수도권 쏠림에서 탈피하는 혁신을 통해 2022년까지 일자리 30만개 이상을 창출하겠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산업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중견기업을 성장의 핵심축으로 삼아 매출액 1조원 이상 중견기업을 2022년까지 80개로 늘린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신산업 프로젝트로는 전기ㆍ자율 주행차, 사물인터넷(IoT) 가전, 에너지 신산업, 바이오ㆍ헬스,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등 5대 산업을 꼽았다. 산업은 주력산업과 신산업이 함께, 기업은 대ㆍ중견ㆍ중소기업이 함께, 지역은 수도권과 비非수도권이 함께 성장하도록 산업ㆍ기업ㆍ지역 혁신을 추진한다는 게 골자다. 정부 출범 7개월여 만에 나온 산업 비전치곤 빈약하다. 탈원전 등 에너지정책 전환에 치중하다가 산업정책 수립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들을 만도 하다. 곳곳에서 현 정부 정책 키워드인 ‘혁신’을 강조할 뿐 세부 실행계획과 구체적 방법론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5대 신산업 선도 프로젝트에서 반도체ㆍ디스플레이처럼 세
딱 열사흘이었다.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높았던 기간은. 예상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1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두 나라 기준금리는 연 1.50%로 다시 같아졌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 입장에선 신경써야 할 대외변수가 한둘이 아니다. 그중 하나가 미국의 금리 수준이다. 한미간 금리차가 줄어들거나 역전되면 국내에 투자한 외국자본의 유출이 우려돼서다. 경제규모가 크고 국제 신인도도 좋은 국가의 금리가 더 높아지면 국제금융시장의 단기 부동자금은 그리로 흐르기 마련이다. 2000년 이후 한미간 기준금리 차이는 최대 3%포인트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돈을 넉넉하게 풀고 제로금리 정책을 취하자 한국도 이에 맞춰 금리를 낮추면서 차이가 줄었다. 경기가 좋아진 미국이 2015년 말부터 금리를 올리는데도 한국이 망설이는 사이 금리차는 더 좁혀졌다. 급기야 연준이 지난 6월 기준금리를 1.25%로 올린 이후 넉달 넘게 같았다. 11월 30일 마침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1.50%로 인상했다. 한은으로선 6년5개월 만에 마음먹고 행한 조치였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앞선 선제적 대응 성
12월 5일 제54회 무역의 날 기념식이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 축사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한결 발걸음이 가볍고 가슴 뿌듯하다”며 말머리를 열었다. 이어 “무역 1조 달러 시대가 다시 열리고 경제성장률도 3%대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12월 1일 한국은행이 3분기 경제가 전기 대비 1.5%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분기 기준 7년 3개월만의 최고치요, 연간으론 3년 만에 3%대 성장률이 확실하다. 같은날 산업통상자원부도 11월 수출입동향을 발표하면서 “12월 중순께 무역 1조 달러 달성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무역규모 또한 3년 만에 1조 달러를 회복하게 된다. 대표적인 양적 경제지표인 성장률과 무역규모가 3년 만에 올라섰으니 뿌듯했으리라. 전임 박근혜 정부가 이태 연속 후퇴시킨 경제를 집권 7개월 만에 원상회복시킨 셈이므로. 여기에 내년 중 1인당 국민소득(GNI) 3만 달러 달성도 무난하리란 전망도 가세했다. 북핵 위기와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보복, 보호무역주의 장벽 등 대내외 악조건을 뚫고 예상보다 높은
▲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가계와 기업은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할 때다. [사진=뉴시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월 30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조정했다. 6년 5개월 만의 금리인상이다. 그동안 부진한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저금리로 돈을 풀었던 ‘유동성 잔치’가 끝나고 ‘긴축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기준금리는 대출이자와 예금ㆍ적금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을 미리 반영해 10월부터 올랐다. 이제 빚 내 집을 사거나 가게를 얻어 장사하는 시대는 저물었다. 기업이든 가계든 허리띠를 조여매야 한다. 그동안 익숙해진 부채의존 체질을 바꿔 나가야 한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6월 이후 17개월간 유지됐던 사상 최저금리(1.25%) 시대는 막을 내렸다. 한은이 추가 금리인상은 신중하게 판단하겠다지만, 내년에도 기준금리가 한두차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장기간 초저금리 상황에 익숙했던 기업과 가계, 정부 등 경제주체들로선 ‘통화정책 정상화(금리인상)’라는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 나가야 한다. 가계부채는 올 3분기 말 1419
