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년 3.1독립운동 100년이다. 그리고 100년 전 그해 4월 11일은 중국 상하이에 대한민국 정부가 그 시작을 알렸다. 임시정부수립일이다. 임시정부는 고국을 떠나 많은 사람들이 독립운동의 길에 들어서는 신호탄이었다. 돈 있는 사람은 돈을 내어, 머리 있는 사람은 지식으로, 힘 있는 사람은 힘을 모아 중국, 만주, 러시아 등지에서 독립의 기치를 높이 내걸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궁금증이 촉발되는 지점이 있다. 오랜 기간 마음 속에 자리잡힌 의문이다. 3.1 만세운동의 함성을 이끌거나 초창기 독립운동에 참여했건만 돌아선 이들의 의식구조다. 민족의 배신자들의 생각말이다. 나이가 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보수화된다고 한다. 보수라고 하면 진보와 대별되는 말이면서 고리타분하다고 보이지만 나는 그것을 포용력이나 이해심이라고 달리 말하고 싶다. 모나지 않으면서 둥글고, 물불 안 가리는 게 아니라 한 발자국이라도 조심하고, 내 주장을 강조하기 보다는 들을 줄 아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사상이나 주의에 심취한다. 다른 생각을 듣지 않거나 무시하기도 했고, 내 한 몸 안 아끼고 정의의 대열에 뛰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지난 12월 5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도민과 국민들의 뜻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결단을 내리고 말았다. 비록 중국의 녹지그룹이 운영하는 영리병원이 국내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으면서 외국인 대상으로만 진료하게 되는 조건부 허용이라지만 원칙을 저버렸으며, 한국 보건의료의 미래에 구멍을 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제주도의 발표 이후 전국에서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데, 필자는 영리병원 허용에 대한 분명한 반대 의견과 더불어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 정리하고자 한다. 영리병원은 ‘영리법인병원’이란 뜻으로 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해서 그 이익을 투자자가 가져가게 한다는 뜻이다. 쉽게 주식회사를 생각하면 된다. 일부 사람들은 지금도 국내 병원이 이익을 내고 있는데 무슨 차이냐고 하겠지만 법인으로서 의료기관은 엄격히 투자와 이익 환수에 대해서 금지하고 있는데, 즉 병원 운영의 이익을 외부 투자자가 취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의료의 공공성을 중요시 한 조치이며, 의료기관의 개설 주체에 대한 것과 함께 법으로 정한 것이다. 원래 의료란 것이 어려운 학문이기도 하지만 이와 함께 경제, 사회, 정치
사립유치원의 국가지원금 유용 사태가 계속 논란거리다. 급기야 국정감사장에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세워졌을 정도다.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어서 정치인들도 한 목소리로 사립유치원 운영자들을 질타하고 있지만 막상 해당 유치원 운영자들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며 집단저항에 나설 움직임도 보인다. 이미 유치원의 공공지원금에 대한 비리나 운영의 문제점 등은 어느 정도 밝혀졌고 정부의 대처도 연이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다뤄보고자 한다. 이른바 ‘공공(公共)’에 관한 인식이다. 공공유치원과 사립유치원 어릴 적 우리들 대부분은 유치원을 다니지 않았고, 아주 일부 친구들이 유치원에 다닌다는 것을 알면서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시절에도 유치원이라는 곳을 다녔으면 좋았겠지만 대부분이 가난했던 시절에 유치원은 사치였고 일종의 특권과도 같았기 때문에 언감생심이었다. 