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 노동자의 주간 평균 노동시간은 71.3시간에 이른다. 현행법상 과로로 인한 질병 발생 시 산업재해로 인정되는 주 60시간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택배 환경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하는 이유다. [사진=뉴시스] 세계가 벤치마킹하는 ‘K-방역’의 숨은 공신에 택배 노동자가 있다. 택배 노동자들이 불철주야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집 앞까지 배달해주기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광을 받는 비대면 비즈니스의 첨병이 과로 끝에 숨지거나 쓰러지고 있다. 올해 들어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는 13명, 그중 국내 최대 물류회사 CJ대한통운 소속이 6명이다. 과로사가 잇따르자 CJ대한통운이 22일 긴급 대책을 내놓았다. 과로 원인으로 지목된 택배물건 분류작업에 지원인력 4000명을 11월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모든 택배 노동자를 내년 상반기 안에 산재보험에 가입시키기로 했다. 이런 기본적인 일을 왜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가 빈발하기 이전에 못했나. CJ대한통운이 사과와 함께 대책을 발표한 날에도 소속 택배기사가 목숨을 잃은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택배시장은 2018년 5조
영화 ‘가을의 전설’의 서사의 시작과 끝은 ‘One Stab(한칼)’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디언의 내레이션으로 이뤄진다. 아마도 미군에게 토벌당하기 전에는 인디언 부락에서 ‘한칼’ 했던 인물인 듯하다. 러드로 대령이 세상을 등지고 몬태나 산자락의 황야에 정착하면서 함께 목장을 일군 ‘창업공신’쯤 돼 보인다. ▲ 인디언 사회의 정신과 문화는 250년 이상 지속된 전쟁을 거치면서 철저하게 파괴되고 사라지고 말았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몬태나의 산자락 목장에 은거한 러드로 대령은 자신이 토벌하던 인디언들과 함께 살아간다. ‘한칼’ 외에도, 러드로 대령의 목장 동료들은 인디언 여자들과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평화롭게 살아간다. 러드로 대령은 인디언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한다. 가장 사랑하는 둘째 아들 트리스탄의 교육은 거의 인디언 ‘한칼’에게 일임한다. 덕분에 트리스탄은 인디언처럼 자란다. 러드로 대령의 목장에서 인디언들은 어설픈 백인 복장을 하거나 인디언의 말을 버릴 필요도 없이 서로가 서로를
▲ 소아과에 독감 예방접종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독감예방 백신접종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는 사망사고가 현재 12명째다. 제주에서도 근래에 없었던 사망 사례가 한 건 생겼다. 감염병에 대항하기 위해 필요한 접종을 적극 권하는 필자로서도 안타까울 뿐이다. 의사로서 며칠의 추이를 관찰해 본 결과 독감 접종을 일시로 멈춰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가장 큰 이유는 도민들이 불안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료실에 있으면 독감 접종해야 하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을 정도로 도민들은 아주 걱정이 크다. 이럴 때는 안전이 우선이며, 그를 통해 도민 안심이 먼저라야 한다. 두 번째 이유는 계속 강조했듯이 현재 코로나19 국면에서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독감이 유행하지 않을 예상이라면 굳이 무리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접종할 필요가 없다. 이번 독감 접종의 안전성이 어느 정도 확인됐을 때 시행해도 늦지 않다. 독감 접종 부작용 신고가 최근 10년 사이에 유독 많은 이유도 잘 살펴야 할 것이다. 10월 20일 기준으로 전국 431건으로, 전 해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많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물론 접종으로 인한 사망은 대부분 &lsquo
▲ 전세대란이 심화하고 있다. 무주택자가 내 집을 마련할 때까지 마음 놓고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공급확대 정책이 긴요하다. [사진=연합뉴스] 풍경이 서있는 위치에 따라 달리 보이듯 계절은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가을이 농민에겐 수확기이지만, 집 없는 도시 서민들에게는 고단한 이사철이다. 특히 치솟는 전셋값 때문에 일터에서 먼 외곽으로 떠밀려 나가는 이들에겐 소슬바람도, 단풍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올가을,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지은 지 30년이 돼가는 서울 외곽 아파트 전세 매물을 보기 위해 복도에 9개 팀이 줄을 서 대기하고 계약을 원하는 이들이 중개업소로 가서 제비뽑기를 했을 정도다. 사실 전세대란은 정부와 여당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군사작전 하듯 전격 시행한 7월 말부터 예고됐다. 서민 주거 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운 임대차3법은 살던 집에서 2년 더 살고(계약갱신청구권), 전세보증금도 최대 5% 올려주도록(전월세상한제) 했다. 그러나 시장은 다수 전문가들이 우려한 대로 거꾸로 갔다. 전세가 월세로 전환하며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며 전셋값이 급등했다. 계
‘가을의 전설’에 등장하는 러드로 대령의 가문은 영국 콘월(Cornwall)계다. 영국계 이민자의 혈통인 셈이다. 한국의 김씨 중에도 여러 문중과 파가 있듯, 영국 앵글로색슨족에도 여러 파가 있다. 코니시(Cornish)로 불리는 영국 콘월 지방 출신의 앵글로색슨들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가장 유서 깊은 앵글로색슨이라 자부한다. 콘월 출신 미국 이민자들 역시 스스로를 ‘코니시 아메리칸(Cornish American)’으로 부르며 남다른 콧대를 자랑한다. ▲ 쇼펜하우어가 보기에 이 세상에 인간의 이성이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란 없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니시 아메리칸’은 다른 앵글로색슨보다 앞서 미국에 이주하고 광산개발에 뛰어들었던 사람들이다. 미국의 해리 트루먼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도 ‘코니시 아메리칸’이었으니, 이들이 유별난 자긍심을 느낄 만도 하다. 그래서인지 러드로 대령을 연기하는 앤서니 홉킨스는 알아듣기 어렵고 오만하고 딱딱한 영국 ‘코니시’ 억양을 구사한다. 무척 인상적이다.
