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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놈의 몰덜아 혼저 볼르라"

기사승인 2020.07.30  14: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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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럭삼춘 볼락누이-민요로 보는 제주사회와 경제(7)] 밭 밟는 노래

   
▲ '밭 밟는 소리' [사진=디지털제주시문화대전]

‘밭 밟는 소리’는 보리나 조의 씨앗을 뿌린 후 그 씨가 바람에 날라 가지 않도록 땅을 밟는 작업을 할 때, 소나 말을 밭에 몰아 놓고 그 땅을 밟도록 채찍질하며 부르는 밭일 노래다.

   

제주지역 토양은 대부분 현무암질 풍화물과 화산회토로 이루어진 화산토다. 화산토는 형성 시기에 따라 고화산토와 이보다 2~3배 이상 척박한 화산회토로 구분한다. 화산회토는 일단 물을 머금으면 재(灰)처럼 큰 공극률로 인해 쉽게 투수되어 함수량이 낮아진다. 화산회토는 낮은 보수력을 가지므로 타 지역과 비교했을 때 훨씬 낮은 약 10% 정도의 낮은 함수량을 가진다.

   

남동부를 중심으로 제주도 면적의 83%를 차지하는 화산회토 지대는 산성(酸性)이며 잡초가 무성해 기장과 조 같은 서속류(黍粟類)를 주로 재배한다. 특히 입경(入境) 크기에서 미사식양통(微砂埴壤土)로 분류되는 화산회토로 ‘뜬 땅’은 투수성과 관련된 공극률이 70% 넘는다. 빗방울 충격이 있을 경우 표면 공극을 메워 많은 수량, 다량의 토양 성분, 가용성 염류, 토양 유기물과 함께 바다로 유실된다. 제주도에서는 화산회토가 변질된 ‘된 땅’ 이라 한다.

   

뜬 땅에서는 파종된 씨앗이 발아하기 전에 남태와 돌태, 소나 말로 밟아주지 않으면 토양이 건조해져 부석거리면서 바람에 날린다. 밭을 밟으면 모세관 현상이 촉진되고 토양의 바람 날림을 막을 수 있다. 이를 진압농법이다. 씨앗을 땅 속 깊이 파종한 후 그 위에 흙을 덮고 단단히 다져 줌으로써 씨앗 주변의 토양 수분 증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답압(踏壓)이 이루어진다.

   

보리는 양력 10월 중하순, 입동 전후 15일 사이 조 수확이 끝난 밭의 밭갈이부터 시작된다. 그 다음 돗거름을 마당에 내어놓고 거기에 보리씨앗을 뿌리고 소나 말로 잘 밟은 후 한곳에 모아 둔다. 모아 둔 돗거름을 밭으로 옮겨 이를 손으로 조금씩 자르며 밭 전체에 고루 뿌린 후 소를 이용하여 ‘잠대질’ 해 씨를 묻는다. 잘 묻히지 않는 씨앗을 손으로 덮는 ‘산파식’, 거름과 씨앗 섞인 걸 고랑 쳐 거기에 조금씩 잘게 끊으며 넣고 소로 갈아엎는 ‘골파식’, 거름을 먼저 뿌려놓은 후 그 위에 보리씨 뿌려 소로 갈아엎는 ‘조파식’ 등의 보리갈이가 있다.

보리 씨앗은 두 번 뿌린다. 거름과 함께 씨앗을 뿌린 후 밭갈이를 하고 다시 보리 씨앗(두불씨, 놀씨)을 뿌린다. 그 후 ‘섬피’ 혹은 인력으로 밭 전체를 평평하게 고른다. 보리농사는 대개 남자가 파종 하고 여자는 씨를 덮는다. 12월, 1월경이 되면 서리가 내려 땅이 부풀어 오르게 되는 데 이때 보리밭을 밟아 준다. 보리밟기를 하면 보리의 어린잎에 상처를 주어 겨울이 오기 전에 지상으로 싹이 자라는 것을 억제하고, 상처로 수분 증산이 많아지기 때문에 세포액 농도가 높아져 생리적으로 내한성(耐寒性)이 높아진다. 또한 뿌리 발달이 촉진되어 뿌리가 땅 속 깊게 파고들 수 있어 겨울철 동상해(凍霜害)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진다.

   

조 농사는 보리 수확 후 보리 뒷그루로 했다. 6월 절 전 3일 후 3일(7월 20일 경) 사이(고구마, 유채, 콩 등은 유월절 이전) 파종 한다. 해안마을에 있는 밭은 6월 절 전 3일, 후 3일 사이에 파종하고 웃드르 밭은 10∼15일 전 파종 했다. 좁씨는 1마지기에 1되 정도를 뿌린다. 좁씨를 재(灰)와 오줌에 버물려 수제비만큼 뜯어내어 밭에 뿌렸다. 조는 바람에 날아가거나 토양에 수분 보존률이 떨어져 발아(發芽) 안 될 경우가 많아 좁씨 뿌린 후 반드시 진압(鎭壓)을 해 주어야 한다. 소나 말 2마리에 나뭇가지로 만든 섬피 매달고 파종 후 조밭을 밟아줬다. 사람이 직접 섬피를 끌며 밟아주기도 했다.

   
   
▲ 진관훈 박사

소 두 마리, 말 한 마리의 경우 가장 큰 소를 선두로 다음 다른 소, 맨 뒤 말을 세워 밧줄로 세 마리를 연결한다. 소와 소, 소와 말의 간격은 대략 한 척으로 잡고 선두 소의 양쪽 뿔에 다른 밧줄을 걸어 고삐로 삼았다. 사람은 소와 말의 중간보다 조금 뒤쪽인 말머리 곁에서 ‘밭 밟기 노래’를 부르며 채찍으로 우마를 몰았다. 말들을 다독이며 친구와 대화하듯 살아가는 얘기하는 노래다. “어차피 네가 밟아야 하는 일이니 신경질 내지 말고 골고루 잘 밟아 도라.”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는 소나 말들에게 인생은 결국 크고 작은 오르내림의 연속이라고 다독이고 있다. 비록 ‘소귀에 경 읽기’지만.

<참고자료>

김영돈(2002),『제주도 민요연구』, 민속원.
제주연구원〉제주학아카이브〉유형별정보〉구술(음성)〉민요http://www.jst.re.kr/digitalArchive.do?cid=210402
http://www.jst.re.kr/digitalArchiveDetail.do?cid=210402&mid=RC00089867&menuName=구술(음성) > 민요http://www.jst.re.kr/digitalArchiveDetail.do?cid=210402&mid=RC00089877&menuName=구술(음성) > 민요
좌혜경 외(2015),『제주민요사전』, 제주발전연구원.
진관훈(2004),『근대 제주의 경제변동』, 도서출판 각.

☞진관훈은? =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특보 역임, 현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제주대학교 출강.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국제자유도시의 경제학』(2004), 『사회적 자본과 복지거버넌스』 (2013), 『오달진 근대제주』(2019) 등이 있다.

진관훈 박사 adel@jejutp.or.kr

<저작권자 © 제이누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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