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고교 축구 유망주들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제33회 백록기 전국고교축구대회가 19일 제주에서 개막한다. 18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제민일보사와 대한축구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제주도축구협회가 주관하는 이번 대회에는 제주지역 5개 팀을 포함해 ▲경기 13개 팀 ▲서울 10개 팀 ▲경북 3개 팀 ▲전북 2개 팀 ▲강원·대전·세종·인천·전남·충북 각 1개 팀 등 전국에서 모두 39개 팀이 참가해 전국 정상의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지난해 우승팀인 용인시축구센터U18덕영(이하 용인덕영)은 올해도 본대회와 U17 유스컵 모두에 출전하며 2연패에 도전한다. 본대회는 10개 조로 나눠 예선 풀리그를 치른 뒤 각 조 1·2위가 18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열린다. 조추첨은 지난달 27일 대표자 회의를 통해 마무리됐다. 예선 경기는 19일, 21일, 23일 사흘간 하루 19경기씩 진행된다. 본선은 25일부터 시작해 다음 달 2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결승전을 끝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모두 76경기가 치러진다. 경기 시간은 전·후반 각 40분이다. 함께 열리는 '2025 백록기 고교 U17 유스컵'에는 서울 7팀, 경기 10팀, 제주 3팀 등 모두 28개 팀이 참가한다. 유스컵 예선은 20일, 22일, 24일에 하루 14경기씩 진행된다. 본선은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이어진다. 유스컵 결승전은 다음 달 1일 오후 5시 서귀포 공천포구장에서 열린다. 전·후반 각 35분씩 모두 55경기로 구성된다. 본선 14강 대진 추첨은 오는 24일 예정돼 있다. 이번 대회는 고교축구의 등용문으로 평가받는다. 풍생고 시절인 2021년 백록기 우승 주역이었던 류준선(성균관대)은 대학 진학 후 2022 U리그 1권역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실력을 입증했고 올해는 2권역에서만 8골을 기록하며 대학 무대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2019년 백록기 대회에서 대륜고의 우승을 이끌고 골키퍼상을 수상했던 김태준(청주대)은 185㎝, 80㎏의 탄탄한 체격 조건을 갖춘 수문장이다. 제17·20회 덴소컵 한일 대학 정기전에 출전했다. 지난해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 올림픽 대표팀에도 발탁된 바 있다. 또 지난해 백록기 준결승 진출을 포함해 강원도지사배, 대한축구협회장배 등 주요 대회를 석권한 강릉제일고 '황금 세대'의 주축 선수인 권석주, 최성민, 홍석환, 홍성무(이상 19)도 대학 진학 후 각 팀에서 활약 중이다. 이들은 지난해 K리그 주니어 전반기 무패 우승의 핵심 전력으로 평가받으며 프로 진출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백록기 전국고교축구대회는 1993년 제주에서 창설된 전국 규모의 고등학교 축구대회로 청소년 축구 저변 확대와 유망 선수 발굴을 목적으로 열린다. 참가 자격을 고등학교 재학생으로 한정해 순수한 또래 간 경쟁의 무대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최근 5년간 백록기 대회로 제주를 찾은 누적 방문객은 약 1만5000명에 달한다. 2023년 대회 기준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약 45억원으로 추산된다. 도내 체육관광 활성화에 기여하는 전국 규모 스포츠 이벤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서귀포시 남원포구 인근 해상에서 40대로 추정되는 남성 시신이 발견돼 해경이 수사에 나섰다. 18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5분 남원포구 앞바다에 시신이 떠 있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와 해양경찰은 해상에서 시신을 수습했다. 사망자는 40대 남성으로 추정된다. 구체적인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해경은 주변 마을 주민 등을 상대로 신원 파악에 나서는 한편, 정확한 사망 원인과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정부의 '분산에너지 특구' 최종 지정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관련 부처의 조직 개편 여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18일 국정기획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 분야를 환경부와 통합하거나 산업부의 에너지 부문과 환경부의 기후 대응 기능을 합쳐 별도의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을 담당하는 에너지위원회는 산업부 소속이다. 조직 개편이 현실화될 경우 해당 위원회의 소관 부처도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7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에너지 부문을 떼어내 기후에너지부로 개편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5월 제주를 포함해 부산 등 7곳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분산특구)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 중 제주에서는 전기차를 에너지 저장장치(ESS)처럼 활용하는 'V2G(Vehicle to Grid)' 실증 사업이 예정돼 있다. 전기차에 저장된 전력을 충·방전 방식으로 활용해 전력 시장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다만 도가 추진한 수소나 열로의 전력 전환 시범 사업 등은 이번 특구 사업에서 제외됐다. 제주도는 이에 대해 "정부를 상대로 해당 사업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지속적으로 설명해 왔다"며 "최종 사업 확정 시 시범 사업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분산에너지 특구는 중앙 집중형 전력 체계에서 벗어나 지역 내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에너지 자립 모델'로 정부의 탄소중립 및 지역 균형 발전 전략의 핵심 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곳곳 해수욕장의 특성을 살린 해양레저 활동부터 제주 전통문화 공연, 치유 프로그램, 해변 예술 행사까지 다채로운 제주 해수욕장 축제가 펼쳐진다. 제주도는 이달 초부터 다음달 말까지 도내 해수욕장에서 지역 고유의 문화적 특색을 담은 ‘2025 제주 해수욕장 축제’를 순차적으로 연다고 18일 밝혔다. 오는 19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성세기해변에선 제주 동부 해안의 맑은 바다를 배경으로 해양체험, 지역문화공연,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펼쳐질 예정이다. 이어 25일부터는 제주시 이호해수욕장에서 3일간 이호테우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에서는 제주 전통 어로방식인 ‘테우(떠 다니는 배)’ 체험과 해양 민속문화 전시를 통해 제주 고유의 해양문화 유산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다음날인 26일부터는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해수욕장에서 2일간 해녀체험 프로그램과 민속공연 등 해양과 문화를 아우르는 축제가 열린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해녀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제주의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문화적 향연을 즐길 수 있다. 다음달 접어들면 2일부터 이틀간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해수욕장에서 ‘하얀모래축제’가 열린다. 넓은 백사장을 배경으로 해양레저체험, 문화공연,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참여형 이벤트가 준비됐다.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금능 원담축제’는 다음달 23일부터 이틀간 제주시 한림읍 금능해수욕장에서 열린다. 조간대에 드러나는 제주 전통 돌담인 ‘원담'을 중심으로 전통 어업문화 체험, 로컬푸드, 지역공연이 어우러진 생태문화형 축제로 여름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5·6일 열린 삼양검은모래축제로 축제의 서막이 화려하게 올랐다. 제주 특유의 검은 모래사장을 배경으로 건강 체험, 해양레저, 지역예술 공연이 펼쳐졌다. 관광객과 도민 3000여 명이 참여해 큰 호응을 얻었다. 도는 성수기 방문객 급증에 대비해 해수욕장 안전관리와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열대야 기간 야간 개장하는 해수욕장의 안전관리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 제주 해수욕장 축제 일정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제주공항에 항공편과 여객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공항공사는 제주공항이 다음달 4일 가장 많은 이용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17일간 전국 14개 공항(인천공항 제외)을 대상으로 하계 특별교통대책을 운영한다고 17일 밝혔다. 공사에 따르면 이 기간 전국 공항에서는 항공기 2만4067편이 운항한다. 