▲ 정부는 구속성보다 유연성에 무게를 둔 준칙을 내놓으면서 "최근 다른 나라들의 흐름도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렇지 않다. OECD 회원국들은 강력한 재정준칙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국가채무 등 재정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는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름하여 ‘한국형 재정준칙’. 그런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곳곳에 구멍이 뚫려있다. 그나마 5년 뒤, 2025년부터 시행하겠다니 현 정권은 해당되지도 않는다. 국가신용등급을 평가하는 세계적 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의 적정 국가채무 비율을 40%대 초반으로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복지예산이 늘어나면서 국가채무가 급증했다. 특히 올해는 추가경정예산이 네차례나 편성되면서 국가채무가 100조원 넘게 불어났다. 코로나19 사태로 확장재정이 불가피했다지만, 선거까지 맞물리면서 국가채무 비율은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40%를 넘어섰다. 현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에는 50%도 뛰어넘게 된다. 재정준칙 도입은 2016년부터 추진됐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선 제대로 논의조차 못하고 폐기됐다. 기획재정부는 당
러드로 대령(앤서니 홉킨스)은 ‘인디언 전쟁’에 참여해 아녀자들과 아이들, 노인들만 모여있는 인디언 마을을 불지르고 닥치는 대로 죽여야 하는 임무를 받는다. 자신의 의지는 아니지만 군인이 ‘국가’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는 일이다. ‘인디언 전쟁’ 아닌 ‘인디언 대학살’을 마무리 지은 러드로 대령은 군인의 상징인 칼을 패대기치고 국가와 군대를 버린다. ▲ 속세를 떠나 자연의 품에 안기고자 했던 인간들의 꿈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가에 대한 배신감과 환멸, 그리고 학살의 죄책감에 무너진 러드로 대령이 찾아가 몸을 의탁한 곳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몬태나주의 황량한 산기슭이다. ‘몬태나(Montana)’라는 이름 자체가 스페인어 ‘mo ntana(mountain)’에서 왔다. 문자 그대로 험준한 ‘산악(mountain)’ 지역이다. 그런 만큼 금광을 찾아나섰던 ‘골드러시’의 광풍이 휩쓸었던 지역이기도 하다. 몬태나주는 미국에
▲ 한번도 경험하지 않은 올해 같은 추석을 또 다시 보내선 안 된다. 정치권은 산적한 입법 현안과 민생 과제를 풀기 위해 ‘협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사진=뉴시스] 올 추석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명절로 기록될 판이다. 추석 연휴가 낀 9월 마지막 주 월요일 28일부터 10월 11일까지 2주는 코로나19 특별방역기간이다. 명절 연휴에 면제했던 고속도로 통행료를 받는다.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점에선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할 수 없고 포장만 가능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고향 방문 자제를 호소한다. “불효자는 ‘옵’니다” 현수막이 나붙었다. 그 영향인지 1박 이상 고향 방문 계획이 있다는 사람들이 16.0%로 예년의 절반 밑으로 감소했다(한국갤럽 조사). 추석 차례를 지내겠다는 경우도 44.5%로 지난해보다 10%포인트 낮아졌다(농촌진흥청 조사). 풍선효과 우려도 제기된다. 제주도를 비롯해 동해안ㆍ남해안 숙박시설에 예약 문의가 많다고 한다. 전국적 인구이동은 코로나19 감염의 확산 고리가 될 수 있다. 보수단체들이 예고한 개천절 집회도 자제돼야 마땅하다. 경찰이 집
