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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 소나 명함 하나로 외자유치 전문가?

기사승인 2019.10.07  1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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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시중의 [프로빈셜 홀(Provincial Hall)(7)] 외자유치 사기꾼의 등장

이 소설은 지방자치가 부활하면서 어두운 세력들이 전국의 지방정치를 장악해 온갖 이권개입과 탐욕으로 얼룩지는 가운데 제왕적 권력을 장악한 프로빈스의 총독(Governor)과 그 추종 세력들의 행태를 담고 있다. 그들은 조배죽 혹은 십상시(十常侍) 무리들이다.

주인공 김철수는 가상인물이다. 프로빈스에 장기간 근무하면서 그들의 집중공격으로 무려 20여년간 수천길 벼랑 끝, 한 순간을 버티지 못하면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할 위치에 서 있었다. 주인공의 육체는 이미 완전히 부서져 버려 하루살이처럼 연명하면서도 희미하게 남은 정신에 의지하며 떼거지로 무지막지하게 덤벼드는 조배죽과 십상시들을 상대로 그냥 그렇게 버티는 수밖에 없던 신세였다.

1대 100, 승산 없는 싸움, 김철수는 최후의 결사항전을 준비한다. 주인공과 프로빈스의 운명이 걸려 있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사건들은 실제와 같이 묘사되어 있으나 모두 픽션이다. [편집자 주]

   

우영철은 여전히 거나하게 술과 고기를 먹고 소화시키고 싸는 일을 반복하며 “안 고라 줬네(말해주지 않았네)”하다가 심심하면 “술 안 사네” 징징대고 있었다. 뺨에 있는 사마귀 검은 점이 실룩실룩 거리면서 유난히 커 보였다. 21세기를 앞둔 시점에서도 프로빈스는 전근대적인 시대에 머물러 있었다. 김철수의 인내심은 이미 한계를 넘었다. 책상 위의 물건들이 모두 무기로 보였으나 화가 오를 때마다 하나에서 열까지 세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제3의 물결(the Third Wave)에 따라 정보화 시대로 전환되고 있었다. 토플러는 이를 권력이동(Power Shift)이라 표현하였다. 전통적인 산업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의 이동이 전근대적인 사회 구조에 머물러 있던 한국은 이미 외환위기로 초토화되어 버렸다. 모든 분야에서 구조조정이 착수되고 국민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었다. 그러나 관료들은 꼬박꼬박 나오는 봉급을 받으며 외환위기가 무엇인지 이해를 하려 들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처음 겪는 외환위기 원인으로 전근대적인 산업 구조와 금융의 불투명성, 그리고 헤지펀드(Hedge Fund)를 들기도 한다. 헤지펀드는 과거 영국의 국립은행을 파산시킬 정도로 국가 하나를 제압해 버리기도 한다. 사회구조가 전근대적인 국가는 이들을 상대할 수 없다.

외환위기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을 때 자칭 외자유치 전문가라는 자들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를 들쑤셔 다녔다. 이 자들은 외국의 어느 누구와 잘 안다며 “외자를 유치해오겠다”는 유혹을 하려 들었다. 그러나 전문지식도 없는 껍데기에 불과한 자들의 허장성세(虛張聲勢)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명함 한 장만 달랑 가지고 폼만 잡으려 드는 자들이다. 이런 사기극에 놀아날 지방자치단체는 없다. 시골 면장이라 할지라도 넘어갈 일이 아니다.

하지만 프로빈셜 홀의 사정은 크게 달랐다.

개나 소나 외자유치 전문가

총독이 가장 먼저 내세우는 사업은 외자를 유치하여 대규모 리조트를 건설하고 내국인 카지노를 설립하는 것이다. 자칭 외자유치 전문가 우영태(羽囹笞)가 만들어다 준 달랑 종이 한 장짜리 '투자 의향서'를 보물단지로 생각했는지 막대한 외자가 곧 투자될 것처럼 선전을 해댔다.

김철수는 조잡하게 만들어진 투자의향서를 살펴보다가 우영태에게 물었다.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미국의 투자회사는 인터넷에는 나오질 않는데요?”

“인터넷이 뭔데?”라며 우물쭈물 거렸다.

“외국어를 잘 하시나요?”

“못해‼”

“외자를 유치해본 경험이라도 있나요?”

