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황량한 와이오밍주州에 악명 높은 눈폭풍이 몰아치면 ‘미니의 잡화점’은 대목을 맞이한다. 사람은 둘째 치고 말도 견디지 못하는 눈폭풍을 피할 곳은 미니의 잡화점밖에 없다. 1877년 눈폭풍이 몰아치던 어느 날 미니의 잡화점은 붐빈다. 미니의 잡화점에 시차를 두고 대피한 스마이더 장군과 워런 소령(새뮤얼 잭슨 분)이 조우한다. 일단 서로의 복장부터 ‘잘못된 만남’이 될 것을 예고한다. 남북전쟁이 끝난 지 벌써 12년이나 지났는데, 스마이더 장군은 회색 남군 정장 차림이고 워런 소령은 청색 북군 정장 차림이다. 보기만 해도 서로의 피가 거꾸로 솟게 하는 복장이다.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고 스마이더 장군과 워런 소령은 서로의 이름을 듣자마자 상대가 어떤 ‘선수’인지 알아차린다. 남군의 스마이더 장군은 포로로 잡힌 북군 병사 중에서 흑인병사만 골라 집단학살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스마이더 장군의 흑인병사 집단학살의 명분은 ‘말 먹일 식량도 없는데 어찌 흑인 포로들까지 먹이겠느냐?’였다고 한다. 흑인은 말보다 아래다. 북군의 워런 소령은 반대로 남군 포로들을 가차 없이 죽이는 전쟁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이유가 가관이다. 북군 감옥에 갇혔다가 탈옥할 때 감옥에 불
코로나19는 한국 관광산업 전반을 멈춰 세웠습니다. 서울의 특급호텔 객실은 불이 꺼지고, 강원의 스키장은 시즌 내내 슬로프가 텅 비었으며 부산의 국제회의 산업도 줄줄이 취소됐습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은 중앙정부 관광진흥개발기금이라는 안전망 덕분에 최소한의 숨통을 틀 수 있었습니다. 강원도의 한 중소 호텔 대표는 "문체부 융자 덕분에 직원 월급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부산의 컨벤션 업체들은 임대료와 전기세 같은 고정비를 충당하며 연명을 이어갔고, 전남의 여행사·숙박업체도 중앙 기금 덕에 폐업 직전에서 가까스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주도는 상황이 정반대였습니다. 출국납부금과 카지노 납부금이 전액 제주관광진흥기금으로만 귀속되는 구조 때문에 문체부 융자 공고에는 늘 '제주도 소재 업체 제외'라는 문구가 붙었습니다. 평소에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장점이었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곧바로 중앙 지원에서 고립되는 '제도의 덫'으로 작용했습니다. 수치를 보면 그 심각성이 더욱 분명해집니다. 2019년 제주공항을 통해 해외로 출국한 내국인은 약 144만명에 달했습니다. 출국자 한 명당 1만원씩만 계산해도 140억원 이상이 제주관광진흥기금에 유입됐습니다.
