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윤 (사)공공정책연구소 나눔 소장 70주년을 맞이해 정명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제주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기념사업위원회와 민주노총은 지난 3월 31일 침묵하던 백비를 일으켜 세웠다. 국민들 손으로 이름이 새겨진 백비였다. 새겨진 이름은 ‘4.3민중항쟁’이었다. 그렇게 이름이 새겨진 백비가 지금은 어느 행사장 한 구석에 조용히 누워있다. 국민의 손으로 세워졌으면 당당히 제 자리에 세우고 뿌리를 내리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도로 눕혀논 백비,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진다. 이게 지금의 4‧3진상규명 현실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5·16쿠데타 세력에 의해 꺽인 백조일손 묘비, 비문을 정으로 쪼아 뭉개고 땅에 묻어버린 거창양민학살 추모 위령비도 아니고 국민들 손으로 세운 백비가 눕혀져 있어 안타깝다. 처음부터 눕혀진 백비를 볼 때 보다 더욱 속이 쓰리다. 계기(契機)행사는 특정한 목적으로 특정한 시기에 추진된 행사를 말한다. 4.3 계기행사도 특정한 시기에 상황을 변화.발전시키려고 했었다. 계기행사를 통해서 공개추모제가 추진되고, 합동위령제가 탄생하기도 했
한국과 미국 간 현안을 둘러싸고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한국은 순진하고 미국은 지극히 계산적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타결됐다고 발표해서 끝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미국이 잇달아 딴죽을 걸고 나서면서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3월 26일 한미 FTA 개정 협상 결과를 발표한 이후 미국의 반응이 묘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만 해도 “위대한 합의”라고 치켜세우더니만, 하루 만에 “북한과의 협상이 타결된 이후로 미룰 수 있다”고 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한미 FTA와 환율을 연계하는 문제를 놓고 “(FTA) 하위 협의에 넣었다” “철강관세, 환율, FTA 개정이 독립적이지만 한미 통상관계를 정의한다”는 등 패키지로 협상했다고 주장했다. USTR이나 백악관 통상 관계자의 환율 연계 주장은 FTA 개정 협상 결과에 대한 미국 내 평가가 그리 좋지 않자 이를 불식시키려는 국내용 발언으로 보인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려
▲ 제주4.3 70주년 추모식이 열린 제주4.3평화공원 인근의 동백꽃 4·3 70주년 행사장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햇빛조차 들지 않는 몇 겁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과거의 상처를 현재의 시간으로 불러내는 일은 누구에게나 버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동백이 무참히 지고 난 4월의 사람들은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누구는 웃고 누구는 흰 국화꽃을 손에 들었고 또 누구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모두들 조금씩은 슬픔의 지분을 나눠가진 사람들처럼 보였다. 제주4·3은 1947년 3.1절 기념행사 중 벌어진 민·관의 충돌이 발단이 됐지만 그것은 형식적 사실일 뿐 사건의 진실은 아니었다. 그 이면엔 좌·우 대립의 역사가 자리하고 있었고 민족의 비극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2만5000명에서 3만 명에 이르는 제주 사람들이 이유도 없이 죽었다. 억울함과 황망함을 어떻게 말로 다할 수 있을까. 핏방울처럼 붉은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는 남쪽 어느 지방에선 망자의 사잣밥을 전하는 도구로 쓰인다. 동백나무 줄기에 떡을 매달아 물가에 드리우면 죽은 자들이 먹고 허기진 배를 채운다는 것이다
눈물이 흘렀다. 70년 통한의 세월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슬픔이었다. 한국현대사 최대의 ‘홀로코스트’였다. 이념의 굴레에 갇혀 숨죽이며 살아온 세월이었다. 하지만 2018년 4월3일-. 그래도 제주도민은 그나마 위로를 얻었다. 이를 악물고 참았던 감정을 그나마 추스를 수 있었다. 현직 대통령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는 그 점에서 유족들의 마음을 관통했다. “저는 오늘 여러분께 제주의 봄을 알리고 싶습니다. 비극은 길었고, 바람만 불어도 눈물이 날 만큼 아픔은 깊었지만 유채꽃처럼 만발하게 제주의 봄은 피어날 것입니다.” “이 땅에 봄은 있느냐?”는 제주도민들의 물음에 내민 문재인 대통령의 대답이다. 2018년 4월3일 국가추념일 지정 후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추념식에 참석한 그의 말이었다. 그는 이어 말했다. “70년 전 이곳 제주에서 무고한 양민들이 이념의 이름으로 희생당했습니다. 이념이란 것을 알지 못해도 도둑 없고, 거지 없고, 대문도 없이 함께 행복할 수 있었던 죄 없는 양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학살을 당했습니다.” 그는 메시지를
