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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미등록 외국인 사건 잇따르는 현장 ... 무사증 확대보다 관리가 우선

 

"제주를 대한민국 관광의 관문으로 만들겠습니다."

 

제주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과 부산 등 다른 지역까지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해 대한민국 전체 관광시장 규모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위성곤 제주지사는 지난 18일 제주를 방문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이 같은 내용을 직접 건의했다.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제주를 대한민국 관광의 관문으로 만들고 외국인 체류기간을 늘려 국가 전체 관광 소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을 취재해 온 기자의 눈에는 한 가지 의문이 먼저 떠오른다.

 

과연 지금 제주가 더 넓은 문을 열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지난 21일 오후 7시께에는 제주시 노형동 한 주거지에서 함께 생활하던 미등록 중국인 두 명이 말다툼 끝에 서로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30대 남성이 먼저 흉기를 휘둘렀고, 50대 남성이 맞대응하면서 두 사람 모두 다쳤다. 결국 두 사람 모두 긴급체포됐고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지난 4월 서귀포에서 밀입국한 것으로 추정되는 30대 중국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지난해 10월 강제출국된 뒤 올해 3월 일반 선박을 타고 서귀포 해안으로 다시 입국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밀입국 경로와 공범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2021년 6월 경찰은 중국인 여성을 납치해 감금하고 폭행한 뒤 현금 230만원을 빼앗은 미등록 중국인 2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그해 5월 18일 새벽 제주시 연동에서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 여성 역시 미등록 외국인이어서 강제출국이 두려워 2주가 지나서야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6년에는 제주 무사증 제도를 둘러싼 치안 논란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킨 신제주성당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관광 목적으로 제주에 무사증 입국한 중국인 천궈루이(당시 51)는 제주시 연동 신제주성당에서 새벽 기도를 하던 60대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수사 결과 범인은 범행 이틀 전 흉기를 미리 구입하고 성당을 두 차례 답사하는 등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직후 서귀포시로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법원은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제주 무사증 제도의 안전관리와 출입국 관리체계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이들 사건은 각각 다른 범죄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모두 미등록 외국인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밀집지역인 제주시 연동에서는 경찰이 외국인 범죄 예방과 미등록 외국인 단속을 위한 특별치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순찰차는 중국어 간판이 밀집한 골목을 순찰하며 외국인을 발견할 때마다 신분증을 확인하고 휴대용 단말기(PDA)로 체류 자격을 조회한다. 확인이 끝나면 다시 순찰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현장 경찰관들은 미등록 외국인을 식별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특징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경찰 관계자는 "눈을 마주친 뒤 갑자기 방향을 바꾸거나 지나치게 경계하는 사람은 상당수가 미등록 외국인인 경우가 많다"며 "단속 과정에서 강제출국을 우려해 도주하거나 몸싸움을 벌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은 미등록 외국인 문제가 단순히 불법체류에 그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장기간 미등록 상태로 생활하는 사례도 적지 않으며 경제적 이유로 귀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경찰은 반대로 미등록 신분이라는 약점을 악용한 임금 체불과 폭행, 각종 인권침해 사례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며 미등록 외국인 문제는 단속뿐 아니라 노동·인권 보호와 치안을 함께 고려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모두 범죄자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도 있다. 미등록 외국인이 많아질수록 범죄와 노동착취, 인권침해, 치안 공백이 함께 커질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법무부 자료를 보면 제주 무사증 미등록 외국인은 코로나19 이후 다시 증가세다. 2021년 9972명, 2022년 8569명으로 줄었다가 2023년 1만826명, 2024년 1만1426명으로 늘었고, 올해도 1만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가 추진하는 무사증 관광객의 타지역 이동 허용은 관광정책을 넘어 출입국 관리체계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과제가 된다.

 

현재 무사증 제도는 제주에서만 체류하도록 한 지역 한정 특례다. 만약 전국 이동이 가능해진다면 신원 확인은 누가 맡을 것인지, 이동 경로는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체류기간이 끝난 뒤에는 어떤 방식으로 소재를 파악할 것인지 모두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관광산업에 대한 실익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현재 외국인 관광객이 제주에서 4박을 하면 숙박과 렌터카, 음식점, 면세점 소비 대부분은 제주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제도가 바뀌어 제주 1박 후 서울이나 부산으로 이동하는 일정이 일반화된다면 국내 체류기간은 늘어나더라도 제주가 가져가는 관광 소비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제주 관광을 활성화하는 정책이 아니라 제주를 단순한 '환승 관광지'로 만드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무사증 제도 개선은 관광객 숫자만 늘린다고 성공하는 정책이 아니다. 제주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불법체류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관광객과 도민 모두가 안전한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해답이 함께 나와야 한다.

 

관광의 문을 여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열린 문을 끝까지 책임지고 관리하는 일은 훨씬 어렵다. 제주가 대한민국 관광의 관문이 되기 위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더 많은 관광객을 받을 공항이 아니라 더 안전하고 촘촘한 관리 시스템이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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