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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음 사라진 '제주속 중국' ... 애물단지 길 간다

기사승인 2020.09.24  17: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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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통신원·록인제주 등 개발승인 됐지만 공사 중지 ... 자금난 등에 코로나 여파
절차 진행 중 사업들도 공사가능성 미지수 ...자금조달 능력 검증 안돼

   
▲ 서귀포시 남원읍 백통신원 리조트 공사 초기 현장 [중앙일보 제공.]

지난 22일 한낮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한 건설현장에는 적막이 흘렀다. 현장 내부에는 두어대의 차량만이 주차돼 있고 공사현장을 둘러싼 펜스는 일부가 파손돼 있기도 했다.

이 현장의 인근 역시 세워진지 몇 년은 지난 듯한 펜스가 무너진 채 방치돼 있었다. 펜스 위로는 덩굴들이 자라나 관리가 안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펜스 너머로는 회색빛의 콘크리트 기둥이 을씨년스럽게 서 있었다.

중국자본이 투입된 이 건설현장은 개발승인을 받은 지 수년이 지났지만 운영은 커녕 준공마저도 현재까지 요원한 상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제주도내에는 이처럼 중국국적의 사업자가 개발승인을 받고 공사에 들어갔지만 삽으로 땅만 파고 멈춘 수준이 개발현장들이 널려 있다.

최근에는 중산간 난개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중국자본의 신화련 금수산장이 개발승인이 효력을 잃기도 했다. 이로 인해 중국자본의 제주개발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중국자본 투자 속 개발사업 승인 ... 사업 진행은 얼마나? = 24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에 개발승인이 이뤄진 중국국적 사업자의 개발사업은 모두 7곳이다.

이들 중 공정률이 50% 내외를 보이면서 일부 시설만 운영 중인 곳이 3곳이다. ‘제주중국성개발’이 사업자로 있는 무수천유원지는 68%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2013년 5월 개발사업 승인이 이뤄졌다.

무수천유원지보다 먼저 개발사업 승인을 받은 삼매봉유원지와 엠버리조트의 경우는 각각 51%와 47%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이 세 시설 모두 일부 시설에 대해 운영에 들어갔다.

백통신원 리조트와 록인제주 체류형 복합관광단지, 열해당 리조트 등 나머지 3곳은 사실상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 송악산 뉴오션타운 조감도.

◇땅 몇 번 파보고 멈춘 공사현장 ... 점차 흉물화 = 백통신원 리조트는 서귀포시 납원읍 위미리 일대 55만5456㎡에 사업비 2432억원을 들여 콘도와 호텔 및 맥주박물관, 생태테마파크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2012년 11월 개발사업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난해 말 기준 공정률은 34%에 불과했다. 2018년까지 2065억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의 투자이행계획을 통해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지난해 8월 해제됐다.

현재 백통신원 리조트는 콘도 일부만 완공이 된 상태다. 그 외 맥주박물관 등은 시작도 해보지 못했다. 사업 부지 일부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는 등 관리가 안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백통신원 리조트의 사업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록인제주 체류형 복합관광단지는 표선면 가시리 일원 52만3354㎡ 부지에 콘도와 호텔, 연수원, 스파, 상가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2013년 12월 개발사업이 승인됐다. 투입되는 사업비는 4602억원이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지난해 말까지의 공정률은 12%에 불과했다.

특히 2017년 6월 이후 현재까지 공사가 중단된 상태로 남아 있다. 2017년부터 중국에서 들어오는 자금이 끊어지면서 공사가 멈춘 것이다. 록인제주 관광단지 부지 역시 수십채의 건물들이 시멘트 골격만 드러낸 채 흉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록인제주 관광단지의 사업기간은 2022년 말까지다.

열해당 리조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열해당 리조트는 애월읍 유수암리 일원 22만2487㎡에 부지에 컨벤션센터와 연수원, 숙박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중국국적의 사업자가 추진하는 사업 중 가장 최근은 2016년 1월에 개발사업이 승인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승인을 받은지 4년 가까이 지났지만 공정률은 겨우 3%에 불과했다. 공사현장은 펜스가 둘러쳐진 채 외부인의 출입은 금지된 상태다. 공사 역시 사실상 중단됐다.

