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출범 20년이다. 2006년 7월1일 출범한 특별자치도 제주는 대한민국의 제주를 향한 집념의 깃발이다. 그 이면엔 대한민국의 예인선이 되기를 바라는 '제주개발'의 성장사가 있다. 1991년 말 제주개발특별법이란 외피를 걸친 제주호의 항해가 시작된 지도 어언 35년이다. 법과 제도, 구조와 내용으로 제주를 만들어간 변천사를 이제 되짚어본다. 제주개발특별법 탄생에 관여했던 김승석 변호사가 그 일련의 역사를 정리한다. 중단없는 제주의 새로운 전진을 새 연재에서 모색해본다. / 편집자 주
대한민국의 역사상 제주만큼 지역개발과 관련된 새로운 법제도의 실험장이 된 지역은 없었다고 보여 진다. 그 사례 두 가지만 들어보겠다.
환경이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1991년 12월 31일 제정된 구 제주도개발특별법에 도입된 경관영향평가제가 그 하나다. 그 둘은 2002년 1월 26일 전면 개정된 "제주도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나타난 제주국제자유도시의 개념은 훗날 경제특구를 탄생시키는 디딤돌이 됐다.
협의의 경제특구는 경제자유구역, 자유무역지역, 외국인투자지역 등 외국인 투자유치 촉진 지역을 의미한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하여 2024년 12월 기준 국내 경제자유구역(KFEZ)으로는 인천, 경기, 부산·진해, 광양만권, 충북, 동해안권, 광주, 울산, 대구·경북 등 총 9개가 조성ㆍ운영 중이다.
제주도개발특별법(안)의 기초 작업에 깊숙이 참여했던 필자의 기억에 아직도 생생한 것은 환경보전의 모태인 환경정책기본법 소정의 환경영향평가제 이외에 제주에 특유한 경관영향평가제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환경정책기본법(1990년 8월1일 법률 제4257호로 제정돼 1991년 2월2일 시행된 법) 제26조에는 ‘도시의 개발, 산업입지 및 공업단지의 조성, 에너지개발, 항만건설, 도로건설, 수자원개발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환경보전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예; 공유수면의 매립, 관광단지 개발, 폐기물처리시설 등)을 하고자 하는 사업자는 사업계획안과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여 환경처 장관에게 협의를 요청해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법에 의한 환경영향평가제도는 환경오염의 현황파악과 그 예측에 중점을 두고 있고 제주도의 중요한 자원의 하나인 ‘경관자원’에 대한 영향평가는 관심 밖의 사항이었다. 예컨대 주요 도로변에 고층건축물 등이 신축될 경우 건축미관 심의는 받고 있었으나 이는 미관 심의에 국한되고 한라산이나 해안의 조망을 저해하는 이른바 조망권 침해를 사전 예방할 수 없었다. 그런 까닭에 구 제주도개발특별법에 국내 최초로 경관영향평가제를 도입하여 개발과 보존의 조화를 도모한 것이다.
[표] 구 제주도개발특별법 제24조 경관영향평가

경관영향평가제의 도입과 시행으로 제주도는 자주적으로 한라산 경관, 주요 능선의 경관, 해안 변 경관, 문화경관, 성산일출봉과 산굼부리 분화구, 산방산과 송악산 지역 등의 경관 보전에 진일보하게 되었고, 경관에 대한 국가적·사회적 관심을 증대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경관영향평가제도는 공공기관 또는 민간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을 시행하는 경우에 사업시행자가 사업계획 수립과정에서 그 사업시행 결과로 제주도의 주요 관광자원인 자연경관 및 문화경관에 미치게 될 영향을 미리 예측·평가하고 경관에 미치게 될 나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장치라 할 수 있다.