승객은 약 431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제주공항은 다음달 4일 하루에 가장 많은 이용객이 몰릴 것으로 예측됐다. 일평균 기준으로는 항공기 1416편, 여객 25만3000명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항공편은 3.7%, 여객은 6.0%가량 증가한 수치다. 공사는 제주공항을 비롯한 주요 공항에 체크인 카운터 조기 오픈, 신분 확인대·보안 검색대의 가동률 극대화, 출국 심사대 탄력 운영 등을 통해 탑승수속 시간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주차난 해소를 위해서는 전국 공항에 임시 주차면 5910면을 추가 확보하고, 현장 근무 인력도 기존보다 40명 늘린 모두 2046명을 배치한다. 또 김포·김해·제주 등 전국 9개 주요 공항을 대상으로 지난 2일부터 오는 23일까지 폭염 및 풍수해 대비 특별 안전 점검도 진행 중이다. 이정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직무대행은 "제주를 포함한 주요 공항을 찾는 여행객들이 보다 안전하고 쾌적하게 공항을 이용할 수 있도록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77주년 제헌절(7월 17일)을 맞아 제헌절을 다시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논의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제주에서도 제헌절의 의미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헌법 정신을 되살리고 국민적 인식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대한민국 제헌국회의원 유족회는 국회 사랑재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제헌절의 공휴일 재지정을 공식 요청했다. 앞서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대구 동구군위군을)은 지난 9일 제헌절을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공휴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종로구)도 제헌절의 명칭을 '헌법의 날'로 바꾸고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국경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최근 대표 발의했다. 제헌절은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공포된 날이다.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과 함께 5대 국경일 중 하나지만 2008년 주 5일 근무제 확대와 기업 생산성 저하 등의 이유로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된 이후 '쉬지 않는 국경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최근의 입법 움직임은 최근 12·3 비상계엄령 선포,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 등을 거치며 헌법 질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제헌절은 유일한 비공휴일 국경일로 국경일 간 중요도에 차이를 둘 수 없다"며 공휴일 재지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헌절에 대한 인식 저하와 상징성 퇴색은 제주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공휴일에서 제외된 이후 도내에서는 별다른 공식 기념행사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여름방학 기간과 겹치며 청소년 대상의 교육 활동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실제로 지난해 제헌절 당시 제주시 연동과 노형동 등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는 태극기를 내건 가정이 드물었고, 일부 도민들은 도심 도로에 설치된 국기를 보고서야 국경일임을 인식하는 모습이었다. 제주대 재학생 강모씨(22)는 "오늘이 무슨 날인지 거리에서 태극기를 보고서야 알게 됐다"며 "왜 기념해야 하는 날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제헌절이 공휴일이냐 여부를 떠나 그 상징성과 헌법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용섭 한국행정법학회장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기틀이 마련된 날을 단지 '빨간 날'이냐 아니냐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법치주의의 핵심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전 세계 전문가들이 모여 식물·미생물의 상호작용과 관련한 논의를 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오는 2027년 제주서 열린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 한국식물병리학회, 한국관광공사,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세계 식물-미생물 상호작용 국제학술대회 유치 조직위원회는 지난 17일 독일 쾰른에서 열린 ‘2025 세계 식물·미생물 상호작용 국제학술대회(IS-MPMI)’에 참가, 2027년 해당 대회를 제주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도와 공사 등은 한국식물병리학회의 전문성, 한국의 농업·생명공학 발전의 위상, 제주 마이스(MICE) 산업 여건 등을 앞세워 2027년 개최를 이끌어냈다. IS-MPMI는 1982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현재는 2년마다 열리고 있다. 전 세계 약 52개국 1500여 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식물·미생물의 상호작용과 관련한 기초 연구, 작물의 생산성 증대와 효율적인 식물병 제어를 논의하는 국제학술대회다. 2027년 제주 개최는 대한민국에선 처음이자 아시아 국가에선 역대 두 번째로 열리는 것이다. 오창식(서울대 교수) 식물-미생물 상호작용 국제학술대회 유치 조직위원회 위원장은 “국내 식물-미생물 상호작용 연구 역량을 전 세계에 알리고,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 및 국내 신진 연구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제주가 글로벌 과학 교류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여름밤 한라산 어승생악 정상에 올라 야경을 감상하는 야간탐방 프로그램이 처음 운영된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다음달 야간 특화 프로그램 '어승생악 달빛 아래, 별 하나 나 하나'를 처음 선보인다고 18일 밝혔다. 참가자들은 자연환경해설사와 함께 오후 7시 어리목광장에서 출발해 어승생악 탐방로 1.3㎞를 따라 정상에 오르게 된다. 정상에서는 별자리 관측과 달빛 명상을 통해 여름밤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해넘이와 야경, 밤바다 풍경을 감상하며 여름밤 낭만을 즐길 수 있다. 프로그램은 8월 중 매주 금요일(광복절 제외) 총 4회 운영된다. 참가 신청은 오는 22일부터 한라산국립공원 누리집 '프로그램 예약' 메뉴에서 할 수 있다. 회차별 20명씩 선착순으로 받는다. 문의는 어리목탐방안내소(☎ 064-710-7835, 7850)로 하면 된다. '작은 한라산'이라고도 불리는 어승생악은 정상에서 제주 서부 오름군과 제주시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천혜의 전망대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시 애월읍 한담해변에 복원된 장한철 생가 초가가 사실상 방치돼 있다는 보도<본지 7월 15일자 '독자의 소리'>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도민과 관광객들이 여전히 출입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며 "행정의 약속이 말뿐"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17일 제주도청 누리집 '제주자치도에 바란다' 민원 게시판에는 "정낭을 열었다더니 다시 잠가뒀다"는 내용의 제보가 올라왔다. 실질적인 개방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원을 제기한 서모씨는 "15일 언론 보도와 신문고 답변에서 개방했다는 말을 믿고 현장을 찾았지만 정낭 세 개는 여전히 꽂혀 있었고, 마당에는 폴리스라인 같은 금줄까지 설치돼 있었다"며 "답변과 현실이 왜 이렇게 다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씨가 현장에서 촬영해 게시한 사진에는 생가 주변에 공사장용 안전고깔과 통행금지용 금줄이 그대로 설치돼 있었다. 해당 민원은 하루 만에 수십 명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방문객 사이에서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이상현 문화관광해설사는 같은 게시판을 통해 장한철 생가의 관리 실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제주도가 이 공간을 보존한 데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을 텐데, 그 목적이 무엇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관리가 엉망"이라며 출입을 가로막는 정낭, 폐쇄된 주차장, 초가와 어울리지 않는 철제 구조물 등을 문제 삼았다. 이어 "장한철 생가는 단순한 초가가 아니라 표류와 귀환의 기록인 '표해록'을 남긴 조선 유학자의 정신을 담은 공간"이라며 "세금으로 복원한 공공문화자산이 이처럼 방치돼야 하는 이유를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애월읍사무소는 15일 본지 취재에 "문제된 철제 구조물은 이미 철거했고, 쓰레기 정비도 곧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정낭도 개방해 관람이 가능하도록 개선하겠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현장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후속 민원이 이어졌다. 