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선 지표면에 뻥 뚫린 구멍을 ‘숨골’이라 부른다. 숨골이란 머리 정수리 숨 쉬는 구멍이란 뜻이다. 그런데 ‘숨골’을 제주어 사전에서 찾아보니, 없었다. 숨골은 표준어였다. 숨 쉬는 구멍을 뜻하는 숨골은 오히려 경상도 지방의 방언에서 유래한 말이고, 제주에서는 ‘숨굴’이거나 ‘숭굴’이라고 불렀다. 이 이름들 속에서 ‘굴’이라는 글자에 주목하게 되었다. ‘숨 쉬는 굴’이라면 동굴 밖에는 없지 않은가. 숨굴은 지하의 용암동굴과 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 삼성혈에 있는 세 개의 구멍도 실은 지하의 용암동굴과 연결되어 있는 일종의 ‘숨굴’이다. 눈이 오더라도 쌓이지 않는다. 지상부 구멍이 지하의 동굴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겨울엔 따뜻한 공기가 올라오기 떄문이다. 제주의 탄생설화가 깃든 고양부 삼성신화는 제주 선사시대 사람들에게 가장 안전한 주거지였던 동굴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숨굴’은 지하수와 관련된 이름이다. 비가 많이 왔을 때 지표수가 지하로 스며드는 ‘싱크홀(sink hole)’의 기능을 갖는다. 지표수가 지하로 함양되는 물길이자 구멍인 것이다. 제주에선 비가 많이 오더라도 순식간에 지하로 빠져 버리는데, 지하에 공간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2001년, 세계 최초로 제주고사리삼이 제주에서 발견됐다. 제주고사리삼은 지구상에서 선흘곶자왈 일대에만 분포하는 특산속 식물로서(1속 1종) 보전가치가 매우 높다. 제주고사리삼은 선흘곶자왈 일대의 건습지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서만 발견된다. 그 이유는 제주고사리삼이 매우 까다롭고 독특한 지질적·생태적 조건을 갖고 있는 곳에서만 제한적으로 자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가치에도 불구하고 제주고사리삼의 분포지인 선흘곶자왈 일대는 도내 곶자왈 중에서도 개발 사업이 가장 많이 이뤄진 곳 중의 하나다. 더군다나 아직까지 제주고사리삼의 전수조사도 없었을 뿐더러 보호지역 지정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최근에도 선흘곶자왈을 개발하는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제주자연의벗은 지난 6월 창립총회 때 제주고사리삼을 공동대표로 선출하기도 했다. 제주자연의벗 생태환경 기획시리즈 연재 두 번째 주제로 제주고사리삼으로 정했다. 앞으로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세계 유일의 신속(new genus) ‘제주고사리삼’은 선흘곶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그만 관속식물은 왜 선흘곶이라고 하는 곶자왈의 제한된 공간에서만 살 수 있는 것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