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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위장.항문으로 구성된 아메바 ... '마시고 사무관'

기사승인 2019.09.30  10: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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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시중의 [프로빈셜 홀(Provincial Hall)(6)] 가시밭길 넘어 호랑이 굴 속으로

이 소설은 지방자치가 부활하면서 어두운 세력들이 전국의 지방정치를 장악해 온갖 이권개입과 탐욕으로 얼룩지는 가운데 제왕적 권력을 장악한 프로빈스의 총독(Governor)과 그 추종 세력들의 행태를 담고 있다. 그들은 조배죽 혹은 십상시(十常侍) 무리들이다.

주인공 김철수는 가상인물이다. 프로빈스에 장기간 근무하면서 그들의 집중공격으로 무려 20여년간 수천길 벼랑 끝, 한 순간을 버티지 못하면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할 위치에 서 있었다. 주인공의 육체는 이미 완전히 부서져 버려 하루살이처럼 연명하면서도 희미하게 남은 정신에 의지하며 떼거지로 무지막지하게 덤벼드는 조배죽과 십상시들을 상대로 그냥 그렇게 버티는 수밖에 없던 신세였다.

1대 100, 승산 없는 싸움, 김철수는 최후의 결사항전을 준비한다. 주인공과 프로빈스의 운명이 걸려 있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사건들은 실제와 같이 묘사되어 있으나 모두 픽션이다. [편집자 주]

   

캄캄해서 앞이 안 보이는 길고 긴 터널을 지나왔다. 험한 가시밭길을 넘어서 귀국하는 모습은 나치 수용소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유태인과 다를 바 없다. 광대뼈가 드러나고 눈은 쾡하였다. 팔과 허벅지의 근육은 모두 말라버렸다. 공항에서 나오는 김철수의 사람이 아닌 모습에 아내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어 버렸다. 해골 같은 모습은 이제부터 누구든지 깔보고 조롱을 당해도 어쩔 수 없는 상태다.

지금까지의 시련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예상하지 못하였다. 이제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지만 차릴 정신도 없다. 프로빈스에는 새로운 총독이 들어서고 조배죽들은 모든 권력을 장악해 가고 있었다. 복귀하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다르다. 우개탄(禹阣譠)은 “미국에서 잘 놀다 왔지? 앞으로 보겠어.”라고 반말로 빈정거렸다. '가만 있자. 이 자는 한참 후배 아니었던가?'라고 생각하였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조배죽들은 선배들에게도 반말이 예사다. 이제부터는 집중공격을 당하는 수난이 시작된다. 그러나 대응할 방법이 없다. 미국에서 대형 수술을 받은 이후 1년이 넘었지만 회복이 안되어 극도의 피로가 몰려왔다. '휴직을 하여야 할까 보다'라며 하루하루를 버텨 나갔다. 그렇지만 휴직을 한다면 트집을 잡을 것이 뻔하다. 그냥 버티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마시고 사무관'

김철수는 대규모 리조트 개발 부서에 배치되었다. 그러나 조잡하게 만들어진 이 대규모 리조트 계획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 쉽게 알아 볼 수 있었다. 우영철(吽獰剟)이 같은 부서로 발령을 받았다. 김철수보다 다섯 살이나 어리고 직급은 한 단계 아래다. 조배죽이 시비를 거는 수법은 뻔하다. '그런 것도 안 고라 주곡(말해주지 않고)∿'하면서 시작한다.

전형적인 관료주의자였다. 막된 선배들로부터 전수받았다. 아침에 출근할 때에는 술 냄새가 풍겼고 오늘도 내일도 먹고 마시는 일이 없으면 사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매일 거나하게 마시고 속이 쓰리다며 해장국을 먹으면 남자라고 생각하는 부류들이다. 먹는 입과 소화시키는 위장, 배설하는 항문으로 구성된 아메바 같다. 이런 단세포 생물들은 재래식 화장실에 가면 득시글거린다.

우영철은 종이 한 장을 내밀면서 “이거 무신 뜻이우꽈?(뜻입니까)”라고 물었다. “나도 알아 봐야겠다”라고 답변을 하였더니 “그것도 몰람수∿과?(모릅니까)”라고 매운 말꼬리로 배배 꼬았다. 일부러 시비를 거는 것을 감지하고 귀방맹이라도 갈겨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몸과 마음이 이미 다 망가진 상태에서 어찌 대응할 도리가 없었다.

