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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평의 대가는 '두장' ... '갑질'상사의 뒷거래

기사승인 2019.09.23  14: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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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시중의 [프로빈셜 홀(Provincial Hall)(5)] 악연 ... 회복할 수 없는 치명상

이 소설은 지방자치가 부활하면서 어두운 세력들이 전국의 지방정치를 장악해 온갖 이권개입과 탐욕으로 얼룩지는 가운데 제왕적 권력을 장악한 프로빈스의 총독(Governor)과 그 추종 세력들의 행태를 담고 있다. 그들은 조배죽 혹은 십상시(十常侍) 무리들이다.

주인공 김철수는 가상인물이다. 프로빈스에 장기간 근무하면서 그들의 집중공격으로 무려 20여년간 수천길 벼랑 끝, 한 순간을 버티지 못하면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할 위치에 서 있었다. 주인공의 육체는 이미 완전히 부서져 버려 하루살이처럼 연명하면서도 희미하게 남은 정신에 의지하며 떼거지로 무지막지하게 덤벼드는 조배죽과 십상시들을 상대로 그냥 그렇게 버티는 수밖에 없던 신세였다.

1대 100, 승산 없는 싸움, 김철수는 최후의 결사항전을 준비한다. 주인공과 프로빈스의 운명이 걸려 있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사건들은 실제와 같이 묘사되어 있으나 모두 픽션이다. [편집자 주]

   

캘리포니아의 태양은 강렬하다. 병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강렬한 태양 빛에 눈이 부셔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생사를 넘나드는 대형 수술을 받고 김철수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출국 전까지만 하더라도 180cm에 70kg으로 건강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지금의 몰골은 골반과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고 몸무게는 48kg으로 사람이 모습이 아니었다. 배를 길게 가로지르는 수술 자국을 보면서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 한권을 들 기운도 없을 정도로 이미 망가져 버렸다. 의자에 앉아 있을 수 없어서 하루 종일 누워 지내야 했었다. 음식은 먹는 대로 토해내고 약과 물에 의존하여 근근이 버텨내고 있었다. 이탈리아 유학생 부르노(Bruno)의 부축을 받아 퇴원하였다.

세계 최고 수준의 UCLA 메디칼 센터가 아니었다면 죽은 목숨이었다. 하늘이 도와 기적같이 목숨을 부지한 것이다. 한달 전에 프로빈셜 홀 1층 로비에서 우장창에게 얻어 터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뜨거운 눈물이 쏟아지자 주먹을 불끈 쥐고 닦아 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의 상처가 깊었지만 아물기도 전에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한국에는 국제통화기구(IMF)의 구제금융(Bail out) 사태가 터져 버렸다.

우갈치와의 악연

해외유학 준비과정에서 우갈치(尤猰誺)가 횡포를 부렸다. “내가 지시하는 분야에서 연수해라”면서 김철수가 법률 공부를 하겠다는 해외유학 신청서를 환경을 공부해라면서 멋대로 바꾸어 버렸다. 환경은 물리학이나 생물학과 같은 자연과학 분야이다. 법률을 전공한 경우에는 사회과학을 하여야 한다고 사정했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차이에 대하여 설명하였으나 우갈치는 귀를 닫아 버렸다.

프로빈스의 고위 간부들은 토호의 '빽으'로 임시직으로 있다가 이런저런 방법으로 정식 공무원이 되었다. 그다지 전문성이 필요도 없는 단순 초보 사무를 하면서 시간을 떼우다가 점차 국가의 공무원 제도가 정비되면서 신분보장이 잘 되다 보니 기회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들에게 공무원은 전업이 아니라 부업이거나 프로빈스는 장난감이거나 놀이터였다.

그들은 두꺼운 서류를 읽을 능력이 없다. 첫 페이지를 겨우 읽으면서 토나 다는 끗발을 부렸다. 모든 걸 아는 척 문맥을 바꾸라 하지만 문장이 성립이 되지 않는다. 두 번째 페이지부터는 이해를 하지도 못하면서 횡설수설 하다가 곧 졸아 버렸다.

지식과 지능조차도 의심스러웠다. 그러면서도 좋은 세월을 만나 최고의 벼슬자리를 누렸다.

