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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단순 변사→살인 수사 전환 전례 ... 최종 결론 전까지 모든 가능성

 

'허위종결' 끝에 사체로 발견된 장미란(37)씨 사인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경찰은 현재까지 범죄 피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하지만 그 결론으로 마무리되는 게 여전히 개운치 않은 상황이다. 과거 단순사고나 변사사건이 '살인사건'으로 뒤바뀐 경우도 제주에선 심심치 않게 나타나 더 그런 상황이다.

 

경찰은 시신에서 특이 골절 등 뚜렷한 범죄 혐의점이 확인되지 않았고, 발견 자세와 위치 등을 종합해 이같이 판단하고 있다. 부검의 역시 목을 매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구두소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족은 발견 장소와 시신 상태 등을 근거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도 범죄 가능성을 배제하기 전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제주에서는 경찰이 처음에는 타살 혐의점이 없는 단순 변사나 사고사로 판단했다가 이후 재수사나 부검 등을 통해 범죄사건으로 전환된 사례도 있었다.

 

장씨에게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우울증 치료나 관련 약물 처방 내역도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휴대전화 포렌식과 주변인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망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母 "다른 데서 갖다 놓은 것 같다" ... 父 "평소 무서워하던 곳"=경찰의 이 같은 판단에도 유족은 장씨가 발견된 장소와 당시 시신의 상태 등을 놓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장씨의 어머니는 "시신이 앉아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고 들었다"며 딸이 발견된 장소와 관련해 "다른 데서 갖다 놓은 것 같다"는 취지의 의문을 제기했다.

 

장씨의 아버지 역시 해당 야자수밭이 딸이 평소 무서워하던 곳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의 주장대로라면 장씨가 스스로 해당 장소에 들어갔는지, 들어갔다면 어떤 이유였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만 장씨가 실제 해당 농장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와 시신의 정확한 발견 자세, 그곳에 들어가게 된 경위 등은 수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프로파일러 "타살 가능성 51.1%"=직전 동선 주목=배상훈 프로파일러 역시 장씨가 발견된 장소와 직전 동선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배 프로파일러는 YTN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서 "의문을 해소하는 몇 가지 지점은 '야자수 숲이라는 공간에 장씨가 경험치가 있느냐'다"라며 "자기가 잘 모르는 곳에 무작정 들어가서 자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선 그 직전까지의 동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배 프로파일러는 장씨의 사망 경위를 놓고 자살과 타살 가능성을 각각 "48.9 대 51.1"이라고 표현하며 타살 가능성에 근소하게 무게를 뒀다. 다만 이는 수사기관이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확률이 아니라 배 프로파일러 개인의 견해를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

 

그 역시 현재 제기되는 각종 의혹을 곧바로 범죄와 연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배 프로파일러는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섣불리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시신이 장기간 방치되면서 증거가 사라졌을 가능성도 지적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문제는 시신에 남아 있어야 할 증거들이 소실돼서 그걸 재구성하는 데 어려움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사인이 불명으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현장에서의 범죄 재구성과 시신에 남은 객관적인 흔적을 중심으로 사망 경위를 규명해야 한다는 취지로 강조했다.

 

경찰 지휘부가 공개적으로 사망 원인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내놨다. 배 프로파일러는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타살을 의심할 만한 흔적은 없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과 관련해 현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사망 형태보다 '변사' 정도로 설명했어야 한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과거 제주에서도 '단순 변사' 판단 뒤집혔다=과거 제주에서도 경찰의 초기 판단이 이후 수사를 통해 뒤집힌 사례가 있었다.

 

대표적인 사건이 2009년 7월22일 서귀포시 제3산록교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추락사 사건이다. 당시 피해자는 약 30m 높이의 다리에서 추락해 숨졌다.

 

현장에 함께 있던 가족 등은 피해자가 사진을 찍기 위해 난간에 앉았다가 추락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주변에 폐쇄회로(CC)TV나 목격자도 없어 경찰은 사건을 단순 변사로 판단해 2011년 초 내사 종결했다.