1997년 말 몰아닥친 외환위기는 한국 사회를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한보ㆍ기아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쓰러지면서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가 무너졌다. 정리해고 등 대규모 실직으로 평생직장 개념도 깨졌다. 조기ㆍ명예퇴직이 횡행하고 노숙자가 늘어나면서 실직자 가정이 풍비박산 났다. 그로부터 20년, 거시경제 지표는 양호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당시 39억 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액은 올 10월 현재 3845억 달러로 세계 9위다. 400%에 육박했던 제조업 평균 부채비율은 60%대로 내려갔다. 103억 달러 적자였던 경상수지는 올 들어 9월까지 934억 달러 흑자다. 300대 중반이던 코스피 지수는 2500을 넘어섰다. 투기등급인 B+까지 떨어졌던 국가신용등급은 중국ㆍ일본보다 높은 AA다. 그러나 커진 덩치만큼 경제 체질은 개선되지 않았다. 경제성장률이 7년째 2~3%대를 맴돌고 있다. 2011년 이후 단 한번도 세계경제 평균 성장률을 넘지 못했다. 저성장이 고착화하면서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고용불안이 상시화됐다. 1997년 5.7%였던 청년실업률이 지난해 9.8%로 치솟았다. 체감실업률은 21.7%로 청년 다섯
▲ 한국 기업 생태계 쇠락의 원인은 낡은 규제 환경에 있다. 기업 생태계를 활기 넘치게 만들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 [사진=뉴시스] 한국은 인구구조만 늙는 게 아니라 기업 생태계도 늙어가는 구조다. 인구 고령화의 원인이 저출산과 평균수명 연장이라면 기업 생태계 고령화의 배경은 유망 신생기업의 탄생이 더딘 대신 늙은 기업들이 그렁저렁 연명하는 데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전한 ‘최근 경제 현안에 대한 전문가 제언집’을 보면 미국 10대 기업(시가총액 기준)의 나이는 최근 10년간 14살 젊어진 반면 한국 10대 기업의 평균 나이는 15살 더 들었다. 미국에서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젊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성장한 데 비해 한국에선 전자ㆍ자동차ㆍ석유화학 등 기존 중후장대형 굴뚝산업에 머문 결과다. 뭐가 문제인가. 무엇보다 얽히고설킨 규제가 많아 혁신적인 아이디어로도 신사업을 벌이기 어려운 구조다. 세계적 기술을 개발해도 제값 주고 사려는 데가 없고, 대기업에 달려가면 손잡는 듯하다가 기술을 빼앗거나 베껴 먹는다. 젊은이들이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대기업 입사에 매달리고, 우수한
▲ 최저임금 인상의 파급 효과는 중소기업을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 지금이라도 최저임금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사진=뉴시스] 정부가 지난 9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을 재정에서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나랏돈 3조원으로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월급 190만원 미만 근로자 300만명에게 월 13만원씩 지원한다는 것이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16.4%)이 직전 5년 평균 인상률(7.4%)을 초과한 부분(12만원)에 노무비용 등 추가부담금(1만원)을 합한 금액이다. 이는 내년 1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할 경우를 가정한 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저소득층 소득이 감소하는 등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긴급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7월 최저시급을 올해 6470원에서 내년 7530원으로 올렸다. 민간기업 근로자 임금을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직접 지원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대선 공약에 맞춰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올려놓고선 고용이 줄어들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자 재정
▲ 사드 갈등이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수출 시장 다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간 갈등이 봉합됐다. 양국 외교부는 10월 31일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조속히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회복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7월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발표한 지 1년4개월 만이다. 늦었지만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이제라도 접점을 찾아 다행이다. 그동안 곤욕을 치른 우리 기업들은 한시름 덜게 됐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보다 더 적극적인 협력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양측이 서로의 입장 차이를 인식한 수준의 ‘봉합’이지 깔끔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 한국은 중국에 사드를 추가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들어가지 않으며, 한ㆍ미ㆍ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거라는 등 ‘3불不’ 약속을 했다. 그러면서 중국으로부터 사드 보복 재발 방지나 사과는 듣지 못했다. 