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술용 덴탈 마스크 100원이다. 부직포 3중 구조, 감염차단 필터를 단 수술용 덴탈 마스크다. 하늘색이 하얀색 천을 은은하게 감싼다. 그 느낌은 아기뺨을 부비는 것처럼 보드랍다. 사용기한은 2022년 5월 9일. 지난해 말 제주시 오등동 의료용품 도매점에서 세 박스 샀다. 50매에 5000원. 코를 안전하게 감싸주는 철심이 내 몸처럼 자연스레 장착된다. 닭감기(AI) 때문이 아니었다. 먼지가 많은 양계장 일에 마스크는 꼭 필요한 존재다. 아직 넉넉하게 들어 있는 마스크 박스를 본다. 3주 정도는 아내와 쓰기엔 충분하다. 문제는 성인용. 초등학교 입학이 미뤄진 8살 딸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4살 아들에겐 아내가 매일 깨끗하게 빨아서 씌운다. 어린이용은 두 장 밖에 없어서다. 아이들은 코로나19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풍문에 그나마 안도한다. 요전 일이 생각났다. 딸아이 어린이집 졸업식이었다. 모두가 마스크를 썼다. 미처 마스크를 쓰지 못한 한 아빠는 연신 미안하다는 얘기를 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초롱초롱 눈망울로 우리를 쳐다보던 아이들이 마스크를 쓴 채 졸업노래를 불렀다. 우린 눈웃음으로 화답했다. 마스크 한 장을 꺼내 들고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의 참여를 놓고 공동상임 선거대책본부장인 이낙연 전 총리는 ‘비난은 잠시요, 책임은 4년’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유권자를 모독하는 발언이 아닐까? 정말 동아일보 기자출신이요. 국회의원과 전남도지사를 거쳐 민주당 출신 최장수 국무총리를 지낸 분의 언행일까? 하고 잠시 귀를 의심했다. 여론조사에서 2년 연속 차기 대권주자 1위를 도맡아 온 분의 발언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아무런 소신도 없이 문재인 정권에 충성을 다하여 차기 정권만을 노리는 소리로 들렸다. 참으로 실망스럽다. 이를 두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9일 페이스북에 이낙연 전 총리의 말과 관련 “욕 먹어도 고(go), 본인의 철학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차기 대권주자의 자격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 총리의 윤리의식도 문제지만, 비례정당의 참여를 주장한 양정철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면서 대권주자가 되려는 것은 애초 대권주자의 그릇이 못 된다”고 비난했다. 이낙연 전 총리의 발언은 8일 오후 민주당 선거대책회의에서 지도부가 비례정당의 참여를 두고 크게 찬반이 엇갈리면서 나온 말이다. 이날 &l
조배죽들은 자신들이 절대적으로 충성을 바치던 총독이 아니라 다른 지도자이기 때문에 뒤로 돌아서 업신여기는 듯하다. 민주적인 지도자가 들어서면 자세를 바꾸어 민(民)을 향하여 돌아서 여러가지 민원을 해결하여야 하고 차원이 다른 봉사를 하려면 골치가 아프다. 반면에 독재적인 지도자에게 오히려 꽁지를 흔들며 스스로 충성심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들은 조배죽이다. 옛날이 좋았고 항상 총독이 그립다. 조배죽들은 총독의 지위와 권위를 빌어 오직 한사람을 올려다보면서 충성을 바치고 프로빈스를 손쉽게 통치하는 방법을 익혔다. 권세의 차이도 크게 나타나기 마련이고 뭔가 손해가 크다는 느낌을 받는다. 김철수는 남들의 눈에 띄지 않게 구석에 앉아 조용하게 사무처리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독특하고 재미있는 다양한 조배죽의 캐릭터를 직접 경험하게 된다. 우배식(㬂醅蒠)은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한손으로 턱을 괴고 앉아 볼펜을 손가락에 끼어 돌리며 멍청하게 딴청을 부리다가 호된 질책을 받았다. 우배식은 국장이 출장을 가서 국장실을 비우면 자신이 국장이 된 듯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다리를 꼬아 앉은 거만한 모습으로 책상
5000명의 인간이 동면기 속에서 잠든 채 ‘아발론호’를 타고 외계 행성 ‘Homestead II’로 향한다. 하지만 120년의 여정을 목표로 떠난 우주선에서 프레스턴이 기계 고장으로 의도찮게 깨어나는 황당한 일이 일어난다. 전장 1㎞에 달하는 우주선은 새벽거리처럼 인적이 없다. 모두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새벽시간, 홀로 텅빈 거리에 나선 꼴이다. ▲ 사람들의 칠정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인지도 모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프레스턴은 텅빈 우주선을 돌아다니며 여러 기계를 작동시켜 본다. 안내데스크의 화면도 작동시켜 보고, 지구의 우주선 본사에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기계가 들려주는 음성은 참으로 정확하고 상냥하지만, 프레스턴이 느낄 황망함에 대해선 무감각하다. 우리가 안내전화에서 흔히 듣는 ‘고객님 많이 당황하셨지요?’라는 상투적인 ‘공감 멘트’마저 없다. 