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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만편 오가며 20여년새 60% 증가 ... 소음대책 인근지역 5만여명 대부분 지원 밖

 

제주국제공항 주변 주민들의 고통이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여년 전 항공기 소음 기준을 지금도 그대로 적용, 현실과 동떨어진 피해보상에 속앓이만 하고 있다.

 

항공기 운항 규모가 2010년과 비교해 60% 이상 증가했지만 공항 주변 주민들을 위한 소음피해 지원제도는 변화한 공항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 등에 따르면 제주공항의 연간 항공기 운항편수는 2010년 10만3426편에서 최근 17만편 안팎까지 늘었다. 15년 사이 60%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이용객도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3129만명이 제주공항을 이용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최근에도 연간 이용객이 3000만명에 근접하고 있다. 성수기에는 약 1분40초마다 항공기 한 대가 이착륙할 정도로 운항이 집중되고 있다.

 

제주공항은 1993년 7월 소음대책지역으로 지정돼 1994년부터 관련 사업이 추진됐다. 당시에는 「항공법」에 따라 소음피해지역을 지정하고 주택 방음시설 설치 등의 대책을 시행했다.

 

이후 공항 주변 소음피해 방지와 주민 지원을 별도로 규정한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이 2010년 3월 22일 제정돼 같은 해 9월 23일부터 시행됐다. 기존 「항공법」에 따라 지정된 소음피해지역과 소음피해 예상지역도 새 법에 따른 소음대책지역으로 승계됐다.

 

현재 제주공항 소음대책지역은 17.93㎢다. 2023년 국제기준인 Lden(주·저녁·야간 소음지수)이 도입되면서 기존 15.44㎢보다 확대됐다.

 

과거에는 항공기 최고소음도와 운항 횟수, 시간대 등을 반영한 WECPNL(웨클)이 적용됐지만 현재는 주간과 저녁, 야간의 소음도를 각각 반영하는 Lden을 기준으로 소음대책지역을 지정하고 있다.

 

 

현재 소음대책지역은 Lden을 기준으로 제1종 75dB 이상, 제2종 70~75dB, 제3종 65~70dB로 구분된다. 65dB 미만 지역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소음대책지역에는 1만3491세대, 3만1207명이 거주하고 있다. 제주사대부중·고와 도리초, 월랑초 등 학교 7곳과 노유자시설 23곳도 포함돼 있다.

 

반면 소음대책지역 밖 14.92㎢ 규모의 소음대책 인근지역에는 2만397세대, 5만158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대부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로나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비슷한 수준의 항공기 소음을 겪더라도 소음대책지역 경계 안팎에 따라 지원 여부가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도 이와 관련한 주민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음대책지역 주민에게는 방음시설과 냉방시설 설치, 전기료 지원, 장학금, 주민지원사업 등이 제공된다. 2021년부터는 주민들에게 직접 소음피해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도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항공기 운항 규모와 공항 주변 환경이 크게 달라진 것과 비교해 방음·냉방시설 지원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방음창이다. 소음대책지역 주택에 설치되는 방음창은 한 차례 지원되는 방식이어서 설치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시설이 노후화되거나 방음 성능이 떨어져도 다시 지원받기 어렵다.

 

제주공항의 소음대책사업이 1994년부터 시작된 만큼 초기에 설치된 방음시설 가운데는 상당한 시간이 지난 시설도 있다. 과거와 현재의 방음창 성능과 기술 수준에 차이가 있고 장기간 사용에 따른 노후화도 불가피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성능을 점검하고 교체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냉방시설 지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공항 소음으로 창문을 열기 어려운 주민들에게 냉방시설을 지원하고 있지만 노후화에 따른 교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냉방시설은 10년을 기준으로 교체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지난해에는 일부 가구에 중고 에어컨을 활용해 노후 냉방시설을 교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는 교체에 활용할 중고 에어컨마저 확보하지 못하면서 일부 주민들이 냉방시설을 교체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에서 발생하는 소음의 형태가 과거보다 다양해졌다는 점도 현행 제도의 한계로 꼽힌다.

 

과거에는 항공기 이착륙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주요 문제였다면 최근에는 계류장에서의 엔진 가동과 활주로 이동(택싱), 출발 대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엔진 소음 등 지상 소음도 주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야간 항공기 운항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김포공항과 김해공항은 밤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 운항을 제한하는 커퓨타임(Curfew Time)을 운영하고 있지만 제주공항은 관광수요와 항공기 운항 여건 등을 이유로 심야 시간대에도 항공기 운항이 이뤄지고 있다.

 

주민들은 심야 항공기 운항과 지상장비 가동으로 수면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예외 운항 허가 건수와 기준, 심야 지상장비 운영 현황 등 관련 정보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정부는 변화한 공항 주변 소음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소음대책지역을 다시 조사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제4차 공항소음 방지 및 주민지원 중기계획'에 따라 2026~2027년 전국 공항을 대상으로 소음영향도를 조사한 뒤 2028년 새로운 소음대책지역을 지정할 계획이다. 제주공항도 재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제주공항에서는 1994년부터 2022년까지 모두 1214억원의 예산이 소음대책사업에 투입됐다. 예산은 주택 방음·냉방시설 설치와 주민지원사업 등에 사용됐다.

 

공항 주변 주민들과 관련 전문가들은 지원사업 규모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항공기 운항 증가와 시설 노후화, 심야 운항, 지상 소음 등 변화한 공항 운영 환경을 반영해 소음평가와 지원 기준 자체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승도 제주공항소음민원센터장은 "제주공항은 김포공항이나 김해공항과 달리 야간 운항 제한이 없어 주민 피해가 계속 커지고 있다"며 "단순히 소음대책지역을 넓히는 수준을 넘어 변화한 공항 운영 환경에 맞춰 소음관리 기준과 주민 지원제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항공기 운항이 늘어난 만큼 주민들의 수면권과 생활권을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항 소음피해에 대한 주민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용담2동과 외도동, 이호동, 도두동, 노형동, 연동, 삼도2동, 용담1동, 애월읍 등 제주공항 인근 9개 읍·동 주민들은 14일 오후 6시부터 7시까지 제주국제공항 3번 게이트 맞은편에서 소음피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날 집회에는 주민 약 300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들은 항공기 운항 증가와 야간 운항 등으로 생활 불편이 커지고 있다며 소음피해 저감 대책과 현실에 맞는 주민 지원제도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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