▲ 고기봉 성산읍 주민자치위원 지방자치 시대에 지방분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선거에 대해 지금부터 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주민이 주인이 되는 선거인만큼, 유권자는 선거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로 이번 지방선거를 축제와 화합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6·13지방선거는 제주사회의 새로운 일꾼들을 뽑는 제주의 미래와 직결돼 가장 핵심적인 것은 얼마나 좋은 지역일꾼을 선출하느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매번 선거 때만 되면 자신의 행위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면서 오히려 상대방 약점을 폭로하고 발목을 잡는 구태의연한 정치적 행보를 보였는데 이제는 제주에서 흑색선전 행위는 사라져야 한다. 특히 “타인의 불행이 자신의 행복처럼 주민들을 선동하고 뒤에 숨어서 사실을 왜곡하는 등 지역을 분열시키는 행위는 주민들이 회초리를 들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정당과 후보자는 정책과 공약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유권자에게 약속하고, 유권자는 그 약속이 좋은 약속인지, 지킬 수 있는 약속인지 살펴 소중한 주권을 행사해야만 한다. 따라서 혈연·지연&mid
▲ 강민철 제주도 4.3지원담당 제주4·3사건 70주년. 4·3희생자 추념일인 4월 3일이 전국에서는 최초로 지방공휴일로 지정됩니다. 지방공휴일 지정은 4·3유족회, 도의회, 관련 단체, 그리고 제주사회가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단초로 추진해 왔던 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입증하듯 4·3유족회 등 관련 기관·단체에서는 "올해 70주년을 맞는 제주4·3희생자 추념일이 지방공휴일로 지정된 데 대해 적극 환영한다", "의회와 도지사의 용기 있는 결단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입장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동안 지방공휴일 지정을 통해 4·3희생자 추념일을 전도민이 함께 추모하자는 의견이 제기되었고, 이에 의원입법으로 추진한 “지방공휴일 조례”가 제정·공포됨에 따라 “매년 4월 3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고시하게 된 것입니다. 지방공휴일은 조례에 따라 도의회 및 도청 소속 공무원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에 “왜
금리인상이 거역할 수 없는 상수(常數)가 됐다. 벌써 연내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연 6%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진 판에 한국도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이어져온 초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있다. 가계와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들은 직면한 금리정상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21일(현지시간) 석달 만에 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1.50~1.75%)가 한국 기준금리(1.50%)보다 높아졌다.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은 2007년 8월 이후 10년 7개월 만이다. 당장 국내에 들어온 외국자본의 이탈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외국인 투자는 국가간 금리 차이뿐만 아니라 거시경제 상황과 기업 실적, 환율 등 여러 변수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22일 금융시장에서 염려했던 금리역전 쇼크는 없었다. 주가는 오르고 국고채 등 채권금리도 소폭 하락(가격은 상승)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크고 국제 신인도도 좋은 미국의 금리가 더 높으니 국제금융시장의 단기부동자금은 그리로 흐를 게다. 금리 차이
▲ 이광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프랑스 파리는 문화예술의 도시다. 과거와 현대의 독특한 건축물들이 거리마다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들의 체취가 곳곳에 살아 숨 쉰다. 도시에 얽힌 역사․문화․예술에 관한 이야기에 생동감이 넘쳐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역사와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현대적 문화와 생활양식이 어우러져 매력과 낭만이 넘쳐난다. 도시를 표현하는 화려한 수식과 명칭만큼이나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어 누구나 찾고 싶어 하는 도시다. 도시 이미지가 글로벌 브랜드로 정착하면서 엄청난 관광 수입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살기 좋은 도시로 기업 활동의 요충지이면서 외국인 투자기업의 주요 진출지다. 최근에는 4차 산업 혁명 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문화예술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내고 있다. 문화예술 자원을 보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더해져 파리라는 도시의 품격이 올라가고 국가 이미지도 제고됐다. 국가가 직접 문화예술 정책을 주도해 예술창작 활동 지원, 예술품 관람 인구 확대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또 외국과의