이날 다시 게시된 '장한철 옛집 좀 봅시다'라는 제목의 민원에서 서씨는 "신문고(7월 12일자)에서 정낭을 개방하겠다는 답변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다시 찾았지만 여전히 '망한 집' 같은 모습이었다"고 꼬집었다. 장한철 생가는 조선 후기 문신 장한철이 태어난 곳이다. 그는 1770년 대과 시험을 보러 가던 길에 풍랑을 만나 류큐제도(현 일본 오키나와)에 표착했고, 이후 귀환 여정을 기록한 '표해록'을 남겼다. 이 기록은 현재 제주도 유형문화재 제27호로 지정돼 있다. 제주시는 2021년 3월 모두 6억8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안거리(57㎡)와 밖거리(39㎡)로 구성된 초가를 복원하고 "문화자원과 산책로를 연계한 대표 명소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개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장은 사실상 '유령 문화공간'으로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이제는 단순한 방치 수준을 넘어 행정이 스스로 밝힌 개방 약속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며 "제주의 역사와 정신이 깃든 공간을 이렇게 무성의하게 다뤄도 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애월포레스트 관광단지 개발과 관련한 상수도 공급 검토를 두고 제기된 '특혜 의혹' 보도에 대해 일반적인 행정절차에 따른 조치라며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제주도는 17일 애월포레스트 관광단지 개발과 관련한 의혹 보도에 대해 해명 자료를 내고 "해당 사업에 대한 용수 공급 검토는 모든 대규모 개발사업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정당한 행정절차"라고 밝혔다. 도에 따르면 애월포레스트 사업에 대한 상수도 공급 검토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진행된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의 일환으로 환경영향평가법 제9조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제주도 상수도정책시설과는 "해당 과정은 모든 대규모 개발사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절차로 애월포레스트에만 유리한 기준이 적용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수도정비계획은 원칙적으로 사업 승인이 완료된 개발사업만을 반영 대상으로 한다"며 "어음정수장 신설은 애월포레스트와 무관하게 2022년 수립된 계획에 따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계획에는 어음 외에도 영교, 신례, 광평 등 모두 4곳의 소규모 통합정수장 건설이 포함돼 있다. 도는 이와 관련해 "애월포레스트 사업을 위한 추가적인 지하수 개발 계획은 없다"며 "현재 진행 중인 수도정비계획 용역은 내년 4월경 완료 예정으로 해당 시점에 환경부 승인을 요청할 때 반영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언론 보도에서 '대규모 개발사업 상수도 공급 방안에 포함된 7개 사업 중 고시되거나 승인받지 않은 사업이 애월포레스트뿐'이라고 언급한 내용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도는 "화북2 공공주택지구 개발사업 또한 현재 승인되지 않은 상태"라며 "이 역시 수도정비계획 수립 과정에서 함께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도정비계획 수립은 상수도 시설 용량, 기존 공급량, 미래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특정 사업에 유리한 기준은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앞으로도 환경보전과 지역개발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모든 개발사업에 동일한 기준과 절차를 적용해 투명하게 행정을 운영하겠다"며 "도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무주택 서민과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모두 3850세대의 공급 기반을 마련했고 하반기에도 추가 공급이 이어질 예정이다. 제주도는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도내 9개 지구에 건설형 공공임대주택 472세대와 매입임대주택 917세대를 공급했다고 17일 밝혔다. 건설형 공공임대주택은 국민임대(2개 지구, 39세대), 행복주택(4개 지구, 288세대), 통합공공임대주택(3개 지구, 145세대) 등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공공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10개 지구, 657세대)과 구좌읍 동부지구 내 택지 조성(1804세대)을 포함하면 상반기 기준 모두 3850세대 규모의 공공주택 공급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하반기에는 건설형 공공임대주택 5개 지구에서 187세대가 추가 공급된다. 매입임대주택도 443세대 공급이 계획돼 있다. 올해부터는 '신축약정형 매입임대사업'이 새롭게 도입됐다. 이는 민간이 건축 예정인 주택에 대해 공공이 사전에 매입 계약을 체결하고 준공 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공급 시기를 앞당기고 주택 유형의 다양화를 기대할 수 있는 제도다. 제주개발공사는 이 방식을 통해 일반형 60호, 청년용 50호, 다자녀가구용 50호, 신혼부부용 40호 등 모두 200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올해 모두 443호의 매입임대주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지난 4월 실시한 매입공고에는 모두 44곳, 1483호가 접수됐다. 오는 9월부터는 제주 전역에서 순차적으로 입주자 모집이 이뤄질 예정이다. 입주도 본격화된다. 이달에는 서귀포시 법환동의 공공임대주택 32세대가 입주를 시작했고, 9월부터는 제주시 일도이동과 한림읍의 통합공공임대주택, 아라동 고령자복지주택 등 148세대가 순차적으로 입주를 앞두고 있다. 한림읍 대림리에 조성 중인 '한림대림 통합공공임대주택' 63세대는 이날부터 입주자 모집이 시작됐다. 오는 10월에 입주 예정이다. 이 주택은 청년, 신혼부부, 한부모가정, 다자녀가구 등 다양한 계층을 위한 공간으로 홈네트워크 시스템, 에너지효율 1+등급, 녹색건축 인증 등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추고 있다. 도는 내년까지 모두 7000호 규모의 공공주택 공급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지역별·계층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주택 모델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박재관 제주도 건설주택국장은 "무주택 도민의 주거 안정이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라며 "다양한 수요를 반영한 공공주택 확대에 행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내 주요 교차로에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정당 현수막이 잇따라 게시되면서 도민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현수막에는 허위 사실이나 특정 국가를 겨냥한 혐오성 문구도 포함돼 있으나 현행법상 제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선거관리위원회의 설명이다. 16일 <제이누리> 취재에 따르면 이날 제주시 삼도2동 서문사거리 앞에는 '6.3 한국 대선 부정선거 확실'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설치돼 있었다. 해당 현수막은 '내일로미래로당' 명의로 게시됐다. 게시 기간은 지난 13일부터 오는 27일까지로 명시돼 있다. 이 같은 현수막은 서문사거리뿐 아니라 도심 곳곳 교차로에 다수 걸려 있는 상황이다. '가짜 대통령인 줄 미국도 안다', '중국공산당 한국선거 개입' 등 자극적인 문구가 포함돼 있어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시민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6.26 워싱턴 발표'라는 문구는 마치 미국 정부가 부정선거를 인정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는 실제로는 보수 성향의 민간단체가 워싱턴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을 지칭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단체는 과거에도 유사한 음모론을 반복적으로 제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현수막에는 중국에 대한 혐오를 유도하는 표현까지 포함돼 있어 국제적으로도 논란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제주도선관위는 해당 현수막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수막이 '옥외광고물법' 및 '정당법'상 형식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2022년 관련 법 개정 이후 정당은 게시자 명의와 연락처, 게시 기간 등을 명시하면 최대 15일간 신고 없이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현행 법령이 형식적 절차만 규정하고 있어 허위나 오인 가능성이 있는 내용이라도 제재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다. 