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언 하나로 이뤄지는 탈(脫)원전은 제왕적 조치다.” 어느 정권 말기, 야당들이 주장하는 용어거나 정치에 신물을 느낀 교수집단 등에서 내어 놓을 법한 파열음이 아니다. 국내 60개 공과대학 원자핵공학과, 기계공학 등 에너지 관련 교수들로 조직된 '책임성 있는 에너지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교수 일동'이란 명의로 지난 5일 국회 정론관에서“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을 중단하라”며 집단반발에 나섰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수들은 “값 싼 전기를 통해 국민에게 보편적 전력 복지를 제공해온 원자력 산업을 말살시키는 탈원전 정책의 졸속 추진은 즉각 멈추어야 한다”고 했다. “통탄을 금치 못한다. 책임질 수 없는 비전문가들이 단기간 논의한 뒤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은 속전속결로 국가 정책을 뒤엎으려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선언만으로 탈원전 계획을 기정사실화 하려는 것 자체가 제왕적인 조치”라는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또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이 있는데도 숙의되지 않은 탈원전 정책 추진은 향후 민생부담 증가, 전력수급 불안정, 산업경쟁력 약화, 에너지
▲ 인공위성을 통해 발견된 우바르 유적과 악숨 유적. 기원전 수천 년경 오늘날 오만(Oman)이 위치한 지역에 ‘우바르(Wubar)’라 불리는 고대 도시가 있었다. 우바르는 <아라비안나이트>와 <코란>에도 나오는 환상의 도시로 유향 교역으로 번성했으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우바르는 ‘신에게 멸망당한 도시’로 전해져 내려온다. 주민들의 사치와 타락 때문에 신이 이곳을 파괴하고 모래로 덮어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훗날 우주탐사로 우바르 유적이 발굴된 다음 왜 사람들이 우바르를 저주받은 도시라 부르게 됐는지 밝혀졌다. 도시 밑에 있던 석회암 동굴이 무너지면서 지반 침하로 인해 순식간에 땅이 꺼지고 도시가 모래 속에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유향(乳香) 수출로 번영을 누리던 도시가 하루 아침에 모래 속으로 사라져버린 모습은 당시 사람들에겐 분노한 신의 천벌을 받은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바르는 언제쯤 땅 밑으로 가라앉았을까? 지금으로부터 5500년 전에 아라비아 반도는 물기가 많은 대초원이었다. 현재의 아라비아 사막도 예전에는 녹음이 우거진 곳이었다. 산은 아름다운 나무로 뒤덮였으며
▲ 좌남수 도의원 제주특별법 제도개선 및 토지정책 특별위원회가 2015년 7월 6일 구성이 돼 2017년 7월 4일까지 약 2년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특별위원회 구성 취지는 제주의 지속가능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토지 이용・관리의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는 계기를 갖고자 했다. 제주의 기간산업이 1차산업과 관광산업이며, 이의 경쟁력 본질은 토지에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중국자본 투자 등으로 인한 부동산 투자이민제도, 투자진흥지구 제도 개선, 중산간 난개발 대응, 농지・산지 무단 전용, 토지비축제도 등 공유재산 관리, 지가상승으로 인한 주거정책 등이 주요 현안이었으며, 이들 문제의 본질은 토지에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들 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관련 조례 제・개정뿐만 아니라 제주특별법에도 반영할 필요가 있었다. 특위 명칭에 ‘제도개선’과 ‘토지정책’이 포함된 이유였다. 지난 2년간 특위는 7차례 전체회의와 18회에 걸쳐 간담회, 토론회, 현안보고회 등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 많은 성과가 있었다. 관광지에 한정시킨 부동산 투자이민제도 개선, 중산간 개발 가이드라인 마련
▲ [JTBC] 제주도가 배경인 JTBC <효리네 민박>이 히트를 치고 있다. 제주도의 민박집을 가수 부부가 공짜로 제공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매주 일요일 오후 8시50분부터 50분씩 방영되는 12부작이다. 2회 부터 본격적인 <효리네 민박집>이 운영되었다. 이날 초인종을 누른 첫 번째 손님은 유쾌 발랄한 ‘20대 부산처녀’ 다섯 명이다. 이들이 들이 닥치자 다음날 남편 이상순 씨가 아침준비를 하는 동안 효리는 그들에게 요가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그녀는 “민박집에 온 젊은 친구들이 부러웠다”며 “인기가수였던 나는 25살에 외로웠다. 터 놓고 웃고 떠들 사람이 없었다. 마음을 닫았었다. 왜 그랬을까"라며 자신의 심경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민박 이틀째, 화산석 등을 탐구하는 ‘젊은 과학자 2명’과 10년차 인기가수 아이유가 알바직원으로 등장했다. 아이유의 여행가방이 무거워 보이자 대문까지 달려가는 효리가 정겨워 보였고, 맨발로 뛰어 나온 이상순 씨는 넉넉한 나무숲 처럼 아내를 품어줄 것 같았다. 시청률 조사업체(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효리네 민박' 2회