 

그러나 경찰은 2018년 12월부터 재수사에 들어가 다리 구조와 추락 가능성 등을 다시 검증했다. 전문가들을 동원한 현장실험에서는 피해자가 난간에 앉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이 나왔고 피해자 명의로 여러 보험이 가입돼 있었던 사실도 다시 검토됐다.

 

경찰은 결국 단순 추락사로 처리했던 사건을 살인사건으로 판단하고 2022년 가족 등 2명을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 발생 13년 만이었다.

 

◆'타살 혐의점 없다'던 화가 사망 ... 한 달 뒤 드러난 단서=2010년 2월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발생한 50대 화가 사망 사건도 있다.

 

A씨는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은 이미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고 현관문이 내부에서 잠겨 있었다. 사망 추정일 지인들에게 감기약을 사달라고 했던 점과 평소 지병을 앓았던 점 등을 토대로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는 단순 변사'로 판단했다. 부검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약 한 달 뒤 A씨의 통장에서 수백만원이 인출됐다는 사실을 조카가 경찰에 알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경찰이 금융거래와 CCTV 등을 다시 확인해 A씨의 지인을 추적했고 해당 지인은 경찰 조사에서 A씨를 폭행한 사실을 자백했다. '타살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했던 사건이 새로운 단서로 뒤집힌 것이다.

 

◆외상 없었던 40대 여성 ... 부검하자 '목 졸림' 확인=2015년 3월 제주시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사망 사건 역시 초기 판단과 실제 사망 경위가 달랐다.

 

당시 한 주택에서 41세 여성이 잠을 자던 중 숨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시신에서는 눈에 띄는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남편은 아내에게 지병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도 처음에는 단순 변사 사건으로 여겼다.

 

하지만 부검 결과 피해자가 목이 졸려 숨졌고 수면제를 과다 복용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찰은 살인사건으로 수사 방향을 전환했다.

 

이후 남편이 사건 발생 전 수면제를 구입한 사실과 피해자 명의로 거액의 보험이 가입돼 있었던 사실 등이 확인됐다. 남편의 스마트폰과 컴퓨터에서는 부검 없이 사망 처리하는 방법과 보험 처리 등에 관한 검색 흔적도 발견됐다.

 

결국 남편은 살인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 '범죄 가능성 낮다'는 현재 판단 ... 남은 의문 검증해야=물론 이들 사건이 장씨 사건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장씨가 범죄 피해를 입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고 과거 사례나 유족의 의문, 전문가의 견해만으로 범죄 가능성을 추정할 수도 없다.

 

다만 장씨 사건에는 최초 실종 신고가 허위로 종결됐다는 변수가 있다.

 

최초 신고를 담당했던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경장은 장씨와 실제 통화하지 않고도 연락이 닿은 것처럼 사건을 처리해 신고 접수 약 2시간30분 만에 종결한 혐의 등으로 지난 25일 구속됐다.

 

특히 부 경장은 그동안 장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지만, 최근 경찰 조사에서 장씨와 통화했다는 기존 진술이 '거짓이었다'며 일부 혐의를 시인했다.

 

경찰은 통신사 통화내역에서 부 경장과 장씨 사이 통화 기록이 확인되지 않은 점과 장씨가 최초 실종 신고가 접수되기 전인 지난 5월12~13일 새벽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부검 결과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존재하지 않았던 통화를 근거로 사건이 조기에 종결되면서 초기 수색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CCTV와 112 신고 녹취 등 장씨의 마지막 행적을 규명할 수 있는 일부 자료도 사라졌다. 장씨의 시신은 실종 전 머물렀던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104일 만에 발견됐다.

 

경찰은 장씨가 숙소를 나선 뒤 어디로 이동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야자수 농장에 어떤 경위로 들어갔는지, 발견 장소가 실제 사망 장소인지, 사망 과정에 제3자의 개입은 없었는지 등을 남아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

 

과거 제주에서 초기 판단이 새로운 단서로 뒤집힌 사례가 있었던 만큼 장씨 사건 역시 현재 단계에서 어느 한쪽으로 예단할 상황은 아니다. 이제 남아 있는 의문을 하나씩 검증해야 할 시점이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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