미국이 16일부터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7.5%에서 15%로 낮췄다. 이와 달리 한국은 관세율을 15%로 낮추기로 미국과 합의하고도 후속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며 25%로 유지되고 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ㆍ의약품 관세는 자동차 관세보다 더 높을 수 있다”며 엄포를 놓는 등 대미(對美) 수출전선이 불안하다. 한국산 자동차는 올해 3월까지만 해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을 누렸다. 기본관세(2.5%)가 적용된 일본산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낮아진 일본차 관세로 한국차는 힘든 경쟁을 하게 됐다. 그동안 일본보다 2.5%포인트 ‘관세 우위’에 있었던 것이 10%포인트 ‘관세 열세’로 바뀌면서 한국차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지게 됐다. 관세 부담이 반영되면 지금까지 1700달러 낮았던 현대차 쏘나타의 미국 판매가격이 경쟁 차종인 도요타 캠리보다 775달러 높아진다고 한다.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미국이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자동차 및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지난 4월 이후 대미 자동차 수출이 뒷걸음쳤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대미 자동차 수출은
베테랑 ‘현상금 사냥꾼’ 존 루스(커트 러셀 분)가 현상금 1만 달러가 걸린 데이지라는 여자 수배범을 자기 손목에 수갑을 나눠 차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호송하는 중이다. 요즘이야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온갖 복잡한 재판절차를 거쳐야 처벌이든 처형이든 할 수 있지만, 1870년대 ‘서부 개척 시대’ 미국에서는 ‘현상 수배범’으로 공지되면 그것으로 끝이다. 현상수배 전단에는 대개 ‘생사 불문(Dead or Alive)’하고 그 수배범을 잡아오는 자에게 상금이 약속된다. 죽여서 ‘가지고’ 오든 산 채로 끌고 오든 상관없다. ‘서부의 법(Law of the West)’이다. 무죄추정의 원칙 따위는 없다. 오히려 ‘유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요즘 무죄추정의 원칙을 악용하는 법기술자들이 창궐하다 보니 그 시절의 서부의 법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모양이다. 당연히 현상금 사냥꾼들은 수배범을 발견하면 현장에서 죽여서 ‘가지고’ 가는 것이 상식이다. 수배범을 산 채로 호송하는 건 위험부담이 크다. 생사 불문의 수배전단이 배포된 수배범은 산 채로 법정에 끌려가면 100% 교수형이다. ‘이판사판’에 몰린 수배범은 시한폭탄이다.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껴안고 갈 만큼
거친바람을 막아주고 좋은 기운이 모이는 명당의 요건을 이루려면 전후좌우에서 호위하고 감싸주는 산이나 언덕 또는 기타 자연적으로 형성된 지형지물 즉, 절대방위가 아닌 본인을 중심으로 왼쪽에서 감싸주거나 받쳐주는 산이나 언덕을 좌청룡(左靑龍), 오른쪽에서 감싸주거나 받쳐주는 산이나 언덕인 우백호(右白虎), 앞 즉, 맞은편에서 바라보이고 응대하는 앞산이나 언덕인 남주작(南朱雀), 뒤쪽에서 받쳐주는 산이나 언덕인 북현무(北玄武)의 요소가 갖추어져야 한다. 이 말은 뒤로는 산을 의지하고 앞으로는 멀리서 읍(揖)을 하는 형상, 즉 신하가 임금에게 공경의 뜻을 나타내는 형국의 작은 산을 바라보고, 좌우에서 호위하는 사산(砂山)인 청룡과 백호 등이 환포(環抱), 즉 조화롭게 감싸주어야 한다. 명당의 국세에 대해 배산임수(背山臨水), 즉 뒤로 산을 의지하고 앞으로 물을 맞이하면 건강장수(健康長壽)하고, 전저후고(前低後高), 즉 앞이 낮은 듯하고 뒤가 높으면 뛰어난 영웅이 나온다는 의미에서 세출영웅(世出英雄)하고, 전착후관(前窄後寬), 즉 앞이 좁은 듯하고 뒤가 넓으면 부귀가 산처럼 쌓인다는 의미에서 부귀여산(富貴如山)이라고 했다. 명당(明堂) 은 탁 트여야 하고 물이 굽이굽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30일에 이어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회견은 당초 예정한 1시간 30분보다 1시간을 더 넘겨 2시간32분 동안 진행됐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기자들과의 질문 답변을 통해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기회를 많이 가진 것은 바람직하다. 이 대통령 취임 100일이자 선물ㆍ옵션 만기가 겹쳐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네 마녀의 날’인 이날 코스피지수는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갔다. 