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사상 처음 4만 달러 진입을 눈앞에 뒀다. 반도체 초호황과 수출 호조로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돈(달러)이 많아진 데다 최근 원화가치가 오른(원·달러 환율은 하락) 덕분이다.
수출도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 4번째로 연간 1조 달러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은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로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6번째다. 2014년 이후 12년 동안 3만 달러대에 머물렀던 한국이 ‘고소득 선진경제국’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834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4% 증가했다. 47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명목 GDP가 급증하면서 1인당 국민소득도 큰 폭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1인당 GNI는 원화 소득을 달러로 환산해 산출한다. 원화 가치가 오를수록 많아진다. 1600원을 위협하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300원대로 떨어졌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달러가 쌓이면서 환율을 낮추고, 달러 환산 GNI를 높인다. 환율이 지금처럼 1300원대를 유지하면 올해 GNI 4만 달러 돌파가 가능해진다.
올해 누적 수출액은 이미 지난 5일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수출액(7093억 달러)을 넘어섰다. 1~8월 반도체 수출은 281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9.6% 증가했다. 문제는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40.6%로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국민소득 4만 달러 돌파 가능성을 내세우지만, 다수 국민은 이를 체감하지 못한다. 반도체에 편중된 성장 탓에 대·중소기업간 격차가 벌어지는 ‘K자형 양극화’와 계층간 소득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중심 수출 기업이 고성장을 구가하는 반면 중소기업과 자영업 중심의 내수는 여전히 부진하다.
소수 대기업이 영업이익의 N% 성과급 논란을 벌이는 사이 대다수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종사 근로자의 실질소득은 치솟는 물가 때문에 정체됐다. 특히 수도권 집값과 전·월세 등 주거비가 급등하며 생계 부담을 가중시켰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두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랐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3.4%로 더 높았다. 미국과 이란간 전쟁이 다시 격화하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오름세다.
청년들의 취업난도 악화일로다. 8월 취업자가 전체적으로 18만4000명 늘었지만,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되레 14만3000명 줄었다. 청년 취업자는 46개월 연속 감소했다. 청년 고용률(44.1%)은 28개월 연속 하락했고, 청년실업률(5.4%)은 4년래 최고치다.
특히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등 인공지능(AI)에 많이 노출된 업종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반도체와 AI 산업이 투자는 늘리지만 대규모 직접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로 높였다. JP모건(3.8%)과 씨티(3.7%) 등 투자은행들은 더 높게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3.3%, 한국개발연구원(KDI)도 3.2%로 수정 전망했다.
관건은 수출과 성장의 지속 가능성과 업종·계층별 소득분배 개선이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국민소득도 함께 떨어지는 구조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거나 한국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對美 투자가 본격화하면 환율이 다시 오르며 달러 환산 국민소득도 감소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1인당 소득이 2010년대에 4만 달러를 넘었다가 경기 부진과 엔화 약세로 2024년부터 3만 달러대로 후퇴했다.
경제성장률과 수출증가율 등 지표는 좋은데, 내 삶은 도대체 언제나 호황 끝자락이라도 느낄 수 있느냐는 불만이 적지 않다. 국민 다수가 체감하지 못하는 소득 4만 달러는 공허한 숫자일 뿐이다.
소득 4만 달러가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도록 취약계층의 삶도 함께 나아지게 하는 양극화 해소 정책이 긴요하다. 진정한 ‘4만 달러 국가’가 되려면 수도권 쏠림, 자산 불평등, 청년실업 등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좋은 일자리 없이 지속 성장은 어렵다. 선심성 돈 풀기보다 규제개혁,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통한 생산성 혁신과 잠재성장률 제고, 수출 성과의 내수 전환 등으로 반도체 편중 성장을 극복해야 한다. 반도체와 환율의 착시 효과에 안주하지 않고, 반도체 초호황으로 늘어난 이익이 고루 퍼지고 미래 성장에 대비하도록 해야 한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보다 부정평가 비율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 동력을 되살리는 계기가 돼야 할 개각마저 오히려 국민 신뢰와 지지를 약화시키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은 추석 민심을 제대로 읽고 진정 민생을 위한 자세가 어떤 것인지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본사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