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불안으로 촉발된 고유가가 장기화되면서 제주 자동차 시장의 흐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 차량 증가세는 꺾인 반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는 빠르게 늘고 있다.
7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제주지역 등록 차량(기업 민원 차량 제외)은 41만4855대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전기차는 4만9174대로 전체의 11.85%를 차지했다.
제주의 전기차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올들어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특히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이후 전기차 구매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제주지역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00~1700원 수준에서 2000원을 웃도는 수준까지 치솟았고, 연료비 부담을 줄이려는 소비자들이 전기차로 눈을 돌렸다.
전기차 기술 발전도 영향을 미쳤다. 배터리 안전성이 개선되면서 화재 우려가 줄었고, 다양한 신차가 출시되며 소비자 선택 폭도 넓어졌다.
전기차 증가 추이를 보면 변화가 더욱 뚜렷하다.
2024년 1월 제주 전기차는 3만6377대로 전체 차량의 8.84%를 차지했다. 2025년 1월에는 3만9361대로 9.52%까지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올해 1월에는 4만3954대로 10.64%를 기록했다.
이후 중동 사태가 본격화된 올해 3월부터는 매월 800~1700대씩 증가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이브리드 차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24년 1월 1만6157대였던 하이브리드 차량은 지난해 1월 2만426대, 올해 1월에는 2만5119대로 증가했다.
반면 내연기관 차량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휘발유 차량은 지난해 8월 16만9098대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기 시작해 올해 6월에는 16만7508대로 줄었다.
경유 차량 감소폭은 더욱 크다. 2024년 1월 15만9385대였던 경유차는 올해 6월 14만981대로 2년여 만에 약 1만8400대 감소했다.
전기차 구매 열풍은 보조금 신청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 4월 기준 제주도의 상반기 전기차 민간보급사업 신청은 3900대로 상반기 목표 물량인 4000대에 육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배 증가한 규모다.
신청이 계속 이어지면서 지난 15일 기준 보조금 신청은 4824건까지 늘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716건보다 2.8배 많은 수준이다.
제주도는 당초 올해 전기차 보급 목표를 6351대로 정하고 본예산과 국비,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633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하지만 신청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면서 지난 4월 도비 배정분 166억 원이 모두 소진됐고, 현재는 국비를 우선 집행하며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제주도는 정부와 협의를 통해 국비를 선사용하고, 국비 조정으로 53억 원을 추가 확보했다. 이어 제1회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국비 117억 원과 도비 58억 원을 추가 반영하며 수요 증가에 대응했다.
그러나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제주도는 상반기 승용·화물 전기차 보조금 신청이 예산 한도에 도달함에 따라 오는 29일 신청 접수를 마감하기로 했다.
전기차 보조금 조기 소진은 제주만의 현상은 아니다. 전국적으로도 수요가 몰리면서 현재 160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102곳이 예산 부족 등으로 전기차 보급사업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다만 전기승합차 보조금은 별도 예산으로 운영돼 계속 신청이 가능하다.
제주도는 하반기 제2회 추가경정예산에서 국비 선사용에 따른 도비 대응분 약 180억 원을 확보하고, 차종별 수요를 반영해 하반기 보급사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전기차 보조금이 다른 지역보다 적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광역자치단체는 도비와 시·군비가 함께 투입되지만, 제주도는 단일 광역자치단체여서 시·군비 지원이 없다. 대신 청년, 신생아 출산가정, 1차 산업 종사자, 소상공인, 장애인, V2G 차량 구매자 등을 대상으로 한 제주형 추가보조금 15종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도는 기본보조금과 추가보조금을 합산하면 실제 지원 규모는 다른 지역과 비슷하거나 일부 항목은 더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하면서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고유가에 힘입어 급증했던 전기차 구매 열기도 다소 진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남진 제주도 혁신산업국장은 "올해 전기차 구매 수요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했다"며 "정부와 협의를 통해 추가 재원을 확보하고 하반기 보급사업도 차질 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