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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훈의 '제주근대경제사 신문읽기'(2) 일제가 본 제주도 경영

또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경제학·사회복지학 분야에 능통한 진관훈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의 ‘제주근대경제사 신문읽기’입니다. 비록 지금의 경제시스템과 여건이 구비돼 있다하지만 제주 역시 과거의 실타래가 얽히고 설킨 땅입니다. 기업과 산업이 척박했던 제주에도 그 맹아가 등장하던 시기가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제주사회와 경제상황을 살핀 ‘신문’을 통해 그 시절의 기업·경제가 지금 우리 제주의 삶과 어떻게 연관·연동되고 있는지 가늠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나는 일전(日前) 동아일보 지면에서 이하와 같은 기사를 보았다.

 

“제주도사(濟州島司) 전전모(前田某)는 수명의 직원까지 데리고 비싼 여비를 써가면서 일본 각지를 돌아다니며 제주도의 이권을 가져가실 자본가가 안 계십니까” 하고 제주도의 부원(富源)을 독점할 자본가를 구하러 다닌다니 제주도도 하의도(荷衣島)와 동일한 운명에 돌아갈 날이 멀지 아니한 모양(模樣)이다.

 

제주 고을 너는 과연 부끄럽지를 아니 한가? 너는 이십여만 대중! 적지 않다. 그러나 제물에 다 늙었는가? 열풍이 태동하는 청년도 꽤있고 재산가도 상당히 있다. 그러나 의용과 봉공희생적(奉公犧牲的) 정신은 약에 쓸려 해도 없다.

 

제주야 너는 일후(日後)에 너의 역사와 포부를 나타 내일 기관이 없으면 제주는 영(永) 멸망할 것이 아닌가? 마침내 전 조선에 대표적 인물이 많이 나서 이우러 가는 우리 조선을 바로잡고 무궁화의 강산을 빛내이게 하기를 바라며 너의 이름 제주와 같이 제주가 되자 아! 제주야 내의 가운데에서 어떠한 인물이 나려는가?(류경 김상회, 1924. 02. 06. 동아일보).

 

19세기말 20세기초, 일본은 한반도 병합과 식민지 경영을 위한 기초조사의 일환으로 제주도에 대한 세밀한 조사를 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하여 제주도를 ‘남국(南國)의 보고(寶庫)’, ‘미개(未開)의 보고(寶庫)’라고 칭하며 제주도의 자원개발에 대하여 강한 정책적 의지를 품고 있었다. 이를 구체적으로 나타낸 최초의 자료가 1905년『제주도 경영』이다.

 

이 자료에서 일본은 제주도의 축산, 어업, 농업, 임업 등에서 제주도의 자원을 개발하여 자국의 경제적 이익에 부합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제주도 수산가공업을 발달시켜 일본어민 10만여 명을 이주시킬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 1923년에는『미개(未開)의 보고(寶庫)』를 발간하여 당시 제주도사가 이 자료를 가지고 일본 각지를 돌며 자본가를 모집하러 다녔다고 한다.

본도를 미개(未開)의 대보고(大寶庫)라고 해서 최근 각 방면의 자본가들이 주목하게 된 것은 본도의 발전을 위해서도 국가정책을 위해서도 실로 기뻐해 마지않을 일이다. 아무쪼록 장차 견실하고 재력이 모자라지 않은 실업가가 속속 도도(渡島)하여 농업에, 임업에, 목축업에, 또는 수산업에 각자 경험있는 방면을 향해 확고부동한 계획을 세워 각종 산업의 발전을 기도(企圖)해 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그리고 그러한 대발전을 가져오게 하기 위해서는 도로의 대개수와 항만의 대수축(大修築) 무선전신의 가설 등 교통통신의 여러 기관이 완비된 다음에는 내부적 각종 산업의 개발과 맞물려 한층 생산물의 가공과 대대적인 도외 수반출(輸搬出)을 기하여 도내 부력(富力)증진을 꾀하게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도민들은 전등을 사용하고 수돗물을 마시며 해륙교통의 문명적 기관을 완성 이용하며, 각지에 번영된 내선인(內鮮人) 합동의 문화적 소시가(小市街)를 조성하게 됨으로써 비로써 일대 낙원지다운 이상향이 출현하게 될 것이다(1923. 미개의 보고 제주도).

