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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실종자 사망에 지역 혐오·납치설까지 확산 ... 전문가 "본질은 경찰 부실 대응"

 

제주에서 잇따라 실종자들이 숨진 채 발견되고 경찰의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온라인상에서 이른바 '제주 위험론'이 확산하고 있다.

 

경찰의 부실한 실종사건 처리에 대한 비판을 넘어 제주 전체를 범죄 위험지역으로 묘사하거나 제주도민을 비하하는 표현이 등장하는가 하면, 확인되지 않은 납치·인신매매설과 특정 국가·범죄조직 연계설까지 퍼지고 있다.

 

최근 며칠 사이 제주에서 실종 신고됐던 사람들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되면서 불안감이 커졌지만, 사건 발생 시점과 장소, 성격이 서로 다른 데다 현재까지 이들이 하나의 연쇄 범죄로 연결됐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러한 불안이 온라인상의 지역 혐오를 넘어 제주 관광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내국인 관광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광업계에서는 '안전하지 않은 여행지'라는 이미지가 고착될 경우 관광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종자 잇따라 숨진 채 발견 ... '제주 위험론' 확산=최근 제주에서는 짧은 기간 실종 신고가 접수됐던 사람들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22일부터 사흘 사이 구좌읍과 조천읍, 애월읍, 한림읍 등에서 모두 4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 가운데 지난 5월 실종됐던 장미란씨와 지난달 실종됐던 60대 남성 사건은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경장이 담당했던 사건이다.

 

나머지 사건들은 부 경장이 맡았던 사건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고, 현재까지 사건 사이의 범죄 연관성도 확인되지 않았다.

 

장씨의 경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부검에서도 특이 골절 등 뚜렷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발견 당시 시신의 위치와 자세,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현재까지 타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러 실종자가 비슷한 시기에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다는 사실이 퍼지면서 온라인에서는 '제주에서는 사람이 계속 사라진다', '제주에 가면 위험하다'는 식의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귤보디아'·'제주 가면 납치' ... 지역 비하 넘어 음모론까지=제주를 향한 불안은 일부 온라인 공간에서 지역 혐오와 비하로 번지고 있다.

 

제주도 홍보대사인 유튜버 '뭐랭하맨'의 제주 관련 영상에는 "제주에 가면 납치돼 실종된다", "무서워서 어떻게 가느냐"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특히 캄보디아와 제주 특산물인 귤을 합친 '귤보디아'라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등장했고, 제주 여행 콘텐츠 제작자를 향해 "위험한 제주도를 홍보하지 말라"는 비난도 이어졌다.

 

제주에 거주하는 유명인들의 발언도 빠르게 확산했다. 배우 진재영씨가 자신의 SNS에 "요즘 제주도는 산책도 좀 무섭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고, 홍혜걸씨도 인적이 드문 길이 많다며 밤늦게 혼자 다니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만 홍씨는 이후 "조심하자는 취지이지 제주가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사과했다.

 

일부 SNS에서는 제주 무비자 입국 제도와 이번 사건을 연결해 특정 국가 출신 외국인과 지역 경찰의 유착 가능성이나 인신매매·납치조직 연루설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수사기관이 이 같은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밝힌 사실은 없다.

 

성인 실종 신고 제주만의 문제 아니다=실제 성인 실종 신고 통계를 보면 제주에서 유독 실종사건이 많이 발생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올해 제주에서 접수된 성인 실종 신고는 370건이다.

 

같은 기간 서울은 1만2562건, 부산 3816건, 인천 2433건, 대구 1603건, 경기남부 1만1337건, 경기북부 2209건 등이었다.

 

인구 대비 비율에서도 서울은 약 0.13%, 제주는 약 0.05%로 나타났다. 따라서 최근 실종자들이 짧은 기간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 제주 전체를 다른 지역보다 실종이나 범죄 위험이 높은 곳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제주 여행 취소했다' ... 관광시장까지 번진 치안 불안=온라인에서 시작된 '제주 위험론'은 제주 관광시장에도 새로운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제주 여행 안전을 우려하거나 이미 예약한 여행을 취소했다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정바람씨(32·여)는 "부모님 제주도 비행기 티켓을 끊어 드렸는데 최근 사건들을 보고 걱정돼 수수료를 물고서라도 취소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평소 제주의 한적한 곳을 찾아 여행했다는 A씨(28)도 "이번 일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며 "당분간 외진 곳을 다니는 여행은 망설여질 것 같다"고 했다.

 

아직 최근 사건 이후 관광객 감소가 실제 통계로 확인된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관광업계에서는 제주가 '안전하지 않은 여행지'라는 이미지로 소비될 경우 여성과 가족 단위 관광객을 중심으로 여행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더욱이 제주 관광시장은 이미 내국인 관광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 관광객은 올해 5월 전년 동월 대비 3.7%, 6월 7.6% 감소했다. 7월에도 내국인 관광객이 5.2% 줄면서 전체 관광객이 석 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2024년 상반기보다 6.4%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선 공급석도 약 37만석 줄었고, 내국인 관광객의 카드 소비액 역시 지난 4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숙박업계 역시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어 치안 불안 이미지까지 더해질 경우 관광시장 회복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제주 전역의 문제로 확대해 받아들이면 많은 관광사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여행객이 안심할 수 있도록 치안과 실종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정보 확산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의 핵심은 '제주' 아닌 경찰의 허위 종결=제주에서 시작된 불안이 단순한 온라인 괴담만으로 치부될 수 없는 배경에는 실제 경찰의 심각한 실종사건 처리 문제가 있다.

 

장씨 사건을 담당했던 부 경장은 장씨와 실제 연락하거나 생사를 확인하지 않고도 신고자에게 무사하다는 취지로 알린 뒤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내부 실종자 관리 시스템에서는 장씨 관련 자료를 삭제하면서 '교통사고 사상자' 코드를 입력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60대 남성 실종사건에서도 실제 소재를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가 추가됐다.

 

제주지방법원은 지난 25일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받는 부 경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부 경장이 지난해 3월부터 직위해제 전까지 담당했던 실종사건 298건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경찰청도 전·현직 제주서부경찰서장과 형사과장, 실종수사팀장 등 지휘라인 4명을 대기발령하고 감찰에 착수했다.

 

결국 이번 사태가 던지는 핵심 질문은 '제주가 위험한 지역인가'가 아니라 '실종자의 생사를 확인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할 수 있었던 경찰 시스템이 어떻게 가능했느냐'에 가깝다.

 

제주도도 대응 ... "허위·과장 콘텐츠 삭제해달라"=온라인상에서 불안과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확산하자 제주도도 공식 대응에 나섰다.

 

제주도는 26일 입장문을 내고 일부 언론과 SNS 등에 확인되지 않은 사실과 과대 해석한 내용이 유포되고 있다며 유감을 표명하고, 잘못된 내용은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27일 '안전한 제주 대책 마련을 위한 유관기관 회의'를 열고 실종·위기 사건 대응과 안전 우려에 대한 후속 대책을 논의한다.

 

위성곤 제주지사는 실종·위기 사건 대응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제주도 사이의 수색·정보 공유 체계를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공공 CCTV 영상 보존기간 연장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연안 감시체계 확충, 민·관·경 합동순찰 강화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한 비판과 제주라는 지역 전체를 향한 비난은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제주 전체의 문제로 확대하기보다 경찰의 허위 종결 경위와 지휘·감독 실패 원인을 규명하고, 여행객이 안심할 수 있는 치안·실종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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