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도심 곳곳에서 공유 전기자전거 '지쿠'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부쩍 늘었다. 제주도가 탄소중립 실현과 대중교통 혁신을 목표로 올해를 '자전거 타기 좋은 제주 조성 원년'으로 선포한 이후 공직자들도 솔선수범하며 자전거 이용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기대와 달리 문제점도 적지 않았다. 지난 25일 아침 출근 시간, 제주시 삼도동 이마트 인근을 찾았다. 버스정류장 옆에는 녹색 계열의 공유 전기자전거 '지쿠'가 세워져 있었다. 도로 한편과 인도 가장자리, 심지어 횡단보도 입구까지도 예외가 아니었다. "취지는 좋죠. 자전거 타면 차가 줄어들고 탄소중립에도 도움 되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아무 데나 세워두면 보행자 입장에선 난감해질 때가 많아요." 출근 길 만난 도민 박모씨의 말이다. 박씨는 "횡단보도 바로 앞에 자전거가 떡하니 놓여 있어 지나다닐 때 혼란스러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현재 제주도의 공유 전기자전거는 별도의 거치대가 없다. 이용자들은 인도 한쪽이나 버스정류장 근처 등 빈 공간에 자전거를 세우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보행자의 통행이 방해되거나 휠체어나 유모차의 이동이 막히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공유자전거 운
여야정 대표의 국정협의회 4자회담이 20일 열렸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사랑재에서 만나 116분 동안 의견을 나눴다. 그러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반도체특별법, 국민연금 개혁 등 현안에 대한 합의는 도출하지 못했다. 다만, 추경은 민생 지원·인공지능(AI)을 비롯한 미래산업 지원·통상 지원 등 3가지 원칙에 입각해 시기와 규모, 세부내용을 실무협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반도체법과 연금개혁도 실무협의에서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국정협의회는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우원식 의장이 거론한 지 두 달여 만에야 성사됐다. 한덕수 전 대행과 우원식 의장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튿날인 지난해 12월 15일 만나 국정협의체 조기 구성을 논의했다. 여야는 당초 지난해 12월 26일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그러다가 민주당이 한덕수 대행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서 좌초됐다. 지난해 말 우원식 의장이 다시 제안했다. 2월 국회 시작과 함께 10~11일 개최하려다가 또 늦어졌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추경 편성이다. 여야 모두 추경의 필요성에 공감하면
샘 에스마일 감독은 영화 속에 2명의 ‘인간혐오자’를 등장시킨다. 한명은 주인공인 아만다(줄리아 로버츠 분)이고 다른 한명은 대니(케빈 베이커 분)라는 인물이다. 감독이 인간을 혐오하는 둘을 영화 전면에 세운 까닭은 뭘까. 영화 속 아만다는 스스로 인간혐오자라고 커밍아웃하면서 인간을 사랑한다거나 인간을 혐오하지 않는다는 사람들을 모두 ‘가식 덩어리’쯤으로 매도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또 다른 인간혐오자는 대니라는 인물이다. 워낙 ‘인간’이 싫어서 큰 저택에 혼자 사는 대니는 초연결 사회의 돌발적인 붕괴사태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하지만 ‘각자도생’의 원칙 아래 누구와도 자신의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비밀리에 지하실에 핵전쟁이 터져도 버틸 만한 벙커를 만든다. 아울러 1년쯤 버틸 수 있는 비상식량과 물자도 비축한다. 혐오스러운 인간들은 모두 죽든 말든 나만 살면 된다. 마침내 재앙이 닥치고 마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굉음이 덮친다. 그후 아만다의 16살짜리 아들 아치가 극심한 두통과 구역질을 하고 멀쩡했던 이까지 하나둘 빠지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아만다 부부의 13살짜리 딸 로즈는 행방불명이 된다. 아만다 부부는 패닉 상태에 빠진다. 아만다는 로
요즘 들어 어머니의 수면시간이 불규칙하게 길어졌다. 보통 저녁 8시쯤 주무셔서 이튿날 아침 8∼9시면 일어나시던 분이, 엊그제는 점심시간이 되어도 눈을 뜨지 않으신다.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라서, 요양보호를 잘 아는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가만히 두어라. 기력이 모여지면 저절로 눈을 뜨실 게다’. 참으로 그러실까?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서 어머니 귀에다 대고, “일어나십서, 어머니! 점심 때가 다 되어부러수다!”라고 외쳐 본다. 반응이 없으시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눈꺼풀을 뒤집어본다. 그러자 짜증을 내면서 내 손을 잡아 치우시더니, 다시 잠 속으로 들어가신다. 아이쿠, 다행이다. 그렇게 저녁까지 계속 주무시더니, 이튿날 새벽 4시쯤에야 눈을 뜨셨다. 속 옷이 다 젖도록 축축해진 기저귀를 갈아드리자, 구태여 이동변기로 기어가서 스스로 소변을 보신다. 그리고 당신의 자리로 돌아가서는 다시 깊은 잠으로 빠져든다. 어제는 낮잠을 주무시다가 갑자기 헛소리를 하셨다. “어머니, 무사 이제사 오란?”이라고. 무슨 말씀이시지? 내 책상은 마치 회장님의 비서실처럼 어머니 방 입구에 놓여 있다. 언제라도 어머니가 호출을 하시면 달려 나갈 요량이다. 