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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갈비'도 못먹은 이들의 분노, 그리고 분열

기사승인 2019.12.23  11: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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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시중의 [프로빈셜 홀(Provincial Hall)(17)] '돼지 여물통'이 전하는 메시지

   

호접란 농장에 파견되었던 직원 집에 찾아갔지만 살았던 흔적만 확인하고 다시 만나질 못하였다. 급히 떠난 듯 주변이 어지러웠다. 이웃들로부터 안타까운 사연만 전해 들었다. 지구 반대편 이역만리 타국에서 떠돌면서 고향이 그리워 눈물 흘리기도 하겠지만 다시 돌아오지 못할 형편이 된 것 같다.

선거가 다가오고 있었다. 프로빈스가 그동안 추진하였던 사업들은 모두 좌초되거나 꼬여서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조배죽들이 누리던 권세가 하루아침에 추락할 것 같아서 불안하다. 가시방석이라서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하루종일 불안했다. 그렇다고 미래를 대비하는 원대한 사업은 아예 꿈도 꾸질 못한다. 그래서 유일한 방법은 선심성 예산을 쓰면서 생색을 내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선심성 예산을 집행하는 경우가 있어왔다. 이를 '돼지 여물통(pork barrel)'이라 한다. 옛날에 농부가 돼지 여물통에 먹이를 넣어주면 헐벗고 굶주린 노예들이 앞을 다투어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비유한 표현이다. 또는 '귀표(earmark)' 예산이라 하기도 한다. 농부가 가축을 자기의 소유로 선점하기 위하여 가축의 귀에다가 찍은 표식에 비유한 말이기도 하다. 가축의 귀에 표를 찍는 딸깍 소리에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시민들(Citizens Against Government Waste)이 나서서 정부의 선심성 예산과 낭비성 예산을 집중 감시한다. 매년마다 예산을 낭비하는 고위관료들을 '돼지(porker)'로 선정하여 공개한다. '포커(poker)게임'이 아니라 살찐 '비육돈'이라는 뜻이다. 선정된 정치인들은 온갖 불명예를 떠안게 된다. 그래도 '나를 제외하고(except me)' 다른 사람을 비난한다.

나쁜 짓은 빨리 배운다. 프로빈스에서 요란하게 추진하였던 섬축제와 호접란사업은 실패하여 수백억을 낭비하고 재정을 탕진하였으니 미국이었다면 '돼지' 최우수상 대상으로 선정됐을 것이다. 이후에도 이 상을 받고도 남을 자격이 있는 사업들은 넘쳐났다.

갈비파 v. 비 갈비파

김철수는 시골 마을에 출장을 갔다가 아는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오랫동안 마을의 지도자로 봉사해왔다. 김철수를 보자마자 씩씩 거렸다. 살다보니 마을이 둘로 갈라져서 대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막걸리도 아니고 고무신도 아니고 갈비 때문이라고 한다. 갈비를 먹은 사람들은 얼굴이 훤해 보이고 갈비를 먹지 못한 사람들은 어딘가 욕구 불만인 사람들처럼 구분이 갈 정도라는 것이다.

그 친구는 “세상에 갈비 때문에 이 꼴이라니?”라면서 한탄하고 있었다.

김철수는 선거에 대비해서 프로빈스 전 지역에 뿌려진 갈비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능청을 떨었다. “축산업을 진흥시키려는 거다‼ (갈비를) 먹어주면 안될까? 거기에다가 소주를 한잔 하면 얼마나 좋아? 공짠데(공짜인데)? 나한테도 갈비 사주는 사람 없을까?”

“공뭔덜(공무원들) 생각하는 꼬라지하고는‼ 그 모양이니 프로빈스가 이 꼴이지‼” 라면서 얼굴이 울그락 붉으락 변해가고 화를 가라앉히지 못하였다. “(갈비를 먹은) 방귀는 냄새도 고약해‼”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덧붙였다.

김철수는 비꼬아 가면서 그 친구의 화를 더 부추겨 놓았다. “회를 사 주면 수산업을 진흥시키는 것이고, 단란주점 매출을 올려주면 상업을 진흥시키는 건데, 하필이면 갈비를 사주었으니 축산업만 진흥 시켰잖나? 이거 특혜잖아? 차별대우 하네?”

“놀리냐?” 그 친구는 역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조그만 시골 마을은 선거에서 갈비파 대 비갈비파로 갈라졌다. 이 대립구조는 오랫동안 이어졌다. 결과는 갈비파들의 승리로 이어지고 한동안 의기양양했지만 오래가질 못하였다. 운명의 시계는 빨리 돌아가고 있었다.

여기에도 조배죽‼ 저기에도 조배죽‼

프로빈스에 비정상적인 행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해당기관에서 요구하지도 않은 사업 예산들이 편성되어 실무자들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으면 “그거 내거다‼”라는 누군가가 나타난다. 이어서 고위 관료로부터 “그거 잘해 줘‼”라는 전화가 걸려온다. 이런 사업들은 대개 탈이 나게 마련이고 관계자들은 곤욕을 치르게 된다. 선한 생각으로 지원을 해 주었다가 징계를 받는 일들이 적지 않았다.

이제는 김철수가 프로빈스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변방에 있었으니 조배죽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줄 알았다. 해외출장이 예정되었는데 그 예산은 자기 것이라는 여행사의 대리인이라는 자가 나타났다. 이 듣보잡 '대리인'은 하얀 봉투를 덥석 밀어 넣는다. 돈을 받을 이유가 없는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봉투를 열어보지도 않고 여행사의 계좌로 입금하여 버렸다.

김철수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누군가의 지시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배죽들이 의심스럽다. 그렇지 않다면 해외 현지에서 다른 일정을 억지로 만들어서 추가비용을 긁어내겠다는 심산이었다. 두 가지 목적이라는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해외 현지에서 “일행들과 같이 좋은데 갑시다.”라는 여러 차례의 유혹을 김철수는 거절하여 버렸다. 해외 현지 유흥업소에서 술을 마시게 하고 또한 뇌물로 옭아 매겠다는 수작이 뻔히 보였다.

그러다가 이 자는 자기 멋대로 추가 비용을 충당해야 된다면서 청구서를 내밀었다. 김철수는 청구서를 쳐다보지도 않고 돌려주었다. 그 대신에 “이걸로(이전에 계좌 입금한 영수증) 충당하세요‼”라고 영수증을 잘 보이도록 눈앞에 밀어 넣어 주었다. 이후 이 자는 미친 듯이 날뛰며 자신의 생각대로 넘어가지 않는 김철수에게 '땡깡'을 부렸다. 해외출장은 엉망이 되어 버렸지만 깊은 함정에 빠지지 않고 멀쩡하게 돌아와 버렸다.

 

 

 
▲ 조시중

귀국하자마자 우엉칠(俁㫈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우엉칠에게 꼬질러 김철수를 추궁하라고 했던 모양이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삐가닥 거렸다.

“총독하고 친한 사람에게 경해도(그래도) 되는 거냐?”

“뭐가요?”

“두고 보크라(보겠어)‼”

“보세요‼”

김철수는 전화에 대고 씨부렁거렸다. “너희들의 찌질한 수법을 다 알고 있는데 뭐 같은 헛수작이야?” 얘기를 전해들은 다른 직원이 거들었다. “요기도 (조배죽)‼....조기도 (조배죽)‼”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객원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시중 joe-micha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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