교육의 역사에서 유치원은 그리 오랜 과거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라 1840년에 독일의 교육자 프뢰벨이 처음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취학 이전 아동들에게 적절한 놀이와 교육을 시켜주기 위해 만들어진 유치원은 금새 전 유럽으로 퍼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 1864~1915)는 독일의 정신과학자이자 신경병리해부학자다. 그는 1901년 51세의 다소 젊은 여인이 치매 증상을 보이는 것을 유심히 관찰하던 중 얼마 안 가 죽게 되자 뇌를 세밀히 해부하면서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과 신경섬유다발이 특이하게 있음을 발견하였다. 알츠하이머는 나이가 많지 않음에도 치매로 넘어가는 많은 경우에 이런 단백질들이 발견된다고 발표하였고, 이후 그의 이름을 따서 조기 치매이면서 특정 단백질이 발견되면 알츠하이머 질환이라고 명명하게 되었다. 치매의 60~80%까지도 차지한다고 하니 알츠하이머는 대단히 중요한 발견을 하였던 것이다. 최근에 치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주변에 진단받은 사람도 많아졌다지만 알츠하이머 질환은 이름 자체 때문이기도 하고 병리학적으로도 어려운 신경과 질환이다. 그런 질환을 우리는 최근 신문과 방송에서 하루 종일 듣게 되어 이해를 돕고자 의학 역사에서 그를 끄집어 내게 되었다. 형사재판을 무시하는 전두환의 변명 전두환이라는 '반란의 수괴'이자 '5.18 학살의 주범'이 돌아가신 조비오 신부에 대해 벌인 사자(死者)
‘병 주고 약 준다’라는 표현이 있다. 국어사전에서는 해를 입힌 뒤에 달래거나 감싸주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다른 사람을 못 살게 굴거나 어려움에 빠뜨리고 나서 마치 선심을 쓰는 척 하는 것이라고 한다. 지역에서 보면 이러한 일들이 허다하다. 특히 국책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벌어지는 지역에서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 것이다. 15년 전 전북 부안의 방폐장(방사능 폐기물 저장소) 문제나 제주 강정 마을의 해군기지 문제가 그렇다. 국책사업이 아닌 제주도정의 사업들도 그런 사례가 많은데, 최근에는 성산읍을 중심으로 한 제2공항 건설 문제를 들 수 있다. 하나같이 지역 선정과 방침을 먼저 정해놓고 주민들에게 보상이나 혜택을 주면서 달래려고 하는 뒤바뀐 순서를 보여준다. 전형적인 ‘병 주고 약 주는’ 정책 행위들이다. 하지만 며칠 전 그보다 더 기분 나쁜 모습을 보게 되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본회의 마지막 날인 8월 2일 김태석 의장은 제363회 임시회에서 “강정 주민을 포함한 도민 여러분께 갈등의 시작이 되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하면서 과
▲ 고병수 원장 우리 병원에 가끔 오시는 장애인 김씨가 있다. 그는 45세 정도의 남자 분으로 전동 휠체어를 타고 진료실로 들어오시는데 전자차트에 이름이 뜨면 나는 자연스럽게 진료실 문을 열고 김씨를 안으로 들어오게 도우면서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셨어요? 전에 장염 기운은 좀 좋아지셨나요?” “아, 예...어...으... 좋...으아... 즈...었..어...요...오...” 뇌성마비를 가진 김씨는 내게 대답을 하면서도 숙달된 기계 작동으로 앞, 뒤, 좌, 우 휠체어를 돌리며 좁은 진료실에서 공간을 확보한다. “오늘은 어디가 불편하세요?” “감...기... 여...얼... 마...니...나...아...아...었...” 김씨는 자기 증상 표현을 다하지 않는다. 다 말하려고 하면 힘도 들지만 의사가 알아듣지도 못하기 때문에 중요 포인트만 말해도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나는 대강 그 정도만 듣고 일단 청진기를 들고 진찰을 시작한다. 목이 부었나, 내부 장기는 괜찮은가 살핀 다음 설명을 해준다. “냉방병으로 생긴 몸살 감기 같아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추