사실을 가장한 정치적 선전이 공공 공간에서 합법적으로 유통될 수 있는 구조다. 제주의 한 변호사는 "현수막은 형식 요건만 충족하면 내용의 진실성과는 무관하게 보호되는 구조"라며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허위·과장된 정치 메시지가 시민의 피로감을 키우고,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도 "현수막 정책은 후진적 정치 수단"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더라도 횟수나 장소에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수막 난립에 대응해 일부 지자체들은 정당 현수막 수량이나 게시 위치를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했지만 대부분 대법원에서 상위법 위반으로 무효 판결을 받았다. 울산시가 시행했던 전용 게시대 강제 사용 조례 역시 이 같은 이유로 폐지됐다. 결국 지자체 차원에서 현수막 문제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헌법소원도 제기됐다. 새로운미래를위한 청년변호사 모임 등은 "정당 현수막이 도시 미관을 해치고 보행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사실상 특정 정치 세력에만 특혜가 부여되는 구조"라며 옥외광고물법 개정 자체를 헌법소원 대상으로 올렸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 보호가 중요한 가치인 것은 맞지만, 왜곡된 정보나 혐오 표현까지 모두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횟수·장소·내용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2023년에도 제주 지역에는 특정 역사 사안을 왜곡하는 내용의 정당 현수막이 다수 게시됐으나 당시에도 선관위는 "정당의 의견 개진"이라는 이유로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바 있다. 현행법이 현수막의 형식은 규제하면서도 내용에 대한 판단 기준은 명확히 제시하지 않아 허위 주장이나 혐오 표현이 사실상 무제한으로 공공장소에 노출될 수 있다는 구조적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한 정당 관계자는 "도민들은 이런 정치 선전 문구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게시 기간이 끝나더라도 유사한 내용의 현수막이 계속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전국 곳곳에 쏟아진 집중호우와 뇌우 등 악천후의 영향으로 제주공항 항공기 운항에 잇따라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17일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제주공항에서는 국내선 항공기 모두 15편(출발 7편·도착 8편)이 결항했고, 47편(출발 22편·도착 25편)이 지연 운항 중이다. 항공편 차질은 제주 자체 기상보다 수도권과 영남, 강원 등 다른 지역 공항의 궂은 날씨가 주된 원인으로 파악됐다. 현재 강원 원주, 광주, 부산 김해, 청주 등 주요 지역에서 지난 16일부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집중호우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원주·무안·사천 공항에는 뇌우경보가, 청주공항에는 뇌우경보와 함께 호우경보가, 광주공항에는 뇌우경보와 저시정경보가 각각 발효돼 있다. 제주공항에도 급변풍경보와 강풍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제주공항 관계자는 "결항·지연 사유는 대부분 다른 지역의 기상 악화에 따른 것"이라며 "항공기 이용 예정인 승객들은 항공사와 공항의 실시간 운항 정보를 반드시 사전에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제주공항에서는 모두 477편(출발 240편·도착 237편)의 국내선 항공편이 운항할 예정이었다. 기상 상황에 따라 추가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지난 6월 한달간 제주 인구가 617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5월 감소폭(271명)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서귀포시와 40대·유아 연령층의 도외 유출이 두드러졌다. 16일 제주도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도내 총인구는 66만6625명으로 지난 5월보다 617명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제주시에서 225명, 서귀포시에서 392명이 줄어 전체 인구 감소의 약 64%가 서귀포시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감소 요인은 도외 유출이다. 같은 기간 출생자(266명)와 사망자(380명)의 차이로 인한 자연감소는 114명에 그쳤다. 나머지 503명(약 81%)은 외부 전출입으로 인한 감소로 분석됐다. 연령대별로 보면 40대 인구가 359명 줄어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고, 9세 이하 유아 인구도 343명 감소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 제주를 떠나는 양상이 뚜렷했다. 전통적으로 유출이 많았던 20대는 290명이 줄며 세 번째로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반면 30대와 50대는 거의 변동이 없었고, 60대 이상 고령층은 오히려 인구가 증가했다. 60대는 70명, 70대는 213명, 80대는 63명이 각각 늘었다. 이러한 흐름은 제주가 본격적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도내 50대 인구는 전체의 약 18%를 차지하며 가장 큰 연령집단이고, 40대와 60대도 각각 15% 수준이다. 55년생부터 84년생까지의 40·60세대는 도 전체 인구의 47%에 달한다. 문제는 이 세대들이 10~20년 내 대거 고령층으로 진입하면서 70대 이상 인구 비중이 전체의 40%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편, 2022년 출범한 오영훈 도정 이후 제주도 인구는 3년간 모두 1만1866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4000명 이상 줄어든 셈이다. 향후 1년 내 누적 감소 인구가 1만6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홍명환 전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9세 이하 자녀를 둔 40대의 유출이 도내 인구 감소의 핵심 원인으로 나타났다"며 "장기적인 인구 전략은 물론 젊은 세대의 이탈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10만원 이상의 고향사랑기부금을 낸 기부자 100명을 추첨, 귤 한상자를 보낸다. 제주도는 지난달 답례품 공급업체로 선정된 효돈농협과 공동으로 다음달 8일까지 '제주가 쏜다. 효돈 귤 100박스 공짜~' 여름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벤트 기간내 제주에 10만원 이상을 기부한 기부자가 이메일(gachiga0427@gmail.com) 또는 네이버폼(https://naver.me/xMnznCgt)으로 이름, 주소, 연락처를 기재해 신청하면 된다. 신청자 중 100명을 무작위로 추첨해 최고 품질로 인정받는 효돈농협 귤을 1인당 1상자(3㎏)를 제공한다. 당첨자는 다음달 12일에 개별 문자로 안내한다. 제주도 누리집을 통해서도 결과를 발표한다. 제주 고향사랑기부는 고향사랑e음(https://ilovegohyang.go.kr)이나 웰로(https://www.welfarehello.com/), NH올원뱅크, KB스타뱅킹 등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다. 오프라인은 전국 농·축협과 농협은행 창구에서 가능하다. 고향사랑기부제에 따라 개인은 자신의 주소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연간 2000만원 이내 금액을 기부하면 10만 원까지는 전액, 1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6.5%의 세액공제와 함께 기부액의 30% 이내에서 지역 특산품 및 관광상품 등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제주도는 연간 10만원 이상 기부자에게 '탐나는 제주패스'를 발급해 공영관광지 31곳 무료 또는 할인 입장, 민영관광지 할인 혜택 등도 제공한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영화 ‘왝 더 독’의 한 장면. 미국 대통령 선거를 불과 2주 앞둔 어느 날, 재선을 노리는 현직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견학을 온 걸스카우트 소녀를 성추행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초대형 사고를 친다. 임기 반환점을 돈 대통령이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버리는 것만큼이나 초대형사고다. 4년 중임제인 미국 대통령은 사실상 임기를 8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현직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다. 허버트 후버(대공황), 존 F. 케네디(암살), 제럴드 포드(닉슨 사면), 지미 카터(이란 인질구출 실패), 조지 부시(경제 불황·공약 번복), 조 바이든(고령 논란) 등 대형사고나 악재에 휘말린 극소수 경우를 제외하면 웬만하면 재선에 성공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현직 미국 대통령도 재선이 당연해 보이는 상황에서 14살짜리 걸스카우트 소녀 성추행이라는 초대형 사고를 친다. 이 정도 사고라면 스스로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대선 후보직에서도 사퇴하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정치란 그렇게 순리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우리의 전 대통령도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비상계엄’을 질러놓고도 스스로 ‘사임’하지 않고 갈 데까지 가보다가 ‘파면’된 걸 보면 권력의 자리란 끌려 내려오는 곳이지
