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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7월19일, 8월8일, 10일, 11일, 12일, 14일 ... 의문부호 달린 날짜들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연치곤 너무도 절묘하기 때문이다.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사태를 들여다보면 사건 처리 과정에 이해할 수 없는 일정별 간극이 나타난다. 7월19일, 8월8일, 10일, 11일, 12일, 14일이다.

 

특히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사건을 보고받은 11일부터 부 경장이 입건된 14일까지의 흐름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고(故) 장미란씨에 대한 실종신고가 다시 접수된 것은 지난 7월19일이다. 하지만 장씨의 첫 실종신고를 담당했던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경장의 사건 처리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곧바로 걸러지지 않았다.

 

재신고 이후 20일 가까이 지난 8월8일에서야 부 경장과 담당 과장의 면담이 이뤄졌다. 도대체 이 긴 기간 동안 경찰은 무엇을 했나?

 

이어 10일 경찰은 부 경장이 장씨와 실제 통화한 기록이 없다는 사실을 최종 확인했고, 하루 뒤인 11일 이 같은 내용이 제주 치안의 최윗선인 고 청장에게 보고됐다. 재신고가 접수된 지 23일이나 흐르고 난 뒤였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인 12일 경찰청은 고 청장 등 4명을 치안정감 승진자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치안총감인 경찰청장을 넘볼 수 있는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그런데 지금 경찰조직을 강타하고 있는 이 황당한 사건을 보고받은 시점이 고평기 제주청장의 승진 발표 딱 하루 전이란 소리다. 그 때까지도 부 경장은 정식 입건도 되지 않았다. 그의 승진 발표 뒤 이틀이 지난 14일 제주경찰청은 부 경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정식 입건했다.

 

 

시간순으로 보면 8일 부 경장·담당 과장 면담, 10일 통화기록이 없다는 사실 최종 확인, 11일 고 청장 보고, 12일 치안정감 승진 내정 발표, 14일 부 경장 입건 순이다.

 

공교로운 시간표다. 결과적으로 고 청장이 소속 경찰관의 실종신고 허위 종결 가능성을 보고받은 바로 다음 날 자신의 승진 내정 사실이 발표됐고, 해당 경찰관에 대한 형사입건은 승진 발표가 끝난 뒤 이뤄졌다.

 

승진 발표가 예상되자 그 발표 시점까지 부하 경찰관의 비리를 일단 덮었단 말인가.

 

고 청장은 지난 27일 출입기자단과의 질의응답 자리에서 이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전혀 아니다.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선을 그은 뒤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오해는 안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물론 현재까지 고 청장의 승진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부 경장의 입건을 의도적으로 늦췄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적 선후관계가 이렇게 맞물린 이상 제주경찰은 당시 어떤 판단과 절차를 거쳤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우선 고 청장이 11일 보고받은 내용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도대체 어떤 보고를 받았길래 두달이 넘도록 방치된 30대 여성 실종신고가, 그것도 재신고까지 들어왔는데도 해당 경찰관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던 걸까?

 

입건 필요성이 처음 제기된 시점과 최종 방침이 결정된 시점은 언제였는지도 밝혀야 한다.

 

제주경찰의 초기 대응에도 의문은 남는다. 7월19일 재신고가 접수된 뒤 고 청장에게 사건이 보고되기까지 23일이 걸렸다. 재신고 이후에도 기존 종결 처리의 문제를 지휘라인에서 곧바로 걸러내지 못했고, 8월8일에서야 부 경장과 담당 과장에 대한 면담이 이뤄졌다. 이 시점들은 정말 사실인지 다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고 청장의 공식 사과도 부 경장 입건 13일 뒤에야 나왔다. 언론 기사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10일 가까이 폭발적으로 쏟아지던 때였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고 청장은 장씨의 빈소를 찾아 유족들과 면담하고 “한 점의 억울한 점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해서 유족들에게 통보해 드릴 것”이라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 지휘관 회의에서도 “큰 실망과 불안을 느끼셨을 도민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미 사태가 제주를 넘어 전국적인 문제로 번진 뒤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철저한 진상 규명과 경찰 지휘·감독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을 지시했고,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국회에서 사과했다.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도 제주경찰청을 직접 찾아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경찰청은 제주서부경찰서 전·현직 지휘라인 4명을 대기발령하고 지휘·감독 책임에 대한 감찰에도 착수했다.

 

그 사이 장씨는 실종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고, 부 경장이 처리했던 또 다른 60대 남성 실종사건에서도 허위 종결 사실이 확인됐다. 결국 이번 사건은 한 경찰관의 일탈을 넘어 제주경찰의 지휘·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묻는 문제로 확대됐다.

 

그렇다면 감찰 역시 부 경장의 허위 종결 과정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7월19일 재신고부터 8월11일 청장 보고까지 왜 23일이 걸렸는지, 그리고 11일부터 14일까지 제주경찰 지휘부에서 어떤 판단과 지시가 오갔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고 청장의 치안정감 승진 인사와 사건 처리 시점이 맞물린 과정은 명확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 10일 통화기록 부재를 최종 확인한 시점, 11일 고 청장에게 보고된 내용과 고 청장이 내린 지시, 부 경장에 대한 입건 필요성이 처음 제기된 시점과 최종 입건 방침이 결정된 시점을 밝히면 된다.

 

그저 우연의 일치라고 답할 사안은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늑장 대응이 반복됐다. 경찰의 말을 믿는다고 하더라도 재신고에서 제주청장 보고까지 23일이 걸렸고, 그 다음날 고 청장의 치안정감 승진 내정 사실이 발표됐다. 부 경장 입건은 승진 발표 또 이틀 뒤였으며 고 청장의 공식 사과는 입건 13일 뒤에야 나왔다.

 

고 청장은 이번 치안정감 승진으로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경찰 조직의 최고 책임자를 바라보는 위치까지 올라선 고위 경찰관이라면 자신을 둘러싼 의문에도 그에 걸맞은 설명을 내놓을 책임이 있다.

 

승진 발표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면, 그 나흘 동안 제주경찰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도대체 보고를 받은 시점은 왜 그리 늦었고, 진정 그때 보고를 받은 것은 맞는가?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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