전날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코스피는 이날 종가 기준 최고치도 뛰어넘어 3344.20으로 마감했다. 대선에서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약한 이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도 자본시장 활성화 및 증시 부양 의지를 재확인했다.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정부의 세법 개정안대로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할지에 대해 “주식시장 활성화가 장애를 받을 정도면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라고 해서 경제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당장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1%대 후반’으로 주저앉은 잠재성장률뿐만 아니라 1.0%에도 못 미치는 0.9%로 예상된다.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영화 ‘헤이트풀8(Hateful Eight)’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8번째 작품이다. 타란티노는 클래식 음악 대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순서대로 Op.(Opusㆍ걸작)라는 접두어로 작품번호를 명기하듯 자신의 작품에 일련의 작품번호를 붙인다. 헤이트풀8은 타란티노의 ‘작품번호(Op.) 8’인 셈이다. 영화 ‘장인’이라면 자신의 작품에 대한 그만한 자부심은 가져도 좋을 듯하다. 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1877년이고, 공간적 배경은 미국 중서부 와이오밍주(州) 허허벌판이다. 지금도 한반도보다 조금 넓은 면적에 인구는 경기도 평택시 인구에 해당하는 50여만명이이니 1877년에는 거의 황무지라고 해도 무방한 곳이다. 그곳에 미국 북서부의 악명 높은 눈폭풍 ‘블리자드(Blizzard)’가 몰아치는 어느 날 영화가 시작된다. 남북전쟁이 1865년에 끝났으니 전쟁이 끝나고도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시점. 하지만 남북전쟁의 상흔이 여전한 혼란기 속 와이오밍은 미국의 주로 편입되기 이전의 무법천지 구역이다. 그런 위험한 황무지에 ‘미니(Minnie) 잡화점’이 있다. 사막 여행자들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영화의 주인공 중 하나인 존 루스(John Ruthㆍ커트 러셀 분)는 내로
"서울은 따릉이, 대전은 타슈, 광주는 타랑께, 그런데 제주는 뭐라고 부르나요?" 제주시 중심 도로인 연삼로가 오는 27일 '차 없는 거리 자전거·걷기 행사'로 변신합니다. 평소 차량으로 가득 찼던 도로 위가 자전거와 사람들로 채워지며 하루 동안 도민 참여형 축제가 펼쳐질 예정입니다. 가족 단위 참가자, 학생, 관광객까지 어우러져 도로를 달리거나 걷는 장면이 곳곳에서 연출될 전망입니다. 다만 교통 혼잡 우려도 큽니다. 연삼로는 제주공항과 민속오일시장을 잇는 길목으로 행사 당일 정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제주도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탄소중립과 건강도시 이미지를 확산하고, '자전거 타기 좋은 제주' 조성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입니다. 연삼로 곳곳에는 버블 체험존과 플래시몹 댄스 공연, 마칭밴드 퍼레이드가 준비돼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립니다. 제주도는 올해를 '자전거 타기 좋은 제주 원년'으로 선언했습니다. 지난 2월 24일에는 오영훈 제주지사가 직접 전기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체험하며 공직자 대상 전기자전거 시범사업을 출범시켰습니다. 오전 8시 20분 제주문학관 인근에서 출발해 약 20분 만에 도청에 도착한 그는 "횡단보도에서 자전거도로 표시가 없어 정차
밤새 소나기와 숨바꼭질을 하였다. 텁텁해도 에어컨 바람이 싫은 어머니와 그러면 잠을 설치는 내가 벌인 전쟁이다. 초저녁에는 에어컨을 켰다가도 밤 중이 되면 꺼드려야 단잠을 주무시는 어머니 때문에 벌어진 일. 아니, 잠자리에 들면서 에어컨을 끄는 대신 열어 놓은 거실의 통창으로 소나기가 쳐들어 온 탓이 더 크다. 부리나케 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니, 얼마 없어 어머니가 뒤척이며 불편해하시는 눈치다. 어떻게 알았는지 때마침 소나기가 그쳐 주길래, 다시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었다. 올여름 동안 실종됐던 시원해진 밤공기가 창틈으로 스며들어 왔다. 그 사이를 뚫고 풀벌레 소린지, 매미 소린지가 귓가를 간질인다. 문득 어린 시절의 여름밤이 떠오른다. 아버지는 쇠막을 개량해서 지붕을 콘크리트로 발랐다. 70평 터에 집, 창고, 변소, 수도, 화단, 눌(마소의 꼴을 저장하는 낫가리), 쇠막까지 꽉 들어찬 집에 새로 생긴 공간이었다. 그 시멘트 지붕에는 필요에 따라 곡식이나 빼때기(고구마를 썰어서 말린 절간)를 널기도 했다. 가장 기억나는 것은 아버지가 어촌계장 하시던 시절에 일본 수출용으로 말리던 염장 전복이다. 해녀들이 잡아 온 전복을 어촌계가 수매해서 내장은 게우젓으로