▲ 이경용 도의원 경영학에서는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에 수명주기가 있어서 태동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의 과정을 밟는다고 한다.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경쟁이 심화되면서 경쟁력이 없는 제품들이 시장에서 탈락되고, 결국은 산업의 재편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우리 제주 감귤의 수명주기는 어떠할까? 계획생산 초기인 1962년의 경우 재배면적 318ha에서 831톤을 생산하여 1억3천3백만원의 조수입을 올렸다. 1970년대에만 해도 재배면적 5000ha, 생산량 5천톤 규모의 소규모 작물에 불과했던 감귤은 30년이 지난 2000년대에는 재배면적만 2만5000ha로 5배나 커지면서 명실상부 국민과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0년대를 정점으로 국내·외의 여건에 의해 재배면적의 조정되고, 가격이 하락되면서 감귤산업이 쇠퇴기를 맞이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지금까지 물량위주의 감귤산업은 쇠퇴기를 맞은 것이 분명하지만, 당도를 비롯한 품질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새로운 성장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는 2013년산 노지감귤의 출하인데, 55만톤의 생산량에도 불구하고, 5263억원이라는 역대 최
▲ 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콴티코 미 해병대국립박물관 앞 공원에 설립된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헌화 한 후 미 해병대 관계자와 함께 기념비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국방부는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 첫 일정으로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서 참배한 것과 관련, “한층 더 굳건한 한미동맹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통령의 방미 첫 일정 그리고 장진호 전투!”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국방부는 “새 정부 출범 후 문재인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이 시작되었다”면서 “장진호 전투는 6·25전쟁 당시 미 해병이 활약하며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에 기여한 전투로 우리 국군과 미 해병에게 큰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이어 “거침없는 북진으로 통일의 완성이 되어갈 것 같던 순간에 일어난 장진호 전투는 철수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흥남철수작전의 성공과 이후 국군과 피난민을 거제도로 무사히 철수시켜 병력을 다시 구축하는 전환점이 되었다”면서 “장진호 전투는 전세를 끝까지 이끌지 못
▲ 김태석 의원 ‘잔치는 끝났다.’ 지난 5월31일부터 6월 2일까지 사흘간 “아시아의 미래 비전 공유”를 주제로 진행된 제12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이 폐막했다. 이번 제주포럼은 글로벌 이슈를 보는 깊은 통찰과 다양한 협력모델을 제시하여 새로운 아시아의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 공존의 미래를 준비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12회째를 맞이하는 제주포럼은 해마다 그 규모나 내용면에서 확장과 성장을 거듭해오고 있다. 전 세계 81개국 5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외교·안보, 경제·경영, 환경·기후변화, 여성·교육·문화, 글로벌 제주 등 5개 분야를 중심으로 75개 세션이 진행된 이번 제주포럼은 한국과 미·중·일의 대북정책, 한·중 수교 25주년 평가와 과제, 북핵 문제, 아시아 핵 경쟁 억제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반영한 세션이 주목을 받았다. 특히, ‘제주4·3, 동아시아 여성과 소수자의 인권’을 주제로 이번 제주포럼에서 처음으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기 전인 18세기 중엽, 프랑스는 유럽의 문화 중심지였다. 그러나 경제 구조는 취약하기 이를 데 없었다. 중세 소빙기에 접어들면서 기후 악화로 인해 농사를 망치는 빈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농산물 생산량이 늘어난 18세기에도 프랑스는 기후가 조금만 나빠도 식량 부족에 허덕였다. 급격한 기후 변동이 나타난 18세기 후반에 이르러 수백만 농민들은 흉년이 겹치면서 굶어죽기 직전의 상태에서 근근이 목숨을 연명하는 형편이었다. 이런 국가적인 어려움에 처한 프랑스를 날씨는 도와주지 않았다. 이 당시 유럽은 추위와 함께 습한 날씨가 지배하고 있었다. 1764∼1777년에는 전 유럽에서 추위가 맹위를 떨쳤다. 이 당시 1775년 프랑스의 기상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예측할 수 없는 한파나 폭설, 홍수 등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나고 있었다. 