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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우리는 아직 그 분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문득 라디오를 틀면 그 걸걸한 목소리로 통쾌한 풍자를 날릴 듯 하다. 노의원과의 인연은 2007년 서울 노원에서 시작되었다. 노의원은 지역구 출마를 위한 예비후보자로, 나는 민주노동당 상근자로 처음 만났다. TV에서 보던 노의원은 촌철산인의 달변가였으나 내가 겪어본 그는 말 수가 적고 배려와 겸손이 몸에 벤 은은한 사람이었다.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게 하는 선거 과정에서 커피 한 잔, 신문 하나 누구에게 시키는 일 없이 노의원은 스스로 움직였다. 아침 일찍 혼자 라디오 인터뷰를 준비하시는 모습이 안타까워 커피라도 한 잔 들고 들어가면 노의원은 수줍게 웃으며 "다들 힘든데 일부러 준비(커피 준비) 하지 마세요" 하였다.

 

또 지역 유세와 방송 인터뷰를 정신없이 오가면서도 한 사람의 유권자에게 진심을 다하는 모습은 어떤 말보다 큰 힘이 되어 그의 곁을 지키게 했다. 두 번의 총선과 보궐선거까지 함께 하고 서울을 떠나 지역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의지를 말씀드렸다. 제주로 이주하던 날, 바쁜 일정에도 점심을 사주시며 다시 만나자는 악수를 잊지 않으셨다.

 

제주에서 재회할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그러다 서귀포의 혜나서원 초청으로 오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렇게 2년 만에 만난 노의원과 지선선배(부인)는 평소의 양복에서 벗어나 운동화에 배낭 하나 맨 소탈한 차림이었다.

 

다음날, 제주에 왔으니 낚시대는 담가보고 가야 한다는 노의원의 강력한 주장으로 새섬으로 낚시대를 챙겨 모였다. 물고기 보다 모기가 많은 여름밤, 뭐든 한마리만 낚이면 바로 철수할 마음으로 낚시대를 들었다 놨다 했다.

 

마침내 한치 한마리가 낚였고, 지선 선배와 나는 쾌재를 부르며 얼른 새섬을 빠져나왔다. 손 맛이 아쉬운 낚시꾼 노의원은 하나만 더 낚고 가자며 뒤늦게 미적미적 나왔다. 한치 맛은 봐야 겠기에 서귀항 야외 테이블에 앉아 한치를 추가로 시켰다. 항의 불빛과 낚시배의 불빛이 어우러진 서귀항의 야경이 몽환적이었다.

 

노의원은 “상미씨, 우리가 제주 이주를 꿈꾸던 1세대였을 거예요. 지선씨랑 나이들면 제주 와서 살자고 약속을 했었지. 잘 자리 잡고 있어요. 우리도 이제 곧 올 거니까”

 

나를 비롯해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하하호호 웃으며 어서 서울 정치를 정리하고 오시라고 반겼다. 2015년 8월 한 여름 밤, 우리는 그렇게 잠시 함께 하는 꿈을 꾸었다. 어느덧 다가온 1주기를 준비하며 그 여름 밤이 가장 또렷이 떠오른다. 여전히 눈물은 흐르지만 그 여름 날, 그 밤의 즐거웠던 기억이 작은 위안이 되기도 한다.

 

그 밤, 의원님께도 행복한 꿈이었나요? / 박상미 정의당 서귀포시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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