두 개(V)를 가져와라

우갈치는 몇 년 후에 프로빈스의 고위간부가 되어 김철수의 상급자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직원들의 근무평정을 손끝 하나로 결정하는 위치에 있었다. 어느 날 김철수를 부르더니 승진을 위해서 근무평정을 잘 해 준다면서 손가락으로 '브이(V)'를 만들어 보이며 “가져 와라”라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김철수는 '두 개(2000만원)를 가져와라'는 의미로 받아 들였다. 그러나 이미 승진 기간을 초과하였고 정상적이라면 일을 잘하든 못하든 1년 안에 승진하게 된다. 대답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소식이 없자 우갈치는 김철수의 근무평정 점수를 꼴찌로 내려 깔아 버렸다.

이 결과로 5년의 기간을 허비하게 되고 정년을 얼마 남지 않는 시기에 승진을 하여 한직으로 전전하다가 직장 생활을 마감하게 된다. 당시 사무관 승진은 대체로 10여년이 걸렸으나 김철수는 15년이 걸려 버렸다. 회복할 수 없는 치명상을 입어 버렸다.

우갈치는 고위직으로 정년퇴직을 한 후에도 프로빈스 주변을 기웃거리면서 혹시 '먹을게 없을까?'하고 똥개처럼 냄새를 맡으러 다녔다. 어느 날 한직에서 근무하는 김철수의 사무실에 찾아와 예전처럼 거만한 모습으로 상급자 행세를 하려 들었다. “머....좋은 것 어샤(없어)?” 라고 능글거리면서 악수를 청하였다.

김철수는 악수를 거부하고 지글지글 불타는 눈으로 한참동안 우갈치의 눈을 쏘아 버렸다. 우갈치는 머쓱하여 우물쭈물 하다가 꽁지가 빠지게 내빼 버렸다. 한참동안 분을 삭이지 못하였다. 감정을 억누르며 사무실 밖에 나서서 그동안 여러 차례 주머니를 털렸던 기억을 떠올렸다. 주머니에서 돈을 뜯어 간 것만 수백만원이다.

사무실 주변 거리를 한바퀴 돌았다. 앞에서 우갈치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마주치면 '이 ⅩⅩⅩ'의 멱살을 잡아 패대기를 쳐 버릴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우갈치는 김철수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는지 황급히 오던 길을 뒤로 돌아 옆 골목으로 후다닥 잰 걸음으로 사라져 버렸다. 화장실 볼 일이 급한 것처럼 촉새같이 촐싹대면서 양쪽 엉덩이가 뒤뚱뒤뚱 실룩실룩 거렸다.

우갈치는 골목길의 남의 집 대문 앞에서 몸은 숨기고 고개를 삐쭉 내밀었다가 김철수가 쳐다보자 황급하게 고개를 안으로 담아버렸다. 영락없는 타조의 모습이었다. 덩치가 큰 타조는 적이 나타나면 머리만 모래에 파묻고 엉덩이는 하늘로 향하여 뒤뚱거린다. 그래도 자신은 숨었다고 생각한다.

조배죽의 DNA

김철수는 미국에서 법률을 공부하였다면 훨훨 날아 다녔을 것이다. 그러나 우갈치는 이 기회도 박탈하여 버렸다. 이제는 외환위기로 하루를 버티기도 어려운 지경이 되어 버렸고 몸과 마음이 다 망가지고 무너져 버렸다. 귀국할까 말까 고민을 반복했다. 그러나 지금 이대로 귀국한다면 조배죽들이 원하는 대로 되어버린다. '조배죽들이 나를 어떻게 요리를 하려들까?'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들의 성격은 사또 김시구와 비슷하다. 김시구는 흥청거리는 주색잡기(酒色雜技)도 싫증이 났다. 끗발이고 몽니를 다 부려봤으니 만사가 귀찮고 무료했다. 정사는 어차피 모르니 이방(吏房)이 알아서 할 일이고 재미가 없다. 하루 종일 하품이나 하면서 뼈마디가 근질거렸다.

   
▲ 조시중

그러다가 꼭지가 확 돌았다. 유배되어 온 조정철이 떠올라 이유도 없이 기분이 나빠졌다. 유배되어 온 주제에 사또에게 문안도 할 줄 모르고 선비랍시고 고상한 척 글이나 쓰면서 살아가는 조정철이 못마땅하다.

포졸들에게 약점을 잡아오라고 시켜 날밤을 새워 감시를 하였으나 귀양살이를 하는 자에게 약점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별 건덕지를 잡지 못하자 그의 애인 홍윤애를 잡아다가 고문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 그것도 모자라 또 다시 역모를 했다는 누명을 씌우려다가 파직을 당하게 된다. 조배죽들은 관직에서 떠나는 날까지 비겁하고 찌질하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객원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조시중 joe-michael@hanmail.net

<저작권자 © 제이누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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