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의 신․구간과 관련된 이사

☞ 신․구간이란 신간(新刊)과 구간(舊刊)을 아울러 이르는 말인데, 신구간(新舊間)은 제주도의 전통 풍습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24절기 중 대한 후 5일째부터 입춘 3일 전까지 약 7~8일 동안 이어지는 이사 풍습인데 대개 양력으로 1월 하순쯤이 된다. 제주의 풍습에는 1년에 딱 일주일 동안 신들이 하나도 없는 기간이 있는데 바로 '신구간'이라고 한다.
신구간의 공식명칭은 세관교승(歲官交承)이라고 하는데, 제주도는 전통적으로 1만8천의 신들이 존재하는 신들의 고향으로 불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부엌 신인 조왕신(조王神), 문의 신인 문전신(門前神), 땅을 다스리는 토신(土神)이 대표적인 신들이라 할 수 있는데 이들을 포함한 1만8천의 신들은 신구간이 되면 하늘로 올라가 옥황상제에게 지난 1년간 자신이 관장하였던 소관 업무를 보고하게 되고 자신의 공적에 따라 새로운 발령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때는 지상에 내려와 인간사를 관장하던 신들이 한 해의 임무를 다하고 옥황상제에게 새해의 책임을 맡기 위해 하늘로 올라가 버린 신들의 부재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기간에는 신들이 없으니 당연히 건축이나 이사, 면례 등 생활에 관계된 모든 일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다고 믿는 것마저. 심지어는 '동티'가 나지 않는다고 하여 집수리나 화장실을 고쳐도 무방하다고 여기고 있다.
제주도에서도 이사할 때 가장 먼저 옮기는 물건으로는 화롯불이나 체, 키, 솥단지, 이불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솥단지를 이사 갈 집에 들여놓으면 상대방이 이사 준비가 채 안 되었어도 이사를 끝난 셈이 되어 신구간이 지난 다음에 옮겨도 무방하다고 여기고 있다.
▲ 이사할 때 금기시하였던 물건들

☞ 이사할 때 보통 비(빗자루)는 가지고 가지 않았는데, 비는 복을 쓸어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 맷돌도 가져가지 않았는데, 이것은 곡식을 가는 기구이므로 곡식의 파괴는 곧 가난은 물론 복(福)까지 부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활 도구를 버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에 밤중에 몰래 들여다 놓기도 했다. 특히 이사할 때 그릇이나 거울 등을 깨뜨리는 것을 대단히 불길하게 생각했는데, 이것은 불길한 징조를 의미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이사와 관련하여 행운과 복을 안겨주는 전통적인 방법
☞ 이사를 하여서 붉은팥을 고물로 한 시루떡을 해서 이웃과 함께 먹었는데 귀신을 쫓는 의미 외에 동네에 인사를 겸한 인정의 나눔이라 할 수 있다. 지금도 이사를 하면 이웃에게 떡을 돌리는 습관이 있다. 또 부적(符籍)을 붙이거나 짚으로 만든 사람 모양인 제웅을 만들어서 대문에 매달기도 하는데, 이것은 집안에 불길한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의식이라 볼 수 있다.

또 이사 가는 집으로 돈이나 곡식, 천 등을 들고 들어가기도 하는데 이것은 장차 새집에 재물이 많이 들어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밖에 이사하는 당일 이사 가는 집의 대문, 부엌, 마당, 방, 곳간, 화장실, 우물 등에 쌀, 보리, 밀, 콩, 팥 등을 함께 볶아서 뿌리기도 하는데 잡귀를 쫓아내는 의미뿐만 아니라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뜻도 들어 있다.
▲ 이사할 때 소금이나 팥 외에 귀신을 쫓아냈던 방법
☞ 장롱 아래 붉은색으로 임금 왕(“王”) 자를 써서 붙여 놓는 방법인데, 이것은 귀신이 가장 무서워한다는 붉은 색을 쓴 것이고, 한자로 임금 “王”자의 의미는 높은 권력을 뜻하므로 귀신이 겁을 먹고 이사하는 집으로 따라서 오지 못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 홍두깨를 이사한 집의 큰방에다 가져다 놓기도 하는데 사실 홍두깨는 몽둥이 모양과 비슷하다. 그래서 커다란 홍두깨를 보고 귀신이 집안으로 침입하였다가 기겁을 하고 도망갈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일종의 부적과 같은 대상으로 삼은 것이라 본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신영대는?
= 대한풍수연구학회 편집위원장, 한국역술인협회 공인 역학연구원이다. 중문학 박사와 풍수학자로서 ‘제주의 오름과 풍수’, ‘명리학원리대전’, ‘풍수지리학 원리’, ‘전원시인 도연명 시선', ‘흰 구름 벗을 삼아 읽어보는 당시선’ 등 다수의 저서를 냈다. '한라산 총서'의 구비전승·지명·풍수 분야와 ‘세계자연유산지구 마을일지 보고서’ 중 풍수 분야 공동 집필자로도 참여한 바 있다. 또 제주도 각 마을 '향토지' 풍수 부문에 공동 집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제주관광대 관광중국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