중국으로선 사드 보복 중단이란 어음을 끊어주고, 3불 약속이란 거액 수표를 받아든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첫 가계부채 대책이 나왔다.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다주택자의 돈줄을 조이고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내년 1월부터 기존 주택담보대출 원금도 부채 원리금에 포함하는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 제도를 시행한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모든 대출금의 원리금 상환액과 장래 예상소득까지 고려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도입된다. 빚을 갚기 어려운 장기 연체자의 채무 재조정과 채권소각 방안도 포함됐다. 전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돈을 빌리고 갚도록 시스템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가 엿보인다. 옳은 방향이다. 마땅히 진즉 취해야 할 정책 방향인데 이제야 등장했다. 박근혜 정부는 ‘빚내서 집 사라’는 투로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썼다. 대출 건전성을 관리하는 수단인 DTI와 담보인정비율(LTV)까지 완화했다. 그 결과, 성장률은 2%대로 경제가 침체 상태인데도 가계부채는 해마다 두자릿수로 불어나는 비정상이 빚어졌다. 14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는 가계부채는 GDP의 95.6%에 이른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OECD 평균(70%)을 뛰
▲ 공론화위원회는 원전의 기술적.과학적 부분은 물론 경제성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두루 감안한 최선의 선택을 내렸다.(사진=뉴시스) 국민은 현명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었다. ‘탈脫원전이 가야 할 길이지만, 건설이 진행 중인 원전에 대해선 공사를 계속하고, 원전의 경제성을 앞세우기 이전에 안전성을 강화하라.’ 신고리5ㆍ6호기공론화위원회가 20일 3개월간의 활동을 마치면서 시민참여단의 결정을 반영해 채택한 대정부 권고안의 골자다.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ㆍ6호기에 대해선 건설 재개 결정을, 향후 에너지 정책에 대해선 원자력 발전 축소를 권고했다. 단순히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문제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에너지 정책 방향과 보완 조치도 함께 제시했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사용후 핵연료 해결 방안도 조속히 마련하라고 제안했다. 소모적 논쟁 접어야 할 때 원전의 기술적ㆍ과학적 부분은 물론 경제성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두루 감안한 최선의 선택으로 본다. 전국에서 모인 471명의 시민이 하나의 주제를 놓고 2박3일 동안 네차례 토론하고 결정했다. 선진국들은 수십년 전부터 에너지 민주주의 규범과 규칙을 만들어
▲ 이번 국정감사는 촛불혁명 이후 첫 국감이다. 여야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벗어나 국민만을 위한 국감을 진행해햐하는 이유다.(사진=뉴시스) 올해 국정감사는 두개 행정부를 대상으로 한다. 촛불혁명과 탄핵 정국에 이은 조기 대선으로 출범한 정부가 아직 반년이 안 돼 감사 대상이 과거 정부와 현 정부에 걸쳐 있다. 그래서인지 야당의 공세에 대응하는 정부를 여당이 싸고도는 천편일률적 모습은 아니다. 일부 과거 정권 사안에 대해선 여당이 더 거세게 공격하고, 정부도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한다. 그런가하면 의원들의 자료제출 요구에 머뭇거리는 게 일반적이던 정부가 스스로 공개하고 나선 이슈에 대해 야당이 적당히 넘어가려 든다. 쟁점 사안에 따라 감사 대상인 정부와 여야 간에 네 편, 내 편 구별이 혼란스러운 현상도 빚고 있다. 이는 과거 집권당과 현 집권당의 국정감사 전략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가정보기관의 선거 개입과 민간인 댓글 공작 등 박근혜ㆍ이명박 정부의 국정농단 사례를 들춰내 적폐청산의 추동력으로 삼으려 한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안보 무능 등 5대 ‘신新적폐’를 심판하는 한편 과거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실정까지 거론할
추석이 낀 최장 열흘 연휴, 귀성ㆍ성묘 길이 아니라도 차를 몰고 달리고픈 계절이다. 교통체증으로 차안에 갇혀 있으면서, 창문을 열고 시원스레 달리면서 내 차와 앞뒤 차를 비교하고, 나아가 미래형 자동차의 모습도 상상해 봤으리라. 자동차는 이미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최신 첨단 전자기기가 장착되고 이동통신기술(ICT)이 결합하면서 움직이는 삶의 공간이 됐다. 얼마 안 가 자동차는 우리 앞에 전혀 새로운 삶의 세계를 안내할 것이다. 휘발유나 디젤, 즉 화석연료를 쓰느냐 전기나 배터리를 이용하느냐의 차원을 넘어서 하나의 중요한 생활수단으로 등장할 것이다. 이른바 커넥티드(connectedㆍ연결된) 자율주행차 시대다. ICT와 결합해 양방향 인터넷ㆍ모바일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기본이다. 자동차가 놀이기구이자 회의장이고, 극장이었다가 근사한 레스토랑이나 숙소가 될 게다. 자동차 주인의 취향과 경험을 잘 아는 똑똑한 스마트카가 함께 다니면서 물품 구매와 결제 서비스 등 다양한 소비 및 경제활동을 해줄 것이다. 눈치 빠른 통신사업자와 금융회사들이 이 시장을 ‘커넥티드카 커머스’라고 이름 짓고 공략 중이다. 운전자가 말만 하면 자동차가 알아서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