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주택시장의 침체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값은 4년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아파트값은 3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17일 한국부동산원의 8월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아파트와 연립·단독주택을 포함한 제주지역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는 전월보다 0.21% 하락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1.26%,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1.76% 떨어졌다.
특히 아파트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제주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한 달 새 0.27% 떨어졌다. 월간 기준으로 2023년 7월(-0.30%) 이후 3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연립주택과 단독주택 가격도 지난해 말과 비교해 각각 1.61%, 0.63% 내렸다.
제주 집값은 2022년 8월부터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4년 동안 시장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가운데 매수세마저 위축되면서 거래절벽이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국토연구원의 '8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서도 제주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0.3으로 전월보다 3.0포인트 하락했다.
중개업소가 체감하는 시장 상황은 더욱 냉랭하다. 조사에 참여한 중개업소 가운데 '매도하려는 사람이 많았다'는 응답은 74%에 달했다. 반면 '매수하려는 사람이 많았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팔려는 사람은 많지만 사려는 사람은 거의 없는 셈이다.
거래량이 전월보다 줄었다고 답한 중개업소도 31.1%였다. 거래가 늘었다는 응답은 한 곳도 없었다. 주택가격이 낮아졌다는 응답은 36.7%로, 높아졌다는 응답(3.6%)의 10배를 웃돌았다.
실수요자들도 선뜻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일반가구 가운데 주택 구입 시점을 '1년 이후'로 생각한다는 비율은 51.5%에 달했다. 반면 9개월 안에 주택을 구입할 계획이라는 응답은 14.7%에 그쳤다.
실제 거래도 줄었다. 올해 제주지역 주택 매매거래량은 한 달 500건 안팎에 머물고 있다. 최근 5년 평균 거래량과 비교하면 20% 가까이 감소한 수준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마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9월 제주지역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60.0으로 전월보다 무려 32.8포인트 떨어졌다.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난 미분양 주택이 사업자들의 부담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7월 말 기준 제주지역 미분양 주택은 3303가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불과 석 달 사이 603가구가 늘었다. 특히 공사가 끝났는데도 주인을 찾지 못한 '준공 후 미분양'이 2364가구로 전체 미분양의 71.5%를 차지했다.
집을 지어도 팔리지 않는 상황에 이미 지어진 아파트의 입주마저 부진하다.
8월 제주지역 아파트 입주율은 59.1%로 전월보다 16.2%포인트 하락했다. 9월 아파트 입주전망지수 역시 66.6으로 한 달 새 26.2포인트 떨어졌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자금조달 여건 악화가 주택사업자의 심리뿐만 아니라 실제 입주예정자들의 입주 여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제주 주택시장은 집값 하락과 거래 감소, 미분양 증가, 입주 부진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 놓였다. 장기간 이어진 시장 침체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와 외지인 투자 유인이 약해진 가운데 금융비용 부담까지 커지면서 반등 동력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시중금리, 세제 등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질 경우 얼어붙은 매수심리가 단기간에 살아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