어쩌다가 밤낮이 바뀌어버린 아기처럼 요즘 들어 어머니는 낮에는 달처럼 주무시고 밤에는 해처럼 배회하신다. 엊그제는 거의 하룻밤 하룻낮, 24시간을 주무시기만 하셨다. ‘혹시나….’ 하는 걱정이 불안스레 꿈틀거려서 가만히 어머니 얼굴에 귀를 대보았다. 아무래도 숨결이 너무 약하신 듯하다. 갑자기 덜컥 두려움이 솟구친다. “아고게! 어머니, 얼른 일어 나십서! 저녁때가 다 되어수게!”하고 큰 소리로 깨워본다. 반응이 없으시다. 그 순간 ‘아직은 안 돼!'하는 조급함이 급하게 심장을 두드린다. 얼른 몸을 기울여서 어머니의 눈꺼풀을 뒤집어 본다. 그 순간 “야이, 무사?(얘, 왜 그래)”하면서 거칠게 밀치신다. ‘아고, 더 주무십서, 예! 미안허우다. 어머니가 나만 나둬동(놔두고) 솔째기(살짝이) 아버지한티 가불카부댄(가버릴까 봐)....’이라고 멋쩍게 물러선다. ‘역시, 우리 어머니시네….’ 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아직은 어머니에게 호령할 기운이 남아 있으시다. 오늘은 정오쯤에 일어나셨다. 거실로 나와 당신의 자리에 앉자마자 마당을 쳐다보시더니 한숨을 쉬신다. 더위에 시달리다 못해 머리를 숙인 상추들이 숨을 죽이며 온몸을 늘어뜨리고 있다. 예년보다 급하
금융당국이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교란 행위를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한국거래소를 찾아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한 데 대한 후속 조치다. 관건은 계획이나 방침이 아닌 엄중한 실천이다. 금융위원회는 9일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실천방안’을 발표했다. 7월 안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의 협업 체계인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구성한다. 세 기관에 분산돼 있는 심리와 조사 기능을 모아 적극 대응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금융당국은 초단기 알고리즘 매매 등 지능적·조직적 불법행위가 증가하는 데 맞춰 인공지능(AI) 감시 체계를 구축해 불공정거래 위험 종목군을 탐지하기로 했다. 거래소의 시장감시 체계도 계좌 기반에서 개인 기반으로 전환한다. 적극적인 행정제재로 불공정거래 행위자를 단 한번으로도 자본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거래소는 현재 개인정보를 활용하지 않고 계좌를 기반으로 감시 업무를 하고 있다. 이는 감시 대상이 많은 데다 동일인 연계성 파악도 어렵다. 이에 주민등록번호를 가명 처리한 정보를 계좌와 연계하는 개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견학 온 걸스카우트 대원 한명을 대통령 집무실(Oval Office)로 유인해 ‘성추행’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정신줄을 잠깐 내려놓은 연예인이 그랬어도 세상이 시끄러울 사건을 대통령이 저질렀으니 그야말로 세상이 뒤집힐 일이다. 대통령이 말 그대로 대형 사고를 치자 모두들 ‘이제 정권은 끝장났다’고 망연자실하고 자포자기한다. 재선(再選)은 언감생심이고 탄핵과 파면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교도소로 직행할 판이다. 그러나 영악한 백악관 여성 보좌관 윈프리드 에임스(Winfred Amesㆍ앤 헤이츠 분)가 전의를 상실한 백악관 참모들을 질타하고 나선다. ‘불가능이란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일 뿐(Impossible is not a fact. It’s an opinion)’이라는 무하마드 알리의 불굴의 정신을 일깨운다. 아디다스가 광고 카피로 적절하게 써먹어 유명해진 말이다.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이고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It ain’t over til it’s over)는 불세출의 야구감독 요기 베라(Yogi Berra)의 ‘속단 금물’ 정신을 불어넣는다. 지난해 12월 3일 밤에 어처구니없이 선포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과 쿠테타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대한민국의 과거도 아니고, 그것도 4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기억인데도 다시 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했다. 그런데 그 계엄은 당일 밤 10시23분 선포돼 다음날 새벽 1시1분에 국회의원들의 결의로 해제 의결됐다. 2시간 38분만에 무효가 된 계엄령이었다. 이건 이상하다기 보단 좀 놀랍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함의 연속이다. 계엄이 무효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불려 다녔지만 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그동안 공식적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란몰이’라며 야당(이제는 야당이 아니다)과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겁박했다. 일부 기독교와 극우 세력은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집회현장엔 태극기·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휘날린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지난달 3일 새벽 5시. 초여름의 선선한 공기 속 제주시 삼도2동 제2투표소(제주남초)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본투표가 시작되기 직전의 풍경이었다. 정당 참관인과 투표 사무원,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오전 5시 30분, 개시 준비가 본격화되자 사무원은 참관인을 상대로 투표지와 도장, 봉인 스티커를 하나하나 들어 보이며 설명했다. 봉인작업은 군더더기 없이 진행됐고, 투표소는 긴장감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했다. 하지만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전 6시 35분. 한 50대 남성이 조용히 투표소에 들어섰다. 신분증을 내민 그에게 여성 사무원이 선거인명부를 대조하던 순간, 전산 시스템에는 이미 '사전투표 완료'로 명시돼 있었다. "혹시 사전투표 하지 않으셨어요?" 사무원의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안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사무원은 옆 동료와 눈짓을 주고받고는 다시 물었다. 그리고 재차 "29일에 혹시 사전투표하지 않으셨어요?"라고 물었다. 남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신분증을 챙겨 빠르게 투표소를 빠져나갔다. 현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참관인과 사무원들
"학생을 지키려다 제가 무너졌습니다." 제주시 한 고등학교 교사 A씨가 남긴 말이다. 그가 마주한 상황은 한마디로 무방비였다. 신체 접촉 피해를 입고도 아무런 보호 조치 없이 가해 학생과 수학여행을 떠나야 했고, 신고를 했지만 돌아온 건 "화해하라"는 말과 "수행평가 때문에 복귀해달라"는 요구뿐이었다. 결국 A씨는 병가와 특별휴가를 연달아 사용한 끝에 교단을 떠났다. 학교는 침묵했고, 교사는 끝내 혼자였다. 사건은 지난 5월 수업 중 발생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던 학생을 제지하자 학생은 갑자기 A씨를 껴안으려 했고, 뿌리쳐도 다시 강하게 팔을 붙잡았다. 이후에도 새벽 시간에 문자가 왔고, 복도에서 위협적인 접근이 반복됐다. A씨는 학교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분리 조치는 없었다. "교권보호위원회에 신고되기 전까진 어렵다"는 설명이 전부였고, 보호 매뉴얼도 없었다.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조차 A씨가 직접 확보해야 했다. 가장 충격적인 건 닷새 뒤 그 학생과 함께 수학여행에 인솔 교사로 떠나야 했다는 사실이다. "도저히 함께할 수 없다"는 A씨의 호소에도 학교는 묵묵부답이었다. 그 뒤로 이뤄진 분리 조치는 고작 5일. 병가에 들어간 A씨에게는 "수행평가 문제
