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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마진 늘리기 구태 벗고 혁신 경쟁하라

기사승인 2021.12.01  10: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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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재찬의 프리즘] 가계대출 급증 속 웃는 은행들
수치로 입증된 은행들의 이자놀이 ... 선진 미래금융 고민해야 할 시점

   
▲ 은행은 정부 지분이 없어도 금융기관으로 불린다. 공공성이 강해서다. 금융당국이 금융의 탐욕적 속성과 실수요자의 어려움을 꼼꼼하게 살펴야 하는 이유다.[사진=뉴시스]

올 들어 3분기까지 쌓인 순이익이 지난해 1년치보다 훨씬 많은 업종이 있다. 혁신 제품을 만들거나 기발한 서비스를 하는 기업이 아니다. 돈을 맡아주고, 맡은 돈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며 생기는 이자차익(예대마진)으로 수입을 올리는 은행들 이야기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3분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을 보면 올 들어 19개 국내은행의 3분기까지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5조5000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증가율이 50.5%,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12조1000억원)보다도 3조4000억원(28.1%) 많다.   

이런 대단한 실적은 대출자산이 불어나 이자차익이 급증한 덕분이다. 3분기에 이자이익으로만 11조6000억원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3분기보다 1조3000억원 많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된 이자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조9000억원 불어난 33조7000억원.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이자이익은 45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은행들의 ‘이자놀이’ 행태가 공고해진 것은 수치로 입증된다. 늘 그래 왔듯 대출금리는 가파르게 올리면서 예금금리는 더디 올렸다. 예대마진 장사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올리자 더 두드러졌다.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평균 1%포인트 정도 대폭 올리면서도 예금금리는 이보다 훨씬 낮은 0.3%포인트 안팎 상승에 그쳤다. 급기야 국내은행의 예대금리 차이는 9월말 2.14%포인트로 벌어졌다. 11년 만의 최대 폭이다. 은행권 대출금리가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보다 높아지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은행들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렸고,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옥죄었기 때문이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이는 은행들이 예금금리 인상에는 소극적이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구실 삼아 대출로 가둬 놓은 고객들을 상대로 손쉬운 이자 장사를 한 것이다. 예대금리차 확대는 역대급 실적으로 이어졌다. 이 돈으로 은행들은 내부 잔치를 벌였다. 일부 금융지주는 출범 이후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했다. 명예퇴직자에게 퇴직금과 별도로 특별퇴직금으로 수억원씩 책정했다. 경영진용 성과급도 두둑이 준비해 뒀을 것이다.

   

은행 이익이 증가한 것은 자체적인 혁신적 영업이나 비용절감보다 외부환경 요인이 더 크다. 주택매매 및 전세자금 수요가 많은 데다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 수요도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형편이 어려워진 자영업자 등 서민들은 생활자금을 빌리려고 은행을 찾았다. 이런 판에 금융당국이 위험수위인 가계대출을 관리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자 재빨리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가산금리를 높이는 식으로 대출금리를 올려 이익을 챙겼다. 

은행이 민간기업이긴 해도 시중자금의 중개 기능을 하는 국가 금융 시스템의 한 축이다. 그래서 정부가 법으로 영업을 허가한다. 정부 지분이 없어도 공공성이 강해 ‘금융기관’으로 불리는 이유다. 정부 허가로 영업권을 인정받은 은행을 금융당국이 관리 감독하는 것은 당연하다.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대출총량만 제한하지 말고, 그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금융의 탐욕적 속성과 실수요자들이 겪는 어려움도 살펴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이 11월 25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0%로 인상했다. 이로써 제로(0)%대 기준금리 시대는 20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8월에 이어 석달 만에 금리가 올라 누적 인상폭은 0.50%포인트가 됐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금리 0.50%포인트 인상 시 가계의 이자 부담은 5조8000억원 증가한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 이후 은행들이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를 어떻게 조정할지 주목된다.

10년 전 2011년 1063조원이던 은행의 대출총액은 올해 2000조원을 넘어섰다. 대출자산이 거의 두 배로 커진 만큼 이자수익도 많아졌다. 하지만 예대마진 챙기는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은행도 기업인 만큼 이익을 내야 한다. 그래도 기준금리 조정 때 대출금리는 빨리 큰 폭으로, 예금금리는 더디게 소폭 움직이는 ‘얌체 영업’ 내지 ‘약탈적 금융’의 속성을 드러내선 곤란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인 빌 게이츠는 일찍이 “뱅크(bank)는 사라지고 뱅킹(banking)만 남는다”라고 예고했다. 이미 보편화한 인터넷뱅킹과 모바일 간편결제가 보여주듯 ‘은행’이란 시스템과 ‘지점’이란 장소의 개념 및 가치는 약화되고 있다. 고객의 일상 및 경제활동과 관련된 금융 서비스를 어떻게 충족하느냐에 뱅킹의 미래가 달려 있다.

이자 놀이에 열 올리고, 그 수익으로 잔치를 벌이면서 선진 미래금융을 논할 수 있겠는가. 은행들은 본연의 자금 중개 기능을 충실히 함은 물론 혁신적인 산업과 창업 생태계 구축에도 기여해야 지속 가능할 수 있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양재찬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저작권자 © 제이누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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