고용 쇼크다. 2월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을 간신히 넘겼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연간 취업자 증가폭을 지난해(32만명)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몇만명도 아닌 20만명 넘게 목표에 미달한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정부는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한국GM과 중소 조선사들의 인력 구조조정, 이상 한파 등 특이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과연 그뿐일까.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가 많은 도ㆍ소매업과 숙박ㆍ음식업 등에서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감소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실업급여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정밀 분석해 진짜 원인을 밝혀내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이 큰 것으로 드러나면 2020년으로 공약한 1만원 도달 시점을 조정해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동요부터 진정시켜야 할 것이다. 다급해진 정부가 15일 청년 일자리 대책을 내놨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의 실질소득을 연 1000만원 정도 늘려주는 게 핵심이다. 소득세를 면제하고, 목돈 마련을 도와주며, 주거비를 싼 이자로 빌려준다. 중소기업에는 청년을 추가 고용할 때 지원하는 장려금을 늘리기로 했다. 국민 세금인 재정 투입과 세금 감면을 통해
투표의 권리행사는 저마다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른 순전히 개인적인 것이다. 따라서 ‘좋은 유권자’ ‘나쁜 유권자’를 구분 짓는 것은 매우 시건방진 일이다. 나아가 굉장히 위험한 짓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필자가 감히 그것을 구분 짓고자 함은 투표행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모르는 유권자가 더러 있기도 하고, 투표행위의 가장 기본적인 본질을 잊고 있는 유권자가 없지 않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좋은 유권자’ ‘나쁜 유권자’를 구분 짓는 글을 씀에 있어서 객관성과 일반성에 지극히 신경을 쓰고자 한다. 그리고 이 글은 순전히 필자 개인의 의견일 뿐이라는 점을 밝힌다. ‘기권’하는 유권자를 결코 좋은 유권자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권은 아예 투표장에 가지 않는 것을 말하며, 일단 투표장에 가서 어느 후보자의 란(欄)에도 기표하지 않은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는 것하고는 사뭇 다르다. 그런 행태는 마음에 드는 후보자가 없다는 의사표시의 정치행위라 할 것이므로 엄연히 투표의 권리행사를 한 것이다. 그러니까 기권하지 않
아프가니스탄은 고대부터 서양과 동양을 연결하는 실크로드의 핵심루트 중 하나였다. 바닷길이 열린 후에는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요충지였다. 이러한 이유로 아프가니스탄은 주변국들로부터 계속 침공을 받는 불행한 역사를 가지게 된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이 역사의 전면으로 나온 때는 기원전 550년 페르시아 제국 시대부터였는데 페르시아를 상세히 고찰한 로마인들에 의해 자세하게 기록으로 남아 있다. 여기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지배권을 가진 최초의 이민족은 페르시아인이었다. 페르시아 제국의 창건자인 키루스 대왕은 두 차례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단행했다. 1차 침입에서 그의 군대는 ‘죽음의 사막’이라 불리던 게드로시아 사막에서 날씨로 인해 대부분의 병력을 잃고 후퇴한다. 하지만 그 이후 칸다하르를 관통해 진군한 다음 북쪽으로 카불강 계곡까지 진출했다. 페르시아의 키루스 대왕 다음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이들은 알렉산드로스의 마케도니아군이었다. 알렉산드로스가 오늘날의 헤라트 부근인 아리아(Aria)로 진입하자 페르시아인인 사티바르자네스 총독이 항복했다. 알렉산드로스는 페르시아 귀족들에게 충성 서약을 받
한반도에 빠른 속도로 봄이 오고 있다. 날씨만이 아니라 전쟁위기설까지 나돌았던 안보 전선에도. 4월말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5월에는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 김정은 북한 노동위원장의 깜짝 제의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격 수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가 놀랐다. 외신들은 ‘대사건’ ‘중대 변화’라고 평가했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급히 통화했다.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성사 단계에 이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성과 한반도 운전자론이 통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체제 보장을 원하는 북한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지렛대로 삼으려 들겠지만, 정상회담을 앞둔 사전 접촉과 회담 결과에 따라 비핵화에 이어 65년간 이어져온 한반도 휴전 상태를 종식시키는 북미평화협정 체결에 이를 수도 있다. 한반도 정세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결이 다른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드는 것이다. 정부는 차분하고 냉철하게 정상회담과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이산가족 상봉 재개 및 문화ㆍ스포츠 교류가 우선 거론되겠지만, 정상회담이 순항하면 남북경협 확대로 초점이 모아질 것이다. 국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