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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중의 [프로빈셜 홀(Provincial Hall)(1)] 2년간의 미국 유학을 마치고 온 귀향

이 소설은 지방자치가 부활하면서 어두운 세력들이 전국의 지방정치를 장악해 온갖 이권개입과 탐욕으로 얼룩지는 가운데 제왕적 권력을 장악한 프로빈스의 총독(Governor)과 그 추종 세력들의 행태를 담고 있다. 그들은 조배죽 혹은 십상시(十常侍) 무리들이다.

 

주인공 김철수는 가상인물이다. 프로빈스에 장기간 근무하면서 그들의 집중공격으로 무려 20여년간 수천길 벼랑 끝, 한 순간을 버티지 못하면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할 위치에 서 있었다. 주인공의 육체는 이미 완전히 부서져 버려 하루살이처럼 연명하면서도 희미하게 남은 정신에 의지하며 떼거지로 무지막지하게 덤벼드는 조배죽과 십상시들을 상대로 그냥 그렇게 버티는 수밖에 없던 신세였다.

 

1대 100, 승산 없는 싸움, 김철수는 최후의 결사항전을 준비한다. 주인공과 프로빈스의 운명이 걸려 있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사건들은 실제와 같이 묘사되어 있으나 모두 픽션이다. [편집자 주]

 

 

1. 귀향

 

김철수 사무관은 프로빈스 소속 공무원이다. 2010년 12월 어느 날 저녁 프로빈스 국제공항 청사를 나오자마자 담배 한가치를 빼어 물고 드르륵 드르륵 바퀴소리가 나는 캐리어를 질질 끌면서 흡연실로 향했다.

 

그는 미국에서 2년간 유학을 마치고 장시간 비행기를 타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으나 한 두시간 연착되는 바람에 급하게 서둘러야 했었다. 김포국제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타고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국내선 비행기를 갈아 타고 잠시 후에 프로빈스 공항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담배 한가치를 피워 물자 머리가 핑 돌면서 약간의 현기증을 느꼈다. 10시간의 넘는 비행시간의 지루함과 피로도 잊어 가면서 내내 비행기 안에서 온갖 고민이 몰려 왔었다. 좁은 좌석에 앉은 상태에서 고민 탓인지 속에서 쓴물이 올라와 여러차례 화장실에 들락날락 거리면서 누런 액체를 토해내다 보니 속이 얼얼할 정도이다.

 

그 고민은 앞으로 프로빈스에 복귀하면 조배죽 무리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핍박을 견디어야 하는 지이다. 머리가 어질어질 해왔다. 비행기 멀미 때문이 아니었다. 가족들 보고 싶은 생각은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프로빈스의 공기는 거센 바닷바람을 타고 불어와서 신선하다. 처음 프로빈스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평생 느낄 수 없는 신선한 공기를 맡게 된다. 김철수는 미국에서 지난 2년 동안 맡았던 바싹 마른 공기보다는 훨씬 호흡이 시원하다는 차이를 느끼면서 잠시 행복할 수 있었다. 감회가 새로웠다.

 

그러나 오늘 프로빈스 공항 청사 밖에는 칙칙하고 스산한 바람이 휘몰아 쳤다. 북풍인지 남풍인지 모를 정도로 휘몰아쳐서 바닥에 있는 먼지를 날려 보내고 있었다. 날씨도 흐릿하고 어둑한 분위기는 앞날에 불길한 징조였다.

 

잠시 흡연실에 머무르는 짧은 순간에 김철수는 지난 20여년 사이에 조배죽과 십상시들에 의하여 세 번 죽었다가 기적같이 살아 돌아와 네 번째 살아가게 된 기가 막힌 운명을 되돌아보고 있었다.

 

이미 육체가 갈기갈기 찢어진 상태에서 희미하게 남은 정신으로 버텨왔던 길고 길었던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험난한 세월을 떠올렸다. 아차 정신을 놓아 버린다면 정신 이상이 되어 인생이 파멸되거나 자살할 수 도 있었던 상태였다. 조배죽들에게 약간의 빈틈이라도 보인다면 바로 수천길 벼랑으로 내던져지고 까마귀들 밥이 될 처지에 놓여 있었다.

 

반대파라는 낙인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또다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조배죽들은 김철수가 전임 도지사 당시에 해외유학을 갔다는 단 한가지 이유로 “전 지사파” 또는 “반대파”라고 낙인을 찍어 이빨을 갈면서 독을 뿜어내고 있었다.

 

어느 조배죽은 뱀의 혓바닥을 낼름거리고 있었다. 또 어떤 조배죽은 똥돼지처럼 자기 스스로 화를 이기지 못하고 푸드덕 거리면서 썩은 냄새나는 거품을 뿜어내고 있었다. 또 다른 조배죽은 소가 되새김질 하듯 술을 먹을 때마다 “씨발” “씨발” 거리면서 갈비를 질근질근 씹어 댔다. 김철수는 기가 막힌 조배죽의 수법에 “젠장....‘양파’도 못해 본 나에게.....‘파’라니...?”하면서 머리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조배죽들은 자격과 능력을 갖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공개로 모집하여 선발된 김철수의 해외유학을 특혜라고 몰아갔다. 해외유학 자격과 능력을 갖추려면 수년간의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조배죽 자신들은 해외유학 자격과 능력을 갖추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처럼 가볍게 “토익”이나 공부해서 간 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토익은 해외유학에서 받아 주질 않는다. 그런데도 조배죽들은 그렇게 배알이 꼴리면서도 인사부서에 “직원이 유학을 가는게 배가 아프니 해외유학 제도를 없애라”는 한마디도 못하는 비겁한 찌질이들이다.

 

그러나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조배죽을 포함하여 많은 자들이 자격과 능력을 갖추지 못하였는데도 미국이나 일본에 어학연수 혹은 파견이니 하면서 다녀왔다. 그런데도 조배죽들은 여기에 대하여는 특혜라는 말 한마디도 꺼낼 줄 몰랐다.

 

그렇게 해외 연수를 다녀온 자들은 “어린쥐(감귤)” “그린티(녹차)” “워러(물)” “다꾸앙(단무지)” “사시미(회)” 하면서 단순 초보적인 외래어로 혓바닥을 놀리며 해외 다녀왔다고 폼을 잡았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해외에 가서는 유치원 아이들처럼 발음기호나 따다가 왔다.

 

이전에 김철수는 중앙부처에 있는 오랜 친구가 “자네가 유학을 간다면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 있으니 가지 말라? 분위기 잘 모르는가?”라고 프로빈스의 분위기를 알려 줬었다. 이 충고를 새겨 들었으면 그럭저럭 직장을 다니면서 편안히 벼슬을 누리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 충고에 김철수는 “자격과 능력을 갖추어 가는데 무슨 문제인가? 이전에는 자격과 능력이 없이도 갔다 온 자들이 있는데 아무 일 없었다......무슨 일이 있을 수 있는가? 걱정마라. 잘 다녀와서 열심히 일하겠다.”라는 대화를 나눈게 불과 며칠 전이었다.

 

미국에서 한참 공부하던 시기에 현직 도지사는 정계를 은퇴하고 새로운 후보자들이 경쟁하여 새로운 도지사가 선거로 탄생되고, 그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이른바 조배죽들이 프로빈스의 모든 권력을 장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구의 반대편 미국에서 인터넷으로 본다면 인공위성으로 프로빈스의 구석구석을 자세히 다 살펴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간의 사정을 모두 잘 파악하고 있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객원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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