지난 20일 오후 2시 제주시 김만덕기념관 만덕홀. '제주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안)' 공청회가 열렸다. 제주도가 추진 중인 수소트램 사업에 대해 전문가와 도민이 마주한 자리였다. 단상 위에서는 장밋빛 '미래의 제주'가 펼쳐졌다. 관광객 수요, 탄소중립 교통수단, 지역경제 회복이라는 익숙한 키워드들이 연이어 쏟아졌고 '제주형 모빌리티 혁신'이라는 수식어도 덧붙여졌다. 이날 발표된 핵심 교통수단은 '트램(Tram)'이다. 도로 위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운행되는 노면 전차로 지하철보다 건설비가 저렴하고 정시성이 높아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대중교통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전기를 사용하는 일반 트램과 달리 도가 도입을 검토 중인 수소트램은 수소 연료전지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이용상 한국철도문화재단 이사장은 "수소트램 역세권 주변에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사업 추진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익 대전광역시 철도정책과장도 "도시철도 건설은 단순한 교통망 확충을 넘어 도로와 교량, 교각 등 기반시설을 함께 개량하고 개선함으로써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그 많던 야자수는 다 어디 갔나요?" "다 뽑았대요. 그런데 또 심는대요." 제주시 탑동로를 걷던 관광객과 상인의 대화다. 제주시는 지난 3월부터 이 곳 가로수도 심어졌던 워싱턴야자수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방향을 틀었다. 지금 탑동로에서는 야자수를 다시 심는 '재식재' 작업이 한창이다. 그 사이 도민 혈세 3억원 가까이가 공중으로 흩어졌다. 사실 워싱턴 야자수가 제주와 인연을 맺은 건 오래다. 1982년부터 제주도내 주요 도로와 관광지에 심어져 그동안 남국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이색 풍경으로 자리를 잡아왔다. 한때 3500여 그루가 도내 곳곳에서 자라 제주의 또 다른 상징이 되기도 했다. 아열대 식물인 워싱턴 야자는 멕시코, 북아메리카의 애리조나주, 뉴멕시코주, 콜로라도주 등지에 주로 분포한다. 줄기는 하나로 곧고 원기둥 모양이며 회갈색이 난다. 잎은 꼭대기에 빽빽이 나며 부챗살처럼 돼 있다. 수명은 80~250년 이상이고 추위에 비교적 강해 제주지역 등에서 노지월동이 가능하다. 최대 25m 이상까지도 자라 제주 곳곳에 심어진 워싱턴 야자들도 20m를 훌쩍 넘는 크기로 자랐다. 바람에 대한 저항성이 아주 강한 편인 수종으로
제주특별자치도는 법정계획을 수립하거나 혹은 당면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하여 많은 용역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의 현안과 문제점을 잘 파악하여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올바른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가에 대하여는 많은 논란이 제기되는 것이 사실이다. 환경보전기여금은 오랜기간 논의와 여러차례의 용역이 있었음에도 실행이 무산되어 왔다. 그러한 점에서, 이 논설은 2023년 12월 26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시행한 ‘(가칭)제주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 실행방안 마련 용역(이하 ‘용역’이라 한다)’의 중요한 쟁점을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여 보다 더 충실한 정책이 되기를 기대한다. 다만 찬성 혹은 반대의 문제가 아니라 ‘용역’ 그 자체를 입법정책적 측면에서 검토하고, 다른 ‘용역’을 수행하는 경우에도 보다 더 실행이 가능한 ‘용역’을 수행하여 주도록 촉구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독자들의 많은 의견을 제시하여 주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 국회의원 입법 추진은 가능한가? ‘용역’ 26∽31쪽에는 국회의원 입법(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제주특별자치도는 ‘환경보전기여금’을 '국회의원 입법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는 헌법 제40조에 의하여 '법률'을 제정하는 국가기관이다. 국회가 제정한 「부담금관리기본법」 제3조에 의하여 부담금은 각 개별 ‘법률’이 정한 경우에만 가능하며, 현재는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제3조에 의한 ‘개발 부담금’을 비롯하여 96개의 각종 부담금, 분담금, 부과금, 출연금, 기여금 등이 운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환경보전분담금’ 제도를 신설하려면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안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은 물론 「부담금관리기본법」 제3조(별표)에 대한 개정이 이루어져야 하며, 국회의 관할권한에 속하므로 국회의원 입법추진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미 제정된 ‘법률’로 행정부에서 처리하도록 권한을 부여한 사무를 집행하는 것은 국회가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 행정부의 관할 권한 헌법 제66조 제4항에 의하여 행정권은 정부에 속한다. 즉,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집행하는 권한은 행정부의 권한이다. 「부담금관리기본법」 제6조에는 부담금을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에 수행하여야 하는 사전절차를 정하고 있으며, 이는 국회가 아니라 행정부(소관 행정부처)가 하여야 할 사항이다. 제6조 (부담금의 신설 또는 변경에 관한 심사) ①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소관 사무와 관련하여 부담금을 신설 또는 변경(부담금의 부과대상을 확대ㆍ축소하는 경우와 부담금의 부과요율을 인상ㆍ인하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하려는 경우에는 해당 법령안을 입법예고하거나 해당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정하기 전에 기획재정부장관에게 부담금 신설 또는 변경의 타당성에 관한 심사를 요청하여야 한다. ②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제1항에 따른 심사를 요청할 때에는 부담금의 신설 또는 변경에 관한 계획서(이하 '계획서'라 한다)를 제출하여야 한다. <개정 2015. 12. 29.> ③ 기획재정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심사를 요청받으면 부담금의 신설 또는 변경이 다음 각 호의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제9조에 따른 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로 하여금 심의하게 하여야 한다. <개정 2015. 12. 29.> 여기에서 ‘중앙행정정기관의 장’은 ‘행정안전부장관’을 의미한다. 즉 ‘제주특별법’을 개정하여 환경보전분담금을 신설하고자 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제주특별법’ 주무부처 장관인 ‘행정안전부장관’을 의미하며, ‘행정안전부장관’에 한하여 타당성 검토를 ‘재정경제부장관’에게 요청 할 수 있다. 법률이 명시적으로 규정된 만큼, 국회 혹은 관할권한이 없는 다른 중앙행정기관의 장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할 수가 없다. # 사전 절차 ; 타당성 검토와 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 심의 또한 이 규정은 '해당 법령안의 입법예고 혹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정하기 전'이라는 사전절차를 정하고 있으므로, ‘제주특별법’ 개정 절차를 진행하기 이전에 행정안전부장관이 기획재정부장관에게 ‘환경보전분담금’ 신설에 관한 ‘타당성 심사’를 요청하여야 한다. 기획재정부장관은 ‘타당성 심사’를 요청받으면 ‘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로 하여금 ‘심의’하게 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정상적인 절차라면 제주특별자치도(환경보전부담금 신설 ‘계획서’ 제출) ⇒ 행정안전부장관(타당성 검토요청) ⇒ 기획재정부장관(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 심의요구) ⇒ 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심의)가 우선 이행되어야 한다. ‘제주특별법’ 개정은 이 사전절차를 이행한 후에야 기획재정부의 타당성 검토결과와 심의결과를 첨부하여야 국회입법 절차 진행이 가능하며, 이 경우에는 주무관청인 행정안전부장관이 추진하여야 할 사항이다. 또한 이 심의에서 가결되어야 ‘제주특별법(개정안)’에 대한 입법절차 진행이 가능하며, 부결되면 입법추진이 불가하다. 뿐만 아니라. 이 사전절차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국회의원 입법추진을 한다 할지라도 행정부의 동의를 얻지 못하여 추진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회의원 입법추진방향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다만 ‘용역’ 200쪽은 ‘제주특별법’을 개정하여 「부담금관리기본법」이 규정하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도지사로 본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개정된다 할지라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계획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하여 타당성 검토와 부담금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를 바 없다. # 부담금 신설에 관한 ‘계획서’ 환경보전부담금을 추진하기 위한 첫 단계로 「부담금관리기본법」 제6조 제2항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부담금 신설에 관한 ‘계획서’를 재정경제부장관에게 제출하여 타당성 검토를 받는 것이다. 동법 시행령 제2조 제1항은 ‘계획서’의 기본요건을 아래와 같이 정하고 있다. 제2조(부담금 신설에 관한 계획서의 제출) ①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부담금관리 기본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6조제2항에 따라 제출하는 부담금의 신설에 관한 계획서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1. 