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1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조정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2.0%)보다 0.4%포인트 낮다. 불과 3개월 사이 성장률 전망치가 0.4%포인트나 차이 난 핵심 요인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다. KDI는 민간소비, 설비투자, 수출 등 모든 부문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관세정책에 따른 통상갈등이 격화하거나 정국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성장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황에 따라 성장률이 1% 초반으로 내려갈 수도 있음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한국산을 포함한 모든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트럼프 1기 정부 때인 2018년 이후 한국은 대미對美 수출 철강에 쿼터로 물량을 제한받는 대신 관세를 면제받아 왔다. 이것이 3월 12일부터 폐지되고 25% 관세를 적용받을 판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 부과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첫 타깃으로 삼은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 반도체까지 국가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매기는 품목별 보편관세의 표적
‘세계의 심장부’라는 뉴욕시에서 불과 1시간 남짓 떨어진 부촌 롱아일랜드에 세상과의 모든 연결망이 단절되는 재앙이 덮치지만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무언가 심각한 사고가 터진 게 분명한데 통신 자체가 끊겼으니 무슨 영문인지 알 도리가 없고, 불안감만 가중된다. 그때 하늘에서 눈처럼 ‘삐라’가 쏟아진다. 알 수 없는 아랍어로 쓰인 단 한 줄은 ‘미국에 죽음을(Death to America)’이라는 구호다. 국적을 불문하고 미국에 원한 맺힌 모든 이슬람 국가에서 표준화된 실제 반미(反美) 구호다. 워낙 간결하고도 강렬해서인지 9·11 테러 이후 많은 미국인의 오금을 저리게 하는 구호다. 이 구호가 적힌 삐라를 받아든 아만다의 가족들과 마을 주민들은 마른침을 삼킨다. 9·11 테러의 재현을 예감한다. 이 구호의 기원은 1979년 테헤란 미국대사관 인질사태 때 미 대사관을 포위한 이란 군중이 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 모든 반미 집회에서 ‘개회선언문’처럼 자리매김했다. 흥미로운 건 반미 선동 선봉에 섰던 당시 국가최고지도자 호메이니의 태도다. 명색이 성직자였던 그는 군중집회에서는 이 저주의 구호를 허용했지만 라디오나 TV 방송에선 금지했다. 어떤 이유로든지 누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카드 활용술이 실체를 드러냈다. 4일(현지시간) 시행하려던 멕시코·캐나다 대상 25% 관세 부과는 한달 유예하기로 했다. 대신 캐나다와 멕시코는 펜타닐 마약 유입 및 불법 이민자 단속 등 트럼프의 요구사항을 들어줬다. 당사국들이 밀고 당기기 협상을 한 결과다. 트럼프가 일단 한발 물러선 데는 이유가 있을 게다. 미국산 농산물 수출이 영향을 받는 등 자국 경제에 미칠 타격과 수입물가 상승을 우려했을 것이다. 시간을 끌며 상대국으로부터 얻을 것은 얻어내자는 계산도 작용했을 수 있다. 트럼프가 관세 부과를 유예했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명확하다. 관세를 활용해 무역적자를 줄이고, 세수를 늘리며, 제조업 기반을 미국으로 회귀시키겠다는 것이다. 달래고 어르면서 미국이 원하는 것을 끌어내려는 속셈이다. 멕시코·캐나다와 달리 중국 제품에는 미국이 4일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중국도 10일부터 미국산 품목에 10~15%의 보복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트럼프 1기 정부 때 벌어졌던 미·중 관세전쟁 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한국 입장에선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 집중한 수출 전략을 펴기도 어렵다. 지난해
아만다(줄리아 로버츠 분)의 가족은 주말 휴양지에서 인터넷과 TV, 전화, 전기 등 모든 유·무선의 ‘연결’이 예고 없이 순식간에 끊어지는 충격적인 사태에 맞닥뜨린다. 이를 ‘미증유(未曾有)’의 사태쯤으로 느낀 사람들은 충격과 혼란 속에 빠져 갈피를 잡지 못한다. 미증유의 사태란 이전에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사태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영화 속 인터넷망의 붕괴는 미국사회에 한번도 없었던 일일까. 크고 작은 IT망의 교란 내지 붕괴 사태는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끊임없이 발생한다. 크고 작은 사이버 테러 사건도 끊임없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영화 속에서 모든 사람들은 마치 그것이 한번도 없었던 사건인 것처럼 여긴다. 2001년 나심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라는 미국의 통계학자가 ‘블랙 스완 이론(Black Swan Theory)’을 발표했다. 그 이후 블랙 스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금융 시스템의 붕괴현상을 이르는 말로 널리 사용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블랙 스완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자신이 아직 보지 못했거나 예상치 못했던 것일 뿐, 매우 드물지만 나타날 수 있는 사태를 의미한다. 반면, 이미 한번쯤 경험했고 그것이 발생할 가능성이
