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에서 태어나 지낸 지 벌써 20년이 되었다. 애월에서 학교를 다닐 때 까지만 해도 내가 살고 있던 애월은 그냥 평범한 동네였다. 옆 동네인 한림리와 하귀리를 보면 동네의 위상도 좀 애매했었다.
애월에 있으면 렌트카를 탄 사람들이 이 근처에 볼 곳, 갈 곳이 없냐고 물어본 적이 꽤 있었다. 그때마다 나의 대답은 ‘여긴 딱히 없고 여기서 차로 20~30분은 나가셔야 갈만한 데가 있을 거에요’ 이랬다. 그래도 내 고향인데 자부심은 커녕 제대로 아는 것도 없었다.
그런데 2010년이 좀 넘어서 관광의 불모지였던 애월이 사람들 입에 오르기 시작한 게 느껴졌다. 애월 쪽에 집을 지어 살거나 별장을 가진 연예인도 많아졌고 애월 한담해변이 정말 유명해졌다. 어릴 때는 몰랐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왜 한담이 유명해질 수 밖에 없는지 알 수 있었다. 그냥 그 자체가 아름다운 곳이었다.
거기다 제주도 해안도로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애월-하귀 해안도로 역시 애월의 이름을 많이 알렸다. 엄마가 항상 시내로 나갈 때 일주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해안도로를 이용해서 느린 길로 간다고 짜증낸 적이 많았는데 역시 이유가 있으셨던 것이다.
그리고 이젠 애월하면 빠뜨릴 수 없는 더럭분교도 있다. 모 기업에서 ‘컬러프로젝트’를 하여 학교 외관이 완전히 바뀐 이후로 방문자 수가 엄청 많이 늘었고 당연히 외부인은 학교 내 출입금지 이지만 엄격하게 학교 일과 시간 내에는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
그 외에도 많은 명소들이 생기고 알려졌다. 나도 애월에 갈 때 마다 놀라곤 한다. 정말 예전 내가 어릴때와의 마을 느낌과는 전혀 다르다. 이젠 관광객 분들이 어디 갈 곳 없냐고 하면 고민할 시간까지도 생겨버렸다. 그리고 이렇게 알려 주고 나면 정말 뿌듯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기존 지역주민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관광객을 타켓으로 하는 업소 경우는 기존 지역주민보다는 외부 사람들이 운영하는 비율이 높고, 몸집이 큰 업소가 많이 들어오면서 기존 업소들의 입지가 줄어들기도 한다. 지역주민 분들이 혁신적이고 참신한 생각으로 접근할 방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 고동읍 제주대 경영학과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