신설(부담금의 부과대상을 확대하는 경우와 부담금의 부과요율을 인상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목적과 그 필요성 2. 부과 및 징수 주체 3. 부과요건 4. 산정기준 5. 산정방법 6. 부과요율 7. 예상 징수액 8. 징수액의 사용 목적 9. 근거 법률의 제정 또는 개정 여부와 조문의 내용 이 ‘부담금 신설에 관한 계획서(안)’는 기획재정부의 타당성 검토와 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의 심의를 위한 기본자료이므로 충실하게 작성이 되어야 하나. ‘용역’에는 제시되지 않았으므로, 이 ‘계획서(안)’이 충실히 보완되어야 한다. 또한 ‘용역’에는 ‘예상 징수액’이 제시되지 않았으므로 구체적으로 투명하게 제시되기를 권한다. 특히 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의 심의기준에 맞도록 작성되어야 하며, 「부담금관리기본법」 제6조 제3항은 “(1) 부담금을 신설 또는 변경할 명확한 목적이 있을 것 (2) 부담금의 부과요건 등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을 것 (3) 부담금의 재원 조성의 필요성과 사용목적의 공정성 및 투명성을 각각 갖추었을 것 (4) 기존의 부담금과 중복되지 아니할 것 (5) 부담금의 부과가 조세보다 적절할 것 (6) 부담금의 존속기한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으로 설정되어 있을 것. 다만, 그 부담금을 계속 존속시켜야 할 명백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의 심의기준을 정하고 있으므로, ‘계획서’는 이 심의기준을 충실히 고려하여 제시되어야 한다. 특히 법률 개정보다도 재정경제부의 타당성 검토와 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의 심의는 넘기 어려운 난관이 예상되므로 치밀한 추진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객원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광서 이강(漓江) 주위에 종령(鍾靈)산, 소고(小姑)산, 옥고(玉姑)산, 죽두(竹篼)산이 늘어서 있고 죽두산 북쪽에 큰 산인 방해(螃蟹)산이 있다. 방해산은 늙은 거지가 이강에서 낚은 게〔방해(螃蟹)〕의 정령이 변해서 됐다고 전한다. 전설은 이렇다. ‘구근공(九斤公)’이라 불리는 늙은 어부가 매일 이강에서 물고기 9근을 낚을 수 있었다. 그해, 이강은 100년에 한 번 있을까말까 한 홍수가 났다. 홍수가 지난 후 구근공은 낚시를 했으나 49일 동안에 한 마리도 낚지 못하고 미끼만 낭비하였다. 어느 날, 구근공이 밥할 쌀 한 톨이 없어 근심에 쌓여 있을 때 말굴레 같은 낡아빠진 옷을 입은 거지가 나타나 구걸하였다. 구근공은 탄식했다. “내게 구걸하다니. 내가 당신을 스승으로 모시고 당신과 함께 천 호의 집을 찾아가면, 적어도 백 끼의 밥은 먹을 수는 있을 거외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거지를 집에 들어오라고 한 후 아내에게 말하여 집에 남아있던 암탉을 잡아 대접하였다. 늙은 거지는 구근공에게 어찌하여 어망이 있으면서도 그물을 설치하지 않으며 물고기를 낚을 생각도 하지 않고 구걸할 생각을 하느냐고 물었다. 하소연 하는 구근공의 사정을 듣고는 늙은 거지가 강을 살펴보려고 강가로 향했다. 늙은 거지가 기슭에 다다라 강을 보고는 놀라 말했다. “허! 당신이 매일 물고기를 하나도 낚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구먼. 여기에 게 요정이 있어서 물고기를 다 쫓아버리고는 몰래 당신의 미끼를 먹어치우는 거요. 내가 게 요정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리다.” 말하자마자 머리에서 긴 머리털을 하나 뽑아들고 입김을 후 불었다. 머리털이 8장 길이의 새끼줄로 변했다. 손에 들고 있던 몽둥이를 한 번 휘두르니 맹족죽과 같은 커다란 낚싯대로 변했다. 곧이어 새끼줄을 낚싯대에 묶고는, 낚싯바늘이나 미끼도 달지 않고 새끼줄 끝부분에 침을 묻히고서 강물에 던져 넣었다. 담배 한 대 피워 물 시간도 재 되지 않았는데 새끼줄이 늘었다 줄었다 하며 물위에서 움직였다. 늙은 거지가 허리를 한 번 굽혀서 양손으로 낚싯대를 힘껏 당기자, 물통만큼 커다란 게가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가 양각(羊角)산 정상에 떨어졌다. 그러자 물고기들이 홍수가 나기 이전처럼 많아졌다. 구근공이 감사의 인사를 하러 늙은 거지를 찾았으나 그는 이미 종적을 감춘 후였다.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신화와 같은 이야기이다. 중국신화는 실제를 반영하고 있는 문화형식이다. 최초 원시사회의 선민들의 여러 가지 자연현상에 대한 해석이다. 인류 기원과 선조들의 활동에 대한 추구이며 환상이다. 이후 점차 사람과 신이 결합된 환상과 같은 신화가 출현하였다. 중국의 문화인류학자 겸 민속학자인 임혜상(林惠祥)은 이야기한다. “신화에 대한 최초의 노력은 신화와 사람들이 신령과 영웅에 대한 믿음을 조화시킬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인류가 받드는 신령과 영웅은 신화 서술에서는 일반적으로 기괴하다. 어떤 종류는 조수나 충어이기도 한데 그 성격은 도적질도 하고 남살하기도 한다. 그 숭배 의식은 불합리할 정도로 잔혹하기까지 하다.” 사람들의 자연과 사회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는 신화는 사람의 애증, 결점을 지적하는 감정과 가치 관념이 용해되어 있기도 한다. 그러한 성격의 신화 이야기 속에 늙은 거지가 의롭게 어민을 구제하는 정신과 방해산의 내력을 교묘히 섞어놓았다. 협의 인격을 가 진 거지에 대한 칭송이며 의협 정신에 대한 의타 심리의 표현이다. 자기의 애증과 결점을 지적하는 감성의 표출이기도 하다. ‘팔선(八仙)’과 같은 신화도 직접적으로 거지와 연결시킨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동시에 거지의 의협 인격에 대한 신화는 같은 처지에 놓인 빈곤한 백성의 자신에 대한 자찬이기도 하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우리의 일상이란 그대로 삶을 말한다. 이렇다 할 사건도 없이 지나가는(흐르는) 보통 평범한 삶 말이다. 대다수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지나가는 삶이 있다. 그러나 어디 그런가? 우리들 살아가는 이유가 그냥 흐르는 시간 같지만 각각의 개인에게는 작은 의미든 거창한 의미든 살아가는 이유가 분명하게 있다. 삶은 목적 그 자체다. 누구는 꽃을 좋아하고 여행을 사랑하며, 산책을 즐긴다. 혹은 취미에 몰두하고, 생업에 매달리면서 하루하루를 뿌듯하게 보내기도 한다. 사실 평범하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평범하지 않다는 말이 된다. 모두의 삶이 다르듯 살아가는 방식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삶이 다름은 목적도 행위도 다르다는 말이다. 우리가 평범하다는 삶에 대해 의심한 적이 있었는가? 살아간다는 것은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일 뿐이다. 일상의 나를 보자. 습관, 취향, 지향하는 목적, 버릇, 입맛, 기호, 외모, 성격, 피부색 등 수 십억 인간이 있어도 어떤 식으로든 다 다르다. 나는 살아온 경험도 다르고 부모도 다르다. 오히러 내가 '상대방과 같은 것이 무엇일까?'하고 반문해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일상에서 개개인이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이 나의 실체다. 우리는 평범한 일상, 그래서 우리 모두의 삶이 같다는 이데올로기를 믿고 살았다. 물론 세상은 온갖 이념에 갇혀 있지만 그것도 그대로의 삶의 모습이다. 시간은 오로지 대상이 변화하는 것을 보고서야 알 수 있는 수수께끼이다. 보이지 않고 신비로운 것이 시간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자연의 본질로 봐야 한다. 보이지는 않지만 실제로 있는 것, 세월, 과거, 주름, 성장, 늙음, 죽음 등 모두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우리는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알면서 아쉬운 것들을 떠올린다. 때로 주어진 삶에 대해서 지금보다 더 잘하리라는 각오도 다진다. 시간은 생로병사의 집행자이기 때문에 그 시간을 타고 사는 우리는 공간마저도 서서히 변화하는 것을 잊는다. 지리학에서 말하는 '풍경의 기억 상실'이라는 개념처럼 서서히 변해가는 장소를 인지하지 못하다가 어느 날 자신이 사는 곳이 급변해버린 사실을 알고는 당혹해 한다. 그렇다. 모든 것이 서서히 변하면 우리는 그것을 잘 알지 못한다. 우리의 얼굴이 바로 그런 대상이 된다. 우리가 시간의 흐름을 알기까지는 큰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한데, 성장 과정의 사진처럼 실제 비교할 수 있는 증거들이 있을 때 비로소 시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마음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감지하지 못하고 늘 그대로의 생각으로 살아가게 한다. ‘나’라는 우리의 하루는 시간을 보낸다는 말로서 생활을 이야기할 것이다. 시간을 보낸다는 말에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그렇게라도 나의 하루를 보면, 하루라는 말도 시간의 개념인 것이다. 하루는 편의상 아침, 낮, 저녁, 밤으로 구성된다. 낮과 밤도 지구의 자전으로 생기고, 열두 달 사계절도 지구의 공전으로 생기고 있어, 시간이 우주의 원리를 따르고 있는 것을 알게 되면 인생이 허무할 수도 신비롭게도 느껴질 것이다. 우리 생명도 시간의 결과로서 살아있고, 살기 위한 행위들 모두가 자기 생명을 존속시키기 위한 시간 싸움이 되며, 일상 또한 시간 안에 놓인 사람들의 무대가 된다. 우리의 일상은 시간과 공간을 통해 감지된다. 공간이 없으면 시간도 없고, 그 반대로 마찬가지이다. 존재자인 우리는 시간과 공간이 통합된 관계에서만 삶이라는 의미가 성립된다. 그러니까 존재자의 시간은 공간에서만 발견되는 것이다. 