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美 책임 막중…트럼프 시대엔 사과·배상 불가”

  • 등록 2017.06.09 17: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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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커밍스, 9일 4·3 평화상 수상 … “진압 과정서 많은 목숨 잃은 4·3은 학살”

 


한국현대정치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브루스 커밍스(74)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제주 4·3에 대한 미국의 책임은 막중하다”고 밝혔다.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9일 제주 4·3평화상 수상차 제주에 방문, 기자회견 자리에서 “4·3에 대한 미국의 책임은 막중하나 트럼프 시대엔 이에 대한 사과와 배·보상은 불가능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저를 포함해 많은 미국 역사가들이 4·3을 알리기 위해 노력을 했으나 정작 미국에선 남한과 북한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지금도 4·3 관련 기사를 읽을 때마다 끔찍하다. 미국인으로서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4·3과 관련 미국의 책임을 묻는 자들이 있지만 이는 트럼프 시대엔 불가능한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 경험도 없는 최악의 대통령이다. 오바마 시대엔 4·3에 대한 미국 정부의 사과와 배·보상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그렇기에 아직 4·3의 책임을 미국에게 묻는 것은 갈 길이 먼 일”이라며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은 미국에서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노근리 사건에서 힌트를 얻는다면 4·3도 미국인들에게 알려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 4·3사건에 ‘학살’이란 단어를 선택했다. “제주도민들이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섬을 지키기 위해 들고 일어난 과정에서 이를 진압하며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다”며 “해석, 번역의 어려움은 있지만 ‘4·3 학살’이란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4·3 사건 당시 미군정은 한국의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었다”며 “노스웰 브라운 대령도 한국 냉전시대에 작전통제권을 갖고 이를 행사, 무자비한 진압을 자행했던 인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한국에 대한 작전통제권 및 정치적 개입 권한은 국제법 어디에도 없는 조항”이라며 “당시 미 군정은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며 4·3과 같은 폭력사태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만큼 미국의 책임은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의 연구계획을 묻는 질문에 “지금도 한국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연구도 25년째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언론에서는 북한의 이미지를 완전히 왜곡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독재정권부터 촛불집회로 인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기까지 상황은 한국의 성숙한 시민·민주 문화를 보여준 사례”라며 “이는 한국과 비슷한 독재정권을 경험한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필리핀, 대만 등에 큰 교훈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제주 4·3평화상위원회로부터 제2회 4·3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위원회는 지난해 7월부터 4·3해결에 공헌하거나 세계평화인권운동에 헌신한 유공자 45명을 대상으로 6개월동안 실적과 사실 확인 검증을 거쳤다.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미국내 대표적인 한국 전문가이자 한국현대정치사 분야 세계적 석학이다.

 

그는 19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에 걸쳐 '한국전쟁의 기원'(The Origins of the korean War) 1, 2편 등을 저술, 그동안의 한국전쟁에 대한 냉전적 시각을 극복한 수정주의적 시각을 제공해 국내·외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인물이다.

 

특히 그는 이 책에서 그동안 ‘폭동’의 시각으로만 서술돼 온 ‘4·3’에 대한 한국 내 냉전·군사적 시각과 존 메릴의 ‘반란’(rebellion)적 시각을 벗어나 당시 제주인민위원회와 건국준비위원회 등의 활동상을 사실과 자료 및 미군정 정보보고서(G2 report)에 따라 기술, 객관적 분석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2년 전인 2015년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해 위령제단에 참배하고, 지난해 10월에는 제6회 제주4.3평화포럼에 직접 참석해 '미국의 책임과 제주의 학살'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도 했다.

 

커밍스 교수는 1967년 '평화봉사단' 일원으로 처음 한국을 방문, 한국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한국현대사 연구에 몰두해 왔다. 한국인이자 정치학자인 우정은 박사(버지니아 스윗브라이어 대학 총장 내정자)와 결혼해 두 자녀를 두고 있다. [제이누리=박수현 기자]

 

박수현 기자 psuhyun@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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