에드워드 즈윅(Edward Zwick) 감독은 남북전쟁을 다룬 ‘Glory’, 일본 개화기의 사무라이를 그린 ‘The Last Samurai’ 등 시대적 서사극을 솜씨있게 빚어내는 감독이다. ‘가을의 전설(Legends of the fall):1994’ 역시 역사 서사극(Epic Drama)이다. ▲ 인간은 역사의 꼭두각시 인형이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서사극’은 그 속성상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과 격랑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그린다. ‘주체적’이고자 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희망사항이고 때론 ‘인간’이 대단히 주체적인 존재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리고 대개의 인간들은 그렇게 주체적이고 독립적이지 못하다. 강물이 범람하고 쓰나미가 몰려오면 그 속의 인간들은 그저 흐름에 휩쓸려가고 운명이 결정되는 것처럼, 역사의 흐름이나 대사변의 소용돌이 속에 인간은 무기력하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흐름들이 운명이 되고 만다. 대개는
▲ 젊은 세대가 ‘영끌’ ‘빚투’ ‘컵라면 대출’ ‘대출 사재기’ 등에 빠져 한탕을 노린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정쟁에만 빠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컵라면 대출(대출신청부터 실행까지 3분 만에 완료)’ ‘대출 사재기(한도가 줄기 전에 신용대출 받아놓기)’ 등 금융거래 및 투자 관련 신조어가 난무한다. 투자는 여윳돈으로 신중하게 판단해 행하는 게 정석인데, 신조어에서 보듯 한몫 잡으려고 무리하게 빚을 내 뛰어든다. ‘빚투’ 열풍의 위험수위는 통계로 입증된다.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신용융자 잔액은 16일 기준 17조7589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지난해 말의 두배에 육박한다. 5대 시중은행의 10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25조4172억원. 8월 말에 비해 불과 8영업일 만에 1조1425억원 불어났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자 신용대출로
▲ 고기협씨.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유치하려는 지사님께 동물을 뜻하는 영어 단어 ‘애니멀(animal)’은 정신, 숨, 삶을 의미하는 라틴어 ‘애니마(anima)’에서 유래했습니다. 원시인들은 아니 30년 전까지의 제주 사람들도 생물뿐만 아니라 바다와 산 같은 자연과 바람과 비와 같은 기후에도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통싯돌 하나를 옮기더라도 날을 받아서 했고, '멜도 베설 싯나.'라는 속담처럼 동물도 사람과 동일시했습니다. 하지만 동양에서는 인(仁)을 기반으로 한 위계질서를 정립하여 춘추시대의 혼란을 극복하자는 공자의 유교가 지배사상이 되면서 효(孝)와 제(悌)를 모르는 동식물은 열등한 존재로 전락하였습니다. 서양에서도 르네상스시대 이후 인본주의 사상이 뿌리를 내리면서 '신-천사-사람-동물-식물' 순으로 위계가 있다는 사고가 보편화되었습니다. 그 결과 인간을 위해서라면 다른 생물체와 자연은 어떻게 되어도 괜찮다는 인본주의적 쇼비니즘(chauvinism)이 만연하여 생태계의 사슬은 끊어지고, 생물종다양성은
에린모어 장군은 영국군 전방부대에 긴급 명령을 전달할 ‘요원’으로 스코필드 하사와 블레이크 일병을 지목한다. 그가 다소 ‘얼빵’해 보이는 블레이크 일병을 뽑은 이유는 단 하나, 그의 형이 전방부대에 있어서다. 블레이크 일병에게 임무 완수는 사랑하는 형을 구하는 일인 셈이다. 이보다 더 확실한 ‘동기부여’는 없다. 국가든 회사든 그들이 나와 가족을 지켜줄 수 있을 때 헌신할 뿐이다. ▲ 모든 전쟁은 나라 간의 전쟁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개인 간의 전쟁’이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1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 서부전선에서 에린모어 장군은 영국군 전방부대에 총공격계획 중지를 긴급히 전달하기 위해 수많은 격전을 헤치고 살아남은 스코필드 하사를 선택한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병사, 블레이크 일병을 스코필드 하사에게 붙여준다. 현명하다면 현명하고, 간교하다면 간교한 인선이다. 블레이크 일병이 선택된 이유는 단 한가지다. 그가 유난히 애국심이나 책임감이 강해서도 아니고, 일당백의 전투력이나 기민성을 갖춰서도 아니다. 단지 그의 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