요즘 들어 어머니의 식사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입에 잔뜩 밥을 물고도 숟갈을 들어서 다시 집어넣으려 하신다. 허겁지겁 서두르는 모양새가 몹시도 배고픈 아이를 연상케 한다. 식탐이 느신 게다. “어머니 밥을 이추룩 잘 드시민, 앞으로도 오래오래 살아지쿠다, 예?”라고 추켜세워드리면, “게메게(그러게 말이다). 돌아오멍 살아짐직 허다 이!”라며 빙그레 웃으신다. 만족스러운 표정이 천상 어린애를 닮았다. 그러고는 정색하고서 뱉으시는 말씀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조반 잘 먹어사 호루 종일 일해여!”. 아, 어머니는 103세의 아침에도 밭에 가서 할 일을 생각하면 걱정이 태산인가 보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 치는 아이놈은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라는 조선시대 남구만의 시조가 상기되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어머니의 치매증세가 그전보다 나아진 건 아니다. “정옥아 이리 와보라. 괴기가 딱 붙언 아니 떨어졈저게!” 무슨 일인가 해서 달려가 보면, 스웨터의 단추를 붙잡고 쩔쩔매고 계신다. 아, 어머니 눈에 드디어 헛것이 보이기 시작한 게다. 어쩌면 바다에서 물질을 할 때 소살로 생선을 쏘아 망실이에 집어넣었는데, 그
2005년 1월27일 제주는 '세계평화의 섬'이란 간판을 달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일이다. 참혹했던 1948년 4·3의 비극의 뒤안길에 내린 결론이었다. 하지만 그 시절 노무현 정부는 줄기차게 논란이었던 제주해군기지 문제도 매듭지었다. 2007년 제주 강정항에 '민·군 복합항'이란 이름의 해군기지 조성을 결정했다. '한반도 병참기지화'란 반발과 '한반도 남방 대양해군의 거점'이란 청사진이 맞붙는 시련의 세월이 또 찾아왔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올해 2월 3일 강풍이 몰아치던 서귀포 강정동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 이른 시간부터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손에는 '기동함대사령부 창설 반대', '제주를 화약고로 만드는 행동을 멈춰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해군기지 앞에서 울려 퍼지는 구호는 '평화의 섬' 제주가 다시 한번 군사적 긴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날 제주해군기지에서는 해군의 오랜 숙원이었던 기동함대사령부 창설식이 열렸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해상 교통로를 보호하며, 대한민국의 해양 권익을 수호하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는 명분이 따랐다. 제주는 2005년 1월 27일 노무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계엄 쇼크’는 훨씬 심각했다. 비상계엄 여파와 건설경기 부진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경제가 직전 분기 대비 0.1% 성장에 그쳤다. 한국은행의 지난해 11월 전망치(0.5%)보다 0.4%포인트 내려갔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도 2.0%에 그쳤다. 이 또한 한은 전망치(2.2%)보다 0.2%포인트 낮다.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 등 정치 리스크가 경제성장을 갉아먹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지난해 4분기 저성장이 끝이 아니란 점이다. 체감경기와 경제심리가 갈수록 악화하고 대외환경도 사면초가이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61로 지난해 4분기(85) 대비 24포인트 급락했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0년 3분기(55)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낮았다. 한은이 조사한 1월 전全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도 85.9였다. 계엄 사태가 터진 지난해 12월 87.3으로 뚝 떨어진 뒤 하락세가 멈추지 않았다. BSI와 CBSI 모두 기준선 100을 밑돌수록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1.9%로 전망했던 올해 경제성장률도 1.6~1.7%로 낮출 태세다. 이
아마도 미국을 혐오하는 어느 집단의 강력한 ‘전자기 펄스 폭탄(Electromagnetic Pulse Bomb)’ 공격쯤으로 짐작되는 테러를 당한 미국의 모든 인터넷 시스템이 붕괴된다. 전자기 폭탄의 충격은 인간들의 전자기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동물에게 내재된 방향감각기능까지 교란한다. 미국 남부 마이애미에나 있어야 할 플라밍고들이 아만다(줄리아 로버츠 분)의 수영장에 날아와 옹색하게 헤엄치고, 북부산림 속에 있어야 할 사슴 가족이 아만다의 펜션을 기웃거린다. 아만다의 펜션에 처음 등장한 3마리의 사슴 가족은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아만다의 가족도 정원에 나타난 사슴 가족을 사랑스러운 미소를 머금고 숨죽이고 바라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수가 수백 마리로 늘어난다. 진영을 갖춘 ‘사슴 집단’의 모습은 결코 사랑스럽지도 흐뭇하지도 않다. 그저 공포의 대상일 뿐이다. 묘한 것은 사슴들의 ‘표정’도 처음 3마리였을 때와는 판이하단 점이다. 더 이상 조심스러워하지도 않고 인간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그 표정들이 뻔뻔하고 흉흉하고 공격적으로 바뀌어있다. 사슴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순하고 겁먹은 듯한 커다란 눈망울은 ‘집단광기(collect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