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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호의 '제주풍향계'(16) 필요성.국민여론.군사시설 겸용.지역 이기주의 논란

데자뷰(DÉJÀ VU) ― 이런저런 사전에서는 이 용어를 ‘최초의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이상한 느낌이나 환상. 프랑스어로 이미 보았다는 의미로서 영어로는 already seen에 해당한다.’고 대충 정의하고 있다.

 

1960년대를 살아온 세대의 많은 이들은 현재 진행 중인 「제주 제2공항건설」과 관련한 논란을 접하면서 데자뷰를 느낄 것인데, 그 느낌의 끄트머리에 당시 「경부고속도로 건설」 논란을 머리에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의 논란은 데자뷰를 느낄 정도로 50여 년 전의 경부고속도로 논란과 참으로 많이 닮아있다. 둘 다 미래를 향한 개발 사업이라는 점, 대규모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 건설 필요성의 찬반논란이 첨예하다는 점, 지역이기주의가 발현된다는 점, 반대의 양태가 거칠다는 점, 군사시설 겸용 의혹이 있다는 점 등등 닮은 점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이다. 그 많은 닮은 점에 대하여 필자는 아래와 같이 중요한 몇 가지만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필요성에 대한 논란의 양태가 닮은꼴이라는 것이다. 당시 경부고속도로 반대진영에서는 서울~부산 간에는 이미 복선철도가 있고, 일반도로를 넓히면 인적 물적 수송에 문제가 없을 터인데 어째서 고속도로가 필요하냐며 반대 논리를 펼쳤다. 이와 마찬가지로, 현재 제2공항 반대진영에서는 기존 제주국제공항을 확장하면 왕복 4000만 명 정도의 공항이용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터인데 제2공항이 웬 말이냐며 반대논리를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여론이 많이 닮아있다는 것이다. 경부고속도로는 당시 국민여론 형성에 영향력이 다대한 「세대」라는 월간지에서 각계인사와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공론조사를 하였는데, 그 결과 찬성이 68%로 나타났다. 그리고 제주 제2공항은 2016년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제주도민을 대표한 주민자치위원을 포함한 각계 대표를 대상으로 패널(Panel)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 찬성이 60.9%로 나타났다. 이처럼 제2공항과 경부고속도로 둘 다 60% 이상 찬성이라는 여론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제2공항이나 고속도로가 모두 군사시설 겸용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는 것이다. 당시 경부고속도로 반대진영에서는 4차선의 도로 폭이나 길고 곧게 뻗은 고속도로가 군용비행기의 활주로 역할을 할 것이고, 이럴 경우 고속도로는 적(敵)의 주요 타격목표가 되어 고속도로 주변의 인가가 초토화 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의혹을 제기하였다. 이와 비슷하게, 지금의 제2공항 반대진영에서는 제2공항에 공군남부탐색구조부대가 들어설 것이고, 이럴 경우 제주도는 군사기지의 섬이 되어 ‘평화의 섬’ 이미지를 무색케 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두 개발사업 모두 지역이기주의가 여지없이 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1960년대 당시 경부고속도로 반대논리 중 비중이 컸던 논리는 이른바 ‘호남 홀대론’이었다. 경부고속도로 기착점이 부산이어서 영남의 발전에만 기여하고, 상대적으로 호남은 낙후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던 것이다. 제2공항도 마찬가지로, 반대진영에서는 공항 입지가 제주도 동부지역이어서 서부지역은 상대적 낙후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런 논리를 노골적으로 펼치는 것은 아니다. ‘제2공항 불(不)필요성 논리’에 역행되거나 희석되는 논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두 개발사업 모두가 반대행동 양태가 매우 거칠다는 것이다. 당시 경부고속도로 반대의 선봉은 김대중과 김영삼이었다. 아래의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이들은 고속도로 기초공사를 하는 현장에 가서 굴삭기 앞에 드러눕기까지 하는 거친 모습을 보였다. 마찬가지로, 제2공항 반대진영은 도의회 본회의장이나 도청현관, 설명회장 등을 기습적으로 점거하여 시위나 농성을 벌이는가 하면, 도청주변에 10개의 농성천막을 설치하고 이를 대집행하는 공무원과 거친 몸싸움도 불사한 것이다.

 

 

이상과 같이 몇몇 사실만 살펴보아도 제주 제2공항은 데자뷰를 느낄 만큼 경부고속도로와 많이 닮아있다. 특히 반대논리가 그렇다. 그런데 제2공항의 반대논리에 다수의 도민들은 공감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반대진영에서는 최근 ‘공론조사’를 들고 나왔다. 그러므로 필자는 그 공론조사에 대하여 몇 마디 하고자 한다.

 

제주 제2공항건설에 대한 공론조사는 이미 행하여졌다고 보아야 한다. 6개월에 걸쳐 국책사업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없는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를 구성하여 14번의 회의와 3번의 공개토론회를 개최하여 충분한 공론조사의 효과를 거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2016년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제주도민을 대표한 주민자치위원을 포함한 각계 대표를 대상으로 패널(Panel)조사를 시행함으로써 실질적 형식적 공론조사가 행하여진 것이다.

 

그렇다면,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의 충분한 공론화 과정은 그렇다 치더라도 제주도의회가 조사한 패널조사가 이미 존재하는데도 그들이 다시 공론조사를 해야 한다는 이유가 무엇일까? 반대진영에서는 제주도의회의 패널조사에서 도민의 의사가 배제되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러니까, 약 500명(497명)에 이르는 주민자치위원은 여론조사에서 도민으로서 샘플링이 될 수 없다는 얘기인 것이다. ‘억지 부리기’라는 표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에 대하여 원희룡 도지사는 "전문가들끼리도 견해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도민들이 결정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암환자를 두고 어떤 수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여러 의견을 물어보라고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대진영의 주장을 일축했다. 지극히 적절하고 타당한 일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론조사’ 관련 그들의 주장이 옳지 않다는 이유는 또 있다. 비교적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바른미래당이 발표한 지난 7월1일 여론조사에서 '제2공항 필요하다'는 응답이 55.1%로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 41.3% 보다 14%p나 앞선 것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그것인데, 도민공론이 확실히 찬성 쪽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 이 시대에 1960년대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이념과 성향을 떠나 모든 국민이 미래를 바라본 통치자의 혜안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몇 십 년, 아니 몇 년 후일지라도 제주도민은 또 하나의 데자뷰를 느낄 것이며, 그 데자뷰의 끄트머리엔 지금 이 순간 경부고속도로에 대한 칭송을 떠올릴 것이다. / 정경호 전 제주도의원

 

☞정경호는?
= 도의원을 지냈고 정당의 대변인 노릇을 하면서도 ‘제주타임스’ 논설위원으로 활동했다. 더불어 제주의 여러 매체에 글을 썼다. 그래서인지 어느 전직 대학총장은 그를 두고 ‘정치인인지 문필가인지 헷갈린다’고 했다. 그는 4․3 연구가다. 1990년대 초 ‘월간제주’에 1년 동안 4․3을 주제로 한 칼럼을 썼으며, 4․3특별법의 제안자이자 기초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6년 동안 대변인을 지내면서 제주정가에 대변인 문화를 착근(着根)시킨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2014년 6.4선거에선 신구범 캠프의 대변인을 맡아 정가논평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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