일상은 바로 시간이 공간에, 공간이 시간과 함께 존재할 때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우리의 삶은 시공간의 통일에서 일어나는 개별 존재자의 ‘아주 특별한 경험’인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법정계획을 수립하거나 혹은 당면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하여 많은 용역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의 현안과 문제점을 잘 파악하여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올바른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가에 대하여는 많은 논란이 제기되는 것이 사실이다. 환경보전기여금은 오랜기간 논의와 여러차례의 용역이 있었음에도 실행이 무산되어 왔다. 그러한 점에서, 이 논설은 2023년 12월 26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시행한 ‘(가칭)제주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 실행방안 마련 용역(이하 ‘용역’이라 한다)’의 중요한 쟁점을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여 보다 더 충실한 정책이 되기를 기대한다. 다만 찬성 혹은 반대의 문제가 아니라 ‘용역’ 그 자체를 입법정책적 측면에서 검토하고, 다른 ‘용역’을 수행하는 경우에도 보다 더 실행이 가능한 ‘용역’을 수행하여 주도록 촉구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독자들의 많은 의견을 제시하여 주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용역' 161∽171쪽은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캐나다, 독일, 일본 등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운용하는 관광세, 호텔세, 숙박세, 환경세 등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 관광세(Tourist Tax)인가 환경세(Eco tax)인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공통적인 문제 인식은 '과잉관광(over tourism)'으로 인한 심각한 압박(enormous pressure), 즉 물가와 부동산 가격상승을 비롯하여 쓰레기와 교통난, 환경 파괴 등 지역주민의 삶의 질에 가중되는 부정적인 영향을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수단 중의 하나라는 점이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관광객들로부터 징수하여 지속가능한 관광을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대부분은 ‘관광세(tourist tax)’라 하고,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환경자원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환경세(eco tax)’라고 부르고 있다. 다만 ‘환경세’는 화석연료 사용, 교통시설이나 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환경오염 배출 등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 등에 직접 부과되는 세금을 의미한다. 또한 'tax'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직접 납부하는 '세금'은 물론 다양한 명칭으로 사용되는 ‘부담금’이나 ‘사용료’ 등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담금관리기본법」 제2조는 '부담금'이란 '분담금, 부과금, 기여금, 그 밖의 명칭에도 불구하고 재화 또는 용역의 제공과 관계없이 특정 공익사업과 관련하여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부과하는 조세 외의 금전지급의무'이므로 ‘환경보전기여금’은 이 법률의 적용을 받게 된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를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환경보전기여금’을 부과하면서 환경보전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국회와 행정부의 입법심사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논쟁대상이다. 즉,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정책은 엄격한 입법심사 대상이며, 이후에도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 지방재정고권과 조세법률주의 외국 지방자치단체의 관광세는 국가가 정하는 세금이 아니라, 해당 지방의회의 의결로 자율적으로 세율과 종목을 결정하는 지방세이다. 그 근거는 해당국가의 헌법과 법령이 보장하는 지방재정고권(financial sovereignty)과 조세고권(taxation sovereignty)으로 포괄적인 지방자치 고유권한의 하나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예를 들면, 독일 「기본법」 제28조 제2항에 의하여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재정 자치권한과 조세권한을 보장받는다. 그러므로 법령의 범위 안에서 지방의회 의결로 스스로 지방세의 종목이나 세율을 결정할 수 있으며, 이 권한은 200여년전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지방자치의 오래된 역사적 배경에 따른 것이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지방세라 할지라도 ‘조세법률주의(헌법 제59조)’에 의하여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하며, 「부담금관리기본법」 제3조에 의한 부담금은 '법률'로 정하도록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환경보전기여금’이 절실하다 할지라도 국회가 정한 '법률'에 따라야 한다. 특히 2001년 시행된 「부담금관리기본법」의 제정이유는 '각 개별법률에 근거하여 설치 운영되어 온 각종 부담금의 신설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이며,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부담금을 신설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해당 법률안을 입법예고하기 전에 기획재정부의 심사'를 요구하는 등 엄격한 제한이 따른다. 이와같은 법률 체계의 큰 차이로 인하여, 외국의 지방자치단체가 관광세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제주특별자치도가 ‘환경보전기여금’을 쉽게 도입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어려우며, 높은 장벽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 포르투갈 마데이라의 사례 포르투갈 마데이라의 지방자치단체인 ‘펀찰시(Funchal City)’는 2024년 10월부터 지속가능한(sustainability) 관광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방 관광세(Municipal Tourist Tax)’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 수입은 인프라와 서비스, 시설을 보존, 증진, 유지하기 위하여 사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관광세는 관광객이 호텔 등에 숙박할 경우에 1인 '1박(per night)'당 2 유로(€, 3000원 정도)이며, 최대 '7 연속 숙박(7 consecutive nights)'으로 14 유로(€, 2만1000원 정도)까지 부과된다. 숙박 이전 혹은 체제 기간 중에 납부하여야 한다. 이에 비하여 제주특별자치도 ‘용역’ 194쪽과 202쪽은 '숙박시설의 객실 이용자(1인/1일)' 1500원을 기본부과금액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준을 적용한다면, 숙박은 ‘1박 2일’이 되기 때문에 ‘2일’로 적용하여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낳게 된다. 결국 현장에서 심각한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되므로, ‘1인/1일’은 반드시 ‘1인/1박’으로 수정하기를 권한다. '자동차대여사업용 자동차 이용자(1일/1대)'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펀찰시는 2025년도부터 마데이라 섬에 상륙하는 크루즈 승객에 대하여도 ‘크루즈 승객 1인당(per cruise passenger)’ 2유로의 관광세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검토가 추가되어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렌트-카에 대하여 관광세를 부과하는 경우는 좀처럼 그 사례를 찾을 수가 없으므로 또한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드린다. # 기여금인가? 분담금인가? 이 ‘용역’ 표지는 '(가칭)제주환경보전기여금'으로 되어 있다. 그동안 다양한 명칭으로 사용되어 왔으나, 본문에는 '제주환경보전분담금'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의 추진과정에 상당한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진다. 그러나 다양한 명칭에도 불구하고, 「부담금관리기본법」이 적용된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부담금'에 대하여 '특정한 공익사업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자에 대해 그 사업에 필요한 경비를 부담시키기 위해 부과하는 금전지급의무'라고 판결한 바 있다.(헌재 2003.5.15. 2001헌마90)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객원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