열해당 리조트의 사업기간은 올해까지다. 사업기간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다음달 20일까지 사업기간 연장신청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업자 측은 이렇다할 움지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 중산간 광활한 토지를 파헤치고 공사중지 상태가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제주의 자연만 파헤쳐 놓고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공사가 재개될 수 있다는 말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지수다.

◇ 절차 진행 중인 대규모 사업들도 난항 = 중국사업자의 개발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최근 이뤄지고 있는 일부 개발사업의 절차 중 불거지는 논란이 더해지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이전에 승인이 이뤄진 사업들보다 더욱 많은 사업비가 들어가는 개발사업들의 절차가 진행 중이라 이 사업들 역시 공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난개발 논란 역시 따라붙고 있다. 

   
▲ 신화련 금수산장 조감도.

최근에는 중국신화련그룹의 자회사인 ㈜신화련금수산장개발이 추진하던 신화련 금수산장 관광단지 개발사업이 좌초되기도 했다.

신화련 금수산장 관광단지는 한림읍 금악리 일대 86만6539㎡ 부지에 7239억원을 투입, 700실 규모의 숙박시설과 컨벤션센터, 위락시설, 휴양문화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중산간 난개발에 더해 골프장 편법개발 등의 논란으로 제주사회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논란 속에서 지난해 3월 결국 사업승인이 이뤄졌다. 다만 착공 전까지 국내금융기관에 모두 770억1100만원을 예치할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

하지만 결국 사업자는 자본금을 예치하지 못했다. 중국정부가 자국 자본의 해외유출을 막으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생기고 여기에 코로나19가 겹친 것이 그 이유로 분석됐다.

무려 5조원의 사업비로 이목을 끌었던 오라관광단지 역시 좌초 위기에 봉착해 있다.

오라관광단지는 중국 화륭그룹의 자회사인 JCC가 오라동 중산간 지역 357만5753㎡ 부지에 제주 최대 규모의 복합관광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 오라관광단지 조감도.

제주도는  사업자가 상당한 규모의 사업비를 조달할 능력이 되는지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총 사업비 5조2180억 중 분양수입 1조8447억을 제외한 금액의 10%에 해당하는 3373억원을 제주도가 지정하는 계좌에 입금할 것을 사업자에게 요구했다.

하지만 사업자인 JCC는 이를 거부했다. JCC의 사업자금을 검증하기 위해 구성된 제주도 자본검증위원회 역시 “JCC측의 재무상태를 살펴봤을 때 사업에 필요한 자본조달 능력을 판단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제주도의회에서 오라관광단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통과시키기 여러울 것이라 전망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이 통과되더라도 제주도에서 개발승인을 내주기 부담스러울 것이란 예측이 있다.

송악산에서는 중국 청도에 본사를 둔 신해원이라는 기업에서 5500억원을 들여 관광·일반 호텔과 상가, 전시관 등을 갖춘 ‘뉴오션타운’을 조성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이 사업은 제주도 경관심의위원회에서 4차례 보류되다 가까스로 심의를 통과했다. 이어 4차례의 재심의 과정을 거치며 겨우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지만 제주도의회에서 이 환경영향평가에 ‘부동의’했다.

제주도의회에서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에 대해 심사보류나 상정보류 등이 아닌 ‘부동의’를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였다.

또다른 중국국적 사업자의 개발사업인 이호랜드는 10년이 넘도록 공사가 중지된 상태에서 지난해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이 제주도의회 문턱을 넘는 등 공사가 다시 재개될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공사대금 110억 가량이 지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부 부지가 경매에 들어갔고 공사가 언제 다시 재개될지는 미지수다. 

이호랜드 일부 부지에 대한 경매는 다음달 19일 일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결국 중국국적 사업자의 개발사업과 관련해 개발승인을 받고 착공에 들어간 사업들 중에서도 절반은 현재까지 공사를 못하고 있다. 아울러 각종 자금난과 환경파괴 논란으로 절차가 진행 중인 사업들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자금난에 더해 환경파괴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제주발 차이나드림'은 이제 서서히 그 꿈을 내려놓고 있다. 그 뒤에 는 남는건 망가지는 제주자연이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

고원상 기자 kws86@jnuri.net

<저작권자 © 제이누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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