날씨의 변동이 최고에 달했던 1770년에는 겨울이 길었고, 특히 눈이 많이 내렸다. 여름 역시 알프스 산맥 상부 초지 위의 눈을 녹이기에는 너무 짧고 서늘했다. 이런 이유로 알프스의 빙하가 발달하면서 저지대로 밀고 내려왔고, 이로 인하여 식량 생산은 감소했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 강경식 의원.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지 10년을 넘어섰지만 지난 특별자치도의 실험은 결과적으로 행정의 효율성과 전문성, 대응성, 책임성이 오히려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나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제왕적 도지사의 탄생과 풀뿌리민주주의 훼손, 주민접근성 약화, 행정시‧읍면동의 책임행정 약화 등으로 도민들의 행정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4개 시᠊군이 폐지되면서 제주도 행정체제 등에 관한 특별법 제15조에 명시됐던 ‘폐지된 시᠊군에 대한 행᠊재정적 불이익 배제의 원칙’도 크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도가 그간 시᠊군의 업무를 상당부분 하고 있기는 하지만 2006년 2조7000억원의 예산 중 도본청 예산비율은 41.8%, 제주시는 33.5%, 서귀포시 24.7%이었으나, 2016년 4조6000억원으로 10년간 연평균 5.4%의 예산이 증가했다, 그 중 도 본청 예산비율은 연평균 8.9%증가한 반면, 제주시의 예산비중은 2.6%, 서귀포시는 1.1% 증가하는데 그치고 있다. 주민 대면 행정의 최일선인 읍면동의 자치기능 강화 방안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06년
요즘 들과 산을 다니노라면 제법 그윽한 향기에 정신이 번쩍합니다. 밭머리에 퉁그러지듯 버림받은 돌무지나 산비냥 서덜 끝자락에 멋대로 엉킨 채 소복하니 무리지어 핀 찔레꽃 때문이죠. 매화(梅花)가 아니더라도 암향(暗香)이 부동(浮動)하는 게 장난이 아닙니다. 사는 곳이 외진 탓에 사람이 그리워서인가, 향기로라도 부르려는 듯 합니다. 바람기라곤 전혀 없음에도 지나는 이마다 고개를 돌리게 해 붙잡는 품이 눈물겹습니다. 찔레꽃은 곱지만 화려하진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예나 지금이나 '화초'로는 축에도 끼지 못하는 신세죠. 찔레에서 나온 장미가 '꽃의 여왕'으로 대접받는 걸 생각하면 짠할 정도입니다. 장미가 신라 때부터 등장해 시가(詩歌) 등 예술적 탐미(貪美)의 대상이었던 데 비해 찔레는 거의 찾아볼 수없으니까요. 그나마 시에 등장할 때도 세시풍속에 따른 농사의 지표로 쓰일 뿐이었습니다. '해마다 밭머리에 흰 눈이 날린 듯하고(每年塍塹雪粉粉)/짙고도 맑은 향기 여기저기서 풍겨오네(馥郁淸香遠近聞)/절로 피고 짐을 뉘라서 다시 즐기랴(自落自開誰復賞)/농삿꾼에게 땅 갈고 김매는 철 알게 할 뿐(田家只用候耕耘)' 조선 현종 때 문인으로 연행록(燕行錄)의 선구자
참 좋은 때입니다. 바람이 살랑만 대도 신록(新綠)의 맑은 향기가 한껏 느껴져옵니다. 언제부턴가 미세먼지 타령이 일상처럼 돼버렸지만 연록(軟綠)의 싱그러움 앞에는 별 것 아닌듯 싶습니다. 고사(高士)는 문향(聞香)하는 법-. 이즈음의 푸르름은 쥐어짜면 싯퍼런 물이 뚝뚝 들을 듯한 한여름의 그것과는 달라 땡볕에 쬐면 금세라도 바랠 것같은 연하디 연한 어린 자연의 살내음을 듣습니다. 수필가 이양하(李敭河ᆞ1904~63)선생께서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며 '그 중에서 봄과 여름이 혜택이 많고 그 가운데서도 봄, 봄 가운데에서도 만산(萬山)에 녹음이 싹트는 이 때일 것이다.'라고 예찬(禮讚)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다른 한 켠으론 섭섭함도 없지 않으니 벌써 입하(立夏)를 지나 어느덧 본격적인 여름으로 달려가는 계절의 속절없음을 어찌하리오? 봄바람에 취하는가 싶기 무섭게 주명(朱明)이라니... 시·거문고·술을 좋아해 '삼혹호 선생(三酷好先生)'이라 불리는 고려 때 문호이자 풍류객 이규보(李奎報ᆞ1168~1241ᆞ白雲居士)선생도 다르지 않았나 봅니다. '봄한테 어디로 가느냐고
한국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맨처음 배우는 말이 '엄마'라고 합니다. 갓난애가 가장 쉽게 낼 수있는 모음이 'ㅏ'이고 자음은 'ㅁ'인데 이를 한꺼번에 내는 '아마'가 그 원형(原型)이라네요.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옹알이에서 비롯된 이 말이 여러 과정을 거쳐 유아어(幼兒語)론 '엄마', 성인어(成人語)론 '어머니'가 된 것이지요. 어머니란 이렇게 우리를 있게 한 생명의 원천으로, 존재의 근원이자 영원한 보호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누구나 자식으로서 나이가 적건 많건, 기쁠 때나 괴로울 때나 늘 "어머니"를 찾고 부르며 의지하는 것이죠. 그 분이 살아계시거나 돌아가셨거나 관계없이 말입니다. '어ᆞ머ᆞ니'란 세 마디만큼 편한 말이 없으려니와 동시에 그보다 더 가슴 '쎄한' 말도 없는 것도 이 때문이죠. 세상 모든 어머니들 치고 훌륭하지 않은 어머니가 있으리요마는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 시대 한국의 어머니들은 차라리 위대하다못해 성스럽기조차 합니다. 그 분들은 한마디로 '드럽게 어려운 시절'을 오직 가족만을 알고, 자식만을 위해 살아온 '그림자같은 인생'들이셨으니까요. 빼앗긴 나라에 태어나 광복을 찾았나 싶기 무섭게 전쟁이 터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