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평화상 수상식이 급작스럽게 연기됐다. 수상자인 브루스 커밍스가 수상식에 참석치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31일 4·3평화재단에 따르면 브루스 커밍스 교수가 탄 항공기가 긴급회항하는 바람에 오는 1일 열릴 예정이던 4·3평화상 수상식이 연기됐다.
당초 브루스커밍스 교수는 시카고 공항에서 상하이행 항공기(유나이티드 항공)를 탔다.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이날 오후 1시(현지시각) 상하이에 내려 제주행 직항기를 탈 예정이였다.
그러나 항공기 내에서 응급환자가 발생, 상하이로 향하던 비행기는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공항으로 회항했다. 브루스커밍스 교수는 이 사실을 앵커리지 공항 내 와이파이를 이용, 이메일로 4·3평화재단 관계자에게 알려왔다.
해당 항공편은 항공사와 승무원의 문제 등으로 재항할 수 없었고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다시 시카고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당초 브루스 커밍스는 31일 밤에 제주에 도착, 4월 1일 수상식을 마치고 바로 미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학교 강의 일정으로 제주에는 하루 밖에 머물지 못할 예정이었다.
4·3평화재단 관계자는 “브루스커밍스 교수님의 강의 일정으로 아직 수상식 일자를 정하지 못했다 ”며 “학교 일정 등 추후 상황에 따라 수상식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4.3평화상위원회는 지난해 7월부터 4·3해결에 공헌하거나 세계평화 인권운동에 헌신한 유공자 45명을 대상으로 6개월 동안 실적과 사실 확인 검증을 거쳐 브루스 커밍스 교수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미국내 대표적인 한국 전문가이자 한국현대정치사 분야에 대한 세계적 석학이다.
그는 19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에 걸쳐 '한국전쟁의 기원'(The Origins of the korean War) 1, 2편 등을 저술, 그동안의 한국전쟁에 대한 냉전적 시각을 극복한 수정주의적 시각을 제공해 국내·외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인물이다.
특히 그는 이 책에서 그동안 ‘폭동’의 시각으로만 서술돼 온 ‘4·3’에 대한 한국 내 냉전·군사적 시각과 존 메릴의 ‘반란’(rebellion)적 시각을 벗어나 당시 제주인민위원회와 건국준비위원회 등의 활동상을 사실과 자료 및 미군정 정보보고서(G2 report)에 따라 기술, 객관적 분석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2년 전인 2015년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해 위령제단에 참배하고, 지난해 10월에는 제6회 제주4.3평화포럼에 직접 참석해 '미국의 책임과 제주의 학살'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도 했다.
커밍스 교수는 1967년 '평화봉사단' 일원으로 처음 한국을 방문, 한국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한국현대사 연구에 몰두해 왔다. 한국인이자 정치학자인 우정은 박사(버지니아 스윗브라이어 대학 총장 내정자)와 결혼해 두 자녀를 두고 있다. [제이누리=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