 

일제의 개발정책은 한반도 내에서 자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즉, 자국의 소비에 부응하거나 전쟁수행에 필요한 군수물자로 적합한 자원을 개발하여 자국으로 운반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이 필요로 하는 생산물은 조금 비싸다 하더라도 식민지에서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는 것, 일본 내 실업자를 식민지에 고용시켜 실업률을 떨어뜨리는 것, 자본투자의 위험도를 줄일 수 있는 것, 이외에 국가의 사회적 위신을 높일 수 있는 것 등이 식민지 경영의 목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제주도 개발 계획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제주 청년 제군아 이목(耳目)이 있으면 보고 들었으리라. 제주도청에서 ‘미개(未開)의 보고(寶庫) 제주 소개’라는 책자를 발간해서 일본 각지 자본가에게 발부하였다는 그 내용의 대강을 들어보면 ‘미개(未開)의 보고(寶庫)’를 소개하고 그 다음에는 도민의 전우(顚憂)함을 말하고 그 다음에는 자본가여 제주도의 이권을 안 가져 가시겠습니까 하였다. 말하자면 제주도 부원(富源)을 독점할 자본가를 구함이다.

 

우리는 실(實)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만반 사업준비의 원동력인 비판으로 확대(擴大)히 일으키는 동시에 숙련과 근기와 예산과 용의가 없고는 큰 사업의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리니, 그러자면 의협(義俠) 봉공(奉公) 인애(仁愛)의 정신이 있어야할 것이다. 우리가 취할 바는 단결과 함께 개척의 의지가 끊임없이 있어야 할 것이다(金尙回, 1925. 02. 03. 동아일보).

 

일제는 일본의 이익에 부합되는 한라산 임산자원이나 제충국, 박하, 고구마와 같은 농업생산물, 옥도, 통조림 등과 같은 군수물자 생산에 치중하였다. 또한 단기적 수탈보다는 장기적 이윤을 추구하고 영구 병합하려는 의도가 다분하였다.

 

일본 대판 사회성 자료에 의하면, “제주도와 일본과의 지리적 인접성, 각종 설화에서 등장하는 일본과 제주의 교류설, 한반도 출신 노동자에 비해 제주출신 노동자가 온순하고 근검, 성실하며 노동쟁의에도 가담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일본은 제주도를 단기간 단순 약탈보다는 장기적이고 영구적인 병합을 위한 기반 조성 목적개발에 역점을 둔 것으로 보아진다.

 

◇ 산업의 대개발 : 농산물의 수확증가를 기획하고 도외로 많이 반출할 것, 중간부락을 증대시켜 휴한지를 이용, 목축, 임업, 면작 등의 대대적 경영을 할 것.
◇ 어항(漁港)의 대수축(大修築) : 금후 수개년에 걸쳐 도내 6~7개소의 어항을 대수축함. 제 1기 계획으로써 제주항(일명 산지항), 성산포항, 서귀포항
◇ 전기사업의 계획 : 도내 3~4개소 폭포의 낙차를 이용해 전력을 일으켜 제빙(製氷), 조면(繰綿) 기타 여러 공업에 운용토록 하고 전등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 수도계획 : 제주성내, 서귀포 간이수도 부설코저 한다.
◇ 도로의 대개수(大改修) 단행 : 제주성내 성산포간 11리, 제주성내 한림간 8리
◇ 교통통신에 관한 계획의 실현
◇ 이민(移民)과 출가(出嫁)에 대한 계획(1923. 미개의 보고 제주도).

 

이와 같이 일본의 제주도 개발은 제주도의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아진다. 즉, 제주도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지역전통산업, 자연생물자원을 집중 개발하며 이에 필요한 어항구축, 수도 전기시설 등 사회기반사업 조성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이에 도민과 도내 지식인들의 반응은 참담 그 자체였다. 

☞진관훈은?

 

= 서귀포 출생. 제주대 사대를 나왔으나 교단에 서지 않고 동국대에서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에서 사회복지학 박사(2011) 학위를 받았다. 제주도 경제특보에 이어 지금은 지역산업육성 및 기업지원 전담기관인 제주테크노파크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겸임교수로 대학, 대학원에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국제자유도시의 경제학』(2004),『사회적 자본과 복지거버넌스』 (2013) 등이 있으며『문화콘텐츠기술과 제주관광산업의 융복합화연구』(2010),『제주형 첨단제조업 발굴 및 산업별 육성전략연구』(2013),『제주자원기반 융복합산업화 기획연구』(2011) 등 보고서와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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