“없어‼”라는 원시적인 답변에 김철수는 웃음을 참지 못해 돌아서서 키득키득 거리고 말았다. 외자유치 전문가랍시고 자랑을 하면서도 인터넷을 모르고 외국어를 모르고 외자유치 경험이 없다면 말 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총독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자의 비위를 거스를 수는 없다. 우영태는 “외자를 유치해 대규모 리조트를 만들테니 300만평을 내놔라”며 총독을 압박하고 있었다. 그런데 굽신거리는 모양새는 오히려 우영태의 비위를 맞춰 주는 것 같다. 코가 꿰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황당무계(荒唐無稽)한 사업을 판단하지도 못하면서 무리하게 추진할 리가 없다.

바닥을 보여준 외자유치 전문능력

외자유치는 외국인 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를 유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외국인이 직접 외국에 투자를 하여 사업을 운영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도 자칭 외자유치 전문가들은 외국의 자본을 빌려 오는 것 정도로 이해하는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다른 지역에서는 '명함만 들고 다니는 자들'로 사기꾼으로 통했다. 실속이 없이 말만 앞세우는 자들이라서 상대를 할 나위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프로빈스에서는 전문가랍시고 대접을 받으며 활개를 치고 있었다. 이 자들이 떠벌리는 말을 정리하면 '현재 외국인 투자자를 모르지만 아는 사람을 통해서 몇 다리 건너서 다시 건너서 투자자를 찾아 모셔 오겠다'는 뜻이다.

정체 모를 외국인들과 찍은 사진을 내세워 금방이라도 막대한 외자를 투자할 듯이 떠벌리는 것은 이들의 수법이다. 우영태와 총독이 외자유치 협상을 하는 장면이 사진과 함께 일간신문에 보도되었다. 막대한 외자를 이끌어 낸 것처럼 여러 차례 보도되었다. 그러나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은 나라의 허수아비라는 사실을 알지도 못하였으면서도 주민들에게 속아 넘어가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조배죽들은 이 사실을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무식(無識)하거나 무지(無知)해서 지구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가짜나라라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

사기극은 곧바로 들통이 나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자칭 외자유치 전문가라는 우영태의 능력은 바닥이 스스로 드러났다. 이 뻔뻔한 사기극은 자신들이 속아 넘어 갔는지 아니면 주민들을 상대로 의도적으로 펼쳤는지 알 수는 없다. 둘 다 일수도 있다. 우영태는 이 사건 이후에 프로빈스가 국제자유도시가 되어야 외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변명을 하면서 총독 뒤에 숨어버렸다. 그러다가 몇 년이 지난 후 또 다른 사기극을 펼치다가 자신의 이름처럼 스스로 감옥에 가는 신세가 되었다.

동시에 조배죽들은 이미 프로빈스의 인사와 재정 같은 모든 권한을 장악하였다. 독특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 내면서 국가가 아닌 총독 개인에게 충성을 강요하고 그들 간의 충성 경쟁이 뜨거워지고 권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게 높아 갔다.

우동공(牛瞳倥)은 간담회에서 식사할 때에 밥과 국을 나누어 주는 의전 지침을 만들었다. 총독에게는 다른 사람보다 따뜻한 밥과 국이 돌아오도록 맨 나중에 놔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행사 때마다 밥과 국을 따뜻하게 챙겨주는 동물적인 감각에 감동을 받은 총독은 우동공을 파격적으로 발탁했다.

 

 

 
▲ 조시중

김철수는 이 순서를 몰랐다. 그러다가 식당 종업원이 총독에게 맨 먼저 밥과 국을 놓아버리는 바람에 손님들 보다 약간 식어버린 식사를 하게 하는 실수를 저질러 버렸다. 우동공으로부터 즉각 “충성심이 모자란 ××”라는 야단을 맞았다. 거세게 타박을 당하는 바람에 '그런 규정이 있었나?' 착각하고 국가 의전 편람을 뒤져 보았다. 밥과 국을 총독에게 맨 나중에 놓는 순서에 대하여 규정할 리가 없다.

21세기를 앞둔 시기에도 봉건사회에서나 있을 듯 밥과 국을 놓는 순서 따위로 충성 경쟁하는 조배죽들은 애초부터 정보화 사회를 맞이할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어차피 '국제촌놈'이라도 총독의 비위만 잘 맞추면 출세가 보장된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객원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조시중 joe-michael@hanmail.net

<저작권자 © 제이누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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