정부는 환경정책기본법에 설치된 ‘환경영향평가제도’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1993년 6월11일 법률 제4567호로 ‘환경영향평가법’을 제정하여 1993년 12월12일 시행하였다. 이후 1999년 12월31일 법률 제6095호로 ‘환경·교통·재해 등에 관한 영향평가법(약칭; 통합영향평가법)을 제정하여 2001년 시행하기에 이르자 각각 다른 법률에 의하여 별도로 시행된 환경·교통·재해·인구 등에 관한 영향평가가 통합영향평가에 통섭됨에 따라 구 제주도개발특별법 제24조 경관영향평가제도는 구 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37조 통합영향평가 특례, 제38조 건축위원회의 사전심의절차 규정에 각 전이(轉移)되었다.
이후 제주특별법에 통합영향평가제가 그대로 계승되었지만 제주도의 특수성 반영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어서 제주발전연구원(JDI)에서 2009년 11월 ‘환경영향평가 심의제도 및 운영개선방향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2007년 5월 17일 “경관법”이 제정됨으로써 경관영향평가제도가 되살아났다. 이 법의 제정이유는, 자연경관 및 역사ㆍ문화경관을 보전하고 도시ㆍ농산어촌의 지역특성을 고려한 경관을 형성함으로써 아름답고 쾌적하며 지역특성을 나타내는 국토환경 및 지역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경관계획의 수립, 경관사업의 시행, 토지소유자에 의한 경관협정의 체결 및 이에 대한 지원 등 경관자원의 보전ㆍ관리 및 형성에 관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함이다.
경관법의 시행으로 제주도지사는 지역특성을 반영한 경관계획을 수립하여야 하고, 주요 사회기반시설 사업 및 도시개발 사업 등에 대하여 그 사업계획의 승인 전에 경관위원회의 사전 심의(경관법 제27조)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경관 보전에 대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는 법제화되었다.
현행 제주특별법 제407조, 제408조에 건축계획 심의에 관한 특례를 두어 자연경관이나 도시경관 유지 구역에 건축 시 형태·색체·도로계획 등 건축계획에 대해 제주도건축위원회의 심의 후 기본설계를 하게끔 장치함으로써 난개발 안정화를 도모하고 있다.
지난 1990년대 후반 남제주군이 성산일출봉 공원 구역 내 일출봉 관광호텔을 매입, 철거한 것은 경관 보전의 결기를 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2000년대 초경 송악산 이중분화구 지역에 집단관광시설을 허가한 것은 경관 보전에 해(害)를 끼치는 탈법적 행정처분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송악산 유원지 개발사에서 허가권자의 권한 일탈로 인하여 개발과 보전을 놓고 재판상 분쟁이 발생하였다. 원희룡 도정이 송악산 경관보전 방침을 확정함으로써 도민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관광객들이 송악산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망이익과 경관이익을 구별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나, 일본에서는 이를 구별하는 것이 학계 및 재판실무에서 거의 정착되어 있다. 조망이익은 개인이 특정의 장소에서 좋은 경치나 풍경을 향유할 수 있는 개인적 이익이라면(대법원 2007년 6월28일 선고 2004다54282판결 참조), 경관이익은 객관화, 광역화된 가치 있는 자연 상태(자연적, 역사적, 문화적 경관)를 형성하고 있는 경치나 풍경을 누릴 수 있는 국민 모두의 이익을 뜻한다.
제주도가 1997년 3월 발간한 「제주도 중산간 지역 종합조사 보고서」에는 제주도정이 뉴질랜드의 선진 사례를 참고로 하여 경관영향평가에 과학적, 객관적 기법을 적용하겠다는 결기가 실려 있다. 위 보고서에 나타난 ‘경관 미(美) 평가도’에 의하면, 「매우 높음」 지역은 제주도 면적의 14.2%에 해당하고, 남제주군 동부와 북제주군 동부지역이 양호한 경관미를 보였으며, 상대적으로 시가지가 많은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경관미가 낮게 평가되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승석은? = 제주불교신문 편집인이자 변호사다. 인터넷신문 <제주의 소리> 발행인 겸 대표, 제주도 정무부지사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대한문학 제53호 신인문학상을 받은 '나 홀로 명상'(2009년, 불광출판) 수상집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