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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시평] 하버드대, MIT, 연세대, 고려대 그리고 제주대

명문대로 불리는 미국의 하버드대는 재학생도 많지만 언제나 관광객들로 붐비는 명소다. 이 대학을 찾아간 관광객들은 꼭 어느 한 동상 앞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 대학 창립자 존 하버드(John Harvard)의 동상이다. 그 동상의 발을 만지면 이 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는 속설 때문이다. 하도 많은 관광객들이 그의 발을 만지다보니 동상의 구두는 언제나 반짝반짝 광이 난다.

 

같은 보스턴주에 있는 최고의 공과대학 매사추세츠 공대(MIT)엔 묘한 숫자들과 수학기호들로 이뤄진 사람 모양의 독특한 흉상이 있다. 동상의 이름은 ‘알케미스트’(Alchemist)다. 연금술사를 말한다. 이 대학 동문이 그동안 MIT를 빛낸 수많은 동문을 기념해 선물한 작품이다. 2011년 MIT 창학 150주년을 기념, 기부한 작품이다. “예술에 필요한 창의력은 수학과 과학, 그리고 공학에도 적용된다”는 이 대학의 자부심을 상징한다고 한다.

 

미국 최초의 카톨릭대학교인 조지타운 대학교를 대표하는 동상은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시야에 잡히는 존 캐롤(John Carroll)상이다. 이 대학의 창립자다. 하지만 이 동상은 제작부터 건립까지 무려 3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1909년부터 기금 모금을 시작해 1912년 이 대학을 졸업한 동문에 의해 완성됐다.

 

 

미국의 보스턴 대학교는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주니어가 다닌 학교로 유명하다. 이 대학 캠퍼스의 한복판인 마샤 플라자 앞에는 바로 그를 추억하는 작품이 있다. 그가 온전히 사람의 형태로 동상으로 제작돼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 세워진 것과 달리 이 대학 캠퍼스엔 예술적 조형물로 설치돼 있다. 다만 그 조형물엔 마틴 루터 킹이 했던 연설 중 하나인 ‘마침내 자유’(Free At Last)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평화로운 사회는 백인의 것이 아닌, 흑인의 것이 아닌, 모든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사회다”는 말이 기념비에 새겨져 있다.

 

미국 뉴욕 맨해탄에 있는 컬럼비아대 로우 기념도서관 앞 광장에 설치된 알마 마타 동상 역시 이 대학의 상징조형물이다. 1903년에 설치됐다. 알마 마타는 ‘지혜의 신’인 미네르바 여신을 조각한 것이다. 의자에 앉아 있고, 오른 손에 든 지팡이의 끝에는 ‘킹즈 칼리지’(King’s College)로 시작된 컬럼비아 대학의 문양을 상징하는 왕관이 붙어 있다. 의자의 팔걸이 램프는 지혜·교육을 상징하고, 알마마타의 무릎에는 성경책이 펼쳐져 있다. 헤겔이 그의 저서 ‘법철학’의 서문에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들 무렵에 나래를 편다’고 말했던 그 부엉이를 동상에 숨겨 놓았다.

 

 

설립자 동상이 세워진 사례는 우리 한국에도 많다. 한국의 연세대에도 130여년의 전통이 깃든 동상이 캠퍼스 곳곳에 세워져 있다. 선교사로 한국으로 건너와 우리 근대교육의 터를 닦고 연희전문학교를 설립한 주역인 설립자 언더우드(Horace Grant Underwood·1859~1916)상이 이 대학 본관에 우뚝 서 있다. 언더우드 가문은 우리 성(姓) ‘원’(元)씨를 채택, 그 후손 대대에 걸쳐 이 대학 교수로 봉직하며 연세대 후학 양성에 애쓰고 있다. 아울러 동상은 아니지만 이 대학의 학내 언론기관 ‘연세춘추’ 앞엔 일제강점기하 민족·저항시인 윤동주(1917~1945)의 시비가 세워져 그 시절 우리민족의 아픔을 되새기게 만든다.

 

친일 시비가 불거진 이 대학 초대 총장 백낙준 박사의 좌상이 이 대학 중앙도서관 앞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지금도 논란거리지만 이 대학은 이달 초 1987년 6월9일을 기념, 새로운 동상을 제막했다. 1987년 독재의 폭압에 맞서다 경찰이 쏜 최루탄으로 숨진 이 대학 학생 이한열의 동상을 사건 30년만에 교정에 세웠다.

 

 

민족고대를 강조하는 고려대 본관 앞에도 역시 유명한 동상이 있다. 이 대학재단의 설립자 인촌 김성수(1891~1955)의 동상이다. 하지만 이 대학은 지난 5월 홍역을 앓았다. 4월 대법원이 인촌 김성수의 일제하 행적을 문제삼아 그를 친일파로 확정판결했기 때문이다. 이 대학 대학원 총학생회가 인촌 김성수 동상 철거를 촉구하는 대자보를 게재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애초 동상이 세워질 때의 의도는 ‘민족 기개’를 강조하고 후학들에게도 그 뜻을 이어받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지난 21일 국립 제주대에 앙지혜(仰智慧) 홍콩 란딩그룹 회장 흉상이 우뚝 섰다. 제주대는 이날 이 대학 사슴동산에서 앙 회장 흉상 제막식 행사를 열었다. 란딩그룹은 홍콩 상장법인으로 서귀포시 안덕면에 들어설 복합리조트 ‘제주신화월드’를 조성하고 있는 람정제주개발(주)의 모그룹이다.

 

제주대는 “이번 흉상 건립은 앙 회장이 인재육성 프로그램 개발 등 제주대학교의 발전을 위해 기금 10억원을 쾌척한 뜻을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친절히 설명했다.

 

앙 회장은 또 제주대 경상대학에 ‘사회맞춤형 인재양성과정’을 개설, 매년 5000만원씩 10년간 5억원을 투입해 인재를 양성하고 수료생 일부를 란딩그룹에 채용하기로 약속했다. 물론 제주대 역시 흉상 건립만이 아니라 지난 3월 앙 회장이 세계적 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국가 경제와 제주도, 대학교 발전에 끼친 영향을 높이 사 명예경영학 박사학위를 수여했다.

 

 

허향진 제주대 총장은 “앙 회장이 보여준 지속가능한 관광산업 발전의 모델을 통해 제주도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주대는 오늘 흉상 제막과 더불어 회장님의 고귀한 뜻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주인공 사후(死後)가 아니라 생전에 건립되는 동상이 생경하기도 하거니와 앞선 사례와도 보듯 국립 제주대의 흉상 건립취지가 몹시도 마음이 불편하다. 자라나는 우리 후세대 제주인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주고, 넘겨주고 싶은 ‘의식’이 무엇인지 너무도 궁금하다.

 

그래도 창학 65년의 역사를 가진 이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은 훗날 이 흉상의 역사를 얼마나 자랑스러워할까? 언제나 제주사회 지성의 요람이라고 자부하던 이 대학의 판단은 과연 어느 정도의 세월을 견뎌낼까?

 

그 흉상이 던져주는 의미가 지금의 제주를 말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고 쓰리다. 이 대학 졸업생은 물론 우리 제주인들이 가슴에 품을 자괴감이 너무도 눈에 선하다.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제이누리=양성철 발행·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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