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한 분야에 탁월한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덕후’ 스타일이다. 열정에 사로잡혀 무엇에 한번 꽂히면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일로매진(一路邁進)한다. 도파민이 용솟음치고 끼니도 거르고 잠도 안 자지만 피곤한 줄도 모르고 ‘생명창조’의 ‘덕질’에 몰입한다. 어쩌면 마약 중독환자의 모습이다.
덕질은 대개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열정’이다. 도파민(Dopamine)이 뿜뿜 뿜어져 나온다. 그러나 ‘열정적’인 뜨거움은 대개 오래가지 않는다. 열정의 유효기간은 일반적으로 18개월에서 36개월이라고 한다.
그 뜨거운 열정이 진정된 뒤에도 그 곁에 머무른다면 그것은 아마도 ‘사랑’의 감정일 듯하다.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 도파민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옥시토신(Oxytocin)’이 분비된다고 한다.
도파민은 마실수록 갈증을 느끼고 더 많은 것들을 욕망하게 만들지만, 옥시토신은 상대와 공감하고 눈높이를 맞추고 부족해도 괜찮다고 느끼게 한다. 도파민이 계속 뿜어져 열정이 진정되지 않는 것이 곧 ‘중독’이다. ‘Passion’이라는 말이 열정이라는 뜻과 ‘수난’이라는 뜻을 동시에 의미하는 것이 흥미롭다. 열정과 사랑의 차이다.
로버트 스턴버그(Robert Sternberg)가 그의 베스트셀러 「사랑은 어떻게 시작하여 사라지는가(The Triangle of Love)ㆍ1988년」에서 제시한 ‘사랑의 삼각형 이론(The Triangular Theory of Love)은 꽤 그럴듯하다.
열정은 자신의 욕구와 만족에 집중하고, 상대를 소유하려 한다. 상대에게선 내가 원하는 것만 보인다. 반면에 사랑은 상대의 행복에 관심을 갖고, 상대를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고, 상대의 부족함까지 안아주는 감정이다.
이런 점에서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도파민 과잉분비 환자다. 옥시토신은 0.1㎎도 분비되지 않는다. 스턴버그 이론 그대로 자기중심적이다. ‘괴물’과 눈높이를 맞추고 관계 맺기에 실패한다. 프랑켄슈타인의 비극은 도파민만 충만하고 옥시토신은 결여된 ‘오만한’ 창조에서 시작된 셈이다.
그러나 자기중심적인 오만함이 부르는 비극은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비극뿐일까. 영국의 존경할 만한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Arnold Toynbeeㆍ1889~1975년)는 그의 방대한 「역사의 연구(A Study of HIstory)」에서 역사 속에 명멸해갔던 28개 문명의 흥망성쇠를 ‘도전과 응전’의 법칙으로 설명하면서, 모든 위대했던 문명들의 소멸을 ‘휴브리스(Hýbris)’라는 그리스어 한 단어로 설명한다.
‘넘어서는 안 될 경계를 뛰어넘는 폭력적 행위나 타자를 모욕하는 오만함’ 등의 의미라고 한다. 성공한 문명들은 모두들 오만에 빠져 타자들과의 관계 맺기에 실패하고 비극으로 치닫는다.
토인비가 바라본 모든 문명은 예외 없이 ‘코로스(Korosㆍ성공으로 가슴이 벅찬 상태)→휴브리스(Hubrisㆍ오만에 사로잡혀 도덕적ㆍ윤리적ㆍ정신적 균형 붕괴)→아테(Ateㆍ무모한 행동으로 자기파멸을 야기하는 충동)’의 과정을 반복한다.
토인비는 고대 그리스어까지 통달했는지 「역사의 연구」에서 유난히 불친절한 그리스어를 종횡무진 사용해서 어지럽다. 그 중심에 휴브리스가 있다. 휴브리스 상태에 빠지면 도전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닫는다. 모든 문명이 그랬다.
세계 최강 페르시아 제국과의 전쟁에서의 승리 후, 가슴이 웅장해져버린 아테네는 자신을 문명의 보편적인 모델로 착각했고, ‘우리(아테네)가 곧 정의’라는 오만에 빠진다. 민주적이었던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델로스 동맹은 사실상의 아테네가 스파르타 등 다른 도시국가들을 지배하는 오만한 제국의 형태로 변질되면서 넘지 말아야 할 선(線)을 넘고 말았다.
로마제국의 멸망의 중심에도 휴브리스가 자리 잡아 ‘무한 정복’에 나서다 야만족이었던 게르만에게 철저하게 짓밟히고 만다. 토인비는 헬레니즘의 쇠퇴 역시 성공이 부른 오만의 병폐에서 비롯됐음을 명시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패업 이후 그리스 문화가 보편타당한 문화라는 우월감과 오만에 빠져 다른 문화의 도전에 응전할 동력을 상실한다.
찬란했던 비잔틴 문명 역시 휴브리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스만 투르크에 능욕당한다. 그래서였는지 토인비는 이미 1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중심주의에 빠진 유럽에 아시아 문명에 관심을 갖고 그로부터 배울 것을 촉구했던 선각자이기도 했다.
성공 때문에 오만에 빠져서 멸망으로 달려가는 것이 어디 문명뿐일까. 수십년간 소위 ‘대중인기영합주의’로 권력 장악과 권력 유지의 성공에 휴브리스에 빠져 오만해진 나머지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듯했던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이 미군 특수부대에 체포되고 민망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압송돼 뉴욕에서 재판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는 황당한 뉴스가 전해진다.
마두로의 체포 뉴스와 함께 선거 과정에서 그 괴기스러운 ‘어퍼컷 세리머니’로 당선되고 휴브리스에 빠져 계엄령이라는 ‘어퍼컷’을 날리며 선을 넘어버린 우리나라의 전 대통령도 법원의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혹시 토인비에게 이 뉴스들의 코멘트를 청한다면 아마도 베네수엘라나 대한민국의 전 대통령을 모두 ‘코로스→휴브리스→아테’의 함정에 빠진 딱한 사람들이라고 평가했을지도 모르겠다
마두로를 체포압송하는 데 성공해 ‘미치광이 전략’이 또다시 성공을 거둔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 체포 성공에 적잖이 고무됐는지 백악관 공식계정에 자신의 사진을 배경으로 “백악관은 농담하지 않는다.
누구든지 까불면 뒈진다(Whitehouse No Games. FAFO)”라는 당혹스러운 ‘트윗질’을 해서 또다시 모두를 놀라게 한다. ‘FAFO(F××× Around and Find Out)’는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쓰기에는 대단히 부적절한 표현이다.
‘백악관은 농담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것을 보면 혹시 캐나다와 그린란드도 미국에 편입하겠다는 구상도 농담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마두로도 휴브리스에 빠져 신세를 망쳤다면, 휴브리스에 빠진 마두로를 때려잡은 트럼프 역시 휴브리스에 빠져 신세를 망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트럼프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래야 세상이 조금이라도 덜 시끄러울 듯하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이기도 하겠지만 성공도 실패의 어머니이니 성공과 실패의 관계가 참으로 기이하다. 잉게보르크 바흐만(Ingeborg Bachmann)의 시구(詩句)처럼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