어느 날 김철수는 퇴근 길에 저녁을 사겠다는 우영철의 뒤를 마지못해 따라 나섰다. 저녁은 입맛에 맞지를 않았다. 우영철은 억지로 잔에 소주를 부었다. 그러나 김철수는 도무지 술을 마실 처지가 되지 않아서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헤어지려는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우영철은 김철수의 멱살을 잡았다. 멱살이 잡힌 김철수는 식당 뒤편 골목 어두운 곳에까지 질질 끌려가는데도 조금도 저항할 처지가 되지 못하였다. 멱살을 잡아 흔드는 데로 흔들렸다. “술을 주면 받아먹어야 하는 거다. 거절해도 되는거냐? 이 ⅩⅩ. 죽이겠다. 저녁을 얻어 먹으면 2차를 사야 하는 거다.”라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 댔다.

김철수는 “내가 큰 수술을 받고 아직도 회복되지 않아서 술을 마시면 안된다.”며 옷을 걷어 수술 자국을 보여주며 애원하였다. 술을 마시면 안되는 사정을 설명하면서 모멸감으로 처참했다. 우영철은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필요 없어. ⅩⅩ야. 당장 2차를 사라 말이야.”라면서 김철수의 얼굴에다가 주먹을 박아 넣었다. 아래 이빨이 시려왔다.

같이 있던 우두병(牛痘病)은 김철수가 수모를 당하는 것을 희죽희죽 거리면서 즐기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근처 지하실에 있는 단란주점에 우영철과 우두병을 모시고 갔다. 주머니에는 현금이 얼마 없었고 신용카드도 없었다. 단란주점 주인을 찾아 주민등록증을 맡기고 양주와 안주를 시켰다.

우영철은 우두병과 개기름을 흘리며 헬렐레 양주를 몇 잔 들이키더니 여 종업원과 빙글빙글 춤을 즐기고 김철수는 멍하니 그냥 쳐다보는 수밖에 없었다. 우영철은 양주 몇 잔에 얼큰해서는 “형님. 허∿허. 한잔 드시지요.”라며 술을 권했다.

김철수는 이 술을 마시는 순간 어떤 상황이 올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비참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양주 한 잔을 들이켰고 우영철은 “이렇게 먹어야 되는 겁니다. 형님. 허∿허”하면서 간신배들이 기생들을 끼고 앉아 풍류를 즐기며 게걸스럽게 퍼먹는 모습으로 다시 잔을 따랐다. 그러다 보니 여러 잔을 마셔 버렸다.

이 조배죽의 똘마니는 터득한 여러가지 술잔 돌리는 방법을 대단한 지혜인 것처럼 교육을 시키려 했다. 프로빈스에는 이런 무리들이 주류(主流)를 이룬다. 미국이었으면 공직자로서의 자격에도 미달되는 알코올 중독자에 해당된다.

가슴에서 '쿨럭' 무엇인가 올라와 화장실에 급히 갔다. 검붉은 핏덩이가 세면대에 토해지고 심상치 않은 통증이 몰려왔다. 그날 밤 늦게 집에 가서는 시커먼 핏덩이가 쏟아져 나오며 밤새 고통에 시달렸다. 식사를 하는 족족 토해내고 머리가 빙빙 돌아 일어 설 수가 없었다.

부글거리는 모멸감

힘들게 출근한 김철수에게 우영철은 “여기 아프냐?” “거기 아프냐?”라고 손가락으로 질러대면서 빈정대기 시작했다. 우두병은 희죽거렸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모멸감을 견딜 수 없었다. 피눈물이 따로 없다. 사무실을 나와 서쪽 하늘을 쳐다보며 잠시 잔인한 생각을 떠올렸다.

김철수는 미국에서 있을 때 사격장을 자주 찾았다. LA 시내를 구석구석 걸어 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한 사격장에서 45구경 권총과 M16 소총 그리고 AK 47 소총으로 사격을 즐겼다. 수천 발을 쏘아대면서 귀를 울리는 굉음과 화약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귀국하기 이전에는 45구경 권총으로 50발을 쏘아 50발이 모두 정확하게 타겟 가운데 검은 점을 맞추었다. 잠시 헛된 생각을 떨쳐 버렸다.

 

 

 
▲ 조시중

은행에서 20만원을 찾아 술값을 갚고 주민등록증을 되돌려 받아 집까지 걸어갔다. 걸어가는 시간 내내 어린 사람에게 멱살이 잡혀 주민등록증을 맡기면서까지 술을 사서 받들어 모셔야 하는 치욕은 떨칠 수가 없다. 조배죽의 권세는 하늘을 지를 듯 기고만장 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날 술을 마신 대가로 김철수의 몸은 이제 다시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회복하려면 1년이 걸릴지 아니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야하는 갈림길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부하 직원에게 폭행을 당한 상급자가 자살을 했다 한다. 심한 모멸을 견디기 어려워 극단적인 생각을 했다 한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객원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조시중 joe-michael@hanmail.net

<저작권자 © 제이누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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