기계들이 내놓는 답변들은 틀린 것도 아니고 맞는 것도 아니다. 기계는 나의 마음이나 기분, 나만의 ‘문제’를 알 리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 중인 지난 2일 제주시 애월읍 애월우체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들께 매우 송구합니다.” 대통령이 3일 국무회의에 앞선 모두 발언에서 사과했다. 마스크 공급문제로 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든 것에 대한 입장이었다. 모처럼 나온 대통령의 사과성 발언에 당일 각 언론 인터넷판에는 ‘국민들에 대한 공식사과’로 크게 다뤘다. 그러나 이것은 공식적인 사과로 보기에 어렵다. 오히려 이를 크게 다룬 언론들이 더 이상해 보인다. ‘한겨레신문’은 당일 오후 인터넷판에 ‘문 대통령 마스크 충분히 공급 못해 국민께 송구’라는 제목으로 올렸고, 경향신문도 “문대통령 마스크 충분히 공급 못해 국민께 송구”란 제목으로 올렸다. 채널A의 경우 9시 뉴스에 ‘문대통령, 마스크 불편 사과했다’는 제목으로 내보냈고, 연합뉴스도 ‘문대통령, 마스크 불편 국민께 송구’등 각 통신사들은 일제히 인터넷판 등에 대통령의 사과성
▲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일부 의료진은 방호복도 없이 마스크만 쓴 채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이런 검역인력 및 의료장비 부족은 정부의 방역 예산을 심의.결정하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정부가 우체국 등 공적 판매처를 통한 특별공급에 나섰다. ‘내일부터’, 또 ‘내일부터’ 마스크 구매가 가능하다는 경제부총리의 장담은 공수표가 됐고, 새벽부터 나와 몇시간 줄을 서 기다려야 겨우 마스크 몇장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코로나19 국내 발병이 한달을 지나 장기화 국면으로 치닫는 가운데 공항을 비롯한 현장 검역인력과 대구ㆍ경북지역 등 병원 의료진에도 과부하가 걸려 있다. 일부 의료진은 방호복도 없이 마스크만 쓴 채 환자를 치료하며 전염병과 싸우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런 검역인력 및 의료장비 부족과 마스크 수급 불안은 정부의 방역 예산을 심의ㆍ결정하는 정치권의 책임이 결코 적지 않다. 국회는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고도 2017년 이후 3년째 감염병 현장 검역인력 충원 예산을 삭감했다. 정부가 2017년
'꼰대'와 '갑질'은 한글에서 나온 말이지만 영어사전에도 소개될 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한 단어다. 꼰대(kkondae)는 '그들이 말하는 것은 항상 옳고, 다른 사람이 얘기하는 것은 항상 틀리다고 하는 나이든 사람'으로 소개된다. 갑질(gapjil)은 '한국에서 다른 사람에 대한 권한을 가진 사람이 오만하고 권위적으로 표현하는 태도와 행동'으로 소개된다. 나이 든 어른들이 깊은 지식과 경험에서 나오는 훌륭한 가르침은 젊은 사람들이 교훈으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어른이라 할지라도 항상 옳을 수는 없다. 꼰대의 갑질은 해외출장에서 심하게 나타난다. 고위관료들과 지방의원들에게 해외연수의 기회가 열렸다. 새롭게 나타난 특권이라 할 수도 있다. 부하직원들이 출장여비와 촌지(寸志)를 만들어 주기 위하여 고민하는 풍토가 나타났다. 그러나 그들의 관심사는 어느 나라에 다녀왔는지 아니면 무슨 유흥을 즐겼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선진제도나 첨단과학을 이해하려 들지도 않고 단순히 흘려들은 얘기로 허풍을 떨어댔다. 애초부터 목적과 비용이 없었는데도 현지에서는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요구된다. 유흥업소를 찾
드디어 한국정치가 또다시 정치공학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대항해 집권여당인 민주당도 비례민주당을 만든다는 것이다. 꼼수에는 꼼수로 맞선다는 전략이다. ‘문재인의 탄핵을 막으려면 4.15총선에서 반드시 이겨야한다’는 민주당의 수뇌부는 결국 ‘비례민주당’ 카드를 만지고 있다. ‘무엇보다 명분만 있으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고도 “우리는 직접 만들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이같은 사실이 중앙일보에 보도된 지난 28일 오전.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은 비례대표 정당인 '열린민주당'(가칭)의 창당을 선언했다. 이날 그는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열린민주당을 성공적으로 창당하는 일에 몰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나는 비례대표 순번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21대 총선에서 국회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오직 열린민주당 창당 성공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역설했다. 이같은 민주당 수뇌부와
