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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신산리는 500여가구가 살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땅을 일구고 물질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20대에 결혼을 하고 30여년 신산리에서 농사를 지으며 산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작은 땅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어서 남의 밭을 임대해 무, 유채, 당근, 콩, 감자 농사를 지으며 산다.

 

성산지역은 암반이 많은 돌밭이 대부분이라 밭을 경작하려면, 비료푸대에 돌을 담아 밭 밖으로 돌을 치우는 작업이 매우 힘들다. 돌을 치우는 작업은 적어도 한 달 정도 해야만 했다. 밭은 돌만 치운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임대한 밭을 옥토로 만들려면 매년 풀씨를 죽이고, 거름을 뿌리며 땅을 길들인다. 몇 년의 긴 시간이 지나야 기름진 밭이 되어 보기 좋고 먹기 좋은 농작물을 얻을 수 있다. 현재 내가 경작을 하고 있는 밭도 이런 작업을 거쳐서 겨우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농사에 영향을 미치는 자연환경은 밭뿐만 아니다. 태풍과 홍수에 농작물이 물에 잠길 때는 물이 빠질 때까지 아픈 가슴을 쓸어내리며 기다린다. 태풍과 홍수로 인해 어제까지 잘됐던 농작물이 오늘은 새까맣게 썩어있는 모습에 남몰래 눈물도 흘렸다. 그래도 나에겐 농사는 밥이 나오는 생명줄이기에 또 다시 씨를 뿌리고 밭을 간다.

 

그런데 2015년 어느 날 갑자기 원희룡 도지사가 성산읍에 제2공항을 짓겠다는 발표를 했다. 나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궁금했고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답답했다. '갑자기 날벼락이란 말이 이런 거구나! 나는 이제 쫓겨 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몇 년전 영종도에 국제공항을 지을 때 쫓겨난 주민들의 이야기를 다큐에서 본 기억이 떠올랐다. ‘우린 무얼하며 살아가라고, 어디로 가서 살란 말인지’ 하는 생각에 억울하고 우울했다. 국토부, 국책사업 등 평생 멀게만 있던 이 단어들이 폭탄처럼 무섭게 다가왔다. 농지를 빼앗아 제2공항 짓겠다니 한숨만 나온다.

 

1949년 성산포엔 문형순이란 경찰서장이 있어, 4.3시절 지역주민을 학살하라는 국가의 명령에도 성산면 지역 주민은 거의 온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무리 국가의 명령이라도 '부당함으로 불이행'이라는 보고를 했다고 한다. 성산읍주민의 생명을 지켜주신 그분이 감사하고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70년 전에도 문형순서장님에게 보호받았던 성산이었건만 지금 성산에 닥친 현실은 무엇인가?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농민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제2의 문형순은 어디에도 없는 것일까. / 홍현주 성산읍 신산리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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