▲ 고병수 원장 오늘 병원에 출근하니 같이 근무하는 의사들끼리 모여 간단한 회의를 하였다. 청정 지역이라는 제주도에서 아직 근처에도 오지 않은 전염병에 대해서 회의를 하고, 환자 진료 시 유의사항이라든지 유사시를 위해서 의사와 간호사용 마스크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얘기를 진지하게 나누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메르스 유행이 그다지 위험한 상황이 아니니 안심하라는 얘기들을 하지만 이미 의사들 내부에서조차 위기감과 불안으로 걱정하고 있다면 일반 국민들은 얼마나 불안할 것인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소식이 신문이나 방송, SNS를 통해서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엄청난 유행 수준도 아니고, 살짝 지나갈지도 모르는 이 감염병이 왜 갑자기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걸까? 메르스의 정체 메르스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감기 원인 바이러스 중 하나인 코로나바이러스다. 그것의 변종이 이번 유행을 일으키는 주범인데, 바이러스가 변이를 해서 번지게 될 때 생각지 못한 전파력과 사망률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독
4월 26일 네팔 대지진이 발생했다. '열린의사회'에서 구성한 신속 긴급구호의료지원단 3명이 선발대로 지진 발생 8일째 네팔로 파견됐다. 스리랑카 내전지역을 수 차례 방문한 것을 비롯 필리핀 태풍 등 재난 지역 긴급의료지원 및 해외 의료지원 10여 차례 참여한 고병수(가정의학과 의사 )원장과 이이티 지진 및 동티모르 내전지역 등 해외 의료지원 수 차례 다녀온 최정철(이비인후과 의사 )원장, 두 의사와 스텝 한 명을 포함 3명이 네팔로 달려갔다. 탑동365의원 고병수 원장이 현지 소식을 보냈다. 그들은 현지 정보를 통해 산악지대에 다친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어 짚차를 구했고, 1500~2000m 사이의 히말라야 끝자락 산간지대를 오르내리며 이동진료를 하기로 했다. 멀쩡하게 남은 건물들이 거의 없어서 풀밭에 침낭을 깔고 노숙하며 이동중이다. 고병수 원장의 네팔 현지의 이야기다./ 편집자 주 네팔은 인도 북동부에 자리하면서 동서로 길게 850Km, 폭은 200Km이며, 히말라야 산맥 중 동쪽으로 에베레스트, 서쪽으로 안나푸르나를 비롯 8000m가 넘는 히말라야 14좌 중 8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카트만두, 포카라를 비롯해서 도시들은 분지(valley) 형태
▲ 고병수 원장 4월 26일 네팔 대지진이 발생했다. '열린의사회'에서 구성한 신속 긴급구호의료지원단 3명이 선발대로 지진 발생 8일째 네팔로 파견됐다. 스리랑카 내전지역을 수 차례 방문한 것을 비롯 필리핀 태풍 등 재난 지역 긴급의료지원 및 해외 의료지원 10여 차례 참여한 고병수(가정의학과 의사 )원장과 이이티 지진 및 동티모르 내전지역 등 해외 의료지원 수 차례 다녀온 최정철(이비인후과 의사 )원장, 두 의사와 스텝 한 명을 포함 3명이 네팔로 달려갔다. 탑동365의원 고병수 원장이 현지 소식을 보냈다. 그들은 현지 정보를 통해 산악지대에 다친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어 짚차를 구했고, 1500~2000m 사이의 히말라야 끝자락 산간지대를 오르내리며 이동진료를 하기로 했다. 멀쩡하게 남은 건물들이 거의 없어서 풀밭에 침낭을 깔고 노숙하며 이동중이다. 고병수 원장의 네팔 현지의 이야기다./ 편집자 주 ..............................................................................................................................................