모튼 틸덤(Morten Tyldum) 감독의 2017년 작품 ‘패신저스’는 장르나 구성면에서 꽤 독특하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주로 공상과학 영화가 많지만, 패신저스는 굳이 장르를 분류하자면 ‘공상과학 로맨스’쯤 될 것 같다. 공상과학이 앞서는지 로맨스가 앞서는지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 보기에 따라 ‘타이타닉’의 우주 버전쯤 될 것 같기도 하다. ▲ 우리는 '작은 것'들에 길들여져 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영화 ‘타이타닉’이 대서양 한가운데서 조난당한 여객선 ‘타이타닉호’ 안에서의 러브스토리라면, ‘패신저스’는 대서양쯤은 접시물로 느껴질 만큼 그야말로 칠흑 같은 ‘망망우주’에서 조난당한 호화 우주선 ‘아발론호’ 속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타이타닉에서는 승객 1500명이 모두 조난자인 데 반해, 패신저스의 설정은 좀 특이하다. 승객 5000명 가운데 두 남녀 주인공만이 조난을 당한다. 매도 같이 맞으면 덜 아픈 것
▲ 정부는 금융.세제.예산 지원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망라해야 한다. 예비비 투입으로 부족하면 추가경정예산도 편성해야 할 것이다. 이참에 규제혁신도 비상경기대책에 넣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전국에서 나타났다. 감염 경로를 파악하기 힘든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 사망자가 나오면서 심리적 불안도 커졌다. 확진 환자가 다수 발생한 대구·경북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적 재난 수준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병영도 코로나19 침투에 뚫렸다. 개학을 연기한 대학까지 뚫릴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7만여 중국인 유학생이 속속 입국하는데 정부 대응은 기숙사 내 격리 수준이다.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고 음압 병실 등 의료시설의 수용 능력이 한계를 넘어서면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금의 ‘감염 확대’를 넘어 ‘유행’ 단계로 진입하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팬데믹(대유행) 상황에 이르면 인구의 40%가 감염되고, 사망자가 2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더욱 신
성경과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은 식탐, 교만, 나태, 탐욕, 정욕, 시기, 분노를 ‘7 deadly sins(7가지 대죄)’라고 표기한다. 영화 ‘세븐’의 살인마 존 도는 ‘deadly sin’을 혹시 문자 그대로 ‘죽을 죄’라고 직역해 살인을 저지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토마스 아퀴나스가 설마 그것을 ‘모두 죽어 마땅하고 모두 죽여야 한다’고 가르쳤을까. ▲ 진정한 진보의 기준은 도덕성의 진보가 아닐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쇄살인마 존 도가 소위 ‘7가지 죄악’을 범한 7명을 7일간 살해하는 스토리는 흥미롭기는 하지만 마냥 통쾌하고 후련해하기에는 뭔가 찝찝하다. 그 ‘찝찝함’의 원인은 아마도 ‘죄’와 ‘도덕’의 혼란에서 오는 듯하다. 존 도는 성경과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에서 표기된 ‘7 deadly sins’의 ‘deadly sin’을 혹시 ‘
▲ 지난 14일 제3차 재정관리점검회의에서 구윤철 기재부 2차관(맨 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기재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화훼농가를 위해 참석자들에게 꽃을 나눠줬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나라살림에 1조3000억원의 펑크가 났다. 정부는 국세가 294조8000억원 걷힐 것으로 보고 예산을 짰다. 그러나 실제 국세 징수액은 293조5000억원에 머물렀다. 2015~2018년에는 세금이 예상보다 많이 걷혀 복지를 확대하는 등 풍족하게 썼는데, 돌연 ‘세금 풍년’ 기조가 꺾인 것이다. 지난해 세수稅收 결손이 난 것은 정부의 경제전망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을 2.7%로 예상했는데, 실제 국내총생산(GDP) 성장은 2.0%에 그쳤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와 반도체 경기 불황 등 대외환경이 좋지 않았지만, 기업투자가 감소하고 내수도 부진한 국내 요인도 결코 적지 않았다. 특히 기업 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법인세가 예상보다 7조1000억원 덜 걷혔다. 법인세 징수액이 72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늘어나긴 했어도 세입예산(79조3000억원)에는 크게 미달했다. 오차율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