2026년도 정부 예산안은 여러 신기록을 보유한다. 우선 역대 최대 규모 증액 예산이다. 이재명 정부가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내년 예산안 총지출은 728조원. 올해 본예산(673조3000억원)보다 54조7000억원 많다. 증가율이 8.1%에 이르는 팽창예산이다. 본예산 기준 처음으로 700조원 시대를 개막한다. 문제는 급증하는 지출만큼 세금 징수 등 수입이 떠받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내년 총수입은 올해(651조6000억원) 대비 22조6000억원(3.5%) 늘어나는 데 그친다. 대규모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다. 정부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에만 110조원의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내년 국가채무는 올해보다 113조원 불어나 1415조원에 이르게 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51.6%로 사상 처음 50%를 넘어선다. 필요한 분야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미국의 무차별 관세 부과로 인한 수출 감소와 내수침체 장기화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1%대 후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도
정치해결사 브린(로버트 드 니로 분)과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모츠(더스틴 호프먼 분)의 신출귀몰한 ‘조작극’에 힘입어 ‘소녀 추행범’인 현직 대통령은 89%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마침내 재선에 성공하는 기적을 일궈낸다. 음침한 승리는 정정당당한 승리에는 필요 없는 ‘입막음’이 요구되기 마련이다. 혹시라도 ‘전리품’ 배분에 불만을 품은 누군가가 ‘공익제보자’나 ‘내부고발자’로 나서면 모든 게 허사로 끝난다. ‘알바니아와의 조작된 전쟁’이라는 사기극의 수괴는 분명 대통령이지만 실무 총책은 브린이다. 당연히 ‘입막음’도 브린의 몫이다. 브린은 ‘알바니아 전쟁 조작극’에 참여한 모든 사기단원에게 적절한 논공행상을 한 듯 모든 것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는 듯하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터진다. 브린은 사기극의 ‘일등 공신’인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모츠에게 외국 대사 자리를 제안한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정권 창출의 크고 작은 공신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크고 작은 기관장 자리가 340여개라고 하는데, 그 면면에 ‘어둠의 공신’들이 섞여 있는 것을 보면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다. 미국 대통령은 ‘대국’답게 그 자리가 300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대사
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 전국은 요동쳤다. 17개 시·도가 일제히 비상 체제로 흔들렸다. 비상계엄령이 발동되던 그 때 제주에서는 도청 본관 출입문이 닫혔다. 밤 11시 17분부터 다음 날 새벽 2시 13분까지다. 이 조치가 단순한 '출입문 통제'였는지, 아니면 '청사 폐쇄'였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며 제주도정은 곧바로 '불법 계엄 동조' 의혹에 휘말렸다. 논란의 중심에는 오영훈 제주지사의 '부재'가 있었다. 오 지사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불법 계엄 사태에 대한 여러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그날 저녁 저는 제주에 없었다. 서울에서 기업인들과 면담을 마친 뒤 오산에서 식사를 했고, 오후 9시 5분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넘었다"고 말했다. 이후 자택으로 이동해 비서실장과 특보들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으며 지시를 내렸고, 새벽 1시 30분 도청 회의를 소집해 "군·경은 상부 지시가 있더라도 따르지 말라"는 불복 지침을 명확히 내렸다고 해명했다. 그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단의 질문은 한 가지로 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