내가 아프리카에 가게 됐다고 몇몇 아는 사람들에게 얘기했을 때 아무도 아프리카 어디 가냐고 묻지 않았다. 그저 아프리카 가는구나, 덥고 힘든데 고생하겠구나 정도 걱정할뿐이었다. 나도 오기 전까지는 그런 분위기였다. 아프리카는 한 나라인 것처럼 여겼다. 아프리카는 하나가 아니었다 아프리카는 밀림이나 초원만 있고 야생 동물들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는 생각이 착각인 것처럼 아프리카는 뭐든지 하나로 통한다는 생각도 착각이다. 오기 전에, 아니 도착하는 순간까지 현지 언어를 배운다고 아프리카 남동쪽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라고 해서 '스와힐리어'책을 사서 보기 시작했다. 동방예의지국 사람으로 인삿말부터 외우고 기본적인 말들을 참 열심히 공부했다. "아산떼(고맙습니다)" "싸마하니(미안합니다)" "함나 시다(괜찮아요)" ▲ 몇개의 군 단위에 하나 있는 보건소. 하지만 거의 의사가 없다. 거의 24시간 걸려서 도착한 모잠비크의 수도 마푸투(Maputo) 공항이야 그렇다쳐도 내가 가야할 곳까지 가면서 그 어디에서도 스와힐리어가 씌여있다든지 그 말을 쓰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아니 시골 농부에게 길을 묻거나 상점에
▲ 고병수 원장/ 논설위원 아프리카 모잠비크에 온 지 닷새째다. 직항이 없어서 비행기를 여러 번 갈아타고 차를 타고 다시 두 시간을 달려 마다가스카르와 마주한 인함바네(Inhambane)라는 지역으로 왔다. 우리가 어릴 때는 아프리카는 타잔이 줄을 타고 다닐 정도로 밀림이 우거지고, 어디서나 코뿔소나 기린이 어슬렁거리며 풀을 뜯어먹고 있을 것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성인이 되어 지금 생각에도 그럴 것 같지만 나흘 동안 모잠비크의 몇 군데를 돌아다녀봐도 동물이라고는 염소와 소, 닭 뿐이었다. 현지인들도 사자나 코끼리를 보려면 흔히 사파리라고 부르는 야생 국립공원 정도 가야 본다고 하니 우리네 상상처럼 아프리카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아프리카에서의 미션> 몽골, 캄보디아, 필리핀 쪽을 여러 차례 다녀왔고, 멀리는 스리랑카까지 진료하러 다녀봤지만 아프리카 국가는 처음이다. 이번은 진료 보다는 저개발국가들을 지원하는 국제단체의 요청으로 산모와 어린이들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사업 준비를 하기 위해 현장 조사차 온 것이다. 힘들지만 의료의 손길을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겠다는 게 평소의 내 생각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흔쾌히 요청을 받아들였다. 하지
오늘은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서야 했다. 이번에 갈 곳이 리바카오(Libacao)라는 곳으로, 산세가 험하고 먼 곳이기 때문이다. 외진 지역이라 의료 혜택이 제일 없는 곳이고 피해도 상당히 큰 지역이어서 어쩌면 우리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이라고 생각되어 다른 때보다 더 물자를 꼼꼼히 챙겼다. 가는 길은 좁고 포장도 잘 안 되어 차는 계속 덜컹 거렸고, 쓰러진 전신주와 뽑히고 부러진 나무들이 가는 내내 보였다. ▲ 고병수 원장이 현지에서 진료하는 장면이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장면은 대나무나 야잣잎으로 지어진 집들이 하나도 성한 게 없다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다른 지역으로 임시 거처를 옮겼거나 주변에서 움막을 지어 오늘내일 지내고 있을 것이다. 태풍 하이옌이 강력해진 이유 필리핀은 우리가 아는 것처럼 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그 섬들을 크게 3지역으로 나누는데, 수도 마닐라가 있는 북부는 루손(Luzon)섬 지역, 섬들이 많이 모여 있는 중부는 비자야(Visayas) 지역, 남부는 민다나오(Mindanao) 지역이라고 부른다. 이번 11월 8일 불어 닥친 태풍 하이옌은 바로 중부의 섬들을 강타하고 지나갔다. 필리핀은 1년에 20~30개의 태풍이 발생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